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이가 아닌 서정원과 심준호도 동거 중이라는 기사를 내서 실검과 구설에 오르게 할 수 있는 기자들이니 말이다. 진짜로 혼약이 존재 하는 오청연과 심준호는 또 어떤 식으로 기자들에게 이용당할지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기자들의 일관된 수법일 뿐이야. 난 신경 쓰지 않아.”심준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와 오청연은 서로 만나지 않은 지도 한참 되었기에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저는 준호 씨가 지난 2년 동안 힘들게 쌓아온 인기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어요,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서정원은 눈살을 찌푸
서정원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의심의 눈초리로 주가영을 바라봤다.눈앞의 무식하도록 이기적인 여자는 도무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최성운을 구하려고 했다는 시아와 겹쳐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어제 금방 안토니가 보낸 자료를 봤던지라 주가영의 본모습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내가 만약 주가영 씨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면... 최성운 씨도 더 이상, 이 어색한 연기에 속지 않겠지.’서정원이 말도 없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주가영의 안색은 약간 변했다. 그녀가 마침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사무
“그리고 최근 이승호 씨가 귀국했다는 소식과 함께 북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어요.”서정원은 약간 멈칫했다. 북해 프로젝트는 일전에 최성운이 무조건 따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따 놓은 당상이었기 때문이다.해성시에는 지금껏 최성운이 원하는 것에 눈독 들일 만한 용기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나타난 적 없었다. 그러니 이승호가 북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인 것은 최성운에게 도전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가 러브앤어펙션을 인수하고 벌인 일을 생각해 봤을 때는 운성 그룹과 원수를 진 건 아닌지 의심이 갈 지경이
최성운의 싸늘한 기운에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지금은 업무 시간인데 공적인 일이 아니라 사적인 일을 얘기할까요? 그리고 우리 사이에 사적인 대화를 나눌 일도 없잖아요.”“정말 할 말 없어요?”최성운은 약간의 궁금증이 담긴 그윽한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앞의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느낌에 서정원은 살짝 넋을 놓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굳이 사적인 일을 얘기해야 한다면, 오늘 오후에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침을 놔드릴 거예요. 같이 갈래요?”“그래요.”최성운은 덤덤히 고
어느샌가 오후가 되었다.업무를 처리한 뒤 시간을 확인한 서정원은 거의 두 시 반이 되었음을 발견했다.그녀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서 최승철에게 침을 놔줘야 했다.서정원은 물건을 정리한 뒤 운성 그룹에서 나왔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익숙한 롤스로이스가 그녀의 앞에 정확히 멈춰 섰다.문이 열리고 최성운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긴 다리를 내뻗으며 서정원의 앞에 섰다.“차에 타요.”서정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성운은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조수석까지 끌고 갔다.서정원은 다소 어이없는 얼굴로 입가를 당기며 입을
“뭐라고?”최성운은 최지연의 말을 듣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여 병상을 바라봤다.최승철의 가슴팍은 격렬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고, 검붉은색의 피가 흰 이불 위로 떨어져 유독 눈에 띄었다.“할아버지, 어떠세요?”최성운의 얼굴에서 초조함과 긴장함이 보였다.‘왜 이렇게 된 거지?’조금 전 서정원은 침을 놓고 순조롭다고 했다.‘그런데 왜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피를 토한 거지?’“할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최지연은 서정원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할아버지는 방금까지 멀쩡했었는데 침을 맞고 피를 토하셨어요! 우리 할
“대표님, 할아버님 상황은 오전에 제가 검진했을 때보다 좋아졌어요. 서정원 씨 침술 덕분인 것 같네요.”최성운은 그제야 안도했다.서정원의 말대로 할아버지는 확실히 상태가 좋아졌다.“천호진 선생님, 그럴 리가 없어요!”최지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조금 전에 할아버지는 피를 토하셨어요. 상태가 악화한 게 틀림없어요...”“넌 할아버지 상태가 좋아지는 걸 바라지 않는 모양이네?”최성운은 차갑게 입꼬리를 당기며 짜증스레 최지연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지연을 바라봤다.“오빠,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대답해요.”최성운은 냉담한 어조로 말하며 다시금 서정원에게 다가갔다. 그는 갑자기 두 손을 뻗더니 그녀의 양옆으로 팔을 짚으며 그녀를 가두었다.두 사람은 바짝 붙어있었고 애매한 자세에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그녀는 미간을 좁히며 최성운에게 자신에게서 멀어지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격렬히 요동치면서 조명이 몇 번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깜깜해졌다.“아!”갑작스레 찾아온 어둠에 서정원은 끝이 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사람처럼 아무 이유 없이 두려움에 휩싸여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