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운의 싸늘한 기운에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당황했다.“지금은 업무 시간인데 공적인 일이 아니라 사적인 일을 얘기할까요? 그리고 우리 사이에 사적인 대화를 나눌 일도 없잖아요.”“정말 할 말 없어요?”최성운은 약간의 궁금증이 담긴 그윽한 눈빛으로 서정원을 바라봤다.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앞의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익숙한 느낌에 서정원은 살짝 넋을 놓았다.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말했다.“굳이 사적인 일을 얘기해야 한다면, 오늘 오후에 할아버지께 처음으로 침을 놔드릴 거예요. 같이 갈래요?”“그래요.”최성운은 덤덤히 고
어느샌가 오후가 되었다.업무를 처리한 뒤 시간을 확인한 서정원은 거의 두 시 반이 되었음을 발견했다.그녀는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서 최승철에게 침을 놔줘야 했다.서정원은 물건을 정리한 뒤 운성 그룹에서 나왔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하려는데 갑자기 익숙한 롤스로이스가 그녀의 앞에 정확히 멈춰 섰다.문이 열리고 최성운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긴 다리를 내뻗으며 서정원의 앞에 섰다.“차에 타요.”서정원이 입을 열기도 전에 최성운은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그녀를 조수석까지 끌고 갔다.서정원은 다소 어이없는 얼굴로 입가를 당기며 입을
“뭐라고?”최성운은 최지연의 말을 듣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여 병상을 바라봤다.최승철의 가슴팍은 격렬히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고, 검붉은색의 피가 흰 이불 위로 떨어져 유독 눈에 띄었다.“할아버지, 어떠세요?”최성운의 얼굴에서 초조함과 긴장함이 보였다.‘왜 이렇게 된 거지?’조금 전 서정원은 침을 놓고 순조롭다고 했다.‘그런데 왜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피를 토한 거지?’“할아버지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최지연은 서정원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할아버지는 방금까지 멀쩡했었는데 침을 맞고 피를 토하셨어요! 우리 할
“대표님, 할아버님 상황은 오전에 제가 검진했을 때보다 좋아졌어요. 서정원 씨 침술 덕분인 것 같네요.”최성운은 그제야 안도했다.서정원의 말대로 할아버지는 확실히 상태가 좋아졌다.“천호진 선생님, 그럴 리가 없어요!”최지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조금 전에 할아버지는 피를 토하셨어요. 상태가 악화한 게 틀림없어요...”“넌 할아버지 상태가 좋아지는 걸 바라지 않는 모양이네?”최성운은 차갑게 입꼬리를 당기며 짜증스레 최지연의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최지연을 바라봤다.“오빠,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대답해요.”최성운은 냉담한 어조로 말하며 다시금 서정원에게 다가갔다. 그는 갑자기 두 손을 뻗더니 그녀의 양옆으로 팔을 짚으며 그녀를 가두었다.두 사람은 바짝 붙어있었고 애매한 자세에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숨이 막혔다.그녀는 미간을 좁히며 최성운에게 자신에게서 멀어지라고 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격렬히 요동치면서 조명이 몇 번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더니 이내 깜깜해졌다.“아!”갑작스레 찾아온 어둠에 서정원은 끝이 없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사람처럼 아무 이유 없이 두려움에 휩싸여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심준호는 직접 운전해서 교외 산 중턱에 있는 본인의 별장에 도착했다.“정원아, 도착했어.”심준호는 차를 멈춰 세운 뒤 차 문을 열었다.서정원은 차에서 내렸고 심준호는 그녀의 뒤를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별장 안은 무척이나 조용했고 두 사람밖에 없었다.서정원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심준호 씨, 오늘 저녁에 생일 파티 한다면서요? 왜 이렇게 조용해요? 다른 사람들은요?”“다른 사람은 없어. 우리 둘만의 파티야.”심준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서정원을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그는 소중한 스물
“오청연, 뭐 하는 거야?”심준호는 재빨리 서정원의 앞에 서면서 오청연의 팔을 잡았다.“난 오늘 내 남자를 빼앗아 간 뻔뻔한 여우를 잡으러 온 거야!”오청연은 서정원을 죽어라 노려보며 불륜녀를 잡으러 온 아내처럼 굴었다.오청연이 데리고 온 기자들이 그들을 에워싸며 대포 카메라로 심준호와 서정원을 찍었다. 플래시가 끊임없이 터졌다.“다들 보셨죠? 서정원 씨는 남의 남자에게 꼬리치는 여우예요!”오청연은 목청을 높이며 기자들에게 말했다.“저와 심준호가 약혼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죠.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았어
“서정원 씨, 괜찮아요?”최성운은 서정원을 꼭 끌어안으며 걱정이 담긴 목소리로 긴장한 듯 물었다.그는 심준호의 차를 뒤따라 별장까지 왔고 주가영의 전화를 받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별장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최성운은 서정원이 걱정되어 다급히 차에서 내려 별장 안으로 향했다.그런데 별장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서정원이 물에 빠지는 광경을 보았다.서정원이 수영할 줄 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어 최성운은 망설임 없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정원 씨, 정원 씨, 괜찮아요...”최성운의 익숙하면서도 감미로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