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최성운의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이때, 바람이 점차 잦아들고 눈보라도 곧 그칠 기세였다.임창원은 낙하산을 유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는 최성운을 향해 입을 열었다.“대표님, 눈보라가 곧 그칠 것 같습니다. 이따 바로 뛰어내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눈보라가 그치면 수색대 사람들도 산으로 올라가 서정원 씨를 찾으러 다닐 수 있을 겁니다.”“제가 먼저 내려가 볼 테니까 눈보라가 그치면 바로 산으로 오세요!”최성운은 한순간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그는 반드시 지금 바로 뛰어내려 서정원을 찾아야 했다!그가 일찌감치 내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헬기에서 뛰어내린 최성운은 천천히 낙하산을 펼치고 지면으로 내려왔다.이건 그가 두 번째로 펼치는 낙하산이었다.첫 번째는 당시 서정원과 함께 뛰어내리면서 낙하산을 펼쳤었다.비록 당시의 상황은 위급했고 그와 서정원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그때의 그는 아주 침착하고 마음이 아주 기뻤었다.그때 당시 서정원이 그의 곁에 꼭 붙어있었기 때문이다.서정원은 그의 마음을 받아줬을 뿐만 아니라 그와 평생 함께하겠다고 했었다.앞으로도 그들은 생사를 함께 하자고 약속했었다.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최성운은 현재 걱정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이나 앞으로 걸어갔고 날도 어둑어둑해졌지만, 서정원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최 대표님, 정원 씨… 정말 무사하겠죠?”유나는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정말 무서웠다.전에 헬기에서 찾아볼 때는 잘 보이지가 않았고, 지금 그들이 지면에 내려와 구석구석 샅샅이 서정원이 지나갔던 길을 따라 걸어보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서정원이 이 길을 지나가지 않았거나... 눈더미에 이미 깔려 있을 확률이 아주 높았다.그렇지 않다면 못 찾아낼 리가 없었다.유나는 감히 더 깊이 생각할 엄두를
주가영의 말에 심지어 유나마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최성운은 여전히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저흰 계속 찾아보죠.”그는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서정원이 버티지 못할 거니까.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서정원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컸다!그랬기에 최성운은 비록 이미 지친 상태였지만 아직 생사가 불분명한 서정원만 생각하면 그는 한시라도 찾는 것을 멈출 생각하지 않았다.“그럼 이렇게 하죠. 네 팀으로 흩어져요. 네 팀으로 흩어져서 각기 다른 곳을 수색하는 겁니다.”최성운이 무겁게 입을 뗐다.작지 않은 숲
“성운 오빠, 더, 더는 못 걸을 것 같아요... 너무 힘들어요...”주가영은 최성운의 팔을 끌어당기며 처연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최성운은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시아야, 조금만 버텨. 아니면 그냥 먼저 돌아가서 쉬고 있어.”“아니에요. 저도 오빠랑 같이 찾을 거예요.”주가영은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바로 이때, 다른 곳을 수색하던 나머지 세 팀이 돌아왔다.“어때요?”최성운은 눈을 반짝이며 급박한 어투로 말했다.세 팀의 대장들은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다.“죄송합니다. 최 대표님. 아무것도 찾
“그럴 리는 없을 거야. 정원 씨는 분명 우리랑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야!”최성운의 어투는 퍽 단호했다.그는 곧 서정원을 찾아 구조해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고개를 들고 다시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빨간 목도리를 올려다보며 최성운은 마음이 다소 괴로웠다.서정원은 이미 이렇게 분명한 구조 신호를 남겼다. 그런데 그는 왜 일찍이 발견하지 못했던 걸까?당시 서정원은 아주 위급한 상황에서 그가 자신을 구하러 오기를 바라는 구조 신호를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녀가 남긴 목도리를 발견했고 서정
비록 소리는 미미했지만, 그는 똑똑히 들었다.그건 바로 서정원이 좋아했던 ‘big big world'라는 노래였다.“정원 씨, 서정원 씨!!”최성운의 깊게 가라앉은 두 눈에 순간 희망이 비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소리를 질렀다.“여기로 오세요! 서정원 씨가 이 안에 있어요!”“얼른 눈을 파내세요!”최성운은 모든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그는 마치 갑자기 힘이 솟아난 듯 두 손으로 끊임없이 눈더미를 파냈다.그의 두 손은 이미 추위에 빨갛게 얼어있었지만, 최성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서정
눈앞에 있는 익숙한 형체에 서정원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정원 씨, 저예요!”최성운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윽한 눈길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며칠 동안 못 본 사이에 서정원은 많이 야위었다.그녀의 하얗던 얼굴은 동굴에서 며칠 동안이나 햇빛을 못 본 탓인지 더욱 하얘지다 못해 창백해 보였다.아름답던 두 눈은 살짝 붉어져 눈망울에 물방울이 맺혀있었지만, 볼을 타고 흘러내리지는 않았다.바람이 부는 지금, 서정원의 가느다란 몸은 마치 금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