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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5화

정신을 차린 한현진은 도일준과 악수를 나누었다.

“보육원에 지원을 아끼지 않아 주셔서 감사해요.”

그 사람은 얼굴을 꽁꽁 가렸을 뿐만 아니라 악수할 때도 장갑을 벗지 않았다.

상대방과 악수를 한 한현진은 그의 손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 손이 이렇게까지 작은 건 본 적이 없는데, 키가 작아서 그런가?’

상대방이 말했다.

“돈이란 건 태어날 때 가지고 올 수도 없고 죽어서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거잖아요. 제가 아직 걸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저를 위해 음덕을 쌓는 일이겠죠.”

그 말은 마치 이미 속세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본 한 인간의 죽기 직전 유언 같았다.

한현진은 도일준을 훑어보았지만 너무 꽁꽁 숨기고 있던 터라 자세히 볼 수 있는 것은 눈뿐이었다.

하지만 눈을 봐서 그다지 나이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상한 사람이었다.

“요즘... 요즘 잘 지내셨어요?”

상대방이 건넨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멍해졌던 한현진의 눈빛이 깊어졌다.

“절 아세요?”

도일준의 눈빛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는 마치 별거 아닌 듯 가볍게 말했다.

“전 현진 씨 어머니이신 하현주 씨와 안면이 조금 있는 사이에요.”

하현주의 친구들은 이미 대부분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했었다.

그녀와 친구들은 하현준의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에 따라 하나하나 직접 부고를 보냈었다.

하현준의 장례식에서 한현진은 눈앞의 사람을 본 기억이 없었다.

어머니가 병상에 누워있던 그 몇 년 동안에도 한현진은 이런 사람이 병문안 온 것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몇 번 안면이 있는 사이일 뿐인데, 이렇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게다가 좋은 일을 하려는 목적의 사람이 다른 곳도 아니고 하필 엄마가 후원한 적이 있는 보육원에 기부를...?’

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엄마 지인분이셨군요.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엄마께서 생전에 늘 젊은 시절의 창업은 주변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명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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