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의 이런 모습을 보니 서정원도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 유나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무엇보다 사람의 목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폐허 밑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지 일단 구해내야 했다. 서정원은 앞으로 다가가 유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했다.“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다른 말은 할 겨를도 없이 구조대원과 경호원들이 바깥의 벽돌을 옮기는 걸 보고 서정원도 발 벗고 나서 그들을 도와주었다. 잠시 후, 외부의 장애물이 제거되자 어린아이의 양갈래 머리가 드러났다. “여자 아이예요. 빨리, 빨리 구출해요!”서정
여자의 손은 아이의 얼굴에서 천천히 떨어졌고 여자는 눈을 감은 뒤 이내 숨을 거두었다. 지진을 겪은 동시에 사랑하는 엄마마저 자신을 보호하느라 숨을 거둔 걸 지켜보면서 한동안 여자아이는 그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다. 여자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서 들것에 누워있는 여자를 쳐다보기만 했다. 눈물이 아직도 얼굴에 맺혀 있었지만 여자아이는 아까처럼 울부짖지 않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마음이 복잡해진 서정원은 고개를 숙였다. 피는 물보다 진하는 말이 있지 않나. 이런 장면을 보는 게 제일 두려웠지만 그녀
수연이는 구조된 후부터 줄곧 서정원의 곁을 따라다녔다. 수연이한테 서정원은 엄마가 말했던 천사 그 자체였다.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학교 친구들까지 구한 사람이었으니까. 수연이의 눈에 이 예쁜 언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구조대 대장의 말을 들었을 때 수연이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들고 가여운 표정으로 서정원을 쳐다보며 그녀의 옷깃을 꼬옥 잡았다. 수연이는 예쁜 언니를 떠나 더 안전한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고 그냥 예쁜 언니와 함께 있고 싶었다. 아이의 가엾은 눈빛을 보고 서정원은 옅은 미소를 지
서정원은 재빨리 구조대 대장에게 도움을 청했다.“팀원들 몇 명만 더 보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람을 구조해 주세요. 더 이상 늦으면 안 될 것 같아요!”“그래요!”구조대 대장은 팀원들을 시켜 구조 장비를 챙겨 황급히 달려갔다. 다행히 강의실 건물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강의실 건물은 이미 다 무너져서 한쪽 벽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유나는 더러운 것도,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무더기 위로 뛰어올라 맨손으로 돌을 날랐고 얼마 안 돼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찬성 씨... 제발 조금만 더 버텨!”유나는 양손
서정원은 의사 앞으로 다가가 의약 상자를 가리켰다.“의약 상자에 침이 있나요?”“네, 있어요.”의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의약 상자에서 침을 꺼내 서정원에게 건네주었다. 서정원은 꼼꼼히 침을 소독한 후 유나의 옆으로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나 씨, 현재 찬성 씨의 상황은 심각한 상태이긴 하지만 고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강석일 아저씨가 와서 찬성 씨를 치료한다면 찬성 씨의 다리는 괜찮아질 거예요. 일단 내가 찬성 씨한테 침을 놓을게요.”그녀의 말을 듣고 유나는 눈빛을 반짝였다. ‘그러게, 난 왜 그 생각
임재민은 서정원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며 화면에 뜬 기사를 가리켰다. 서정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힐끗 쳐다보았고 기사에는 그녀와 수연이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예쁘고 마음씨 착한 여자, 어린이를 구조하다!」산악 지구에서 사람을 구하고 있을 때의 모습과 수연이와 약속하는 장면이 언론사 기자에게 찍혔던 것이다. 순식간에 주요 신문과 인터넷 매체는 이 기사로 가득 채웠고 해성시 방송국에서도 계속 방송되고 있었다. 이 기사와 사진이 올라온 후 인터넷상의 조회수는 빠르게 만을 넘어섰고 전에 TV와 인터넷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던 네티
‘석일 오빠? 아저씨와 이름이 같잖아.’서정원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진설 그 여자가 말하는 석일 오빠는 아마도 강석일 아저씨인 것 같다. “아 참, 나한테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데.”문득 생각이 떠오른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보여주실 수 있나요?”“그럼.”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참 동안 서랍을 뒤적였고 잠시 후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내왔다. “찾았어. 바로 이 사진이야.”할머니는 조심스럽게 사진 한 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서정원은 들뜬 표정으로 사진을 받아쥐었다.사진 속에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해성시 병원.며칠 동안 최성운을 보지 못한 주가영은 병상에 누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윤서가 병원에 온 날, 최성운은 그녀를 따라 나간 뒤로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았다. 얼마 후, 손윤서가 자살 시도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주가영은 최성운에게 몇 번이나 전화했지만 최성운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임창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회의를 하고 있던 임창원은 최성운의 당부대로 주가영의 전화를 받았다.“주가영 씨.”“임 실장님, 성운 오빠는요? 연락이 안 돼서요. 지금 회사에 있나요?”“대표님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