공유

제1906화

노원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 번인가 왔었던 게 전부야. 올 때마다 현금으로 가지고 오셨어. 지난번에 왔을 때 먹는 약을 봤더니 항암치료제더라고. 아마 아프신 것 같아. 그것도 아주 많이.”

방금 모자가 떨어지며 드러났던 듬성듬성한 머리를 떠올리니 아마 항암치료의 부작용인 것 같았다.

‘설마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좋은 일이라도 하시려는 걸까.’

한현진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이상한 사람 같았다.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에 현금으로 기부하는 것도 조금 이상했다.

처음에는 2000만 원을, 그다음에는 4000만 원을 기부했다. 만 원권으로 그렇게 많은 현금을 가지고 오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텐데. 무엇보다 현금다발을 들고 오는 것이 그다지 안전한 방법도 아니었다.

한현진은 고개를 숙여 사진을 확인했다. 역시 눈밖에 알아볼 수 없었다. 사진에 잠시 머무르던 손가락을 움직여 카톡 채팅창으로 들어간 한현진이 송민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도일준이라는 사람 좀 알아봐 줘요.]

아직 비행기에 있을 송민준은 아마 착륙해서야 이 문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송민준이 3일 동안 M 국에 머무르자 서해금은 매일매일을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다.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송민준이 돌아왔다.

한현진과 강한서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갔고 세 사람이 함께 한현진의 본가로 돌아갔다.

송병천은 비록 티를 내지 않았지만 아들이 M국으로 가 있는 동안 그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당시 대사관에서 걸려 온 전화는 아무래도 그에게 지우기 힘든 트라우마를 남긴 모양이었다.

집에 도착해 차를 끓였다. 잠깐의 휴식 후 송병천이 물었다.

“어떻게 됐어? 비행기 사고 원인은 알아냈어?”

차를 한 모금 마신 송민준이 찻잔을 내려놓고 나서야 대답했다.

“알아냈어요.”

송병천이 다급하게 물었다.

“사고 원인이 뭐야?”

서해금이 고개를 숙이고 귤을 까고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무미건조한 송민준의 눈빛이 슥 서해금을 훑었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