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나는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여전히 몸을 떨고 있었다.변태를 만난 것이다.그녀는 오늘 야근으로 자정이 넘어서야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열쇠를 꺼내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입과 코를 막았다.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비상계단으로 끌려갔다.뒤에서 남자의 불쾌한 숨결이 느껴졌다.“향기 좋네.”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뱀처럼 그녀를 휘감았다.극도의 공포 속에서 강유나는 남자를 껴안고 계단 아래로 굴렀다.다행히 그녀는 가벼운 찰과상만 입었지만 변태는 머리를 다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그 덕에 그녀는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경찰서에서 조서를 마친 후, 강유나는 혼자 병원으로 왔다.그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몇 시간 전에 박현우에게 보낸 문자는 답장 없이 덩그러니 그대로 남아 있었다.“강유나 씨?”옆에서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유나가 고개를 들어보니 박현우의 비서 서진호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무슨 일 있으셨어요?”“조금 골치 아픈 일이 있어요.”강유나는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 서진호의 뒤에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한 가녀린 여자가 검은 정장을 입은 박현우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은 모습은 누가 봐도 그녀를 지켜주는 듯했다.박현우도 그녀를 알아보았다.“어쩌다 이 꼴이 된 거야?”평소에는 능숙하고 차가운 분위기의 여자였지만 지금은 긴 머리가 헝클어져 어깨에 흩어져 있었고 흰색 정장에는 핏자국과 먼지가 묻어 있었으며 하얀 이마에는 찰과상의 흔적까지 있었다.강유나가 고개를 돌렸다.“문자 보냈는데 못 봤어?”“무슨 문자?”그가 휴대폰을 꺼내려는 순간, 옆에 있던 안수지가 고통스럽게 신음했다.“현우야, 나 좀 아파.”박현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의사한테 검사받으러 가자.”그러고는 한마디 던지고 가버렸다.“진호야, 유나 좀 챙겨줘.”강유나는 내내 시선을 드리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Last Updated : 2024-12-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