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어.”최성운은 차가운 말투로 단칼에 거절하였다. ‘손윤서가 자살한 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왜 손윤서를 보러 병원까지 가야 하냐고? 정말 어이없군.’매정하게 거절하는 최성운의 말을 듣고 손태진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윤서는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병원에 와서 윤서를 위로해 줄 수는 없어?”“내가 자살하라고 한 게 아니잖아.”최성운은 차갑게 말을 한 뒤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음이 끊기자 손태진은 화가 나서 핸드폰을 꽉 쥐었다. 최성운이 손윤서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 때문
“이 키르탄서스는 네가 윤서한테 전해줘.” 그는 차에서 꽃다발을 꺼내 최성운한테 건네주었다. 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꽃다발을 받아쥐었다. 최성운이 병실에 도착할 때, 손윤서는 허약한 모습으로 병상에 누워 최성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인기척에 손윤서는 고개를 들었고 입구에 서 있는 훤칠한 최성운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성운아, 드디어 왔네?”그녀는 아픈 것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나 들뜬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한편, 최성운은 그녀의 손목에 생긴 상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손윤서가 정말로 자살할 줄 그
유나의 이런 모습을 보니 서정원도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 유나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폐허 밑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일단 구해내야 했다. 서정원은 앞으로 다가가 유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했다.“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다른 말은 할 겨를도 없이 구조대원과 경호원들이 바깥의 벽돌을 옮기는 걸 보고 서정원도 발 벗고 나서 그들을 도와주었다. 잠시 후, 외부의 장애물이 제거되자 어린아이의 양갈래 머리가 드러났다. “여자 아이예요. 빨리, 빨리 구출해요!”서정
여자의 손은 아이의 얼굴에서 천천히 떨어졌고 여자는 눈을 감은 뒤 이내 숨을 거두었다. 지진을 겪은 동시에 사랑하는 엄마마저 자신을 보호하느라 숨을 거둔 걸 지켜보면서 한동안 여자아이는 그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여자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들것에 누워있는 여자를 쳐다보기만 했다. 눈물이 아직도 얼굴에 맺혀 있었지만 여자아이는 아까처럼 울부짖지 않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마음이 복잡해진 서정원은 고개를 숙였다. 피는 물보다 진하는 말이 있지 않나. 이런 장면을 보는 게 제일 두려웠지만 그녀
수연이는 구조된 후부터 줄곧 서정원의 곁을 따라다녔다. 수연이한테 서정원은 엄마가 말했던 천사 그 자체였다.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학교 친구들까지 구한 사람이었으니까. 수연이의 눈에 이 예쁜 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구조대 대장의 말을 들었을 때 수연이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들고 가여운 표정으로 서정원을 쳐다보며 그녀의 옷깃을 꼬옥 잡았다. 수연이는 예쁜 언니를 떠나 더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고 그냥 예쁜 언니와 함께 있고 싶었다. 아이의 가엾은 눈빛을 보고 서정원은 옅은 미소를 지
서정원은 재빨리 구조대 대장에게 도움을 청했다.“팀원들 몇 명만 더 보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조해 주세요.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요!”“그래요!”구조대 대장은 팀원들을 시켜 구조 장비를 챙겨 황급히 달려갔다. 다행히 강의실 건물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강의실 건물은 이미 다 무너져서 한쪽 벽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유나는 더러운 것도,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무더기 위로 뛰어올라 맨손으로 돌을 날랐고 얼마 안 돼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찬성 씨... 제발 조금만 더 버텨!”유나는 양손
서정원은 의사 앞으로 다가가 의약 상자를 가리켰다.“의약 상자에 침이 있나요?”“네, 있어요.”의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약 상자에서 침을 꺼내 서정원에게 건네주었다. 서정원은 꼼꼼히 침을 소독한 후 유나의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나 씨, 현재 찬성 씨의 상황은 심각한 상태이긴 하지만 고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강석일 아저씨가 와서 찬성 씨를 치료한다면 찬성 씨의 다리는 괜찮아질 거예요. 일단 내가 찬성 씨한테 침을 놓을게요.”그녀의 말을 듣고 유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게, 난 왜 그 생각
임재민은 서정원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며 화면에 뜬 기사를 가리켰다. 서정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힐끗 쳐다보았고 기사에는 그녀와 수연이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예쁘고 마음씨 착한 여자, 어린이를 구조하다!」산악 지구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을 때의 모습과 수연이와 약속하는 장면이 언론사 기자에게 찍혔던 것이다. 순식간에 주요 신문과 인터넷 매체는 이 기사로 가득 채웠고 해성시 방송국에서도 계속 방송되고 있었다. 이 기사와 사진이 올라온 후 인터넷상의 조회수는 빠르게 만을 넘어섰고 전에 TV와 인터넷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던 네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