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머리를 돌렸다. 갑자기 끼어든 사람은 다름 아닌 오청연이었다.‘오청연? 오청연 씨가 뭘 증명한다는 거지?’서정원은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오청연이다! 피아니스트 오청연이다!”기자 한 명이 오청연을 알아보고는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오청연 씨, 혹시 서정원 씨가 백유란 씨의 옷을 찢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뜻인가요?”자신을 향해 마이크를 들이미는 기자를 보고 오청연은 우아한 자태로 머리를 끄덕였다.“네.”“조금 전의 상황을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기자들은
최성운의 아우라는 아주 강했다. 백도겸도 두말없이 굽신거릴 정도로 말이다.“네, 대표님.”백도겸은 관제실로 돌아가 CCTV 영상을 완벽히 삭제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USB 메모리에 담아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몇 분 후 명품샵으로 돌아가 최성운에게 건네줬다.“대표님, 요구하신 CCTV 영상입니다.”얼음장같이 차가운 최성운의 얼굴에 백도겸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최성운을 상대하게 될 줄 알았더라면 백유란의 부탁을 들어 주지도 않았을 것이다.‘제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최성운은 USB 메
“아, 아니에요!”백유란은 눈을 팽글팽글 돌리더니 또다시 잡아떼기 시작했다.“사실 저도 옷이 언제 찢어졌는지 몰라요. 저랑 말다툼한 적 있는 사람은 서정원 씨뿐이니까, 서정원 씨를 범인으로 여겨도 이상할 건 없잖아요. 저는 일부러 서정원 씨를 모함하려던 게 아니에요.”백유란은 절대로 질 수 없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서정원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했다.“그래요?”서정원은 작게 미소를 짓더니 몸을 일으켜 백유란의 앞으로 다가갔다.“제가 스스로 옷을 찢었다는 증거도 없잖아요!”백유란은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백유란 씨, 이제는 할 말 없죠?”서정원은 예리한 시선으로 백유란을 직시하며 또박또박 말했다.“무. 릎. 꿇. 고. 사. 과. 해. 요.”백유란은 이를 꼭 깨물었다. 새빨간 눈에 찡그러진 얼굴은 퍽이나 보기 좋았다.“어디서 감히 저한테 무릎 꿇으라 말라 하는 거예요! 꿈도 꾸지 마요!!”망신이라면 이미 충분히 많이 당했기 때문에 백유란은 절대 무릎을 꿇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더구나 서정원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없었다.“약속을 어기는 것은 좋은 습관이 아니에요.”서정원은 피식 웃으며 백유란을 향해 걸어갔다. 막강한 아
“사과? 하하... 서정원 씨, 당신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오청연은 피식 비웃으며 서정원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적의로 가득했다.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청연과 만난 기억은 없었다. 그러니 원수질 일도 물론 없었을 것이다.‘오청연 씨는 도대체 왜 나를 미워하는 거지?’오청연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특종 냄새를 맡은 기자들은 우르르 몰려가서 그녀에게 질문했다.“오청연 씨, 방금 하신 말씀은 무슨 뜻이죠? 서정원 씨와 아는 사이인가요?”“조금 전 서정원 씨가 백유
조금 전 백유란이 서정원을 모함한 일은 이미 구경꾼들에 의해 인터넷에 뿌려졌다.심준호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HN 명품샵으로 출발했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오청연이 흥분에 겨워 내뱉은 욕설을 듣게 되었다. 그 말을 듣기 전에도 오청연을 바라보는 심준호의 표정은 차갑다 못해 싸늘하기까지 했다.기자들은 심준호를 발견하자마자 우르르 몰려가서 질문을 던졌다.“심준호 씨, 피아니스트 오청연 씨가 약혼자라는 게 사실입니까?”“오청연 씨와의 약혼은 가문에서 결정한 건가요? 왜 지금까지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나요?”“심준호 씨, 서정원
특별한 사이가 아닌 서정원과 심준호도 동거 중이라는 기사를 내서 실검과 구설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기자들이니 말이다. 진짜로 혼약이 존재 하는 오청연과 심준호는 또 어떤 식으로 기자들에게 이용당할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기자들의 일관된 수법일 뿐이야. 난 신경 쓰지 않아.”심준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와 오청연은 서로 만나지 않은 지도 한참 되었기에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저는 준호 씨가 지난 2년 동안 힘들게 쌓아온 인기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서정원은 눈살을 찌푸
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의심의 눈초리로 주가영을 바라봤다.눈앞의 무식하도록 이기적인 여자는 도무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최성운을 구하려고 했다는 시아와 겹쳐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어제 금방 안토니가 보낸 자료를 봤던지라 주가영의 본모습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내가 만약 주가영 씨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면... 최성운 씨도 더 이상, 이 어색한 연기에 속지 않겠지.’서정원이 말도 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주가영의 안색은 약간 변했다. 그녀가 마침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사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