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윤서는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백유란과 함께 서정원의 앞으로 걸어갔다.“이 넥타이는 제가 찜했어요!”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머리를 들자, 오만한 자태로 머리를 쳐들고 있는 손윤서와 백유란이 서정원의 시선에 들어왔다.직원은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손윤서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넥타이는 먼저 오신 고객분께서 보고 계셨는데...”“두배의 가격을 줄게요!”손윤서가 서정원을 죽어라 노려보며 말했다. 그녀는 RD 명품샵에서 서정원이 드레스를 선수 친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대신 나서줄 사람
“당장 비켜요!”백유란이 계속 길을 비켜주지 않자, 서정원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를 곁으로 밀어내고는 문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오늘이 외출하면 안 되는 재수 없는 날이라도 되는지 하필이면 이 두 사람을 만나 기분이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참이었다.서정원이 몇 발짝 가지도 못했을 때, 손윤서와 백유란이 귀신처럼 쫓아가며 소리를 질렀다.“서정원 씨, 거기 서요!”“또 뭔데요?”서정원은 누가 들어도 짜증 가득 섞인 말투로 말하며 멈춰 섰다.‘사람을 귀찮게 하는 데는 아주 도가 텄네, 도가 텄어.’백유란은
임창원은 친구와 밥 약속이 있어서 상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HN 명품샵 앞에 사람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보고서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리고 인파 속에 묻힌 채 표적이 된 듯한 여자가 서정원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발견했다.임창원은 우뚝 멈춰서서 명품샵을 향해 걸어갔다. 가까이에서 확인해 보니 그 여자는 틀림없이 서정원이었다. 아무래도 손윤서와 백유란이 생트집을 잡고 있는 듯했다.서정원이 백유란의 옷을 쥐어뜯을 위인이 아니라는 것쯤은 임창원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서정원을 곤경에서 꺼내주기 위해 안으
서정원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갑자기 끼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오청연이었다.‘오청연? 오청연 씨가 뭘 증명한다는 거지?’서정원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오청연이다! 피아니스트 오청연이다!”기자 한 명이 오청연을 알아보고는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오청연 씨, 혹시 서정원 씨가 백유란 씨의 옷을 찢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뜻인가요?”자신을 향해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를 보고 오청연은 우아한 자태로 머리를 끄덕였다.“네.”“조금 전의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기자들은
최성운의 아우라는 아주 강했다. 백도겸도 두말없이 굽신거릴 정도로 말이다.“네, 대표님.”백도겸은 관제실로 돌아가 CCTV 영상을 완벽히 삭제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USB 메모리에 담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몇 분 후 명품샵으로 돌아가 최성운에게 건네줬다.“대표님, 요구하신 CCTV 영상입니다.”얼음장같이 차가운 최성운의 얼굴에 백도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최성운을 상대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백유란의 부탁을 들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최성운은 USB 메
“아, 아니에요!”백유란은 눈을 팽글팽글 돌리더니 또다시 잡아떼기 시작했다.“사실 저도 옷이 언제 찢어졌는지 몰라요. 저랑 말다툼한 적 있는 사람은 서정원 씨뿐이니까, 서정원 씨를 범인으로 여겨도 이상할 건 없잖아요. 저는 일부러 서정원 씨를 모함하려던 게 아니에요.”백유란은 절대로 질 수 없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서정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그래요?”서정원은 작게 미소를 짓더니 몸을 일으켜 백유란의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스스로 옷을 찢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백유란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백유란 씨, 이제는 할 말 없죠?”서정원은 예리한 시선으로 백유란을 직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무. 릎. 꿇. 고. 사. 과. 해. 요.”백유란은 이를 꼭 깨물었다. 새빨간 눈에 찡그러진 얼굴은 퍽이나 보기 좋았다.“어디서 감히 저한테 무릎 꿇으라 말라 하는 거예요! 꿈도 꾸지 마요!!”망신이라면 이미 충분히 많이 당했기 때문에 백유란은 절대 무릎을 꿇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더구나 서정원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었다.“약속을 어기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니에요.”서정원은 피식 웃으며 백유란을 향해 걸어갔다. 막강한 아
“사과? 하하... 서정원 씨,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오청연은 피식 비웃으며 서정원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적의로 가득했다.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청연과 만난 기억은 없었다. 그러니 원수질 일도 물론 없었을 것이다.‘오청연 씨는 도대체 왜 나를 미워하는 거지?’오청연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특종 냄새를 맡은 기자들은 우르르 몰려가서 그녀에게 질문했다.“오청연 씨, 방금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이죠? 서정원 씨와 아는 사이인가요?”“조금 전 서정원 씨가 백유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