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요?”서정원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요. 생각해 봐요. 시아가 언제 나타났어요?”고개를 끄덕이던 유나는 입술을 깨물며 되물었다. “나랑 최성운 씨의 약혼식 당일이에요.”그녀는 기억을 되짚어 보며 대답했다. “그럼 그 전에는요? 그전에는 시아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나요? 연예 기사들 보니까 그 시아라는 여자 파라 바에서 노래하던 여자라고 하던데, 예명은 안젤라라고 했어요.”“맞아요. 재민이 생일 때 파라 바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어요.”그제야 유나의 말뜻을 알아차린 서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
“누구 찾으세요?”“이 부근에 관음사라는 곳이 있나요?”예전에 강석일은 만약 자신이 한라산에 정착하게 된다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관음사에서 살고 싶다며 서정원한테 말한 적이 있었다. 중년 여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 곳을 가리켰다.“바로 저쪽 산봉우리에 있어요.”‘진짜 관음사라는 곳이 있었구나!’서정원은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서 먼가요? 지금 여기서 출발하면 언제쯤 도착할 수 있을까요?”중년 여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이 추운 날씨에 관음사에는 무슨 일로?”“사람을 찾으러 왔어
“정원 씨, 조심해요. 순조롭게 등산한다면 아마 해가 지기 전에는 관음사에 도착할 거예요.”윤해숙은 서정원한테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감사합니다.”산마을 주민들의 순박하고 열정적인 모습에 서정원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원 씨, 꼭 조심해요!”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유나를 향해 서정원은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말아요. 내일 아저씨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올 테니까.”장비들을 꼼꼼히 챙긴 뒤 서정원은 배낭을 메고 깊은 산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처음에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서정원은 한시라도 빨리 관음사로 가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는 고개를 들며 다정하게 말했다.“성운 오빠?”그녀는 서정원이 아니라 시아였다. 그윽하게 그녀를 쳐다보던 최성운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시아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이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서 뭐 해?”주가영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성운 오빠,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서 배울 게 너무 많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해야죠. 다른 사람들이 수군대는 것도 싫고 오빠 얼굴에 먹칠하는 것도 싫어요.”“너무 늦은 시간이야. 얼른 들어가서 쉬어.”최성운은 그녀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
‘정원 씨가 저기에 있는 거겠지?’마음이 복잡한 그는 차에 앉아 담배를 피웠고 담배 연기에 휩싸인 그의 잘생긴 얼굴은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십 분 뒤, 그는 담배꽁초를 세게 누르고는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18층으로 향했다.초인종을 누르자 심준호가 문을 열었고 심준호를 본 그 순간 최성운은 얼굴이 굳어졌다. ‘이 여자가 정말 심준호랑 동거하고 있었던 거야?’“최성운, 네가 여긴 웬일이야?” 불쑥 찾아온 최성운을 보고 심준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최성운은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인터넷에 뜬
“신고해요! 당장 신고부터 해야겠어요!”마음이 타들어 가는 유나는 심호흡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녀는 몸을 떨며 구조대에 신고했다. 한편 옆에 있던 몇몇 남성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신고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산에서 눈사태가 발생했으니 아마 죽었을 지도 모르죠...”그들의 말에 유나는 벌컥 화를 냈다.“그럴 리 없어요!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정원 씨는 무사할 거예요!”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유나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깜짝 놀랐다. 윤해숙은 앞으로 걸어가 유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했다. “유
전화를 끊은 최성운의 얼굴은 잔뜩 굳어진 채 걱정과 불안감이 흘러넘쳤다.그는 심지어 서정원이 눈사태로 조난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말도 안 돼, 심준호랑 함께 있는 거 아니었나?'왜 갑자기 한라산으로 가게 되었는지, 아무리 강석일 박사가 그곳에 있다 하더라도 왜 그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의문스러웠고 만약 그녀가 그에게 알렸다면 그는 바로 한라산으로 사람을 보냈을 것이다.“시아야, 넌 일단 먼저 집으로 돌아가 있어. 난 일이 생겨서 며칠 동안 돌아오지 못할 거 같으니까.”생각을 갈무리한 최성운은 옆에 있던 주가영을 힐끔
그러자 최성운은 다소 걱정과 불안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물었다.“지금은 어떤 상황이죠? 정원 씨는 찾았나요?”유나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희가 이미 한번 곳곳을 수색해봤는데도 아직 정원 씨를 찾아내지 못했어요.”최성운이 도착하기 전에 수색대는 헬기를 띄워 유나와 함께 헬기를 타고 아래를 수색해 보았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서정원이 실종된 지 36시간이나 지났고, 유나의 마음속 불안감이 점차 커져만 갔다.그녀는 서정원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는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이제 모든 하객이 자리에 앉았다.그들은 서로 축복의 말을 건네며 최성운과 서정원의 행복을 기원했다.최성운과 서정원은 한복을 바꿔입고 피로연을 시작했다. 피로연은 서양식으로 하지 않고 전통 방식으로 중간에 뷔페를 준비했다.하여 최성운과 서정원의 한복은 자리와 아주 잘 어울렸다.“하객 여러분, 우리 모두 잔을 들어주세요. 신랑의 감사 인사가 있고 난 후 함께 건배하겠습니다.”사회자의 말을 들은 최성운은 술잔을 들고 중앙으로 걸어왔다.서정원도 옆에 함께 했는데 이제 부창부수 같은 느낌을 주었다. 최성운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이런 능력도 있었어요? 그리고 비행기에 칠 한 그림은 얼마나 낭비예요!”서정원은 비록 입으로는 최성운을 혼냈지만, 그녀의 말투는 아주 부드러웠다. 서정원의 말을 듣고 있는 최성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배운 지는 오래됐어. 다만 면허증이 이제 막 나와서 경험이 풍부한 조수가 필요해.”“내가 경험이 조금 더 풍부해지면, 혼자서 다 태우고 세계여행을 떠날 수도 있어. 그때가 되면 우리는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갈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서정원은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던 그때, 최성운이 그 답을
최성운은 서정원의 몸매에 꼭 맞는 웨딩드레스를 몇 벌 제작했다. 이제 서정원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선택하기만 하면 바로 입을 수 있다.“얼른 마음에 드는 거로 선택해. 난 네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너무 기대돼.”서정원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그녀는 드레스를 손에 쥐고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내려놓기 아쉬워했다.“너는 어떤 걸 입어도 다 잘 어울려. 게다가 너는 참 안목도 좋아. 내 생각에는 성운 씨도 네가 이 드레스를 입기를 바랐던것 같아. 이 장식과 포인트를 봐.”연채린이 드레스 윗부분을 가리키자, 서
“제가 왜 이런 식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저를 비웃게 하는데요?”연채린은 손사래를 쳤다. 둘 사이에는 이미 감사할 필요가 없다고 서정원이 말했던 적이 있다.지금 연채린도 이런 태도로 서정원에게 두 사람 사이에 감사하다는 말이 왜 필요가 없는지 알려줬다.“오히려 비웃음보다 축복이 더 많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은 누구나 부러울 테니까.”“제가 이 결혼식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을 최성운이 직접 준비했는데요.”서정원도 마음속으로 매우 행복하다고 느꼈고, 연신 고개를 끄
서정원은 원래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이 문제를 다룰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최성운이 이렇게 일찍부터 준비할 줄은 몰랐다.서정원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다.비록 최성운이 외진 곳에 가서 하는 일들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하지만 그게 현실이 됐으니, 서정원은 설렘도 있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밖에 보이지 않았다.“정말 최성운 씨를 보면 혼내야 할지, 칭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알려주세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연채린은 일부러 서정원을 놀렸다. 지금 서정원은 기분도 좋고, 최성운의 계획에 아
연채린이 제공한 답은 오랜 사고 끝에 나온 것이다.연채린은 최성운이 외진 곳에 있으니, 아무리 서정원이 말한 대로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동시에 외국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관계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얼굴이 웃음꽃이 피었다.왜냐하면 최성운이 걸어온 전화이기 때문이다.“회장님, 지금 가족분들이 미치도록 회장님을 찾고 있어요.”“최대한 빨리 가족분들이랑 연락을 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최성운은 이 말을 듣고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하는데, 전화 너머 그쪽 회사 운영자가 당분간
연채린은 지금 서정원이 손해를 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래서 그 어떤 왜곡된 일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연채린은 최미자보고 최건국에게 알리라고 했다. 언론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려고 했다.만약 그게 네티즌들이 혼자서 소설을 쓰는 것이라면 연채린도 방법이 없다. 하지만 최건국은 그런 사람들과 다르게 그런 적이 없다.연채린은 기사를 사서 전체적인 언론 방향을 바로 잡았다. 최건국도 언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그들을 이용해 일을 해결할 줄도 안다.지금 그 방법도 최건국과 매니저가 함께 생각한 방법의 하나이다.“
조사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아무튼 조사랑이 제안한 방법으로 최성운을 찾을 수만 있으면 된다.서정원도 그들에게 그깟 몇 푼을 빼앗겨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저는 다른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최성운에 대한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단지에 남긴 전화번호를 걸면 됩니다.”서정원은 또 한 번 감사의 표시를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연채림은 소파에 앉아 지켜보았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하
이 사람들은 기레기다. 전에 최성운한테 한번 당해본 기자들이다.“최성운과 서정원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건 이익의 문제 때문이다. 회사 경영 문제로 삼아 지금의 다툼이 생긴 모양이다.”“겉으로는 서로 사랑하는 부부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서정원이 지금 한 행동 역시, 최성운을 찾아서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이다.”“만약 서정원이 권력을 선에 쥐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일을 하더라도 결국 최성운 밑에서 일을 하는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그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언론사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