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네.’대자연의 앞에서 인간의 힘은 너무 보잘것없는 것이었다. “성운 씨, 아래는 바다예요. 바다에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마실 수 있는 물도 없어요. 기껏해야 한두 날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떡하죠?”걱정스럽게 묻는 그녀의 말에 최성운은 미간을 찌푸렸다. “배낭에 음식과 물을 챙겨왔어요. 이곳은 배가 지날 거예요.”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에 그는 이미 이런 상황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준비를 했다. 최성운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런 신호도 없었다. “어때요?”“안 돼요. 신
넓은 바다 위에서는 휴대폰의 신호가 잡히지 않았고 서정원은 할아버지가 준 이 목걸이가 그녀의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꼭 신호가 전해질 거예요.” 옆에 있던 최성운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정원 씨의 할아버지는 시골에 사시는 분 아닌가? 그분한테 어떻게 이렇게 최첨단 기술의 목걸이가 있는 거지?’그는 저도 모르게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언젠가부터 약혼녀 서정원이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다만 그녀가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묻지 않은 것이
“성운 씨, 왜 그래요?” 그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상처에서 간간이 통증이 전해지자 최성운은 심호흡하고는 고통을 참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하지만...” 자세히 캐묻는 그녀의 말을 최성운은 단번에 끊어버렸다.“말하지 말아요. 체력 보존해야죠.” 그가 긴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에 가져다 대며 입을 다물라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가 걱정스러웠던 서정원은 또다시 물었다.“정말 괜찮은 거예요?” “네.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헤엄쳐 가요.”그녀의 물음에 최성운은 담담한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의 말에 서정원은 저도 모르게 화를 냈다. 최성운은 섬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고 사실 섬과 점점 가까워지고는 있지만 섬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다. 지금 그는 온몸이 나른해져 수영할 수가 없어 서정원한테 기대어 있었다. 그녀한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녀와 함께 묶여있는 구명조끼를 풀려고 손을 뻗었다. “정원 씨, 난 조금 쉬어야겠어요. 먼저 가서 기다려요.”“안 돼요. 같이 가요.”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던 서정원은 바로 그의 손을 덥석 잡았
입술에서 전해진 그윽한 향기는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똑같았다.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지만 여인의 입술이 청량하고 상쾌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며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그 촉감이 너무 부드럽고 차갑고 너무 편해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것을 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서정원은 몸을 휘청거리다가 그의 품 안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의 양손의 힘을 느낀 서정원은 기쁜 표정을 지었다. ‘보아하니 물을 먹이고 수건으로 온도를 낮추어 준
“정원 씨, 나 여기 있어요.” 저 먼 곳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긴장이 풀렸고 이내 목소리의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 “거기서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말도 없이 뛰어다니면 어떡해요?”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그한테 쓴소리를 했다. ‘이 남자가 정말, 아직 몸도 아픈데. 왜 이렇게 사람을 걱정시키는 거야?’어디서 잡은 건지 최성운은 참새 두 마리를 손에 들고 걸어왔다.“참새의 맛이 나쁘지는 않을 거예요.”“참새 잡으러 갔었어요? 왜 쉬지 않고요? 당신 아직도 열이 나고 있잖아요.” 서정원은 재빨리 그를 부축하며
“할아버지... 그만 하세요.”서창호의 앞에서 그녀는 수줍어하며 애교를 부렸다.“다 큰 어른이 연애를 하는 게 뭐가 부끄러워서?”“할아버지, 그만 하세요.”그녀는 아예 몸을 돌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톡톡 쳤다. 옆에서 수줍어하는 그녀를 보고 최성운은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이내 서창호를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정원 씨를 잘 돌봐주고 지켜주겠습니다.”“그래,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 서창호는 최성운이 꽤 마음에 들었다. 오늘 처음 서창호를 만난 최성운은 그한테서 엄청난 카리스마를 느꼈고 아무리 봐
서창호도 오랜 친구의 안위가 걱정되긴 하였지만 서정원과 최성운 두 사람에 비해 그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최승철이라면 분명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게다가 이제는 최성운을 찾았으니 최성운의 능력으로 그가 돌아가기만 한다면 운성 그룹의 일은 잘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며칠 뒤, 서정원과 최성운은 해성시로 돌아왔다. 해만 항구 앞, 서창호는 서정원과 최성운을 떠나보내며 당부했다. “난 일단 운휘시로 돌아갈 거야. 너희들 무슨 일이든 조심하거라.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할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