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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0화

한현진의 말에 번뜩 정신을 차린 송가람이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송가람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처음부터 바로 조건을 얘기할 수도 있었는데 왜 굳이 제 얘기를 꺼낸 거예요? 아빠가 절 미워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예요?”

한현진이 고개를 들어 송가람을 쳐다보았다. 한현진은 일어서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송가람은 서 있고 한현진은 앉아 있었으니 송가람이 한현진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서늘한 한현진의 눈빛에 송가람은 어쩐지 오히려 한현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언니가 착각하셨네요. 제가 무슨 재간이 있어서 언니가 할 말을 예측할 수 있겠어요. 아빠가 언니를 싫어하시는 건 본인에게서 문제점을 찾으셔야죠. 아빠가 언니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며 인간의 도리를 가르쳤지만 언니는 오히려 주 기장님 죽음이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했어요. 그러니 아빠가 어떻게 화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 말에 송가람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건 그냥 사고였어요. 현진 씨는 그저 그 일을 이용해 아빠 앞에서 좋은 이미지를 세우려는 것뿐이잖아요.”

한현진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은혜에 보답하는 건 인간의 제일 기본적인 도리 아닌가요? 가람 언니에게 그런 건 그저 좋은 이미지를 위한 연기에 불과한 거였군요. 그럼 언니가 강한서를 구해준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송가람이 움찔 몸을 굳혔다.

“헛소리하지 마. 한현진, 내가 한서 오빠를 구한 이유로 오빠가 나에게 마음을 주니까 이렇게 쪼잔하게 구는 거잖아. 내가 뭘 해도 마음에 안 들고 날 적대시하는 거잖아. 하지만 네가 아무리 그래도 오빠는 여전히 널 기억도 하지 못해. 오빠 마음속에 넌 그리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한현진은 차분하게 미쳐 날뛰는 송가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의 송가람은 한 번도 이렇게 한현진 앞에서 난리를 피운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은 송병천에게 혼나고 서해금에게 꾸지람까지 듣고 분노를 이기지 못한 탓인지 드디어 한현진에게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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