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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도 용서치 않아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40 챕터

제21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조용히 강유나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강유나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할 말 끝났어요?”강유나는 차갑게 그녀를 흘끗 보더니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는 듯이 앞으로 나가 매니저에게 말했다.“이 작은 케이크 하나 더 주세요.”매니저는 두 사람 사이를 잠시 쳐다보다가 케이크를 하나 더 가져왔다.안수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강유나 씨, 왜 돈 아깝게 또 사요? 이 케이크 돌려주면 되잖아요.”그러면서 강유나 앞으로 봉투를 내밀었다.그리고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손을 놓았다.케이크가 탁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안수지는 입을 가리고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어머, 정말 미안해요. 다 망가졌네. 하지만 별일 아니에요. 이 가게는 곧 내 것이 될 테니까요. 새로 몇 개 더 보내서 보상해드리도록 할게요.”강유나는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그쪽이 케이크 가게를 연다고요?”“네.”안수지는 매우 기뻐하며 웃었다.“난 회사 다닐 체질이 아니라서 가게를 열고 싶다고 했더니 현우가 직접 골라보라고 해서요. 이 가게 케이크를 예전에 먹어 봤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사려고요. 이제 돌아가서 현우한테 말하면 이 가게는 내 것이 되는 거예요.”강유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픔과 동시에 어떤 후련함이 느껴졌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이...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거구나.’“참, 유나 언니, 듣자 하니 언니도 예전에 케이크 가게 하고 싶어 했다면서요? 정말 기막힌 우연이네요.”안수지는 불쑥 말을 덧붙이며 더욱 신나게 웃었다.그녀는 강유나에게 남자뿐만 아니라 꿈까지 빼앗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다음 순간, 강유나는 케이크를 집어 들더니 안수지의 머리에 퍽 하고 내리쳤다.“악!”안수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비틀거렸다.“너 미쳤니?!”“이 케이크 네가 먹어. 난 보기도 역겨우니까!”강유나는 차갑게 안수지를 노려보고는 문밖으로 나가버렸다.몇 걸음 걷다가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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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그녀는 스스로 케이크 만드는 법을 배우는 것 외에도 전에는 매주 블루밍이라는 케이크 가게에 가서 그에게 작은 케이크를 사다 주곤 했다.그 생각이 떠오르자, 박현우는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위의 작은 케이크를 훑어보다가 멈칫했다.블루밍이었다.“네가 산 거야?”“어. 난 네가 좋아하는 줄 알고...”“난 안 좋아해. 앞으로 사 오지 마.”박현우는 의자에 기대앉으며 갑자기 짜증이 솟구쳤다.그리고 그제야 안수지가 눈에 들어왔다.“너 모자는 왜 쓰고 있어?”“아... 아무것도 아니야...”안수지는 손으로 모자를 누르며 눈빛이 흔들렸다.“저기, 할 일 있으면 먼저 해. 난 돌아갈게.”“이리 와.”박현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안수지는 약간 주저하며 다가갔다.박현우는 일어서서 그녀의 모자를 벗겼다. 모자에 끈적하게 묻은 크림을 보자마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무슨 일이야?”안수지는 입술을 깨물며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나... 나 오늘 유나 언니 만났어...”“유나가 그랬다고?”박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걔는 원래 차분한 성격인데, 오늘 왜 그런 거지?”“나도 몰라. 언니를 만나서 먼저 인사까지 했었어. 가게서 케이크를 사고 있길래 나도 케이크 가게를 열 생각이라고 말했더니...”안수지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그런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케이크를 내 머리에 던지고는 역겹다고 욕했어...”박현우의 검은 눈동자가 반짝였다.케이크 가게.예전에 강유나도 그에게 가게를 열고 싶다고 말했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결국 열지 못했다.오늘 그녀가 안수지에게 손찌검한 것은 안수지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찔렀기 때문일 것이다.아니면...그가 안수지에게 이렇게 잘해주고 그녀가 예전에 원했던 것을 안수지에게 주는 것에 질투하는 건 아닐까?후자일 가능성을 생각하니 박현우의 기분은 오히려 좋아졌다.“현우야,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길래, 유나 언니가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걸까?”안수지는 그의 팔을 살짝 안으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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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안수지의 미소가 사라졌다. “왜 안 돼?”박현우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그 가게는 이름도 없고 케이크 맛도 별로야. 더 큰 가게로 프랜차이즈 같은 걸 해.내가 투자해 줄게. 그게 훨씬 더 나아.”“근데 난 이 가게가 갖고 싶단 말이야.”안수지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날 지경이었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 했다.“현우야, 전에는 내 맘대로 하라며?”“다른 가게로 해.”박현우의 말투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그가 불쾌해하는 것을 눈치챈 안수지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순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그녀의 눈에는 원망과 불만이 가득했다.바로 그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이 온 것이다.박현우는 안수지를 자신의 무릎에서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먼저 돌아가. 나 지금 바쁘니까.”안수지는 말없이 나갔다.박현우는 사람들과 사업 이야기를 마치고 함께 식사한 후, 오후에는 몇 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모든 일정이 끝났을 때는 이미 어두컴컴해져 있었다.이때 정민호에게서 전화가 왔다.“현우 형, 내일 주말인데 같이 놀러 나오지 않을래? 재밌는 클럽을 새로 찾았는데, 여기 술이랑 여자애들 진짜 끝내줘!”“또 모이자고?”지난번 심민준이네 클럽에서 있었던 불편한 자리가 떠올랐다.강유나가 진시훈과 같은 편에 섰던 것을 떠올리자 그의 목소리는 차가워졌다.원래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떠날 때 안수지의 쓸쓸한 뒷모습이 갑자기 떠올랐다.케이크 가게를 열어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하지만 확실히 좀 아닌 것 같았다.“어딘데?”“주소 찍어줄게! 현우 형, 빨리 와! 우리 형이랑 서윤이도 다 와 있어!”“그래.”박현우는 주소를 확인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안수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어디야?”“전에 사 준 단독 별장에 있어. 왜?”“준비해. 저녁에 놀러 가자.”...박현우가 안수지를 데리고 룸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모두 도착해 있었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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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말하면서 그는 안수지에게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신경 쓰지 마세요. 서윤은 원래 성격이 좀 까칠하거든요.”“괜찮아요...”안수지는 순한 모습을 보였다.정태호는 웃으며 말했다.“현우를 잠시 빌려 가도 될까요?”“먼저 이야기 나누세요.”안수지는 돌아서서 옆 소파에 앉았다.박서윤은 그녀를 무시했고 정민호는 남자였기에 그녀는 혼자 구석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었다.박현우는 정태호의 옆에 허리를 굽혀 앉아 넥타이를 풀었다.“할 말 있어?”정태호는 그에게 부르고뉴를 한 잔 따라주며 물었다.“그냥 묻고 싶은 건데 정말 유나랑 헤어졌어?”“헤어지려면 사귀었어야지, 나와 유나는 그런 사이 아니었어.”“그럼 왜 그렇게 오랫동안 걔 희망 고문 한 거야?”박현우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자기가 좋다고 따라다닌 거지!”정태호는 담담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현우야, 우리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잖아. 한마디 충고하지만 19년이면 인생의 4분의 1이야. 누구든 쉽게 잊을 수 있는 시간 아니라고. 그러니 유나도 결코 쉽게 가만있지는 않을 거야.”박현우는 입꼬리를 올렸다.“너도 유나가 나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해?”“내 말은 네가 이번에 유나 마음에 상처 주면, 걔는 절대 널 용서 안 할 거라는 얘기야.”박현우는 말문이 막혔고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내가 걔를 버린 건데, 걔가 날 용서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네가 생각 잘했으면 됐어. 어쨌든 너 여자 친구 생겼잖아. 네가 걔 신경 안 쓰는 거라면 걔가 돌아오든 말든 상관없겠지.”“어.”박현우는 그와 잔을 부딪쳤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정민호는 오랫동안 노래를 불렀더니 목이 좀 칼칼해져서 예쁜 여자를 불러 노래를 시키고 자신은 소파에 편하게 앉아 주스를 마시기 시작했다.이때 박서윤이 갑자기 팔꿈치로 그를 쿡 찔렀다.“민호야, 너 진시훈이랑 친해?”“풋!”정민호는 주스를 뿜었다.“콜록콜록... 안 친해. 내가 그 자식이랑 어떻게 친하겠어? 걔랑 현우 형이랑 사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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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박서윤은 그에게 눈을 흘겼다.“네가 무슨 상관이야.”“피해자로서 충고 하나 하는데 진시훈은 현우 형보다 더 위험한 사람이야. 함부로 접근하지 마.”“내 오빠처럼 눈이 멀지만 않으면 돼.”박서윤은 저 멀리 있는 안수지를 흘끗 보고는 다시금 화가 치밀었다.“오빠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내 친구 문아도 저 여자보다 훨씬 나은데, 오빠는 싫다잖아.”“임문아?”정민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됐어. 전에 모임 때 걔가 유나한테 빈정거리는 거 봤어. 나도 걔 별로 안 좋아해.”“입 닥쳐. 오빠를 좋아하는데 오빠 옆에 다른 여자가 있으면 속상한 게 당연하지. 너희 남자들이 뭘 알아!”정민호는 어깨를 으쓱하고 입을 다물었다.‘그래, 몰라. 하지만 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졌고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안다고.’정태호와 이야기를 나눈 후, 박현우는 말이 없어졌고 구석에 있는 안수지에게도 신경 쓰지 않고 술만 계속 마셨다.결국, 자리가 파할 때쯤에는 이미 만취 상태였다.안수지가 다가와 그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현우야, 너 위염 있잖아. 그만 마셔.”박현우는 잠시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안수지의 얼굴을 본 후,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어.”손에 든 술을 다 마시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이만 끝내자. 해산.”말을 마친 그는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두 걸음도 채 걷지 못하고 비틀거렸다.안수지는 곧바로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천천히 가.”정민호는 술병을 들고 정태호에게 다가가 말했다.“형, 무슨 일이야? 오늘 현우 형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정태호는 대답 없이 안수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했다.“민호야, 너 안수지가 어떤 각도에서 보면 유나랑 좀 닮은 것 같지 않냐?”“무슨 소리야, 유나가 훨씬 예쁘지.”정태호가 말했다.“내 말은 대학 갓 입학했을 때 유나 말이야.”정민호는 잠깐 멍해졌다가 그때를 떠올렸다.그 당시 강유나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수지처럼 찰진 검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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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박서윤이 차 문을 쾅 닫자 마이바흐는 유유히 떠나갔다.안수지는 길가에 서서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던 정민호는 동정심이 들었다.“서윤이 저 성질머리하고는, 너무 심했어. 수지도 꽤 불쌍한데 내가 데려다줄까?”그러자 정태호가 그를 가로막았다.“괜히 엮이지 마.”“왜 그래, 형? 평소엔 신사답게 굴더니.”정태호는 눈빛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안수지는 네 도움 필요 없어. 만만한 애 아니거든.”“형이 어떻게 알아?”“내 눈은 정확해. 이를테면 네가 얼간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봤잖아. 정확하지?”“...”왜 갑자기 욕이야?...박서윤은 박현우를 그의 별장에 데려다주고 장 씨 아주머니에게 잘 돌봐달라고 부탁한 후 떠났다.박현우는 침대에 엎드린 채 텅 빈 별장을 바라보며 공허한 상실감에 휩싸였다.그는 술기운에 휴대폰을 꺼내 어떤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빌라 안.강유나가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화면에 뜬 ‘박현우’라는 세 글자를 보자마자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그러나 곧바로 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강유나는 무시했다.이렇게 한참 동안 벨 소리가 끊이지 않자 강유나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왜 내 전화 안 받아?!”강유나는 그의 말투에서 뭔가를 눈치챘다.“취했어?”“너야말로 취했어! 강유나, 내 전화 왜 안 받냐고!”“받고 싶지 않았어.”“받고 싶지 않았다고?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안 받아!”박현우는 몽롱한 상태로 손을 휘둘러 베개를 바닥에 홱 내던졌다.그녀는 예전엔 이러지 않았다.강유나는 그가 많이 취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천천히 또렷하게 말했다.“현우야, 아프면 의사한테 가고 외로우면 여자 친구한테 가. 내 인생은 이제 더 이상 네 위주로 안 돌아가. 알아들었어?”전화기 너머로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박현우의 다소 답답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내일 아침에 네가 만든 해물죽 먹고 싶어.”강유나는 입술을 깨물고 바로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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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다음날, 강유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냉장고에는 싱싱한 채소와 소고기가 가득했다.그녀는 재료를 손질하여 소고기 죽을 끓이고 정성스럽게 보온 도시락에 담아 회사로 향했다.회사 근처에 도착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갑자기 랜드로버 한 대가 쏜살같이 나타나 그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강유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다행히 몸은 다치지 않았지만 손에 든 가방이 랜드로버에 부딪혀 튕겨 나가면서 보온 도시락 속 죽이 바닥에 쏟아졌다.랜드로버는 급하게 멈춰 서더니 운전석에서 창문이 내려왔다. 곧 운전자가 돈 한 묶음을 꺼내 바닥에 툭 던졌다.“우린 지금 급하니까, 이 돈 받고 끝내. 우리 도련님이 주는 배상금이야!”강유나는 천천히 다가가 바닥에 흩어진 돈을 줍고 랜드로버 앞으로 다가갔다. 운전자가 다시 출발하려는 찰나, 강유나는 손에 든 돈을 그의 얼굴에 내던졌다.“차 번호는 이미 찍어뒀고 여기 CCTV도 있어요. 내가 괜찮으면 다행인 거고 문제 있으면 법정에서 봅시다.”여자는 차가운 눈매와 아름다운 얼굴선을 가진 절세미인이었다.그러나 그녀의 말은 날카로웠다.운전사가 뭔가 말하려는 순간, 운전석 등받이를 누군가 세게 걷어찼다.이내 랜드로버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젊은 남자가 나왔다. 그의 곁에는 늘씬한 각선미를 드러낸 섹시한 여자가 서 있었다.남자는 화려한 무늬의 셔츠를 입고 있었고 제법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비스듬히 치켜뜬 눈매는 다소 불량해 보였다.“미안해. 내 운전기사가 무례했어. 마음에 두지 말아.”말을 마친 그는 옆에 있던 여자를 밀치고 강유나에게 다가갔다.“연락처 줘봐. 혹시라도 문제 생기면 책임져야 하니까.”그의 시선은 거침없이 강유나의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를 훑었다.강렬한 시선에는 노골적인 욕망이 담겨 있었다.강유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번호 말해 봐요. 내가 적을게요.”남자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번호를 말했다.강유나는 번호를 저장하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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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나가려던 찰나, 진시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그는 고급스러운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넥타이는 매지 않은 채였다. 긴 다리를 감싼 검은 바지와 어우러져 차가운 분위기 속에 느슨함이 묻어났다.“진 대표님.”강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침 사 왔어요.”진시훈은 다가가 포장된 새우죽을 보고 혀를 찼다.“강 비서가 만들어 온 죽은 참 정교해. 아래층 식당에서 파는 것과 똑같잖아. 어떻게 포장만 같은 게 아니라 로고까지 똑같지.”“...”강유나가 설명했다.“원래 죽을 끓여 왔는데 아침에 사고가 있어서 다 쏟아졌어요. 그래서 사 왔어요. 내일은 꼭 끓여 올게요.”“다치진 않았어?”“네?”강유나는 그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을 알아차렸다.“괜찮아요. 차에 살짝 스쳤을 뿐 부딪히진 않았어요. 그냥 보온 도시락만 박살 났죠.”새로 산 건데 아까웠다.진시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돌아섰다.“가자.”강유나는 그를 따라갔다. “어디 가요? 고객 만나러 가나요?”진시훈은 대답하지 않았다.강유나가 차에 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병원에 가서 검사받자.”강유나는 서둘러 거절했다.“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제 몸은 제가 잘 알아요. 다치지 않았어요.”“그럼 다행이고.”강유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때 진시훈이 말했다.“안전벨트 매.”“아니... 방금 대답하셨잖아요. 그럼 저 내려놓고 회사로 돌아가야죠.”“대답은 했지만, 우리 병원 검사받는 거랑 아무 상관 없잖아.”“...”이건 무슨 억지란 말인가.결국 강유나는 진시훈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S 시에서 가장 좋은 사립병원으로 갔다.진시훈은 그녀에게 여러 과의 진료를 예약했다.원래 강유나는 스스로 예약하려고 했지만 진시훈은 정색하면서 환자가 무슨 예약을 직접 하냐고 했다.“난 환자가 아닌데요.”“환자가 아니면 왜 병원에 와?”“...”‘당신이 끌고 온 거잖아.’그녀가 진시훈을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옆에 있던 여자애가 턱을 괴고 부러운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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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유나는 표정 관리가 안 될 뻔했다.멀리 걸어간 뒤에야 그녀는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왜 부인하지 않으셨어요?”“여자애가 아름다운 사랑을 얼마나 꿈꾸는지 봤잖아. 그 환상을 깨고 싶진 않았어.”“앞으로... 이런 농담은 그만해 주세요.”그 말을 듣자 진시훈의 웃음기가 조금 사라졌다.“알았어.”강유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옆에 선 남자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녀는 진찰실로 들어가 꼼꼼히 검진을 받았지만 예상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그 후 다른 과에 가봐도 모두 멀쩡했고 아무 문제 없었다.그녀가 나왔을 때, 진시훈은 벽에 기대어 그녀의 검사지를 한 장 한 장 보고 있었다.이마의 잔머리가 내려와 잘생긴 얼굴에 우울한 분위기를 더했다.옆에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몰래 쳐다보고 있었다.강유나는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대표님, 보세요. 제가 괜찮다고 했잖아요.”“응, 아주 건강해. 백 살까지는 문제없겠어.”진시훈은 그녀의 검사지를 챙겨 넣으며 말했다.“가자.”강유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몇 걸음 걷자마자, 한 쌍의 남녀가 다가오는 게 눈에 들어왔다. 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표정은 고통스러운 듯했다.옆에서 안수지는 그의 팔을 잡고 걱정스레 말하고 있었다.“현우야, 어제도 말했잖아. 술 좀 적게 마시라고. 앞으로는 이러면 안 돼...”박현우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안수지는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강유나를 발견하고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유나 언니도 진 대표님이랑 여기에 계셨네. 정말 우연이야.”강유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진시훈에게 말했다.“대표님, 우리 가요.”“그래.”진시훈은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걸어갔다.강유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곁눈질하지 않고 박현우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거기 서.”박현우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유나야, 할 말 있어!”그러나 강유나는 무시하고 진시훈의 걸음에 맞춰 더 빨리 걸었다.참다못한 박현우는 뒤쫓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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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강유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당연히 대표님 편이죠!”“정말?”진시훈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방금 차 안에서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고 박현우가 나한테 맞을까 봐 걱정하는 줄 알았잖아.”“그를 걱정한 게 아니에요. 그냥 잠깐 생각에 잠겼던 것뿐이에요.”강유나는 창밖으로 얼굴을 돌렸다. 잠시 멍한 표정이었다.오늘 박현우가 안수지한테 사과하라고 한 일 때문에 박현우의 비서로 다니던 때가 생각났던 것이다.한번은 어떤 고객이 그녀에게 불순한 의도를 품고 억지로 술을 권했던 적이 있었다. 그녀가 마시지 않자 그 고객은 수치심에 화가 나 갑자기 술잔을 그녀의 머리에 쏟아붓고는 주제를 모른다고 욕을 퍼부었다.그때 박현우도 거기 있었다.하지만 그는 그녀더러 그 고객한테 사과하라고 했다.그때 그녀는 억울했지만 참고 작은 목소리로 미안하다고 했었다.돌아가는 길에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 일을 언급했지만 박현우는 가볍게 말했다.“내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 사람이 정말 너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었겠어? 유나야, 넌 항상 사리분별이 있잖아. 그 고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해. 노엽히면 안된다고.”그런데 이번엔 그녀가 안수지의 머리에 케이크를 던졌다고 안수지가 어리고 철없으니 그녀가 사과해야 한다는 했다.아무튼 박현우에게는 언제나 그녀가 잘못한 것이었다.“유나야.”진시훈의 부름에 그녀의 생각이 돌아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왜요?”“다음에 병원에 오면 안과 진료도 받아 봐.”강유나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오고 나서야 그녀는 진시훈이 그녀의 눈이 멀었다고 말한 것을 깨달았다....병원에서 나온 후, 박현우의 위는 많이 나아졌지만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안수지는 약을 들고 조수석에 앉아 진료 기록을 보고 있었다.“현우야,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술 끊는 게 좋겠어. 위에 너무 안 좋대. 이대로 계속 마시면 큰일 난다잖아.”박현우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업무상 술자리가 있는데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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