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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아울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30 13:49:48
다음 날, 강유나는 일찍 일어났다.

진화 그룹에 첫 출근하는 날이라 기분이 좋아서인지 그녀는 풍성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나갈 때 하주희는 여전히 쿨쿨 자고 있었고 옆에 놓인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어댔다.

강유나가 발신자를 확인하니 ‘바보 사장’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저는 주희 친구인데요. 주희가 오늘 몸이 안 좋아서 결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주희가 매일 사장님 욕하는 걸 듣고 대머리에 맥주 배가 나온 느끼한 아저씨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목소리는 꽤 젊었다.

게다가 예의 바르기까지 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주희 씨에게 오늘 하루 쉬라고 전해 주세요. 몸이 우선이죠.”

“네, 전달할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강유나는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침대에서 곤히 잠든 하주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좋은 사장을 만나놓고도 불만이라니.

아파트에서 진화까지는 매우 가까워서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회사에 도착했을 때는 출근 시간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강유나는 아침 식사를 들고 조심스럽게 대표실 문을 두드렸다.

진시훈도 있었다.

그는 은회색 정장을 입고 검은색 가죽 의자에 앉아 펜을 돌리며 모니터에 띄워진 주식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검은 머리카락 아래로 차갑고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는데 평소의 느긋한 모습과 달리 훨씬 진중하고 냉철해 보였다.

진시훈은 그녀를 흘끗 쳐다보았다.

“너 정력 좋다. 어젯밤 늦게까지 놀았으면서 오늘 아침 일찍 나온 걸 보면.”

강유나는 그에게 다가가 향긋한 아침 식사와 아래층에서 사 온 따뜻한 커피를 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진시훈: “이건 뭐야?”

“내가 만든 아침 식사예요.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오?”

진시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가져온 보온 도시락을 열었다.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만두 두 개와 계란 부침이 들어 있었는데 모양도 예뻐서 가게에서 파는 것 못지않았다.

그는 만두 하나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박현우 그 자식은 전에 이렇게 잘 먹고 살았던 건가?

강유나는 그의 행동을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진시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짓자 그녀는 순간 실망감이 몰려왔다.

보아하니 입에 안 맞는 것 같았다.

“맛있네.”

천천히 다 먹은 후, 진시훈은 자신의 평가를 내놓았다.

강유나: “정말요?”

“어.”

선생님에게 칭찬받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눈빛을 반짝이는 그녀를 보면서 진시훈도 입꼬리를 올렸다.

“갑자기 잘해 주는 걸 보니 뭔가 부탁할 게 있나 봐?”

“아뇨... 사실 사과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자세히 말해 봐.”

“나 기억났어요. 우리 어렸을 때 확실히 만난 적이 있더라고요.”

강유나는 다소 부끄러운 듯 말했다.

“그때 나 때문에 정민호랑 싸웠는데... 내가 대표님 편을 들어주지 않았지요...”

진시훈은 정곡을 찔렀다.

“내 편을 안 들어준 게 아니라, 오히려 날 물었지.”

“...”

강유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말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거예요.”

“안 받아.”

“?”

생각보다 꽤 앙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진시훈은 옆에 있는 커피를 집어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집에 돌아가서 꽤 혼났거든.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그는 긴 손가락으로 커피잔을 톡톡 두드렸다.

“앞으로 매일 아침 식사를 만들어 주면 용서해줄게.”

강유나는 멍해졌다.

그냥 이걸로 된다고?

진시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왜, 싫어?”

“아니요, 좋아요. 그럼 나중에 좋아하는 음식 알려 주세요. 적어 둘게요.”

“됐어. 네가 만드는 건 뭐든 다 먹을게.”

‘그렇구나... 안 가리고 잘 먹네. 박현우 키우기보다 훨씬 쉽겠다.’

속 시원히 이야기를 털어놓자 강유나는 마음속에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럼, 대표님, 저는 밖에서 양 비서님과 회사 업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필요하신 일 있으시면 부르세요.”

“잠깐.”

진시훈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는 가늘고 긴 눈을 치켜뜨며 미소를 지었다.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선물이요?”

진시훈은 그녀에게 오라는 손짓을 했다.

강유나는 다가가 그의 책상 위에 있는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화면에는 해외IT 기업과 진화가 협력하는 계약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강유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니엘... 이 프로젝트는 분명히 전에...”

“맞아, 해성 거야. 근데 내가 가로챘어.”

진시훈의 깊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입사 선물이야. 마음에 들어?”

강유나는 화면을 뚫어지라 보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보아하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네.”

진시훈은 화면을 다시 돌려놓으며 말했다.

“하긴.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네 전 사장 거였으니, 내가 그걸 가로챘으니 속으로 얼마나 욕하고 있겠어.”

“아니... 해성에 있을 때, 이 프로젝트는 제가 주로 담당했던 거였어요. 상대방과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협상을 잘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대표님이 가로채 가버렸네요.”

강유나의 얼굴에 좌절감이 스쳤다.

“이 일 때문에 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어요.”

그런 이유였다고?

진시훈은 웃음을 터뜨렸다.

“문제는 너한테 있는 게 아니야. 해성이 너를 잃었기 때문에 내가 이 프로젝트를 가져올 수 있었던 거지. 다시 말해서... 강유나, 네 능력은 뛰어나다는 거야.”

그렇다고?

강유나는 그의 말에 넘어가 순간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 프로젝트는 네가 잘 알고 있으니 여기서도 계속해서 네가 주로 담당해 줬으면 좋겠어. 할 수 있겠어?”

“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강유나는 곧바로 의욕에 넘쳤다.

“그럼, 대표님, 저는 이만 나가볼게요.”

대표 사무실을 나서자 양지성은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강유나 씨,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저는... 대표님이 사실 꽤 좋은 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네요.”

“...”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네...”에?

*

해성 그룹.

오늘 해성 그룹 전체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고 다들 숨죽이고 있었다.

대표 사무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서진호가 창백한 얼굴로 나왔다.

안수지는 곧바로 다가가 물었다.

“서 비서님, 대표님은 아직도 화 많이 나셨어요?”

“네. 대표님께서 이렇게 크게 화를 내신 것은 오랜만입니다."

다니엘의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그동안 쏟았던 노력과 시간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프로젝트를 진시훈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하필이면 진화 그룹이라니.

강 비서를 빼앗아 간 것도 모자라 이제 사업까지 뺏어갔으니 대표님은 아마 뚜껑 열리기 직전일 것이다.

“대표님께서 그렇게 화가 많이 나셨어요? 그럼 제가 들어가서 위로해 드려야겠어요.”

서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은 지금 기분이 좋지 않으시니 괜히 들어가서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강 비서가 계셨다면 대표님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었을 텐데, 이 안수지 씨는...

서진호는 더 이상 말하기 싫었다.

안수지는 그의 표정을 모두 눈치챘다.

“서 비서님은 내 능력을 의심하시는 것 같군요?”

“아니에요. 저는 조금 걱정돼서. 대표님의 심정은 일반 사람들이 헤아리기 어렵거든요. 오직 강 비서만이...”

말을 하다 만 서진호는 자신의 실언을 깨닫고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안수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 회사는 박 씨네 회사이지 강 씨네 회사가 아니거든요. 잊으신 것 같은데 난 현우의 비서일 뿐만 아니라 여자 친구이기도 해요. 나도 현우 기분 풀어줄 방법 안다고요.”

말을 마친 그녀는 서진호를 싸늘하게 쳐다보고는 대표실 문을 열었다.

강유나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자신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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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20화

    “네가 유능한 건 아는데, 잠깐 쉬어도 돼. 너는 널 철인으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나는 내 능력 있는 직원이 과로로 쓰러지는 꼴 못 봐.”“알았어요. 그럼 내일 갈게요.”“내일 봐.”전화를 끊고 강유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지난 몇 년간 자신을 팽이처럼 몰아붙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박현우는 그녀를 걱정해주지 않았고 그녀 스스로도 조심스럽게 행동해 왔다.진화에 와서 이렇게 챙김을 받으니... 해성을 나온 것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직 시간이 일러 강유나는 서두르지 않았다.그녀는 진나연에게 문자를 보냈다.[나연 씨, 진 대표님은 뭘 좋아해요?]근데 뜻밖의 답변이 왔다.[단 음식이요.]그녀는 택시를 타고 근처 쇼핑몰로 갔다. 그곳에는 맛있는 케이크 가게가 있었다.예전에는 자주 이곳에 왔었다.사실 박현우의 수석 비서가 되기 전, 강유나에게는 작은 꿈이 있었다.케이크 가게를 여는 것이었다.부드러운 생크림 향만 맡아도 행복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 당시 그녀가 박현우에게 이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해 봐. 케이크 가게 하나쯤이야. 열 개라도 투자해 줄 수 있어.”그녀는 그의 말을 믿고 S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러 브랜드를 알아본 끝에 블루밍이라는 케이크 브랜드를 선택했다.들뜬 마음으로 그에게 이 소식을 전했지만 그때 박현우는 무관심하게 말했다.“이번 일이 끝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하지만 그 후로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예전에는 그가 잊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매주 블루밍에서 작은 케이크를 사다 줬으니 그가 한 번도 생각나지 않았을 리 없었다.그저 관심이 없었던 것뿐이었다.목적지에 도착한 강유나는 곧장 블루밍으로 향했다. 매장 직원은 그녀를 알아보았다.“손님, 이번에도 여기서 드시고 한 조각은 포장해 도와 드릴까요?”“포장 하나 해주시고요. 내일 점심에 회사로 케이크 하나 배달해 주세요.”“네, 주소를 알려주세요.”강유나가 직원에게

    Last Updated : 2024-12-30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21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조용히 강유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유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할 말 끝났어요?”강유나는 차갑게 그녀를 흘끗 보더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는 듯이 앞으로 나가 매니저에게 말했다.“이 작은 케이크 하나 더 주세요.”매니저는 두 사람 사이를 잠시 쳐다보다가 케이크를 하나 더 가져왔다.안수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강유나 씨, 왜 돈 아깝게 또 사요? 이 케이크 돌려주면 되잖아요.”그러면서 강유나 앞으로 봉투를 내밀었다.그리고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손을 놓았다.케이크가 탁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안수지는 입을 가리고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정말 미안해요. 다 망가졌네. 하지만 별일 아니에요. 이 가게는 곧 내 것이 될 테니까요. 새로 몇 개 더 보내서 보상해드리도록 할게요.”강유나는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그쪽이 케이크 가게를 연다고요?”“네.”안수지는 매우 기뻐하며 웃었다.“난 회사 다닐 체질이 아니라서 가게를 열고 싶다고 했더니 현우가 직접 골라보라고 해서요. 이 가게 케이크를 예전에 먹어 봤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사려고요. 이제 돌아가서 현우한테 말하면 이 가게는 내 것이 되는 거예요.”강유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픔과 동시에 어떤 후련함이 느껴졌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이...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거구나.’“참, 유나 언니, 듣자 하니 언니도 예전에 케이크 가게 하고 싶어 했다면서요? 정말 기막힌 우연이네요.”안수지는 불쑥 말을 덧붙이며 더욱 신나게 웃었다.그녀는 강유나에게 남자뿐만 아니라 꿈까지 빼앗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다음 순간, 강유나는 케이크를 집어 들더니 안수지의 머리에 퍽 하고 내리쳤다.“악!”안수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비틀거렸다.“너 미쳤니?!”“이 케이크 네가 먹어. 난 보기도 역겨우니까!”강유나는 차갑게 안수지를 노려보고는 문밖으로 나가버렸다.몇 걸음 걷다가 그녀는

    Last Updated :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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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40화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옆에 있던 안수지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그 익숙한 불안감이 다시 밀려왔다.그녀는 박현우에게 몸을 기대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그 사람 유나 언니 아니야? 역시 예쁜 사람은 어디서든 인기가 많네. 진화의 대표님이 감싸주더니 이젠 또 새로운 구애자인가 봐.”박현우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안수지는 그의 손을 잡았다.“현우야, 왜 그래?”“아니야, 내리자.”안수지는 순순히 차에서 내려 그와 함께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모니카가 다가왔다.“박 대표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오늘은 어떻게 오셨어요?”“여자친구에게 드레스를 골라주려고요.”그는 안수지를 앞으로 살짝 밀었다.모니카는 안수지에게 시선을 두고 몇 마디 칭찬한 후 그녀를 데리고 전용 피팅룸으로 안내했다.이곳의 피팅룸은 모두 넓은 공간에 전담 직원이 서비스를 제공했다.박현우는 따라가지 않고 강서욱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강서욱은 섹시한 모델을 데리고 쇼핑백 여러 개를 들고 매장을 나서려던 참이었다.“박 대표님, 정말 우연이네요.”그는 건성으로 인사했다.박현우는 손을 뻗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강유나랑 무슨 사이지?”강서욱은 코웃음 쳤다.“무슨 사이냐고? 예쁘니까 좀 알아가고 싶어서요. 안돼요?”박현우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경고가 서려 있었다.“그녀에게서 떨어져.”“참 이상하네요. 박 대표님은 무슨 자격으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설마 강유나가 대표님 소유물이라도 되는 건가요? 이젠 해성도 다 떠났는데 다른 사람이 쳐다보지도 못하게 하시겠다?”“감히 그녀를 건드리면 죽을 줄 알아!”“그럼 한번 해 보시죠.”강서욱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과연 누가 누굴 죽이는지 보자고요!”“현우야...”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수지는 흰색 드레스를 들고 맑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강서욱은 코웃음 쳤다.“박 대표님, 여자친구가 저기 계시네요. 주제 파악 잘하시고 오지랖 부리지 마세요.”그는 모델을 껴안고 의기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9화

    강유나는 돌아서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강서욱은 따라왔다.“강유나 씨는 어차피 닳고 닳은 여자잖아. 박현우랑 그렇게 오래 자고도 아무것도 얻은 게 없지? 그냥 나랑 만나. 한 달에 6천만 원 줄게.”“꺼져!”“1억? 하아, 설마 자신이 2억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는 입술을 핥으며 강유나에게 다가왔다.“2억도 좋아. 하지만 좀 더 자극적인 걸 해야겠지. 네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네...”짝!강서욱의 뺨에 강력한 따귀가 작렬했다.“내 앞에서 꺼지라고 했어! 여긴 CCTV도 있으니까 당장 꺼지지 않으면 성희롱으로 신고할 거야!”강서욱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칫, 성깔 하나는 대단하네. 내가 겁먹을 줄 알아?”그가 강유나의 손목을 꽉 움켜쥐고 다음 행동을 취하려는 순간, 분노에 찬 고함 소리가 들렸다.“뭐 하는 짓이야!”하주희가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빠르게 달려왔다.모니카도 뒤따라와서 바로 말했다.“강서욱 씨, 그만 손 놓으시는 게 좋겠어요. 강유나 씨는 진 대표님께서 직접 드레스 피팅을 위해 저에게 맡기신 분입니다.”진시훈의 이름이 나오자 강서욱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그는 천천히 강유나의 손목을 놓고는 비웃듯 말했다.“대단해. 박현우와 헤어지자마자 바로 다른 남자를 찾다니. 인기가 대단하셔~”강유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걱정 마. 어떻게든 네 차례는 안 올 테니까.”“말은 그렇게 일찍 하는 게 아니야.”강서욱은 목소리를 낮추고 비꼬는 투로 말했다.“강서윤 씨, 그 행운이 영원하길 빌어. 내 손에 걸리지 않도록.”말을 마치자 그는 음흉하게 웃고는 떠났다.그가 가자 하주희는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자기야, 방금 그 변태가 가면서 너한테 뭐라고 했어? 너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분해서 하는 말이었어.”“강제로 안 되니까 분풀이하는 거야?”하주희는 모니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방금 그 인간 말종은 도대체 누구예요?”모니카가 말했다.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8화

    다음 날은 마침 주말이었다.강유나는 원래 진시훈과 함께 드레스를 보러 갈 예정이었지만 진시훈에게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 아침 일찍 해외로 출국하게 되었다.그는 전화로 담당자를 이미 연결해 놓았으니 혼자 가면 된다고 말했다.마침 하주희가 쇼핑하자며 찾아왔기에 강유나는 그녀와 함께 드레스를 보러 갔다.담당자인 모니카는 혼혈이었는데, S 시 브랜드 대리인일 뿐만 아니라 패션 잡지 회사 사장이기도 했다.많은 연예인이 그녀의 잡지에 실린 적이 있었다.강유나를 보자마자 모니카는 칭찬했다.“강유나 씨는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제가 본 많은 여자 연예인들보다 훨씬 빛이 나요!”강유나는 겸손하게 미소 지었다.이때 옆에 하주희는 어깨를 으쓱했다.“어쩔 수 없죠. 우리 유나는 원래 이렇게 예쁘답니다. 유나의 절친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워요.”강유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지만 하주희는 장난스럽게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자기야, 진심이야. 아, 내가 왜 남자가 아닐까?”“네가 남자였으면 감방에 넣어줬을 거야.”“차마 그러진 못 하겠지~”하주희는 강유나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자기야, 얼른 들어가서 입어 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모습 기대할게!”맞춤 제작된 몇 벌의 드레스는 명품 C 브랜드의 예약 판매 상품이었다.진시훈도 어떻게 구했는지 특별히 그녀를 위해 공수해 온 것이었다.모니카는 커튼을 치고 직접 강운희가 드레스를 입는 것을 도왔다.드레스를 다 입은 강유나는 커튼을 걷으며 물었다.“어때?”하주희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유나야, 너무 예뻐! 자선 만찬회가 시작되면 넌 분명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거야!”말을 마친 하주희는 턱을 쓰다듬으며 음흉하게 웃었다.“그 자리엔 재계, 정계 거물들이 다 모일 테니 그 쓰레기 박현우도 분명 있겠지...”그녀는 마치 박현우가 후회하며 벽에 머리를 박는 모습을 상상하는 듯했다.생각만 해도 통쾌했다.강유나는 거울을 보며 눈을 떼지 못했다.이렇게 화려한 옷을 입어 본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7화

    박 씨 저택에서.박현우는 막 욕실에서 나왔다.샤워를 하고 나니 화가 좀 누그러졌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가 무심코 전화를 받자 안수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현우야, 아까 전화했는데 왜 안 받았어...”“좀 일이 있어서 못 받았어.”“할머니는 좀 어때?”안수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내일 뭐 좀 사서 할머니 보러 갈까?”박현우는 옆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고 고개를 숙여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필요 없어. 할머니는 유나를 보고 싶어 하셨는데, 오늘 만났으니 많이 좋아지셨어.”안수지는 침묵했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그가 말을 꺼내려는 순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현우야, 할머니도 나를 싫어하시는 거야? 어머니랑 여동생도 싫어하는데 이제 할머니까지... 왜, 내가 대체 뭘 잘못했는데...”그녀는 박현우의 머리가 아플 정도로 울었다. “그들이 싫어하면 싫어하는 거지. 너랑 만나는 건 나잖아.”“그래서... 현우야, 넌 나를 좋아하는 거지?”박현우는 “좋아해”라고 말하려 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그저 짧게 대답했다.“어.”안수지의 목소리는 금세 밝아졌다.“현우야, 너만 나 좋아해 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바로 그때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정민호의 문자였다.그가 보낸 사진을 열어보는 순간, 박현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사진에는 강유나와 진시훈이 있었다.두 사람은 로맨틱한 프랑스 레스토랑 안에서 마주 앉아 있었는데 정민호의 사진 촬영 각도 때문인지 레스토랑의 조명 때문인지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매우 다정해 보였다.안수지는 계속해서 재잘거렸지만 박현우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건성으로 몇 마디 대꾸한 후 전화를 끊었다.그가 초조하게 담배를 비벼 끄며 장소를 물어보려던 참에 정민호의 문자가 다시 도착했다.[형, 올래? 유나가 진짜 진시훈한테 넘어갈 것 같아!]박현우는 다시 냉정을 되찾았다.그는 문자를 보냈다.[나랑 무슨 상관이야.]강유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6화

    박현우는 옆에 있는 마이바흐를 주먹으로 내리쳤다.손이 아팠다.벤틀리 안에서 강유나는 조수석에 앉아 티슈로 빗물을 닦고 있었다.차가 얼마쯤 달린 후, 진시훈은 갑자기 차를 세우고 뒷좌석에서 부드러운 담요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걸로 닦아.”“고마워요.”강유나는 작은 담요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았다.그러다가 담요를 내려놓을 때에야 차가 아직 움직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고개를 돌리니 진시훈이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몸을 돌려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강유나는 손을 멈췄다.“대표님?”“유나야, 너 소문과 좀 다른데.”진시훈의 눈에 장난기가 어렸다.“박현우를 끔찍이 사랑한다더니 아주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아.”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저도 사람이에요.”그녀에게도 최소한의 기준, 자존심, 마음이 있었으니 박현우가 계속 짓밟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진시훈은 웃음을 터뜨렸다.“맞아. 넌 사람이지만 박현우는 아니지.”“...”그는 욕하는 데 능숙해서 강유나도 어떤 면에서는 익숙해져 있었다.그녀가 물었다.“대표님은 왜 아직 여기에 계셨어요?”“할머니 뵙고 바로 간다고 했잖아. 나도 오늘 별일 없어서 기다렸는데 이렇게 재밌는 구경을 하게 될 줄은 몰랐네.”그녀는 잠시 멍해졌다.‘진시훈은... 일부러 나를 기다렸다고?’강유나는 미안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속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대표님, 저녁 식사할 생각 있으세요? 만약 있다면, 우리...”“있어.”진시훈은 고개를 돌렸다. 깊은 눈동자가 유난히 아름다웠다.“뭘 먹으러 갈까?”강유나: “오늘은 대표님 생일이니까 대표님이 골라요.”...30분 후, 벤틀리는 프랑스 레스토랑 앞에 멈춰 섰다.강유나는 진시훈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실내 조명은 은은했고 중앙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가 우아한 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테이블에는 젊은 남녀가 앉아 있었다.명백히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였다.그녀는 무심코 진시훈을 바라보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5화

    할머니가 주무시고 나서야 둘은 방을 나왔다.문을 닫자마자 강유나는 박현우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 박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왜 그래? 내가 뭐 더러운 거라도 되는 것처럼?”“할머니 앞에서만 그런 척한 거였어. 이제 할머니께서 주무시니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강유나는 돌아서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박현우도 따라갔다.“어디 가?”“돌아갈 거야.”“이렇게 늦었는데?”“내 일이니까 신경 꺼.”강유나는 단호하게 걸어갔다. 아래층에 도착하자 이 씨 아주머니가 기장 떡과 탕수육을 들고나오는 것이 보였다.유미진은 소파에 앉아 포메라니안 한 마리를 안고 비꼬듯 말했다.“어머님께서 시키신 거니까 먹어.”강유나: “괜찮아요. 저녁은 이미 먹었어요.”“안 먹겠다면 말고. 내가 정말 네 같은 배은망덕한 계집애를 붙잡고 싶은 줄 아냐?”“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저도 오지 않았을 거예요.”“뭐라고?!”유미진은 눈을 부릅떴다.“유나야, 이젠 기가 붙었구나? 감히 나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다니. 당장 나가!”강유나는 돌아서 나갔다.밖에는 언제부터인지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방울이 얼굴에 닿는 감촉은 차갑고 따가웠다.그녀는 별장 입구까지 걸어갔는데 뒤에서 갑자기 두 개의 자동차 전조등이 밝게 비추었다.박현우의 차가 그녀 옆에 멈춰 섰다.차창이 내려가고 그의 짜증스러운 얼굴이 드러났다.“타!”강유나가 차갑게 말했다.“됐어. 택시 타고 갈 거야.”“여기서 무슨 택시를 타? 유나야,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어. 타!”강유나는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박현우는 주먹을 쥐었다.그는 강유나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다.한번 마음먹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밀어붙이는 성격이었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그런 황소고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고칠 줄도 모르는지.박현우는 쫓아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강유나가 돌아보며 말했다.“뭐 하는 거야?”빗물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타고 얼굴로 흘러내려 그러잖아도 아름다운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4화

    “할머니, 아줌마.”유미진은 그녀를 흘끗 보고 차갑게 응수했지만 할머니는 너무 반가워했다.“유나 왔구나! 어서 와, 얼굴 좀 보자!"강유나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침대 옆에 앉았다.“거의 일 년 만이네. 유나야, 살 빠졌어.”할머니는 유미진에게 분부했다.“아주머니에게 유나가 좋아하는 기장떡하고 탕수육 좀 만들어 놓으라고 해. 많이 먹고 살 좀 찌워야겠어.”유미진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뭔가 말하려는 순간, 할머니가 심하게 기침을 했다. 결국 유미진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강유나는 할머니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할머니, 어쩌다 또 편찮으세요?”“아이고, 나이가 들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괜찮아. 너를 보니 기분이 좋아져서 병도 다 나은 것 같구나.”“그래도 몸조심하세요.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먹고 싶은 건 없고 그냥 네가 걱정돼서 그래.”할머니는 강유나의 손을 잡았다.“유나야, 할머니에게 솔직하게 말해보렴. 왜 해성에서 나왔니? 혹시 현우 그 녀석이 널 괴롭혔어?”강유나는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아니요, 제가 스스로 해성을 나온 거예요.”“왜? 너는 항상 현우를 좋아했잖니?”“저...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 저에게 잘해줘서 저도 계속 잘해준 것뿐이에요. 단지 일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어서 해성을 나온 거고요.”“그러니까 너희 둘 사이에는 가능성이 없다는 거니?”할머니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할머니...”강유나가 할머니의 등을 토닥여 드리며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박현우가 할머니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할머니, 연세도 많으신데 이렇게 걱정하시면 안 돼요. 나와 유나 사이에는 아무 문제 없어요.”할머니의 눈빛이 다시 밝아졌다.“정말이냐?”“네. 젊은 연인들끼리 다투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할머니도 저희 싸우는 거 많이 보셨잖아요. 다 금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3화

    박씨 가문에서 그렇게 오래 살았지만 강유나를 챙겨준 어른은 박현우 할머니뿐이었다.그런데 할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아 오랫동안 바깥출입을 삼가다가 결국에는 경치 좋은 요양원으로 가셨다.비록 곁에 계시진 않지만 강유나의 생일 때마다 할머니는 선물을 보내주곤 했다.강유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전화를 끊었다.진시훈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다.“무슨 일이야?”강유나는 다소 어색하게 말했다.“대표님, 저녁 식사는... 나중에 다시 할 수 있을까요? 급한 일이 생겼어요.”할머니의 건강이 점점 악화되어 왔기에, 강유나는 이번에 가지 않으면 다시는 뵙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그랬다간 평생 자책하며 살 것 같았다.하지만 오늘은 진시훈의 생일이었다. 일 년에 단 한 번뿐인...진시훈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래. 어디 가는 건데? 데려다줄게.”강유나는 다소 놀랐다.“화 안 나세요?”“아니.”진시훈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고귀한 얼굴에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나와 생일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고 또 바람을 맞혔지만 난 성격 좋으니까 화 안 나.”강유나: “...”분명히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진시훈은 강유나가 알려준 길을 따라 박씨 가문의 오래된 저택에 그녀를 데려다주었다.그는 눈앞의 저택을 바라보며 깊은 눈동자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드리웠다.“어쩐지 길이 점점 익숙하다 했더니 박 씨 저택이잖아. 그럼 아까 그 전화는 박현우였어?”강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네.”진시훈은 별다른 말 없이 차 문 잠금장치를 풀었다.“내려.”강유나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돌아와 차창을 두드렸다.진시훈은 담배를 꺼내려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어둑한 불빛에 반쯤 가려진 옆얼굴은 더욱 또렷한 윤곽을 드러냈다.그는 차창을 내렸다.“왜 그래?”“내가 여기에 온 건 현우 때문이 아니라 할머니가 아프셔서 왔어요. 할머니는 나한테 잘해주셨는데 걱정돼서요. 할머니를 뵙고 바로 갈 거예요.”강유나는 진시훈에게 잘 보

  • 빌어도 용서치 않아   제32화

    두 개의 손목시계였다.정교하고 독특한 디자인에 차가운 금속 광택이 빛나는 것이 보기만 해도 비싸보이는 시계였다.진시훈은 무덤덤하게 말했다.“고맙지만, 왜 시계를 두 개나 줬어? 내가 솔로라고 놀리는 거야?”심민준은 웃었다.“여자 시계는 유나 주면 되잖아.”“안 받을걸.”“그건 네가 알아서 해.”심민준이 웃으며 말했다.“오늘 특별한 날인데, 저녁에 한잔할래?”진시훈은 시계를 챙겨넣으며 말했다.“뭐가 특별한 날인데? 나 생일 안 챙기는 거 알잖아.”“또 그러네.”심민준은 혀를 찼다.하지만 그는 익숙했다. 그 사건 이후로 진시훈은 생일을 챙기지 않았으니까.똑똑--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진시훈의 허락을 받고 강유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심민준을 보고 그녀는 인사했다.“심 대표님.”“왜 이렇게 격식을 차려? 우리 오래 알고 지냈잖아. 예전처럼 불러.”강유나는 다시 호칭을 바꿨다.“민준아.”심민준은 예전에는 박현우의 집에도 자주 왔었기에 그녀와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었다. 다만 언제부턴가 발길이 뜸해졌을 뿐이었다.그녀는 지난번 클럽에서야 그가 진시훈과 가깝게 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대표님.”강유나는 다가와 작은 케이크를 진시훈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동안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케이크 맛있는데 한번 드셔 보세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진시훈이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의아해하는 순간, 옆에서 심민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시훈아, 네 생일 기억하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나봐.”강유나는 깜짝 놀랐다.“대표님, 오늘... 생일이세요?”“어.”진시훈은 담뱃불을 재떨이에 비벼 끄며 눈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럼 강 비서도 생일 선물 준비했어?”“...”강유나가 말했다.“사실 오늘이 생일인지 몰랐어요. 나중에 따로 챙겨드릴게요.”“농담이야.”진시훈은 케이크를 가져오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생일 안 챙겨.”강유나는 그 말에서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느꼈지만 착각인지 확신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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