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서는 대체 무슨 계획이 있기에, 한현진이 그 계획에 끼어있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일까?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은 강한서를 믿고 이해하기로 했다. 강한서는 더는 각방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정인월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강한서의 본가로 향한 두 사람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현진은 나갔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집안을 볼 수 있었다. 계단과 안방의 바닥에는 전부 두툼한 양털 카펫이 깔려 있었다. 멈칫하던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할머니께서 너무 오바하셨네요.”“...”‘할머니께서 내가 아침에 미끄러졌던 걸 아신다고?’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이건 할머니께서 세심하신 거죠.”말하며 바닥에 깔린 카펫에 발을 올렸다. “꽤 부드럽네요.”강한서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만 한현진이 고개를 돌리자 그는 또 얼른 표정을 숨겼다. “전 서재에 갈게요.”“네.”대답한 한현진은 곧 고개를 숙이더니 살풋 웃음을 흘렸다. ‘유치하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건 여전하네.’설 다음 날, 송민준은 지난번 비행기 추락사고의 조사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M 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강한서는 집안 어르신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다녀와야 했다. 정인월은 친척 사이의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매년 명절마다 찾아봬야 했다. 결혼했을 땐 매년 한현진과 강한서가 찾아뵀었지만 이혼을 한 지금 한현진과 함께 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니 올해 새해 인사는 강한서가 혼자 다녀와야 했다. 한현진은 송민준에게 깔린느의 제일 유명한 향을 전부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할 일 없이 휴식 기간을 보내고 있던 터라 이 기회에 향수의 향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울 생각이었다. 설 연휴가 지나면 회사로 들어가야 했으니 깔린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현진이 방에서 노트에 향을 기록하고 있던 그때, 차미주가 고스톱을 치자며 전화를 걸었다. “내가 가도 부족하잖아. 강한
송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집안 어르신들에게 아들은 정말 하찮은 존재인 것 같았다. 연결음이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열이 전화를 받았다. 여전히 도도한 말투와 목소리였다. “누나, 왜요?”한현진이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고스톱 하러 올래?”의외의 제안에 한열은 어리둥절해졌다. 입술을 앙다물던 그가 말했다. “저 잘할 줄 몰라요.”“그러면 더 다행, 아니. 내 말은 괜찮다고. 내가 가르쳐줄게.”열애설이 터진 후 한열은 연말 시상식을 제외한 모든 스케줄을 미루거나 취소한 상태였다. 그러니 마침 한가하던 그는 한현진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한현진은 곧 한열에게 주소를 찍어 보냈다. 두 사람은 곧 클라우드 아파트 902호에 도착했다. 고스톱을 잘 못하다던 한열의 말대로 이미 한 시간 사이 4번이나 제일 낮은 점수로 패배를 경험했다. 점수가 제일 낮은 사람이 기프티콘을 보내기로 했었던 터라 세 사람은 휴대폰을 쓱 내밀며 “고마워, 동생.”이라는 말과 함께 한열이 얼른 기프티콘을 보내주기를 기다렸다. 한열은 그런 세 사람을 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거 세 분이 짜고 치는 거죠?”차미주가 얼른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생사람 잡지 마.”한성우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우리 둘은 안 믿어도 사촌 누나도 안 믿을 거야? 설마 누나가 동생을 속이기야 하겠어?”한현진이 큼 목을 가다듬었다. “아니면 내가 대신 사줄게. 처음이니까 연습 게임했다고 생각해.”일부러 생각하는 척 던진 한현진의 말에 한열은 괜한 의심을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괜찮아요. 저 돈 있어요.”말하며 한열은 통쾌하게 세 사람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 한현진은 있지도 않은 양심을 괜히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역시, 아직 어리네.“젠장.”차미주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현진아, 너 다른 사람 연애사에 끼어든 제삼자가 됐어.”갑작스러운 말에 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차미주가 휴대폰을 보며 기사를 읽어나갔다. “이열 커플, 공개 연애
연애 인정을 해? 그럼 연애때문에 한 번 무너져 보라고 해.이 바닥은 그런 곳이었다. 네가 돈을 벌든 안 벌든 상관없었지만 절대 다른 사람의 돈줄을 막아서는 안 되는 곳. 한성우 역시 같은 업계에 몸담고 있었으니 당연히 그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열의 인기는 연예계에서도 알아주는 정도였다. 수많은 눈이 그의 것을 꿰차기 위해 그가 나락으로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매체가 그의 흑역사를 캐내기도 전에 스스로 먼저 연애를 인정하며 돈줄을 끊어버렸으니 회사 측에서 화를 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화풀이 방식이 조금 형편없었을 뿐이었다. 차미주가 읽은 기사 제목 또한 작은 찌라시 계정에서 업로드한 것이었다. 지금 인터넷에서 제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지난번 한 톱스타가 와이프의 임신 기간 동안 불륜을 저질렀다는 소식을 터뜨려 뜬 파파라치였다. 그 파파라치는 수많은 연예인의 기사를 터뜨렸었다. 진짜와 가짜 기사가 반반씩 섞여있었고 많은 찌라시와 사건 역시 그의 손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것이었다. 그러니 그가 트위터를 통해 모 H 톱아이돌이 공개 연애를 하자마자 같이 촬영했었던 여자 배우와 바람이 났고 두 사람은 촬영 당시 남다른 케미로 적지 않은 팬을 유입했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네티즌들은 단번에 그 H가 바로 한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차미주가 바득 이를 갈았다. “이런 양심도 없는 기자들. 고작 사진 몇 장으로 그림 읽기 놀이 하고 있네. 얘들은 사촌이라고. 자기 사촌 누나랑 바람피우는 인간이 어딨어?”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기며 한열을 쳐다보았다. “우리 같이 해명하자.”한열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성우가 말했다. “해명글 올리면 안 돼요.”그의 말에 세 사람 모두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성우게 컵에 물을 부으며 천천히 말했다. “이건 무차별적 공격이에요. 두 사람이 가족 관계 증명서를 떼온다고 해도 이 사람들의 입을 막을 수는 없을 거예요. 오히려 화살이 다른 곳으로 튈
신하리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너 질까 봐 그러는 거지? 짠돌아.”말하며 주위를 쓱 둘러보던 신하리가 말을 이었다. “누가 졌어요?”나머지 세 사람이 약속이나 한 듯이 한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돌린 신하리가 한열을 툭 차며 말했다. “아마추어는 일어나. 내가 다 이겨줄게.”한열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제가 왜 아마추어예요.”신하리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이겨주면 어떡할 거야?”한열은 신하리의 말에 낚이지 않았다. “이기면 그건 신하리 씨가 노름에 눈이 멀었다는 거겠죠.”신하리가 풋 작게 웃어버렸다. “내가 이기면 좀 이따 내려가서 키스해.”한열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꿈 깨요.”신하리는 더 이상 한열을 놀리지 않았다. 그녀는 한열을 밀어버리더니 곧 자기가 한열의 자리에 앉았다. 한현진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떠도는, 한열에게는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스캔들 걱정뿐이었다. “신하리 씨, 일단 열이 일부터 처리하고 노는 게 어때요?”신하리가 화투패를 섞으며 말했다. “급한 것 없어요. 일단 난리들 치게 둬요.”한현진이 한성우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걱정하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한열의 단물을 쪽 빼먹던 세 사람은 신하리에게도 똑같은 수작을 쓸 생각이었다. 신하리도 한열과 마찬가지로 톱스타이니 그녀 역시 한열 못지않게 돈이 많을 것이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것만큼 단물을 쪽 빨아야 했다. 하지만 신하리는 한열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해주지 않았다. 그녀는 화투패를 기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던진 패를 통해 그가 점수를 딸 수 있는 패가 어떤 것인지 추측했다. 한열처럼 고스톱을 잘 못하는 사람을 속일 수는 있었지만 신하리 같은 타짜 앞에선 패를 바꿀 기회도 없이 이미 패배를 맛보아야 했다. 몇 판만에 신하리는 이미 한열의 복수를 완벽히 끝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세 사람에게서 기프티콘을 받기도 했다. “신하리 씨, 투시라도 되는 거예요?”패배가 계속되자 차미주는 그 상황
입 맞추는 두 사람 뒤로 한현진은 병풍처럼 서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네티즌이 뒤에 서 있는 그 병풍이 바로 차에서 한열의 얼굴을 만지던 여자라는 것을 눈치챘다. ‘옷도 똑같잖아.’‘신하리가 이걸 참는다고?’그러나 얼마 후, 신하리가 기프티콘을 받은 채팅창 캡처본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촌 언니를 이겨서 화내시진 않았겠지? @한열]신하리는 이미 은근슬쩍 자랑하는 말투를 완전히 마스터한 사람 같았다. 그녀가 올린 피드에 네티즌들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사촌 언니?]그리고 한열이 곧 그 피드에 답글을 달았다. [아마 화낼 거예요. 저희 누나는 뒤끝이 길거든요.]한열의 댓글에 네티즌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게 한열의 사촌 누나였다고?’그리고 곧 #신하리, 한열 가족에게 인사드리다 라는 검색어가 실검에 올랐다. 트위터는 그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내가 데뷔할 수 있게 도와줬더니, 신하리네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가?][열이는 신하리를 안지도 않았는데 그 여자가 먼저 다가와서 입 맞춘 거잖아. 열아, 만약 강요를 당하고 있는 거라면 눈을 깜빡여봐.][공개 연애하자마자 가족들에게 인사하러 가다니,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건가 봐.][이건 신하리가 한열 대신 해명하는 거잖아. 바람 어쩌고 했던 애들은 이제 좀 닥쳐.][얼른 좀 사라져. 역겹게 굴지 말고.][선남선녀라 잘 어울리는데 너희들이 반대할 주제는 돼?]...이런 댓글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다. 신하리의 트위터 아래 달린 댓글이야말로 가관이었다. 거기엔 비꼬는 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예 욕설로 도배되어 있었다. 늙어빠진 여우라거나 빨리 죽어버리라는 둥 눈에 담기도 어려운 악플로 가득했다. 몰래 트위터를 다시 다운로드 받아 악플들을 본 한열의 미간엔 깊은 주름이 자리 잡았다. 그가 고개를 돌려 신하리를 보자 그녀는 립스틱을 꺼내 바르고 있었다. 한열의 시선이 느껴지자 신하리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왜, 또 키스하고 싶어? 립스틱 다 바르면 다시
“살 안 빠졌어요. 오히려 몸무게는 전보다 더 나가요.”이훈이 자연스레 한현진의 가방을 들어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오히려 누나는 왜 이렇게 살이 쪘어요? 매형이 잘 먹이나 봐요?”한현진은 순간 이훈 이 자식을 때려버릴까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말을 예쁘게 못할바엔 차라리 입을 닫아. 지금 내 모습을 바로 글래머라고 하는 거야. 모든 사람이 너처럼 뼈만 앙상하게 삐쩍 마른 줄 알아? 그렇게 젓가락 같은 팔, 다리로는 전혀 안전감을 줄 수가 없다고. 그래서 여자친구는 만날 수 있겠어?”이훈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몸 더 키울 거라고요.”“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물건이나 사러 가.”매해 설이 되면 한현진은 보육원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샀었다. 그러니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새해마다 한현진이 사다 주는 선물이었다. 누군가 그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들은 더 이상 사랑해 주는 사람 하나 없이 버림받은 아이들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선물을 고르고 있는 한현진에게 이훈이 말했다. “현진 누나, 내년 등록비를 안 보내주셔도 돼요.”한현진은 이훈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카트에 선물을 넣으며 말했다. “로또라도 당첨된 거야?”“아뇨.”이훈이 가볍게 기침하며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내년엔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멈칫하던 한현진이 이훈을 놀리며 말했다. “이제 1학기잖아. 아직 2학기 남았어. 어떻게 그렇게 네가 받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이훈이 말했다. “저 1학기 학점 4점이에요. 2등이 3.8점이고요. 만약 2학기에 절 이기려면 4학점은 받아야 해요. 하지만 2학기엔 깐깐한 교수님이 계신 수업이 있어서 4학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자랑스럽다는 듯 까불거리는 말투로 이훈이 말을 이었다. “제가 무조건 1등일 거예요.”한현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장학금은 네가 모아둬. 등록금이랑 생활비는 네가 신경 쓸 거 없어. 그건 지금 네가 고민할 문제가 아
“집에서 자고 있어요. 오늘 아침 오빠가 친척분들께 인사하러 갔잖아요. 오빠가 너무 비싼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면서 난리를 피워서 오빠와 한바탕 싸웠어요. 오빠가 한현진을 집에 버려두고 혼자 갔거든요. 아마 지금쯤 방에서 울고 있을 거예요.”강민서의 말에 민경하가 어리둥절해졌다.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니까요. 다른 사람이 왜 자기 말이라면 다 들어야 하는 건데요.”신미정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 요즘도 자주 싸우니?”“네. 한현진은 아직도 오빠가 예전 같은 줄 알고 뭐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니까요. 하지만 오빠가 이젠 한현진을 기억하지 못하잖아요. 한현진이 그러는 걸 볼 때마다 짜증을 내더라고요.”신미정이 눈을 감았다. “넌 지금 어디야?”“저요?”강민서가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 “저도 집이죠. 지금 바닥에 기름칠하는 중이에요. 좀 이따 위층에서 내려오다 미끄러지면 애가 떨어지지 않고는 못 배길 거예요.”강민서의 통화를 듣고 있던 민경하의 얼굴이 의문으로 가득 찼다. 주먹을 쥐고 있던 신미정의 손에 더 힘이 실렸다. “그래, 잘하고 있어.”신미정의 말투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강민서는 조금 불안해졌다. “엄마, 왜 그래요?”차에 올라타는 한현진의 모습을 보며 신미정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것도 아냐. 너무 티 나게 굴지 마. 며칠 있으면 시은 씨 딸 결혼식이야. 한현진도 불러서 같이 와.”강민서가 멈칫했다. “엄마, 한현진은 그분과는 앙숙 같은 사이였잖아요. 안 가려고 하지 않겠어요?”“안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가게 만들어.”신미정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넌 똑똑하니까 이 정도는 어려운 일 아니겠지.”미간을 찌푸린 강민서가 한참 만에야 말했다. “알겠어요.”전화를 끊은 신미정이 휴대폰을 있는 힘껏 내동댕이쳤다. 그녀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다. 전화를 끊은 강민서가 고개를 돌리자 이상한 눈빛으로 자기를 훑
“안 가요.”“그래요.”민경하가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마침 회장님께 보고드리면 되겠네요.”그의 말에 강민서는 하마터면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다. “잠, 잠깐만요.”민경하는 느긋하게 강민서를 바라보았다. 주먹을 꽉 움켜쥔 강민서는 한참 만에야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가면 되잖아요.”영화관에 도착해 민경하가 ‘살의’를 예매했다는 것을 안 강민서는 그대로 몸을 돌려 영화관을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민경하에게 끌려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미쳤어요? 설 연휴에 저더러 한현진 흥행이나 도우라고요?”민경하가 말했다. “편견은 버리고 봐요. 영화 평점은 높으니까.”강민서가 민경하의 말을 받아치기도 전에 옆에서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없네. 코미디 영화를 예매했더니 미스터리 영화나 보여주고 있네. 누가 이거 보러 왔대? 노이즈 마케팅이나 하는 것들이 발연기나 하는 거로 모자라 이런 식으로 관객수까지 속이다니.”강민서가 민경하를 밀어냈다. “누가 관객수를 속였다는 거예요? ‘서강월’ 티켓으로 ‘살의’를 보고 있으면서 그쪽 돈을 벌어간 게 누군지도 모르는 거예요?”강민서에게 된통 혼난 그 사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민경하가 얼른 강민서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죄송해요, 취해서요.”“미친.”욕설을 내뱉은 그 사람이 상영관을 나섰다. 강민서는 씩씩거리며 민경하를 노려보았다. “어물쩍 넘어갈 줄밖에 몰라요?”민경하가 말했다. “사모님을 뭐라 하는 건데 왜 강민서 씨가 화를 내고 그래요?”“전...”민경하가 이를 악물었다. “전 한현진이 오빠 얼굴에 먹칠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 고작 영화 하나 촬영하면서 관객수를 속인다는 말이나 들으니, 나중에 흥행 기록이 엉망이면 얼마나 X 팔려요.”말하며 민경하를 뿌리친 강민서는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가 전석을 예매해 버렸다. 민경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한참을 웃더니 강민서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한편, 한현진이 탄 차는 곧 보육원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