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찾으세요?”“이 부근에 관음사라는 곳이 있나요?”예전에 강석일은 만약 자신이 한라산에 정착하게 된다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관음사에서 살고 싶다며 서정원한테 말한 적이 있었다. 중년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 곳을 가리켰다.“바로 저쪽 산봉우리에 있어요.”‘진짜 관음사라는 곳이 있었구나!’서정원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먼가요? 지금 여기서 출발하면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요?”중년 여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이 추운 날씨에 관음사에는 무슨 일로?”“사람을 찾으러 왔어
“정원 씨, 조심해요. 순조롭게 등산한다면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관음사에 도착할 거예요.”윤해숙은 서정원한테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감사합니다.”산마을 주민들의 순박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서정원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원 씨, 꼭 조심해요!”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유나를 향해 서정원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아저씨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올 테니까.”장비들을 꼼꼼히 챙긴 뒤 서정원은 배낭을 메고 깊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처음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서정원은 한시라도 빨리 관음사로 가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는 고개를 들며 다정하게 말했다.“성운 오빠?”그녀는 서정원이 아니라 시아였다. 그윽하게 그녀를 쳐다보던 최성운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이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서 뭐 해?”주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성운 오빠,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배울 게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죠. 다른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도 싫고 오빠 얼굴에 먹칠하는 것도 싫어요.”“너무 늦은 시간이야. 얼른 들어가서 쉬어.”최성운은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
‘정원 씨가 저기에 있는 거겠지?’마음이 복잡한 그는 차에 앉아 담배를 피웠고 담배 연기에 휩싸인 그의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십 분 뒤, 그는 담배꽁초를 세게 누르고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8층으로 향했다.초인종을 누르자 심준호가 문을 열었고 심준호를 본 그 순간 최성운은 얼굴이 굳어졌다. ‘이 여자가 정말 심준호랑 동거하고 있었던 거야?’“최성운, 네가 여긴 웬일이야?” 불쑥 찾아온 최성운을 보고 심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성운은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 뜬
“신고해요! 당장 신고부터 해야겠어요!”마음이 타들어 가는 유나는 심호흡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몸을 떨며 구조대에 신고했다. 한편 옆에 있던 몇몇 남성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신고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산에서 눈사태가 발생했으니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르죠...”그들의 말에 유나는 벌컥 화를 냈다.“그럴 리 없어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정원 씨는 무사할 거예요!”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유나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랐다. 윤해숙은 앞으로 걸어가 유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했다. “유
전화를 끊은 최성운의 얼굴은 잔뜩 굳어진 채 걱정과 불안감이 흘러넘쳤다.그는 심지어 서정원이 눈사태로 조난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말도 안 돼, 심준호랑 함께 있는 거 아니었나?'왜 갑자기 한라산으로 가게 되었는지, 아무리 강석일 박사가 그곳에 있다 하더라도 왜 그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웠고 만약 그녀가 그에게 알렸다면 그는 바로 한라산으로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시아야, 넌 일단 먼저 집으로 돌아가 있어. 난 일이 생겨서 며칠 동안 돌아오지 못할 거 같으니까.”생각을 갈무리한 최성운은 옆에 있던 주가영을 힐끔
그러자 최성운은 다소 걱정과 불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은 어떤 상황이죠? 정원 씨는 찾았나요?”유나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희가 이미 한번 곳곳을 수색해봤는데도 아직 정원 씨를 찾아내지 못했어요.”최성운이 도착하기 전에 수색대는 헬기를 띄워 유나와 함께 헬기를 타고 아래를 수색해 보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서정원이 실종된 지 36시간이나 지났고, 유나의 마음속 불안감이 점차 커져만 갔다.그녀는 서정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최성운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헬기에 탑승하였다.헬기는 지면에서 점차 멀어지더니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최성운은 망원경을 들고 아래를 살펴보았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하얗디하얀 눈밖에 없었다.산 곳곳은 이미 눈으로 뒤덮여있었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천천히 움직이세요.”최성운은 침착한 어투로 지시를 내렸다. 그는 절대 개미 한 마리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헬기는 천천히 산을 중심으로 돌고 돌고 또 돌았다. 최성운의 눈에 들어온 것도 하얗디하얀 눈 말고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성운 오빠, 우리가 이미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