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당신은 사람을 시켜 몰래 꽃에 손을 썼어요. 당신은 제가 플래티넘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고 꽃다발에 대량의 플래티넘을 뿌렸어요. 절 해치려고요, 맞죠?”서정원이 덤덤히 입을 열어 물었다.“그건 전부 당신의 추측일 뿐이에요. 전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어요. 절 모함하지 말아요!”오청연은 입술을 깨물면서 침착하려 애썼다.서정원은 조롱하듯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휴대전화를 꺼냈다.“이 두 영상을 보고 말해요.”말을 마친 뒤 서정원은 안토니가 보내준 영상을 재생했다.그곳은 한 카페였다.창가 쪽 자리에 두 명의 젊은 여자
서정원은 다시 영상을 돌려봤다.“다들 잘 보셨나요? 그날 누군가 일부러 꽃다발에 대량의 플래티넘을 뿌렸어요.”“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오청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말했다.“정말 누군가 일부러 플래티넘을 뿌렸다고 해도 다들 보셨다시피 저 남자가 그런 건데 저랑 무슨 상관이죠?”영상을 보았을 때 오청연은 당황스러웠다.‘왜 서정원에게 이 영상이 있는 거지?’그녀는 그 일대에 CCTV가 없다는 걸 확인했었다.오청연은 절대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다시금 되뇌었다.“맞아요. 이 남자가 그랬죠.”
서정원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오청연은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진짜 제가 꽃다발에 플래티넘 가루를 뿌렸으면요? 당신은 그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을 뿐이고 지금은 괜찮잖아요.”오청연은 서정원을 죽어라 노려보다가 입을 열어 말했다.확실한 증거가 바로 눈앞에 있으니 더는 시치미를 뗄 수 없었다.하지만 단지 알레르기였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성격이 급하시네요. 이건 당신이 절 처음으로 해치려고 했던 일일 뿐이에요.”서정원은 천천히 입꼬리를 끌어당기며 차갑게 말했다.“그 뒤로 세 번을 더 그랬죠.”서정원은
“고마워요!”서정원은 안토니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그녀는 주위에 있는 구경꾼들을 쭉 둘러보더니 소품 관리 직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다들 안토니 씨 감정 결과에 의의 없겠죠? 이 수표는 누군가 강설희 씨 사인을 모방해서 만든 거예요. 강설희 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 말이죠.”그녀는 잠깐 뜸을 들이더니 차가운 어조와 매서운 눈빛으로 소품 관리 직원을 추궁했다.“무슨 할 말 없어요?”소품 관리 직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리나가 갑자기 서정원의 앞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서정원 씨, 말할게요. 제가 말할게요! 오청연
오청연은 고개를 들고 오승택의 눈빛을 마주하고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내가 왜 서정원에게 사과해야 해? 저 여자는 내 약혼자를 빼앗았다고!”“아직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거야?”오승택은 미간을 구기며 손을 들어 오청연의 뺨을 힘껏 때렸다.얼굴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오청연은 뺨을 감싸 쥐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오승택을 바라봤다.“오빠, 날 때린 거야? 서정원 저년 때문에?”그녀의 정교한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험악했다.오청연은 줄곧 자신을 아끼던 오빠가 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때린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서정원의 말을 들은 강설희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감정이 북받쳐 말했다.“그래요, 촬영 계속하죠!”서정원은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최성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에서 약간의 경계심이 느껴졌다.그녀는 최성운이 저번처럼 다짜고짜 자신을 안아 들고 떠날까 봐 걱정됐다.다행히도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최성운은 그저 옆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정원의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서정원이 그날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최성운은 그녀에게 다가갔다.“이만 돌아가요.”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인 뒤 최성운과 함께 그의 차에 탔다.
“그러면 안 되죠. 이미 약속했는데 약속을 어길 수는 없잖아요?”휴대전화를 빼앗긴 서정원의 얼굴에서 불만이 보였다.“서정원 씨는 지금 몸살 기운이 심해요. 그런데 밖에 나가서 바람을 맞고 술을 마시겠다고요? 혹시나 상태가 심각해져서 폐렴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오래 살기 싫어서 그래요?”최성운은 그녀의 손에 억지로 컵을 쥐어주고 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약을 건넸다.“약 먹을게요.”서정원은 왼손으로 컵을 들고 물을 마신 뒤 오른손에 있던 약을 삼켰다. 그녀는 눈앞의 최성운을 바라보며 결연한 어조로 말했다.
서정원이 덤덤히 입을 열었다.“시간 늦었으니까 얼른 출근하러 가요!”“집에서 같이 있어 줄게요.”최성운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는 서정원을 혼자 집에 두는 게 마음에 걸렸다.그러나 서정원이 반대했다.“싫어요. 얼른 출근해요. 안 그러면 나 화낼 거예요!”서정원의 모습에 최성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알겠어요, 갈게요. 서정원 씨는 집에서 푹 쉬어요.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해요.”“알겠어요.”서정원은 냉큼 대답했다.‘드디어 출근하네.’최성운이 집에 있으면 오후에 몰래 유성 호텔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