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소리는 미미했지만, 그는 똑똑히 들었다.그건 바로 서정원이 좋아했던 ‘big big world'라는 노래였다.“정원 씨, 서정원 씨!!”최성운의 깊게 가라앉은 두 눈에 순간 희망이 비쳤다. 그는 고개를 돌려 소리를 질렀다.“여기로 오세요! 서정원 씨가 이 안에 있어요!”“얼른 눈을 파내세요!”최성운은 모든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그는 마치 갑자기 힘이 솟아난 듯 두 손으로 끊임없이 눈더미를 파냈다.그의 두 손은 이미 추위에 빨갛게 얼어있었지만, 최성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서정
눈앞에 있는 익숙한 형체에 서정원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정원 씨, 저예요!”최성운은 입꼬리를 끌어당기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윽한 눈길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며칠 동안 못 본 사이에 서정원은 많이 야위었다.그녀의 하얗던 얼굴은 동굴에서 며칠 동안이나 햇빛을 못 본 탓인지 더욱 하얘지다 못해 창백해 보였다.아름답던 두 눈은 살짝 붉어져 눈망울에 물방울이 맺혀있었지만, 볼을 타고 흘러내리지는 않았다.바람이 부는 지금, 서정원의 가느다란 몸은 마치 금방이
“시아야, 그동안 고생했어.”“성운 오빠를 도울 수만 있다면 이런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전 오빠를 위해 뭐든 할 수 있거든요.”주가영은 애틋한 눈으로 최성운을 보았다.“전 오빠도 마찬가지라는 걸 알아요. 저한테 말해줬었잖아요. 절 위해 뭐든지 할 수 있다고.”최성운은 눈썹 사이를 구겼다.“시아야, 이젠 그만 말해.”그는 다시 서정원에게 시선을 돌리며 걱정 서린 어투로 말했다.“정원 씨,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었으니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죠? 얼른 우리랑 내려가서 쉬고...”최성운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옆에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모든 사람이 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성운 또한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서정원은 기껏해야 3분의 1 정도 되는 힘을 썼을 뿐이었다. 그녀의 예상대로 주가영은 느껴지는 고통에 그만 소리를 내고 말았다.“아악!”“보세요, 바로 깨어났잖아요?”서정원은 손을 탁탁 털고 몸을 일으켰다.주가영의 안색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그녀는 서정원을 노려보았다.“서정원 씨, 왜 때려요!”서정원은 주가영을 내려다보며 빈정대는 어투로 말했다.“주가영 씨, 쓰러진 거 아니었어요? 어떻게 제가 때린 걸 바로 알 수가
“시아야, 말들어. 얼른 임 실장과 돌아가.”“성운 오빠!”주가영은 주먹을 꽉 쥐었다.‘서정원, 또 서정원이야!'‘왜?'‘최성운은 대체 왜 서정원을 그렇게나 신경 쓰는 건데!'주가영은 질투와 원망 가득한 두 눈으로 그들을 보았다. 최성운은 얼른 서정원을 따라잡고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정원 씨, 저도 함께 강석일 박사님을 찾으러 가요.”서정원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덤덤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괜찮아요. 석일 아저씨는 낯선 사람을 꺼리거든요. 그냥 돌아가서 시아 씨 곁에 있어 주세요.”“정원 씨
세 사람은 그렇게 관음사로 향했다. 길 위에 있던 눈은 녹지 않아 아주 미끄러웠고 서정원은 다소 힘이 들기 시작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최성운 씨에게 헬기로 데려다 달라고 할 걸 그랬나 봐요.”유나는 다소 아쉬운 듯 말했다.주가영이 최성운에게 들러붙게 만드는 것보다 차라리 그들과 함께 강석일 박사를 찾으러 나서는 것이 더 나았다.요컨대, 강석일 박사를 찾는 일도 모두 최승철을 살리기 위해서였으니까.서정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간을 찌푸린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마 이 근처일 거예요.”“확신해요?”유나가 의아한
“승철 할아버지? 그 운성 그룹의 최 회장을 말하는 거냐?”강석일은 미간을 찌푸렸다.“네, 승철 할아버지와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친구 사이세요. 아저씨, 저희 할아버지를 봐서라도 제발 승철 할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네?”서정원은 강석일을 팔을 붙잡고 간곡하게 말했다.최승철이 쓰러지게 된 것엔 그녀의 책임도 있었기에 만약 강석일 박사가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그럼 그녀는 아마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었다.서정원의 간절한 마음을 느낀 강석일은 마음이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석일 씨. 제발, 제발 그를 살려줘요.
최성운의 그윽한 눈에 기쁨의 감정이 일렁이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서정원 뒤에 있던 중년 남자를 보았다.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남자가 바로 강석일 박사님일 것이었다.최성운은 얼른 한 걸음 다가가 격식을 차리며 말했다.“강석일 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강석일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감사 인사는 정원이에게 하세요.”늘 자신감 흘러넘쳤던 최성운은 순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고 다소 멋쩍은 듯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역시 한의학의 명의라서 그런지 성격이 다소 괴팍했다.그렇지 않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