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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작가: 아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30 13:49:48
이 순간 강유나의 마음은 완전히 차갑게 식어버렸다.

하주희는 너무도 화가 난 나머지 손찌검까지 하려 했다.

“그럼 예전에는 왜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박현우도 분노가 치밀어 올라 무서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하주희, 여긴 해성 그룹이야. 계속 소란을 피웠다간 가만 안 둬.”

하주희도 예전에는 박현우를 두려워했지만 지금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아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옷소매를 걷어 올리며 앞을 막아선 서진호까지 밀어내면서 박현우를 때리려 했다.

박현우가 경비원을 부르자 몇몇 경비원이 재빨리 다가와 하주희를 거칠게 끌어냈다. 그 모습에 강유나가 나서서 하주희를 지켜주었다.

“주희 건드리지 마!”

강유나가 박현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주희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가만 안 둬. 박현우, 네 수석비서로 오랫동안 일해서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는 걸 명심해. 너도 내일에 해성 그룹의 부정적인 뉴스가 뜨는 걸 원치 않겠지?”

“지금 날 협박해? 해성 그룹의 기밀을 발설했다간 감옥 간다는 거 몰라?”

“주희를 건드리면 싹 다 말해버릴 거야.”

강유나는 분노를 터트리며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두 눈에 경계와 분노, 그리고 적대심이 가득했다. 박현우를 이런 눈빛으로 쳐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박현우는 기분이 너무도 언짢았다.

“이렇게까지 감싸고 돌 거야?”

“그래.”

강유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날 지켜주는 사람은 주희밖에 없거든.”

박현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예전에 강유나에게 평생 지켜주겠다고 했었다. 그는 괜히 짜증이 밀려왔다.

“하주희 데리고 당장 해성 그룹에서 꺼져!”

하주희가 펄쩍 뛰었다.

“우린 진작 가려고 했었는데 일을 크게 벌인 건 너잖아. 우린 뭐 이런 재수 없는 곳에 오고 싶어서 온 줄 알아?”

“자기야, 가자.”

박현우도 안수지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

강유나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따귀처럼 그녀의 얼굴을 힘껏 내리치는 것 같았다.

직원들은 일하는 척했지만 사실은 계속 그들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오늘 전까지만 해도 직원들은 강유나가 미래의 박씨 가문 사모님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바뀌었다.

...

해성 그룹 건물에서 나온 후에도 하주희는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칼로 찔러도 시원치 않을 놈. 쟤는 정말 인간쓰레기야! 게다가 눈까지 삐었어. 너처럼 좋은 여자를 두고 어쩜 저런 여우 같은 년을 좋아하는지, 참. 안수지인지 뭔지 걔는 딱 봐도 여우야.”

강유나는 뒤에서 따라가다가 그녀의 미니쿠퍼에 올라탔다.

하주희는 핸들을 잡고도 끝없이 욕했다. 강유나는 조용히 뒷좌석에 탔다.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길을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박현우와 이런 식으로 끝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은 처음부터 같은 길을 갈 사람이 아니었다.

강유나의 아버지는 박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어머니는 도우미였다. 평범한 가정이었지만 참으로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여섯 살 되던 해 강유나의 아버지는 박현우의 할아버지를 지키다가 칼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충격을 버티지 못한 어머니는 아버지의 발인 날 수면제를 먹고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안은 채 침대에서 눈을 감았다.

박씨 가문에서는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혼자 남은 그녀를 입양하여 박씨 가문에서 지내게 했다.

말이 입양이지 사실은 예전에 강유나의 어머니가 지내던 도우미 방에서 지냈고 그녀를 전혀 신경 쓰지도 않았다.

강유나와 박현우는 한 지붕 아래에서 자랐지만 완전히 다른 삶을 보냈다.

밥을 먹을 땐 도우미들과 함께 먹었고 학교도 홀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부모님이 돌아가면서 남긴 돈이 조금 있었는데 입을 옷이 없을 때면 마음씨 고운 도우미 이모가 그녀를 데리고 나가 저렴한 옷을 사 입히곤 했다.

변수는 6살 되던 그해에 발생했다.

정민호와 다른 몇몇 애들이 언제부터 강유나를 여겨봤는지 옷을 촌스럽게 입는다고 계속 놀렸다. 시골에서 온 촌뜨기라면서 쓰레기나 줍는 애 같다고 비웃었다.

부모를 여읜 후 강유나는 소심하고 겁이 많아졌다. 부유한 생활만 누리며 살아온 애들이 놀려도 얼굴만 빨개질 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놀림을 당하다가 어느 날 박현우가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줄무늬 양복을 입고 파란 나비넥타이를 한 박현우는 망설임 없이 강유나를 뒤로 잡아당기며 감싸주었다.

“그 입 다물어! 앞으로 얘는 내가 지켜. 한 번만 더 유나를 괴롭혔다간 가만 안 둬.”

그 이후로 강유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박현우는 그녀와 함께 박씨 저택의 거실로 들어갔고 새로 산 배 모형 장난감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책도 선물해 주었고 피아노를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마치 한 줄기의 빛처럼 그녀의 어두웠던 삶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그 뒤로 강유나는 박현우의 발걸음만 쫓아다녔다. 19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그의 옆에 설 자격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게 다 그녀만의 환상이었다. 19년 동안 버텨온 것과 한결같던 마음을 박현우가 완전히 부숴버렸다.

박현우에게 있어서 강유나는 한낱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어느새 눈물이 얼굴을 흠뻑 적셨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 손으로 아무리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우는 것조차 들키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흐느끼는 소리는 감추지 못했다.

계속 욕설을 퍼붓던 하주희가 문득 이상함을 감지하고 백미러를 올려다보았다. 강유나가 눈물범벅이 되도록 펑펑 울고 있었다.

순간 움찔하여 정신을 딴 데 판 나머지 앞 차량과 추돌하고 말았다.

“젠장...”

엄청난 관성에 강유나는 슬픔조차 잊어버렸다. 하주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자기야, 어떡해? 벤틀리를 박은 것 같아.”

강유나는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서 협상할 테니까 무서워하지 마. 보험으로 처리하면 돼. 나머지 배상금은 내가 해결해줄게.”

“지금 이 상태로 뭔 협상을 한다고 그래? 내가 갈게.”

하주희가 위로의 눈빛을 보내고 차 문을 열려던 그때 상대가 먼저 차에서 내려 다가왔다. 그런데 상대의 얼굴을 본 순간 하주희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응? 저번에 우리한테 우산을 주던 그분 아니야?”

양지성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두 사람을 만날 줄은 생각지 못했다.

“두 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러고는 벤틀리의 뒷좌석으로 걸어갔다.

에어컨을 시원하게 틀어놓은 차 안에서 진시훈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아래로 늘어뜨리자 더 차갑게 느껴졌다.

“무슨 일이야?”

양지성이 고개를 숙이고 그에게 뭐라 속삭였다.

강유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벤틀리 뒷좌석의 유리창이 반쯤 내려갔다. 안에 앉은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손을 창밖으로 내밀어 흔들었다.

하주희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유나야, 손을 보니까 엄청 잘생긴 남자인 것 같은데?”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그걸 생각하고 있어?”

“이미 들이박은 마당에 뭘 어쩌겠어. 이런 즐거움이라도 찾아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양지성이 다시 다가왔다.

“저희 대표님께서 손해가 별로 크지 않으니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만 가셔도 됩니다.”

“세상에 어쩜 이렇게 좋은 분이 다 있어요? 지난번에는 우산을 주더니, 이번에는 책임도 묻지 않고. 정말 복 받으실 겁니다. 혹시 연락처라도 좀 알 수 있을까요? 나중에 저희가 밥이라도 대접해 드리려고요.”

‘좋은 분? 우리 대표님이? 정말 올해 들은 말 중에서 가장 우스운 말이야.’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앞으로 운전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하주희도 더는 뭐라 하지 않고 미니쿠퍼에 시동을 걸고 가버렸다.

그들이 떠난 후 양지성은 다시 벤틀리에 탔다.

“대표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근데 강유나 씨가 울었는지 눈이 벌겋게 됐더라고요.”

“울었다고?”

진시훈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그가 코웃음을 쳤다.

“남자한테 차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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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14화

    “나가라고 했잖아!”사무실 안, 가죽 의자에 앉은 박현우는 온몸에서 흉포한 기운을 풍겼다.안수지인걸 보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너였어?”“현우야... 기분 안 좋아 보여서 걱정돼서 왔어.”“난 괜찮아.”“이렇게 화를 내는데 어떻게 괜찮아? 무슨 일인지 나한테 말해 봐, 내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안수지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까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네 짐을 덜어주고 싶어.”“네가 도울 일이 아니야.”회사 일이라 안수지의 능력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강유나라면 도움이 됐을 텐데.강유나를 떠올리자 이미 불쾌했던 박현우의 기분은 더욱 악화되었다.안수지는 포기하지 않았다.“현우야, 그러지 마.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아직 점심도 안 먹었잖아. 우리 건물 아래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있던데 같이 가서 먹자. 위도 안 좋은데 굶으면 안 되잖아.”“안 가.”이런 상황에 무슨 밥 생각이 나겠는가!안수지가 다시 설득하려는 순간, 박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았다.“엄마, 무슨 일이세요?”“현우야, 서윤이한테 들었는데 유나가 해성을 버리고 진화로 갔다며?”또 강유나였다.박현우는 이마를 짚으며 꾹 참고 말했다.“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걔가 네 뒤꽁무니만 몇 년을 쫓아다녔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뒤돌아서! 우리 박씨 가문이 배은망덕한 년을 키운 거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거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당장 걔 다시 불러와! 우리 박씨 가문에서 힘들게 키워서 성공시켰더니 경쟁사에 갖다 바치게 생겼잖아!”“해성이 강유나가 없으면 망하기라도 해요?”박현우는 잘생긴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유나 얘기하시려고 전화한 거면 그만 하세요.”“중요한 얘기가 하나 더 있어.”유미진의 목소리에는 불쾌함이 가득했다.“너 안수지라는 여자 친구 사귄다며?”“네, 그런데요.”“내가 사람 시켜서 알아봤는데 그 안수지라는 애는 시골 깡촌 출신에 학력도 별 볼 일 없고 집안은 우리 박씨 가문 문턱에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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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15화

    “대표님.”강유나는 대표실로 돌아와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들어가 보니 진시훈은 훤칠하게 긴 다리를 편하게 겹쳐 놓고 한 손은 머리 뒤에 얹은 채, 다른 손에는 담배를 끼고 옆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는 눈을 살짝 감고 마치 잠든 것 같았다.강유나는 도시락을 한쪽에 두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남자는 지나치게 잘생긴 얼굴과 뛰어난 윤곽,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을 때는 마치 만화 속에서 막 걸어 나온 느긋한 귀족 도련님 같았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참 동안 그를 바라보았다.이때 진시훈이 갑자기 눈을 떴다.“저기, 대표님, 식사 가져왔어요...”강유나는 약간 당황하며 시선을 피하고 진시훈에게 도시락을 건넸다.붉어진 그녀의 귀를 보며 진시훈은 느긋하게 일어났다.“이렇게 오래 안 오길래 변절해서 눈먼 전 사장한테 돌아간 줄 알았지.”“저는 절대 돌아가지 않아요.”강유나는 곧바로 변명했지만 방금 아래층에서 박현우와 만났던 일이 떠올라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대표님, 저 먼저 나가볼게요.”“이따가 네 치수를 보내 놔. 드레스를 골라 보낼 테니까.”“저한테요?”강유나는 놀란 얼굴로 돌아섰다.진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일주일 후에 대형 자선 만찬회가 있는데 파트너와 함께 참석할 예정이야. 강 비서, 함께 가 줄래?”대형 자선 만찬회라...그렇다면 박현우도 분명히 있겠지?“가기 싫으면 거절해도 돼.”진시훈은 그녀의 난감한 표정을 눈치챈 듯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강유나: “갈게요.”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박현우를 피해야 한단 말인가.그렇다고 앞으로 평생 그를 피해 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식사 후, 강유나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일에 몰두했다.다니엘과의 협의는 순조로웠다. 진시훈이 그에게 이미 이야기를 해 놓았는지 그녀가 진화에 나타난 것을 보고도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이야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그는 미소를 지으며 강유나의 능력을 칭찬했다.“그러고 보니 해성의 새 수석 비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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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40화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안수지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 익숙한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그녀는 박현우에게 몸을 기대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그 사람 유나 언니 아니야? 역시 예쁜 사람은 어디서든 인기가 많네. 진화의 대표님이 감싸주더니 이젠 또 새로운 구애자인가 봐.”박현우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안수지는 그의 손을 잡았다.“현우야, 왜 그래?”“아니야, 내리자.”안수지는 순순히 차에서 내려 그와 함께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모니카가 다가왔다.“박 대표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어떻게 오셨어요?”“여자친구에게 드레스를 골라주려고요.”그는 안수지를 앞으로 살짝 밀었다.모니카는 안수지에게 시선을 두고 몇 마디 칭찬한 후 그녀를 데리고 전용 피팅룸으로 안내했다.이곳의 피팅룸은 모두 넓은 공간에 전담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했다.박현우는 따라가지 않고 강서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강서욱은 섹시한 모델을 데리고 쇼핑백 여러 개를 들고 매장을 나서려던 참이었다.“박 대표님, 정말 우연이네요.”그는 건성으로 인사했다.박현우는 손을 뻗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강유나랑 무슨 사이지?”강서욱은 코웃음 쳤다.“무슨 사이냐고? 예쁘니까 좀 알아가고 싶어서요. 안돼요?”박현우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경고가 서려 있었다.“그녀에게서 떨어져.”“참 이상하네요. 박 대표님은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설마 강유나가 대표님 소유물이라도 되는 건가요? 이젠 해성도 다 떠났는데 다른 사람이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시겠다?”“감히 그녀를 건드리면 죽을 줄 알아!”“그럼 한번 해 보시죠.”강서욱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과연 누가 누굴 죽이는지 보자고요!”“현우야...”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수지는 흰색 드레스를 들고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서욱은 코웃음 쳤다.“박 대표님, 여자친구가 저기 계시네요. 주제 파악 잘하시고 오지랖 부리지 마세요.”그는 모델을 껴안고 의기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9화

    강유나는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강서욱은 따라왔다.“강유나 씨는 어차피 닳고 닳은 여자잖아. 박현우랑 그렇게 오래 자고도 아무것도 얻은 게 없지? 그냥 나랑 만나. 한 달에 6천만 원 줄게.”“꺼져!”“1억? 하아, 설마 자신이 2억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는 입술을 핥으며 강유나에게 다가왔다.“2억도 좋아. 하지만 좀 더 자극적인 걸 해야겠지. 네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짝!강서욱의 뺨에 강력한 따귀가 작렬했다.“내 앞에서 꺼지라고 했어! 여긴 CCTV도 있으니까 당장 꺼지지 않으면 성희롱으로 신고할 거야!”강서욱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칫, 성깔 하나는 대단하네. 내가 겁먹을 줄 알아?”그가 강유나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다음 행동을 취하려는 순간,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들렸다.“뭐 하는 짓이야!”하주희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빠르게 달려왔다.모니카도 뒤따라와서 바로 말했다.“강서욱 씨, 그만 손 놓으시는 게 좋겠어요. 강유나 씨는 진 대표님께서 직접 드레스 피팅을 위해 저에게 맡기신 분입니다.”진시훈의 이름이 나오자 강서욱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그는 천천히 강유나의 손목을 놓고는 비웃듯 말했다.“대단해. 박현우와 헤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남자를 찾다니. 인기가 대단하셔~”강유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걱정 마. 어떻게든 네 차례는 안 올 테니까.”“말은 그렇게 일찍 하는 게 아니야.”강서욱은 목소리를 낮추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강서윤 씨, 그 행운이 영원하길 빌어. 내 손에 걸리지 않도록.”말을 마치자 그는 음흉하게 웃고는 떠났다.그가 가자 하주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자기야, 방금 그 변태가 가면서 너한테 뭐라고 했어? 너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분해서 하는 말이었어.”“강제로 안 되니까 분풀이하는 거야?”하주희는 모니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방금 그 인간 말종은 도대체 누구예요?”모니카가 말했다.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8화

    다음 날은 마침 주말이었다.강유나는 원래 진시훈과 함께 드레스를 보러 갈 예정이었지만 진시훈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아침 일찍 해외로 출국하게 되었다.그는 전화로 담당자를 이미 연결해 놓았으니 혼자 가면 된다고 말했다.마침 하주희가 쇼핑하자며 찾아왔기에 강유나는 그녀와 함께 드레스를 보러 갔다.담당자인 모니카는 혼혈이었는데, S 시 브랜드 대리인일 뿐만 아니라 패션 잡지 회사 사장이기도 했다.많은 연예인이 그녀의 잡지에 실린 적이 있었다.강유나를 보자마자 모니카는 칭찬했다.“강유나 씨는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제가 본 많은 여자 연예인들보다 훨씬 빛이 나요!”강유나는 겸손하게 미소 지었다.이때 옆에 하주희는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죠. 우리 유나는 원래 이렇게 예쁘답니다. 유나의 절친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워요.”강유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하주희는 장난스럽게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자기야, 진심이야. 아, 내가 왜 남자가 아닐까?”“네가 남자였으면 감방에 넣어줬을 거야.”“차마 그러진 못 하겠지~”하주희는 강유나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자기야, 얼른 들어가서 입어 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 기대할게!”맞춤 제작된 몇 벌의 드레스는 명품 C 브랜드의 예약 판매 상품이었다.진시훈도 어떻게 구했는지 특별히 그녀를 위해 공수해 온 것이었다.모니카는 커튼을 치고 직접 강운희가 드레스를 입는 것을 도왔다.드레스를 다 입은 강유나는 커튼을 걷으며 물었다.“어때?”하주희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유나야, 너무 예뻐! 자선 만찬회가 시작되면 넌 분명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거야!”말을 마친 하주희는 턱을 쓰다듬으며 음흉하게 웃었다.“그 자리엔 재계, 정계 거물들이 다 모일 테니 그 쓰레기 박현우도 분명 있겠지...”그녀는 마치 박현우가 후회하며 벽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했다.생각만 해도 통쾌했다.강유나는 거울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이렇게 화려한 옷을 입어 본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7화

    박 씨 저택에서.박현우는 막 욕실에서 나왔다.샤워를 하고 나니 화가 좀 누그러졌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가 무심코 전화를 받자 안수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현우야, 아까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좀 일이 있어서 못 받았어.”“할머니는 좀 어때?”안수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내일 뭐 좀 사서 할머니 보러 갈까?”박현우는 옆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고개를 숙여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필요 없어. 할머니는 유나를 보고 싶어 하셨는데, 오늘 만났으니 많이 좋아지셨어.”안수지는 침묵했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현우야, 할머니도 나를 싫어하시는 거야? 어머니랑 여동생도 싫어하는데 이제 할머니까지... 왜,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그녀는 박현우의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었다. “그들이 싫어하면 싫어하는 거지. 너랑 만나는 건 나잖아.”“그래서... 현우야, 넌 나를 좋아하는 거지?”박현우는 “좋아해”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그저 짧게 대답했다.“어.”안수지의 목소리는 금세 밝아졌다.“현우야, 너만 나 좋아해 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바로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정민호의 문자였다.그가 보낸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 박현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사진에는 강유나와 진시훈이 있었다.두 사람은 로맨틱한 프랑스 레스토랑 안에서 마주 앉아 있었는데 정민호의 사진 촬영 각도 때문인지 레스토랑의 조명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매우 다정해 보였다.안수지는 계속해서 재잘거렸지만 박현우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건성으로 몇 마디 대꾸한 후 전화를 끊었다.그가 초조하게 담배를 비벼 끄며 장소를 물어보려던 참에 정민호의 문자가 다시 도착했다.[형, 올래? 유나가 진짜 진시훈한테 넘어갈 것 같아!]박현우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그는 문자를 보냈다.[나랑 무슨 상관이야.]강유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6화

    박현우는 옆에 있는 마이바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손이 아팠다.벤틀리 안에서 강유나는 조수석에 앉아 티슈로 빗물을 닦고 있었다.차가 얼마쯤 달린 후, 진시훈은 갑자기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서 부드러운 담요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걸로 닦아.”“고마워요.”강유나는 작은 담요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았다.그러다가 담요를 내려놓을 때에야 차가 아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고개를 돌리니 진시훈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몸을 돌려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강유나는 손을 멈췄다.“대표님?”“유나야, 너 소문과 좀 다른데.”진시훈의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박현우를 끔찍이 사랑한다더니 아주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아.”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저도 사람이에요.”그녀에게도 최소한의 기준, 자존심, 마음이 있었으니 박현우가 계속 짓밟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진시훈은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넌 사람이지만 박현우는 아니지.”“...”그는 욕하는 데 능숙해서 강유나도 어떤 면에서는 익숙해져 있었다.그녀가 물었다.“대표님은 왜 아직 여기에 계셨어요?”“할머니 뵙고 바로 간다고 했잖아. 나도 오늘 별일 없어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진시훈은... 일부러 나를 기다렸다고?’강유나는 미안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속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대표님, 저녁 식사할 생각 있으세요? 만약 있다면, 우리...”“있어.”진시훈은 고개를 돌렸다. 깊은 눈동자가 유난히 아름다웠다.“뭘 먹으러 갈까?”강유나: “오늘은 대표님 생일이니까 대표님이 골라요.”...30분 후, 벤틀리는 프랑스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섰다.강유나는 진시훈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실내 조명은 은은했고 중앙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아한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테이블에는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명백히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다.그녀는 무심코 진시훈을 바라보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5화

    할머니가 주무시고 나서야 둘은 방을 나왔다.문을 닫자마자 강유나는 박현우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 박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왜 그래? 내가 뭐 더러운 거라도 되는 것처럼?”“할머니 앞에서만 그런 척한 거였어. 이제 할머니께서 주무시니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강유나는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박현우도 따라갔다.“어디 가?”“돌아갈 거야.”“이렇게 늦었는데?”“내 일이니까 신경 꺼.”강유나는 단호하게 걸어갔다. 아래층에 도착하자 이 씨 아주머니가 기장 떡과 탕수육을 들고나오는 것이 보였다.유미진은 소파에 앉아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안고 비꼬듯 말했다.“어머님께서 시키신 거니까 먹어.”강유나: “괜찮아요. 저녁은 이미 먹었어요.”“안 먹겠다면 말고. 내가 정말 네 같은 배은망덕한 계집애를 붙잡고 싶은 줄 아냐?”“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저도 오지 않았을 거예요.”“뭐라고?!”유미진은 눈을 부릅떴다.“유나야, 이젠 기가 붙었구나? 감히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당장 나가!”강유나는 돌아서 나갔다.밖에는 언제부터인지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얼굴에 닿는 감촉은 차갑고 따가웠다.그녀는 별장 입구까지 걸어갔는데 뒤에서 갑자기 두 개의 자동차 전조등이 밝게 비추었다.박현우의 차가 그녀 옆에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가고 그의 짜증스러운 얼굴이 드러났다.“타!”강유나가 차갑게 말했다.“됐어. 택시 타고 갈 거야.”“여기서 무슨 택시를 타? 유나야,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타!”강유나는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박현우는 주먹을 쥐었다.그는 강유나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다.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그런 황소고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고칠 줄도 모르는지.박현우는 쫓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강유나가 돌아보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빗물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로 흘러내려 그러잖아도 아름다운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4화

    “할머니, 아줌마.”유미진은 그녀를 흘끗 보고 차갑게 응수했지만 할머니는 너무 반가워했다.“유나 왔구나! 어서 와, 얼굴 좀 보자!"강유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침대 옆에 앉았다.“거의 일 년 만이네. 유나야, 살 빠졌어.”할머니는 유미진에게 분부했다.“아주머니에게 유나가 좋아하는 기장떡하고 탕수육 좀 만들어 놓으라고 해. 많이 먹고 살 좀 찌워야겠어.”유미진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뭔가 말하려는 순간, 할머니가 심하게 기침을 했다. 결국 유미진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강유나는 할머니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할머니, 어쩌다 또 편찮으세요?”“아이고,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괜찮아. 너를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병도 다 나은 것 같구나.”“그래도 몸조심하세요.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먹고 싶은 건 없고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래.”할머니는 강유나의 손을 잡았다.“유나야, 할머니에게 솔직하게 말해보렴. 왜 해성에서 나왔니? 혹시 현우 그 녀석이 널 괴롭혔어?”강유나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아니요, 제가 스스로 해성을 나온 거예요.”“왜? 너는 항상 현우를 좋아했잖니?”“저...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 저에게 잘해줘서 저도 계속 잘해준 것뿐이에요. 단지 일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어서 해성을 나온 거고요.”“그러니까 너희 둘 사이에는 가능성이 없다는 거니?”할머니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할머니...”강유나가 할머니의 등을 토닥여 드리며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박현우가 할머니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할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걱정하시면 안 돼요. 나와 유나 사이에는 아무 문제 없어요.”할머니의 눈빛이 다시 밝아졌다.“정말이냐?”“네. 젊은 연인들끼리 다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할머니도 저희 싸우는 거 많이 보셨잖아요. 다 금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3화

    박씨 가문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지만 강유나를 챙겨준 어른은 박현우 할머니뿐이었다.그런데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바깥출입을 삼가다가 결국에는 경치 좋은 요양원으로 가셨다.비록 곁에 계시진 않지만 강유나의 생일 때마다 할머니는 선물을 보내주곤 했다.강유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진시훈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무슨 일이야?”강유나는 다소 어색하게 말했다.“대표님, 저녁 식사는... 나중에 다시 할 수 있을까요? 급한 일이 생겼어요.”할머니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 왔기에, 강유나는 이번에 가지 않으면 다시는 뵙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그랬다간 평생 자책하며 살 것 같았다.하지만 오늘은 진시훈의 생일이었다. 일 년에 단 한 번뿐인...진시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어디 가는 건데? 데려다줄게.”강유나는 다소 놀랐다.“화 안 나세요?”“아니.”진시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고귀한 얼굴에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나와 생일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고 또 바람을 맞혔지만 난 성격 좋으니까 화 안 나.”강유나: “...”분명히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진시훈은 강유나가 알려준 길을 따라 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에 그녀를 데려다주었다.그는 눈앞의 저택을 바라보며 깊은 눈동자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드리웠다.“어쩐지 길이 점점 익숙하다 했더니 박 씨 저택이잖아. 그럼 아까 그 전화는 박현우였어?”강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진시훈은 별다른 말 없이 차 문 잠금장치를 풀었다.“내려.”강유나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돌아와 차창을 두드렸다.진시훈은 담배를 꺼내려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어둑한 불빛에 반쯤 가려진 옆얼굴은 더욱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그는 차창을 내렸다.“왜 그래?”“내가 여기에 온 건 현우 때문이 아니라 할머니가 아프셔서 왔어요. 할머니는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걱정돼서요. 할머니를 뵙고 바로 갈 거예요.”강유나는 진시훈에게 잘 보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2화

    두 개의 손목시계였다.정교하고 독특한 디자인에 차가운 금속 광택이 빛나는 것이 보기만 해도 비싸보이는 시계였다.진시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고맙지만, 왜 시계를 두 개나 줬어? 내가 솔로라고 놀리는 거야?”심민준은 웃었다.“여자 시계는 유나 주면 되잖아.”“안 받을걸.”“그건 네가 알아서 해.”심민준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특별한 날인데, 저녁에 한잔할래?”진시훈은 시계를 챙겨넣으며 말했다.“뭐가 특별한 날인데? 나 생일 안 챙기는 거 알잖아.”“또 그러네.”심민준은 혀를 찼다.하지만 그는 익숙했다. 그 사건 이후로 진시훈은 생일을 챙기지 않았으니까.똑똑--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진시훈의 허락을 받고 강유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심민준을 보고 그녀는 인사했다.“심 대표님.”“왜 이렇게 격식을 차려? 우리 오래 알고 지냈잖아. 예전처럼 불러.”강유나는 다시 호칭을 바꿨다.“민준아.”심민준은 예전에는 박현우의 집에도 자주 왔었기에 그녀와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었다. 다만 언제부턴가 발길이 뜸해졌을 뿐이었다.그녀는 지난번 클럽에서야 그가 진시훈과 가깝게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대표님.”강유나는 다가와 작은 케이크를 진시훈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케이크 맛있는데 한번 드셔 보세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진시훈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의아해하는 순간, 옆에서 심민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시훈아, 네 생일 기억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나봐.”강유나는 깜짝 놀랐다.“대표님, 오늘... 생일이세요?”“어.”진시훈은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끄며 눈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럼 강 비서도 생일 선물 준비했어?”“...”강유나가 말했다.“사실 오늘이 생일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따로 챙겨드릴게요.”“농담이야.”진시훈은 케이크를 가져오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생일 안 챙겨.”강유나는 그 말에서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지만 착각인지 확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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