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도 용서치 않아

빌어도 용서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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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변태에게 몹쓸 짓을 당한 뻔한 강유나는 초라한 꼴로 병원으로 들어간다. 병원 복도에 앉아 진찰 순서를 기다리던 그때 가녀린 여자를 끌어안고 다정하게 달래는 박현우를 보게 된다. 강유나는 어릴 적부터 좋아한 박현우를 보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문자 보냈는데 못 봤어?” “오늘은 수지 생일이라 기분 망치게 할 수 없었어. 그리고 누가 네가 진짜 변태를 만날 줄 알았겠어.” 눈살을 찌푸리며 혐오스러운 기색을 내비치는 박현우. “그래서 더럽혀지기라도 했어?” 강유나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린다. 다음 날, 강유나는 큰마음을 먹고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박현우는 딱히 신경도 쓰지 않는다. “걔는 개보다도 말을 잘 들어서 잡을 필요도 없어. 시간 지나면 알아서 고분고분 기어들어 올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떠나버린다. ... 6개월 후. 어느 날 새벽 2시, 박현우는 차 안에 앉아 마음속으로 수천 번도 되뇐 전화번호를 누른다. 전화를 받자마자 떨리기 시작한 그의 목소리. “보고 싶어.” 하지만 되돌아오는 건 상대의 코웃음뿐이다. “박 대표, 이 늦은 시간에 잠도 안 자고 고백하는 건 무슨 뜻일까?” 박현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유나 어디 있어? 유나 바꿔줘.” 진시훈은 옆에 누워있는 가녀린 그녀를 보며 입꼬리를 씩 올린다. “지금 바빠. 전화 받을 새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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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강유나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변태를 만난 것이다.그녀는 오늘 야근으로 자정이 넘어서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열쇠를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입과 코를 막았다.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비상계단으로 끌려갔다.뒤에서 남자의 불쾌한 숨결이 느껴졌다.“향기 좋네.”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뱀처럼 그녀를 휘감았다.극도의 공포 속에서 강유나는 남자를 껴안고 계단 아래로 굴렀다.다행히 그녀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지만 변태는 머리를 다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 덕에 그녀는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경찰서에서 조서를 마친 후, 강유나는 혼자 병원으로 왔다.그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몇 시간 전에 박현우에게 보낸 문자는 답장 없이 덩그러니 그대로 남아 있었다.“강유나 씨?”옆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나가 고개를 들어보니 박현우의 비서 서진호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무슨 일 있으셨어요?”“조금 골치 아픈 일이 있어요.”강유나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 서진호의 뒤에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한 가녀린 여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박현우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모습은 누가 봐도 그녀를 지켜주는 듯했다.박현우도 그녀를 알아보았다.“어쩌다 이 꼴이 된 거야?”평소에는 능숙하고 차가운 분위기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긴 머리가 헝클어져 어깨에 흩어져 있었고 흰색 정장에는 핏자국과 먼지가 묻어 있었으며 하얀 이마에는 찰과상의 흔적까지 있었다.강유나가 고개를 돌렸다.“문자 보냈는데 못 봤어?”“무슨 문자?”그가 휴대폰을 꺼내려는 순간, 옆에 있던 안수지가 고통스럽게 신음했다.“현우야, 나 좀 아파.”박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의사한테 검사받으러 가자.”그러고는 한마디 던지고 가버렸다.“진호야, 유나 좀 챙겨줘.”강유나는 내내 시선을 드리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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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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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중독
여자가 멍청하게 끌려다니지않아서 맘에드네
2025-01-02 21:18:0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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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 Su Kim
너무 재밌어요 빠른 업뎃 부탁드립니다
2025-01-01 19:44:2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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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순
빨리 업뎃해주세요~~~
2025-01-01 07:42:00
1
40 챕터
제1화
강유나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변태를 만난 것이다.그녀는 오늘 야근으로 자정이 넘어서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열쇠를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입과 코를 막았다.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비상계단으로 끌려갔다.뒤에서 남자의 불쾌한 숨결이 느껴졌다.“향기 좋네.”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뱀처럼 그녀를 휘감았다.극도의 공포 속에서 강유나는 남자를 껴안고 계단 아래로 굴렀다.다행히 그녀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지만 변태는 머리를 다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 덕에 그녀는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경찰서에서 조서를 마친 후, 강유나는 혼자 병원으로 왔다.그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몇 시간 전에 박현우에게 보낸 문자는 답장 없이 덩그러니 그대로 남아 있었다.“강유나 씨?”옆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나가 고개를 들어보니 박현우의 비서 서진호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무슨 일 있으셨어요?”“조금 골치 아픈 일이 있어요.”강유나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 서진호의 뒤에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한 가녀린 여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박현우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모습은 누가 봐도 그녀를 지켜주는 듯했다.박현우도 그녀를 알아보았다.“어쩌다 이 꼴이 된 거야?”평소에는 능숙하고 차가운 분위기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긴 머리가 헝클어져 어깨에 흩어져 있었고 흰색 정장에는 핏자국과 먼지가 묻어 있었으며 하얀 이마에는 찰과상의 흔적까지 있었다.강유나가 고개를 돌렸다.“문자 보냈는데 못 봤어?”“무슨 문자?”그가 휴대폰을 꺼내려는 순간, 옆에 있던 안수지가 고통스럽게 신음했다.“현우야, 나 좀 아파.”박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의사한테 검사받으러 가자.”그러고는 한마디 던지고 가버렸다.“진호야, 유나 좀 챙겨줘.”강유나는 내내 시선을 드리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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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유나는 자취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 호텔을 잡았다. 욕실에서 하얀 피부가 벌겋게 될 때까지 때를 벅벅 민 다음에 침대에 누웠다.웜톤의 침대 스탠드를 켜고 얇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몸을 움츠렸다.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면서 스르륵 잠이 들었다. 하지만 밤새 편히 자지 못하고 이런저런 꿈에 시달렸다.소년 시절의 박현우가 꿈에 나타나 강유나의 앞을 막아서면서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또 어두운 복도에서 낯선 남자가 그녀를 꽉 잡고 탐욕스럽게 냄새를 맡는 꿈도 꾸었다.마지막에는 안수지의 순진무구한 얼굴이 보이기도 했다. 안수지는 박현우의 품 안에서 옷깃을 잡고 비아냥거렸다.“강유나 씨는 한 마리 개 같아요.”오전까지 꿈에 시달리다가 전화 한 통에 잠에서 깼다. 전화를 받자마자 남자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죽 좀 만들어서 회사로 가져와.”강유나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지금 만들기엔 늦었어.”“월급 깎지 않을 테니까 늦게 와도 돼.”그녀는 전화를 끊고 나서야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위병을 앓는 박현우는 위병이 도질 때마다 강유나가 만든 죽을 먹곤 했다.강유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씻은 후 호텔 밑에 있는 가게에 들러 죽을 산 다음 회사로 가져갔다.해성 그룹은 시 중심의 금싸라기 땅에 위치해있다.본사의 고층건물이 구름을 뚫고 높이 솟아있었고 대표 사무실은 26층이었다. 대표의 수석비서인 강유나는 하도 자주 다녀서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을 정도였다.오늘 회사로 들어왔을 때 왠지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동료들이 한창 귓속말로 수군거리다가 강유나를 보고는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강유나는 기분이 찝찝하기만 했다. 평소 그녀와 가깝게 지내던 동료가 다가와서 말했다.“유나 씨, 대표님 사무실에 여자 직원이 한 명 늘었어. 새로 들어온 인턴 비서라고 하더라고...”강유나는 뭔가 알아채고 눈살을 찌푸렸다. 박현우의 사무실로 빠르게 걸어가 문을 열었다.커다란 사무실에 햇볕이 아주 잘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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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강유나는 회사 건물을 나섰다.지금까지 조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일찍 나와봤자 딱히 갈 곳이 없었다. 결국 고민하다가 자주 가는 카페로 향했다.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콩은 전부 브라질에서 공수해온 거라 커피 향이 진했고 그녀의 입맛에도 맞았다.카페 사장이 강유나를 알아보고 직접 라떼 한잔을 내려주었다.“오늘은 남자 친구랑 안 왔네요?”‘남자 친구? 박현우를 말하는 건가?’예전에 박현우와 자주 오긴 했었다.강유나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이젠 못 와요.”“헤어졌어요?”“죽었어요.”“...”강유나는 나무 의자에 앉아 숟가락으로 라떼를 천천히 저었다. 한 모금 마시려는데 휴대폰이 울렸다.“자기야,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왜 이제야 받아?”하주희였다. 이 큰 S시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곤 하주희뿐이었다.강유나의 목소리가 바로 다정해졌다.“일이 있어서 못 들었어.”“무슨 일인데? 박현우 그 인간쓰레기가 또 못살게 굴었어? 공적인 일을 처리해주는 건 그렇다 쳐도 시중까지 들게 하는 법이 어디 있어? 사람을 부려먹어도 적당히 부려먹어야지.”그동안 하주희는 강유나가 박현우에게 어떻게 헌신했는지 똑똑히 보았기에 맨날 박현우를 인간쓰레기라 욕했다. 정상적인 남자라면 진작 결혼해서 명분을 줬을 텐데.예전에는 하주희가 너무 심한 독설을 내뱉는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사람을 제대로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걱정하지 마. 이제는 못살게 굴 일도 없어.”“뭐야? 그 인간쓰레기가 드디어 명분을 준대? 드디어 재벌에 시집가는 거야? 자기야, 나 지금 당장 사표 낼 테니까 남은 인생 네가 먹여 살려줘.”하주희는 마치 자신이 재벌에 시집간 것처럼 좋아했다. 강유나가 미간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박현우한테 여자 친구가 생겼어. 내가 옆에 있어봤자 굴욕만 자초할 뿐이야.”하주희가 소리를 질렀다.“여자 친구라니? 여자 친구는 너잖아. 그러니까 네 말은 그 자식이 널 차버리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거야? 지금 속상해서 혼자 울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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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가뜩이나 속상해하는 애를 때리기까지 한 줄 알고 너무 흥분해서 그랬어. 박현우가 여자한테 손찌검까지 할 정도로 인간쓰레기라 생각했어.”집으로 돌아와 자초지종을 알고 나서야 하주희는 눈물을 멈췄다.“근데 걔도 잘한 게 없어. 변태를 만났다는데도 어떻게 내연녀랑 같이 있을 수 있어? 그런 인간쓰레기는 남자 구실 못하게 만들어야 하는데.”“안수지는 박현우 여자 친구야.”“여자 친구는 개뿔. 걔가 여자 친구면 그럼 넌 뭔데?”강유나의 청순한 얼굴에 쓸쓸함이 드리워졌다.“그러게. 난 뭘까? 관심이 없는 애완동물 정도겠지.”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그런 애완동물 말이다. 그녀를 버릴 땐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됐어. 이젠 그 인간쓰레기 얘기는 꺼내지도 마. 십 년 넘게 죽 쒀서 개 줬다고 생각해. 이 세상에 널린 게 남자인데 남자 하나 못 만나겠어?”강유나가 피식 웃었다.‘지금 다른 남자를 만날 기분이 어디 있다고.’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비에 절반 젖은 옷을 벗고 샤워했다. 샤워를 마친 후에는 젖은 머리를 닦으면서 침대에 앉았다.평소에도 하주희네 집에 자주 와서 자곤 했다. 갈아입을 옷과 생활용품도 다 있어 무척이나 편했다.침대 위에 놓은 휴대폰이 울렸는데 서진호가 보낸 문자였다.[강유나 씨, 대표님 오늘 오후에 협력 회의가 있는데 강유나 씨도 함께 가야 하니까 얼른 회사로 나오세요.]강유나는 휴대폰을 들고 문자를 작성한 후 발송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버리고 침대에 누웠다.어젯밤에 제대로 자지 못한 데다가 오늘 박현우에게 상처까지 받아서 심신이 몹시 지친 상태였다.이불을 덮자마자 하주희가 욕실에서 걸어 나오며 휴대폰을 들고 투덜거렸다.“우리 회사 대표는 왜 자꾸 어디 있냐고 묻고 난리야? 내가 분명 급한 일이 있다고 했는데.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질 않아?”“주희야, 바쁘면 가서 일 봐”“안 바빠. 네 옆에 있을 거야.”하주희도 이불을 덮고 그녀 옆에 누웠다.“자기야, 네가 지금 겉으로는 차분해 보여도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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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박현우가 고개를 돌렸다. 눈시울이 붉어진 안수지를 보고는 분노를 가라앉혔다.“네 잘못이 아니야. 온 지 얼마 안 돼서 모르는 건 당연한 거야.”“현우야...”안수지는 그의 품에 와락 안겨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박현우는 저도 모르게 짜증이 밀려왔다.만약 강유나가 있었더라면 절대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혼자 묵묵히 인정하고 수정한 다음 만회할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회사로 돌아온 박현우는 저녁도 먹지 않고 직접 협력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몇 시간 동안 설득한 끝에 다니엘은 드디어 그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었다. 양측은 며칠 후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일을 해결하고 나니 박현우의 기분도 한결 나아진 듯했다. 사무실을 나간 그때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안수지를 발견했다.“현우야, 어떻게 됐어?”“해결했어.”“정말? 너무 잘됐다. 역시 넌 참 대단해.”안수지의 두 눈이 빛이 날 정도로 반짝였다. 그 모습에 박현우의 기분도 많이 나아졌다.그는 안수지가 존경심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걸 좋아했다. 이건 여자가 남자에 대한 가장 좋은 칭찬이니까.하지만 강유나에게는 이런 눈빛이 없었다. 늘 차갑고 무뚝뚝하기만 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투정을 부리는 법이라곤 없었다.하늘이 무너져도 그의 품에 숨어서 우는 게 아니라 함께 헤쳐나갈 성격이었다. 너무 냉정해서 오히려 그녀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늦었으니까 들어가서 쉬어.”박현우는 안수지의 손을 먼저 잡았다. 안수지는 기쁨에 겨워하며 박현우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박현우가 그녀를 별장으로 데려가진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운전기사에게 그냥 그녀의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홀로 마이바흐를 운전하여 별장으로 돌아왔다.샤워를 마치고 잠이 들었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속이 쓰려 깨고 말았다. 위병이 도진 것이었다.저녁을 먹지 않은 데다가 연속 며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바람에 위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참다가 도우미 방의 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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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강유나는 택시를 타고 해성 그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하주희의 전화를 받았는데 어디냐고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러자 하주희는 친구끼리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함께해야 한다면서 박현우를 상대하러 무조건 오겠다고 했다.강유나는 그녀를 말리다 못해 그냥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한 시간 후 택시가 해성 그룹 앞에 멈춰 섰다.햇살이 우뚝 솟은 건물을 비춰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예전에 해성 그룹 본사는 이곳이 아니었다. 이곳은 새로 지은 건물이었다.5년 전 이 건물이 준공된 그날 박현우는 기분 좋은 나머지 술을 많이 마셨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잠이 들었는데 강유나는 그런 그의 곁을 지켰다.커다란 통유리 앞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와 그녀를 따뜻하게 끌어안았다.박현우의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뭘 보고 있어?”“여기서 보면 야경이 엄청 예뻐.”“나랑 이렇게 예쁜 야경을 볼 자격이 있는 여자는 너밖에 없어.”그러고는 강유나의 볼에 키스했다.“유나야, 평생 내 옆에 있어 줘.”강유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해성 그룹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엘리베이터에 탄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진화 그룹의 인사팀에서 보낸 문자였는데 면접을 보러 오라고 했다.강유나는 휴대폰을 가방 안에 넣고 26층에서 내린 다음 곧장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사무실 안, 박현우는 다리를 꼰 채 가죽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걸 보니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린 듯했다.그녀는 박현우에게 다가가 A4 용지 한 장을 내려놓았다.“사직서 프린트해서 가져왔어. 인사팀에 가서 절차 마무리할 테니까 사인해.”박현우는 꿈쩍도 하질 않았다.“언제까지 억지 부릴 거야?”“억지? 내가 지금 억지 부리는 거로 보여?”“수지가 네 일에 끼어드는 게 싫다면 수지한테 다른 쉬운 일 맡길 테니까 넌 계속 수석비서 자리에 있어. 걔가 널 방해할 일은 없을 거야.”박현우는 자신이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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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 순간 강유나의 마음은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하주희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손찌검까지 하려 했다.“그럼 예전에는 왜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박현우도 분노가 치밀어 올라 무서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하주희, 여긴 해성 그룹이야. 계속 소란을 피웠다간 가만 안 둬.”하주희도 예전에는 박현우를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아 눈에 뵈는 게 없었다.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앞을 막아선 서진호까지 밀어내면서 박현우를 때리려 했다.박현우가 경비원을 부르자 몇몇 경비원이 재빨리 다가와 하주희를 거칠게 끌어냈다. 그 모습에 강유나가 나서서 하주희를 지켜주었다.“주희 건드리지 마!”강유나가 박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주희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가만 안 둬. 박현우, 네 수석비서로 오랫동안 일해서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는 걸 명심해. 너도 내일에 해성 그룹의 부정적인 뉴스가 뜨는 걸 원치 않겠지?”“지금 날 협박해? 해성 그룹의 기밀을 발설했다간 감옥 간다는 거 몰라?”“주희를 건드리면 싹 다 말해버릴 거야.”강유나는 분노를 터트리며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두 눈에 경계와 분노, 그리고 적대심이 가득했다. 박현우를 이런 눈빛으로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박현우는 기분이 너무도 언짢았다.“이렇게까지 감싸고 돌 거야?”“그래.”강유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날 지켜주는 사람은 주희밖에 없거든.”박현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예전에 강유나에게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었다. 그는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하주희 데리고 당장 해성 그룹에서 꺼져!”하주희가 펄쩍 뛰었다.“우린 진작 가려고 했었는데 일을 크게 벌인 건 너잖아. 우린 뭐 이런 재수 없는 곳에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자기야, 가자.”박현우도 안수지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강유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따귀처럼 그녀의 얼굴을 힘껏 내리치는 것 같았다.직원들은 일하는 척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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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하주희의 추돌 사건 이후 강유나는 우울했던 마음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자기야, 기분이 좀 어때?”“괜찮아. 한바탕 울고 나니까 많이 나아졌어. 그리고 네가 벤틀리를 들이박았는데 내가 울 새가 어디 있어.”“진작 말할 것이지. 이런 일로 기분이 풀릴 줄 알았으면 박현우 그 자식 마이바흐를 냅다 들이박아 버렸을 텐데.”강유나는 실소를 터트리더니 하주희를 와락 끌어안았다.“역시 너밖에 없어.”“네가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긴 하지만 난 남자를 좋아해.”“알았어. 나중에 내가 돈 많이 벌면 남자를 열 명 소개해줄게.”“둘이면 충분해. 열 명 다 만나기엔 체력이 달려.”두 사람은 까르르 웃으면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강유나도 드디어 더는 박현우의 생각을 하지 않았다.저녁에 그들은 집에서 샤부샤부를 해 먹었다. 하주희는 채소를 씻었고 강유나는 요리를 담당했다.강유나의 요리 솜씨가 아주 뛰어났다. 그동안 박씨 가문에서 눈칫밥을 먹고 사느라 주방 일도 많이 했다.그 집에서 나온 후에는 박현우를 챙기면서 못하는 요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솜씨가 늘었다.강유나는 깨끗하게 씻은 야채를 접시에 가지런하게 담았고 쇠고기도 어찌나 얇게 잘 썰었는지 실제 식당을 방불케 했다.하주희는 맛있게 먹으면서 강유나를 걱정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자기야, 앞으로 어떡할 셈이야?”“진화 그룹에 가려고.”“뭐?”하주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박현우의 라이벌 회사잖아.”“응. 어떻게 생각해?”“너무 잘했어!”하주희의 두 눈이 다 반짝였다.“우리 유나 많이 컸구나. 진작 이렇게 나왔어야지. 박현우 그 자식이 상처를 주면 그대로 똑같이 갚아. 라이벌 회사에서 승승장구해서 박현우를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강유나가 말했다.“그 사람이 후회하든 말든 이젠 나랑 아무 상관이 없어. 난 그냥 다시 시작하고 싶을 뿐이야.”“그래, 그래. 자, 우리의 새로운 인생을 위하여 치얼스!”강유나는 콜라로 하주희와 건배했다....다음 날 하주희가 출근하러 간 후 강유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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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진시훈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강유나에게 건넸다.“천천히 훑어보고 문제없으면 사인해.”강유나는 계약서를 받고 소파에 앉아 열심히 훑어보았다. 그녀가 계약서를 보는 내내 진시훈은 그녀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했다.브라운톤의 긴 머리에 피부가 하얬고 이목구비도 아주 정교했다. 대충 앉아 있는데도 자태가 참 아름다웠다. 가늘고 긴 목에 글래머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애플힙 모두 완벽했다.진시훈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이내 다른 곳을 쳐다보았다.계약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박현우가 주는 연봉보다 더 많았다. 강유나는 고민 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입사 축하해.”진시훈이 웃음을 지어 보였다.강유나는 더 머무르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내일 시간 맞춰 출근할게요.”그러고는 나가려다가 문 앞에서 다시 돌아섰다.진시훈이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그때 강유나가 돌아선 걸 보고는 입에 담배를 물고 물었다.“할 얘기 더 남았어?”“지난번에 우리한테 우산도 주고 어젠 대표님 차를 들이박았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았어요. 혹시 왜 그랬는지 여쭤봐도 될까요?”“난 착한 사람이니까.”“...”‘착하긴 개뿔.’강유나가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설마 예전부터 계속 절 스카우트하려고 준비한 건 아니죠?”‘다 내가 전부터 계획한 거라고?’진시훈이 웃음을 터트렸다.“생각보다 자기애가 좀 심하네?”강유나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진시훈은 그런 그녀를 그윽하게 쳐다보았다.“우린 어릴 적부터 아는 사이였어. 아는 사람을 더 챙겨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우리가 어릴 적에 만난 적이 있다고요?”진시훈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그만 나가봐.”강유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진시훈의 사무실에서 나왔다. 문이 닫힌 그때 진시훈이 코웃음을 쳤다.“역시 배은망덕한 계집애야.”...양지성과 함께 입사 절차를 마친 후 양지성은 그녀에게 회사 자료와 입사 규칙을 건넸다.돌아가는 길에 강유나는 기억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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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강유나?’정태호가 금테 안경을 올리며 쳐다보았다. 잘못 본 줄 알고 가서 확인하려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정민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왜 아직도 안 와? 우리 한참이나 기다렸단 말이야.”“금방 갈게.”정태호는 전화를 끊고 곧장 2층 VIP 룸으로 들어갔다. 정민호, 박서윤, 그리고 박현우가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 가녀린 여자 한 명이 더 있었다.그는 양복 외투를 벗어 소파에 던지면서 물었다.“강유나 씨는 왜 안 왔어?”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룸 안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박현우가 대답했다.“걔 회사 그만뒀어. 이젠 해성 그룹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야.”“둘이 헤어졌어?”“우리가 언제 만난 적이 있어?”박현우의 잘생긴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더니 옆에 앉은 안수지를 와락 끌어안았다.“소개할게. 내 여자 친구 안수지야.”안수지가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그런데 정태호는 못 들은 것처럼 무시해버렸다.“우리가 유나 씨랑 알고 지낸 지 몇 년인데 아무리 그만둬도 친구잖아. 이 자리에 불렀어야지.”박서윤이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친구는 무슨. 태호 오빠, 걔는 그냥 도우미의 딸이야. 현우 오빠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랑 어울릴 자격도 없었어. 그리고 그런 배은망덕한 애는 진작 차버렸어야 해.”“무슨 일 있었어?”“오늘 엄마가 몸이 안 좋아서 강유나더러 집에 와서 갈비탕 좀 끓여달라고 했더니 걔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사표 냈다면서 이젠 박씨 가문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래.”정민호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야. 현우 형이 유나 씨한테 그렇게까지 했는데 여기 오면 체면이 구겨지긴 하지.”“우리 오빠 앞에서 개처럼 벌벌 기는 걔가 무슨 체면이 있다고. 예전에도 여러 번이나 삐졌었는데 결국에는 다시 고분고분 돌아왔잖아. 이번에도 그냥 삐진 척하는 거야.”박서윤은 눈을 희번덕거리고는 박현우를 쳐다보았다.“오빠, 강유나가 이번에 오빠한테 고개를 숙이면 절대 쉽게 용서하지 마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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