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진은 아무 말 없이 강한서의 등을 다독이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너 언제 기억 돌아왔어?”강한서의 눈빛이 멍해졌다. 한현진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머리가 오락가락하네...’웅 울리는 진동에 한현진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송민준이 보낸 문자였다. [첫 번째 선물 박스 안에 있는 물건, 잊지 말고 꼭 봐.]문자 내용에 한현진이 멈칫했다. ‘무슨 물건이길래 일부러 문자까지 보내는 거지?’잠시 생각하던 한현진은 차에서 내려 선물 박스를 뒤졌다. 송민준이 말한 박스 안에는 봉투에 담긴 서류가 들어있었다. 다시 차에 오른 한현진은 머리 위의 버튼을 눌러 차의 불을 켜고 봉투 안에 든 서류를 꺼냈다. 서류의 첫 페이지를 넘긴 한현진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 서류는 바로 한현진이 송민준에게 부탁했었던 황 닥터의 신상정보가 들어있었다. 조사를 부탁했을 때까지만 해도 한현진은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녀는 그저 송가람이 모셔 온 그 의사가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황 닥터는 국내에서의 이력이 너무 없었고 주로 해외에서 진료를 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해보니 결국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최면...’한현진은 오늘 강한서와 송가람의 대화를 엿듣던 상황을 떠올렸다. 송가람의 몸 근처에서 풍령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를 들은 강한서는 곧바로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비록 지금 생각해 보면 강한서의 연기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난 최면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데... 그 풍령 소리가 설마 최면사가 강한서에게 건 심리적 신호인 건가?’‘하지만 강한서처럼 내면이 강인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최면에 걸린 거야?’미간을 찌푸리던 한현진의 머릿속에 반짝 뭔가가 스쳐 갔다. 그녀는 순간 강한서가 먹던 약을 떠올렸다. ‘그 진통제... 그게 대체 뭐야?’얼굴이 사색이 된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약 어딨어?”한현진의
“난 그런 적 없어!”한현진이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너 그랬어. 그리고 송가람과 만나겠다고도 했어.”한현진이 단호하고 당당하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오히려 술에 취한 강한서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 내가 정말 그런 말을 했어?”한현진이 진심 반 거짓 반으로 말했다. “응. 넌 내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면서 나와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어. 보고 싶지도 않다면서.”강한서의 표정이 버림받은 강아지처럼 불쌍하게 변했다. 입술을 파르르 떨던 그가 한참 만에야 입을 열었다. “내가 머리가 어떻게 됐었던 게 분명해. 내가 했던 말 주워 담을 수 있을까?”“내뱉은 말을 주워 담는 게 가능해? 난 이미 들었어. 네가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 때,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알아?”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쥐어짜 내더니 불쌍한 얼굴로 겨우 한마디 했다. “내가 했던 말 잊어버리면 안 돼?”한현진이 참지 못하고 풉 소리 내 웃었다. 그녀는 손을 뻗어 강한서의 귓불을 만지며 살며시 그의 코를 비볐다. “안아주면 잊어버릴게.”그 말을 들은 강한서가 얼른 한현진을 품에 안았다. “잊었어?”한현진이 눈을 꼭 감았다. “아직.”몇 초가 지나가 강한서가 다시 물었다. “이젠 잊었어?”한현진이 천천히 대답했다. “조금 잊은 것 같아.”또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강한서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잊었—”“또 쓸데없는 얘기하면 안 잊을 거야.”“...”한현진은 강한서의 품에 기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날 강에서 내 손 놓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직도 기억나?”잠시 생각하던 강한서는 더듬더듬 그날의 일을 한현진에게 전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는 두 사람의 무게를 버텨낼 수 없었다. 그러니 두 사람이 함께 위로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그런 상태로 있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라도 하는 날엔 두 사람 모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한현진은 몸무게가 가벼웠고 수영도 할 줄 알았으니 그녀의 생존 확률이
그날 밤에 대한 강한서의 기억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누군가 그를 구해주었다. 한현진은 송가람을 떠보던 오늘의 강한서를 떠올렸다. 송가람은 분명 강가에서 강한서를 찾았다고 했다. 강한서의 기억과 조합해 본다면 한 가지 가능성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강가에서 찾았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강한서를 물속에서 구해준 사람이 바로 송가람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현진은 곧 그 가능성을 부정했다. 강한서의 일에서만큼은 송가람은 절대 자기 공로를 숨길 리가 없었다. 만약 그녀가 물에 뛰어들어 강한서를 구했다면 그에게 비밀로 할 이유가 없었다. 송가람이라면 분명 그것을 빌미로 강한서에게 강력하게 어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엔 또 다른 가능성이 있었다. 강한서를 구한 사람은 따로 있고 송가람은 그저 어부지리로 강한서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송가람은 어떻게 마침 강한서를 찾을 수 있었을까?한현진은 또다시 강한서와 송가람의 대화를 떠올렸다. ‘강운 씨가 송가람을 부른 거라고 의심하는 건가?’한현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갑자기 목에서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이니 엉성하게 목걸이를 해주고 있는 강한서의 손이 보였다. 멈칫하던 한현진이 말했다. “뭐해?”강한서가 나지막이 말했다. “새해 선물.”꽤 시간을 들여 겨우 목걸이를 걸어준 강한서가 두 눈을 반짝이며 한현진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내가 준 게 예뻐.”어리둥절해진 한현진이 강한서의 말에 아무 리액션도 못 하고 있었다. 그러다 거울을 내려 목에 걸린 목걸이를 확인하고 나서야 강한서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강한서가 선물한 목걸이는 주강운이 한현진에게 줬었던 것과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다만 디테일이 조금 더 정교할 뿐이었다. 한현진은 순간 강한서가 생략하고 말하지 않은 부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내가 준 게 주강운이 사준 것보다 더 예뻐.한현진은 손을 뻗어 목걸이를 만지더니 한참 만에야 입을
이젠 시간이 늦어 주강운이 그만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더 있다 가라며 인사치레를 건네던 송병천도 곧 운전기사를 불러 주강운을 집까지 데려다주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주강운은 동료가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거절했다. 그리고 얼마 후, 밖에서 그를 데리러 온 동료의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주강운은 송병천에게 인사를 건네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을 한 사람은 요즘 주강운이 새로 데리고 있는 제자였다. 대학원을 졸업한 지 이제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은 그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긴장한 듯 예의를 갖춘 그가 주강운을 불렀다. “변호사님.”그리고 주강운에게 무슨 말을 건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주강운은 셔츠의 단추를 풀고 목을 움직여 스트레칭하더니 휴대폰을 확인했다. 휴대폰 화면에는 수백 통의 부재중이 찍혀 있었고 그 대부분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리고 주시윤에게서 온 카톡 2개 외에도 일과 관련된 메시지와 새해 인사 몇 개가 있었다. 그는 주시윤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새해부터 누구 보라고 그렇게 분풀이를 하고 있는 거니?][할아버지 화 나셨어.]주강운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채팅방을 나가버리고는 태연하게 말했다. “출발해.”제자가 나지막이 물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변호사님?”“사무실. 가져야 할 물건이 있어.”주강운의 제자는 그제야 시동을 걸었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강운의 휴대폰이 또 울렸다. 또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온 거라고 생각한 주강운은 짜증스레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문자를 보낸 사람은 양지원이었다. 그녀는 새해 인사로 한 마디를 보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부자 되세요. 세뱃돈 보내줘요.]주강운은 그 문자를 여러 번 되뇌며 읽어보았다. ‘단체 문자는 아닌 것 같은데.’잠시 생각하던 주강운은 양지원에게 계좌이체로 세뱃돈 5만 원을 보냈다. 그러자 양지원은 곧바로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또 몇 초가 지나
한현진의 본가. 숙취 해소제를 마신 송병천은 서해금의 부축을 받아 방으로 올라갔다. 도우미는 주방에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송민준은 한현진의 어린 시절이 담긴 사진첩을 들고 있는 송가람을 발견했다. 주먹을 꽉 움켜쥔 송가람은 어두운 곳에 있어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인지 가늠이 가질 않았다. 오직 주먹을 꼭 쥐고 있는 송가람의 손이 지금 그녀의 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송민준은 아무 말 없이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런 송가람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다. 그 사진첩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송가람은 테이블 위에 툭 소리 나게 던져 버리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올라갔다. 송가람이 시야에서 사라진 후, 송민준은 그제야 테이블 앞으로 다가가 사진첩을 집어들었다. 가죽으로 된 사진첩의 표지에는 송가람의 손톱자국이 선명했다. 송민준은 소리 없이 그 흔적을 쓸어내리고는 사진첩을 펼쳤다. 동생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려고 사진첩을 넘기던 송민준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흙물을 뒤집어쓴 사진은 어디 있지?’미간을 찌푸린 송민준이 사진첩을 처음부터 다시 넘겼다. ‘없어?’그는 고개를 돌려 식탁을 닦고 있던 도우미에게 물었다. “가람이 말고 이 사진첩 건드린 사람 또 있었어요?”잠시 생각하던 도우미가 말했다. “강 대표님께서 보셨어요. 도련님과 회장님께서 아가씨 차에 짐을 옮기실 때 강 대표님께서 사진첩을 잠시 보셨어요.”송민준의 눈가가 파르르 뛰었다. ‘사진을 훔쳐?’‘사람이 할 짓이야?’송민준은 사진첩에서 사진 몇 장을 빼내고는 사진첩을 덮어 다시 박스에 넣었다. 그러고는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나중에 아버지가 물어보시면 제가 몇 장 꺼내 사무실에 가져갔다고 하세요.”“네, 도련님.”저녁 늦게 잠이 든 데다 숙취까지 더해져 강한서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가 눈을 떴을 땐 이미 대낮이었다. 팔을 뻗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팔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멈칫하던 강한서가 고개를 돌리자 자기
입을 달싹이던 한현진이 또 입을 꾹 닫았다.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나지막이 말했다. “설마 우리가 어젯밤에—”한현진은 말하며 가볍게 박수쳤다. “떡이라도 친 줄 아는 거예요?”강한서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한현진을 쳐다보았다. “아니에요?”“당연하죠. 내가 미쳤어요?”한현진은 어이가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왜 강한서는 매번 자기가 취하기만 하면 대단해지는 줄 착각하는 거야? 뭔가 본인에 대해 큰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한현진의 말에 멈칫하던 강한서는 여전히 그 말을 조금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의 시선이 한현진의 목덜미에 닿았다. “그... 목에...”‘목?’거울을 가져온 한현진이 손을 뻗어 목덜미를 만지며 말했다. “아, 이거? 어젯밤 샤워하다가 조금 쓸렸어요.”“...”한현진이 강한서에게 다가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놀리듯 속삭였다. “네가 이렇게 만든 줄 알았던 거예요?”말하며 그녀는 목덜미를 강한서 쪽으로 들이밀었다. “한번 해 봐요. 비슷한지 비교해 보게.”그 말에 강한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한현진이 깔고 있던 셔츠를 힘껏 빼내더니 굳은 얼굴을 하고 욕실로 향했다. 그러자 한현진이 쯧 혀를 찼다. ‘재미없긴.’욕실에서 한참을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온 강한서는 잠옷만 입은 채 문 앞을 막고 서 있는 한현진을 볼 수 있었다. 머리의 물기를 닦던 강한서의 손이 멈칫 행동을 멈췄다. 그는 한현진을 피해 가려고 했지만 한현진이 걸음을 옮겨 또다시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강한서가 한현진을 내려다보았다. “왜요?”맑고 반짝이는 한현진의 눈빛이 강한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요.”잠시 말이 없던 강한서가 입을 열었다. “그럼 좀 비켜줄래요?”한현진이 눈꼬리를 예쁘게 휘며 웃었다. “그래요.”말하며 옆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한현진이 그만 바닥에 떨어진 물을 딛고 미끄러져 하마터면 다리가 찢어질 뻔했다. 다행히 남다른 운동신경의 강한서가 그녀의 겨드랑이 아래를 받쳐주어 넘어지지는 않을 수
강한서는 대체 무슨 계획이 있기에, 한현진이 그 계획에 끼어있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일까?잠시 생각에 잠겼던 한현진은 강한서를 믿고 이해하기로 했다. 강한서는 더는 각방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정인월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강한서의 본가로 향한 두 사람은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한현진은 나갔을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진 집안을 볼 수 있었다. 계단과 안방의 바닥에는 전부 두툼한 양털 카펫이 깔려 있었다. 멈칫하던 한현진이 고개를 돌려 강한서를 쳐다보았다. 강한서가 미간을 찌푸렸다. “할머니께서 너무 오바하셨네요.”“...”‘할머니께서 내가 아침에 미끄러졌던 걸 아신다고?’한현진이 입술을 짓이겼다. “이건 할머니께서 세심하신 거죠.”말하며 바닥에 깔린 카펫에 발을 올렸다. “꽤 부드럽네요.”강한서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만 한현진이 고개를 돌리자 그는 또 얼른 표정을 숨겼다. “전 서재에 갈게요.”“네.”대답한 한현진은 곧 고개를 숙이더니 살풋 웃음을 흘렸다. ‘유치하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건 여전하네.’설 다음 날, 송민준은 지난번 비행기 추락사고의 조사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M 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강한서는 집안 어르신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러 다녀와야 했다. 정인월은 친척 사이의 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매년 명절마다 찾아봬야 했다. 결혼했을 땐 매년 한현진과 강한서가 찾아뵀었지만 이혼을 한 지금 한현진과 함께 가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니 올해 새해 인사는 강한서가 혼자 다녀와야 했다. 한현진은 송민준에게 깔린느의 제일 유명한 향을 전부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할 일 없이 휴식 기간을 보내고 있던 터라 이 기회에 향수의 향을 구별하는 방법을 배울 생각이었다. 설 연휴가 지나면 회사로 들어가야 했으니 깔린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현진이 방에서 노트에 향을 기록하고 있던 그때, 차미주가 고스톱을 치자며 전화를 걸었다. “내가 가도 부족하잖아. 강한
송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집안 어르신들에게 아들은 정말 하찮은 존재인 것 같았다. 연결음이 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열이 전화를 받았다. 여전히 도도한 말투와 목소리였다. “누나, 왜요?”한현진이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고스톱 하러 올래?”의외의 제안에 한열은 어리둥절해졌다. 입술을 앙다물던 그가 말했다. “저 잘할 줄 몰라요.”“그러면 더 다행, 아니. 내 말은 괜찮다고. 내가 가르쳐줄게.”열애설이 터진 후 한열은 연말 시상식을 제외한 모든 스케줄을 미루거나 취소한 상태였다. 그러니 마침 한가하던 그는 한현진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한현진은 곧 한열에게 주소를 찍어 보냈다. 두 사람은 곧 클라우드 아파트 902호에 도착했다. 고스톱을 잘 못하다던 한열의 말대로 이미 한 시간 사이 4번이나 제일 낮은 점수로 패배를 경험했다. 점수가 제일 낮은 사람이 기프티콘을 보내기로 했었던 터라 세 사람은 휴대폰을 쓱 내밀며 “고마워, 동생.”이라는 말과 함께 한열이 얼른 기프티콘을 보내주기를 기다렸다. 한열은 그런 세 사람을 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이거 세 분이 짜고 치는 거죠?”차미주가 얼른 대답했다. “아니, 그럴 리가. 생사람 잡지 마.”한성우가 쯧 혀를 차며 말했다. “우리 둘은 안 믿어도 사촌 누나도 안 믿을 거야? 설마 누나가 동생을 속이기야 하겠어?”한현진이 큼 목을 가다듬었다. “아니면 내가 대신 사줄게. 처음이니까 연습 게임했다고 생각해.”일부러 생각하는 척 던진 한현진의 말에 한열은 괜한 의심을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괜찮아요. 저 돈 있어요.”말하며 한열은 통쾌하게 세 사람에게 기프티콘을 보냈다. 한현진은 있지도 않은 양심을 괜히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역시, 아직 어리네.“젠장.”차미주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다. “현진아, 너 다른 사람 연애사에 끼어든 제삼자가 됐어.”갑작스러운 말에 한현진이 어리둥절해졌다. 차미주가 휴대폰을 보며 기사를 읽어나갔다. “이열 커플, 공개 연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