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망은 그녀의 말에 감동을 하였다.평범한 말이지만 이방이 이 말을 할 때 주는 감동은 남달랐다. 이방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군을 이끄는 무장이었고 성릉관 화합에 공을 세운 공신이다.이렇게 대단한 여 장군이 검 대신 집안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하자 그는 가슴이 따듯해졌다. 이방에게 느꼈던 약간의 실망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일몰 저녁에 두 사람은 도전한다. 사여묵은 장대성더러 송석석에게 알리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야지에서 군사를 훈련 시키던 송석석은 그가 전한 소식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알겠소.”이 소식은 전군에 전해졌고 시만자는 야지로 달려와 송석석을 찾았다.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제대로 혼내줘.”송석석이 피식 웃었다. 송석석은 살짝 걱정되었다. 이방을 죽이지 않은 채 겨루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석양이 졌지만, 여전히 추웠다.1만 5천의 현갑군이 동쪽에 서 있었다.구경하러 온 나머지 병사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의논소리도 끊이지 않았다.원군뿐만 아니라 북명군(北冥軍)도 모여서 시끌벅적했다. 북명군은 송 장군을 응원했고 원군은 이 장군을 응원했다. 원군은 송석석이 인맥으로 5품 장군이 됐다고 믿었다.그들은 아녀자의 모습을 한 송석석이 어떻게 전장에서 승리했는지 의구심을 품었다.원군의 대다수는 이방을 응원했다. 현갑군은 송석석과 필명이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송석석의 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그들은 송석석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그러나 다른 원군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기들을 이끌고 온 전북망과 이방을 따랐다. 게다가 원군은 송석석의 소문을 들은 바 있었기에 송석석을 더욱 무시했다. 이방이 송석석을 제대로 혼쭐내고 진면모를 까발리길 바랐다.방 장군이 심사를 맡고 다른 장군들이 옆에서 구경했다.사여묵도 현갑군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갑옷을 몸에 두고 있었다. 석양이 그의 어두운 금빛 갑옷을 비추자 얼룩덜룩한 핏자국이 보였다.정리되지 않
이방의 목소리는 곁에 있던 장군들과 현갑군들에게 전해졌다.이방은 하고 싶은 말은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이다.그녀의 발언으로 송석석을 무시하던 다른 사람들의 야유 소리가 더욱 높아졌다.수군거리던 목소리는 점점 욕설로 변했다.화가 난 시만자는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이곳에 규율이 없었다면 당장 올라가서 이방의 얼굴부터 날렸을 것이다.그러나 송석석은 전혀 화가 나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그녀를 도발했지만 송석석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차분한 얼굴로 이방을 바라보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무표정하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빛만 짙어졌을 뿐이다. “송 장군!” 사여묵은 장대성의 손에 든 긴 막대기를 그녀에게 던졌다. “도화창 대신 이것을 사용하시오.”송석석은 막대기를 잡은 뒤, 자신의 도화창을 사여묵에게 던졌다. “네!”그녀는 북명왕의 뜻을 알아차렸다. 만일의 유혈사태를 대비해 송석석이 참지 못하고 도화창으로 이방의 목을 베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이방은 굴욕을 느끼고 차갑게 웃었다. “막대기로 싸웁니까? 그렇게 자신 있어 하니 저도 봐 드리지 않겠습니다.”송석석이 병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이방도 검 대신 막대기를 사용하는 게 공평하지만, 이방은 그러지 않았다. 실패할 시 그녀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그들 사이에는 계급의 불공평함이 존재한다.이방은 검을, 송석석은 나무 막대기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모닥불이 점화되었다. 핏빛 자국들은 불길에 가려졌지만 가운데 서 있는 두 사람을 비추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은 이번의 무술 대련을 기대하고 있다. 이방 장군이 송석석 장군의 갑옷을 벗기고 송석석의 무릎을 꿇린 다음 현갑군의 두 손을 들어주길 기대했다.전북망도 살짝 기대했다. 필명과 거짓된 대련을 했다고 여겼다.이방은 절대 지면 안 된다. 이방이 지면 그녀가 남강 전쟁터에서 세웠던 군공을 잃을 것이다.그는 이방을 향해 소리쳤다. “이 장군, 침착하게 응하시오!”시만자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발끝에 있
이방은 송석석의 짙은 눈동자를 보고 당황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막대기에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평범한 막대기가 아닌가? 그래, 북명왕이 저 여자를 지키려고 막대기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절대 평범한 막대기를 줬을 리 없어.’이방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 든 막대기 결코 평범한 막대기가 아니죠?” “보아하니 원수님께서 장군을 지키려고 견고한 무기를 줬나 봅니다.”나무 막대기와 도화창은 길이가 비슷했다. 원래는 영지의 지지대로 사용하는 막대기였다. ‘그러나 북명왕이 송석석에게 그 흔한 막대기를 줬을 리 없다.’옆에서 구경하던 병사들은 이방의 말에 수군 거리며 송석석의 무기를 의심했다.일부 병사는 불공평한 싸움이라며 반발했다. “비열한 수법으로 속일 거였으면 애초에 도화창을 내려놓지 말든가.”“그러니까, 공평하지 않아.”사람들의 분쟁 소리가 점점 커지자, 송석석은 작은 칼로 자신의 나무 막대기 한 부분을 비뚤비뚤하게 잘라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끝이 고르지 못하게 부러진 나무 막대기를 본 병사들도 조용해졌다. 이방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송석석의 손에 진짜 나무 막대기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이를 악문 이방은 다시 송석석에게 달려들었다. 신속하고 힘이 넘치게 달려들었지만 송석석이 나무 막대기를 세워서 막았다. 이방의 검이 한쪽으로 도는 틈에 한 손으로 막대기를 잡아 밀었고 막대기는 이방의 복부를 강타했다.바닥에 떨어진 막대기를 줍기 위해 송석석이 손을 뻗었고 막대기가 그녀의 손으로 날아갔다.“와!” 사람들은 놀란 듯 함성을 질렀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무슨 요법이지?”“바다게 있던 물건을 어떻게 공중에 띄울 수 있지?” “분명 요법이야.”시만자가 차갑게 대꾸했다. “내력으로 흡착하는 것이다. 뭘 안다고 함부로 떠들어? 내력이 뛰어난 무자만 할 수 있는 거다.”이방이 놀란 눈빛으로 뒷걸음질쳤다. 순간 목에서 울렁이는 이물감이 느껴졌고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이방이 피를 토해냈다. 송석석이 날린 발길질에 이방은 한참을 아파하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얼굴이 희끗희끗해진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만졌다. 손가락에 피가 묻어나왔다. 이방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방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공이다.‘어떻게 이리 대단한 무공을 가질 수 있지?’ 예전에 송석석이 흩날리는 꽃잎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그때는 농담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신속하게 패배를 맛보았다. 이바은 낯이 뜨거웠다. 송석석이 인맥으로 지위를 상승했다고 비웃던 자기 자신이 떠올랐다.심지어 아까는 큰소리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송석석을 비웃었다.그러나 송석석은 실력으로 이방에게 반격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한 말이라곤 패배를 인정하겠느냐는 말뿐이었다. 전북망이 황급히 앞으로 나와 이방을 부축했다. “다쳤소? 괜찮소?”이방은 전북망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통증을 애써 참았지만 눈 밑으로 고이는 눈물을 억누르지 못했다.그녀는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창피함을 느꼈다. 남강의 전장에서 최선을 다해 적을 처단하며 세웠던 군공이 사라진다.그러나 희끗희끗해진 더 한 처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국의 제일 여장의 자리를 송석석에게 건네야 한다.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환호성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방의 머릿속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감돌았다.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송석석보다 출신이 뛰어나지 못한 이방이다. 이방은 그녀처럼 잘난 아버지도 없었다. 송석석이 이토록 강한 무공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가문의 세력 때문이라고 믿었다. 무림의 고수가 송석석 아버지와 친분이 있기에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믿었다.이방은 자기가 송석석에게 패배한 게 아니라 송석석의 출신에 패배했다고 믿었다.자기
현갑군은 송석석을 존경했고 그녀에게 복종하기로 했다. 그녀와 대결한 적 있었던 필명도 마찬가지다. 그는 송 장군이 자신에게 휘두른 나무 막대기가 여러 조각으로 변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 일정한 모양으로 변한 나무 조각은 송 장군의 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보여줬다.수많은 나무 조각들이 빠르게 그를 덮쳤다. 필명의 목 언저리에 닿았던 나무 조각은 송석석이 힘 조절을 한 덕분에 가볍게 떨어졌다. 석양이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자 모닥불이 점점 늘어났다. 병사들은 모닥불 근처에 모여 의논하기 시작했다. 송 장군에 관한 것이다.“나무 막대기가 순식간에 조각으로 변했소. 너무 대단하지 않소? 난 마술을 보는 줄 알았소.”“송 장군님의 따님이라 그런지, 역시 대단하네요.”“오로지 실력으로 공을 세운 게 아니면 5품 장군까지 승진할 수 있었겠소?”“염치가 없구려, 애초에 누가 제일 화를 냈는데. 자네가 장군님께 항의하겠다고 나선 걸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저 나무 막대기에 자네가 맞았을 걸세.”“난 이 장군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오. 장군님께서 직접 송 장군님이 전장에 나가는 건 혼인에 대한 복수 때문이고, 자기를 어떻게든 이기려는 것이라고 했잖소. 전 장군님을 후회하게 하려고.”“지금 이 장군님 체면이 말이 아닐 겁니다. 유언비어를 그렇게 퍼뜨렸잖아요. 대결 전에 송 장군님을 얼마나 비난했는데요.”“말조심하시오, 죽고 싶소?”수군대는 소리는 이방의 귓가에 정확히 꽂혔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더없는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였다.이방은 입가의 피를 닦은 뒤 화를 억누르며 성큼성큼 송석석에게 걸어가 물었다. “필명과 도전할 때 내가 성루에서 지켜보고 있단 걸 알고 의도적으로 연기한 것입니까? 내가 대결을 신청하게 유도하기 위해서?”옆에서 듣고 있던 시만자가 차갑게 대꾸했다. “의도적이라니? 그대가 뭐라도 되는 줄 아시오?”“닥치시오. 그쪽은 뭐라도 되시오? 그쪽한테 물었소?”얼굴을 찡그린 이방이 시만자에게 고함을 질렀다.살짝 놀란 시만자
송석석은 도화창을 들어 낮에 필명과 대결했던 곳을 가리켰다. “두 눈이 멀쩡하면 직접 가서 보십시오. 필명이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도화창이 가리킨 곳은 7, 8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았다.이방은 천천히 도화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광경에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바닥에 생긴 다섯 갈래의 균열은 지네가 기어 다닌 듯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한곳으로 집중되었다.아마도 필명이 서 있었던 곳 같았다.필명의 발아래를 통과한 것인지, 다섯 갈래의 균열은 발자국이 있을 법한 곳에 잇닿자 균열의 흔적이 확연히 약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필명의 발에 닿자마자 송석석이 내력 조절을 한 거야.’내력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면 필명은 그 자리에서 두 다리를 잃었을 것이다.필명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결이었다.심호흡을 길게 한 이방은 송석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내 자세를 고친 이방은 전북망의 팔짱을 끼고 그에게 기대 한 번도 짓지 않았던 아름다운 미소를 드러냈다. “네, 전 패배했습니다. 제 실력은 송 장군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성릉관은 제가 세운 첫 번째 공 덕분에 황제께서 우리의 혼인을 상사하셨습니다. 이분은 절 많이 사랑합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송 장군이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고, 설령 관직품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이긴 것은 접니다. 전 여전히 상국의 장군이고 전북망의 부인입니다, 대체 불가한 사실입니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전북망의 부인이 되는 건 내게 아무 의미 없습니다. 상국의 수밖에 없는 직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장군을 대체할 생각도 없습니다. 이 장군이 여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후부터 더는 내게 존경받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웠더라도 인품이 바르지 못하니 말입니다.”이방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허, 이젠 인품을 공격하는 겁니까? 말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사여묵은 송석석을 불렀다.뜨거운 찻잔이 그녀의 앞에 놓였다. 뜨거운 기운이 자욱하게 눈을 덮쳤다.뜨거운 찻물이 입안을 씁쓸하게 감돌았다. 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죽이고 싶은 것이오?” 사여묵이 물었다.“죽이고 싶었죠.” 송석석은 솔직하게 답했다.사여묵이 말했다. “조사 보낸 사람이 연락을 해왔소. 서경 사람들은 촌에 발생했던 일을 꽁꽁 숨겼다더군. 대외적으론 마을 전체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오?”송석석은 찻잔을 손바닥으로 잡았다. 뜨거운 손바닥과 달리 마음은 차가웠다. 그녀가 차분하게 말했다. “압니다. 서경 사람들은 서경의 태자(太子)가 모욕당한 일을 숨기려고 그러는 겁니다.”“황제가 진실을 알아내더라도 이방에게 어떤 처분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방 때문에 그대 외조부가 연루되는 일은 없을 것이오.”서경 사람들도 이방이 마을의 사람들을 몰살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데, 황제가 인정할 리 없었다. 서경 사람들을 압박해 마을 일을 인정하게 한 뒤, 황제가 사신을 보내 잘못을 인정하게 할 수는 없다.이 점은 송석석도 알고 있다.만약 서경에 관한 죄를 물으면 이방은 공을 세운 게 아닌 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날 것이고 외조부도 면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경은 이 사실을 숨기고 구역을 정해 화합조약을 체결한 뒤 이방에게 군공을 내렸다.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고개를 들어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조정에서 지원군을 보내게 하려고 수란키가 사국을 도와 우리를 남강에 유인한 겁니다. 그리고 큰 공을 세운 이방은 반드시 이번 지원군의 장군이 되었겠죠. 수란키의 목적은 이방과 이방 휘하의 병사들뿐입니다.”사여묵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국은 겉으론 평화를 이룬 것 같으나 실상은 증오심으로 가득할 것이오. 시몬전에서 서경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 녹분성의 원수를 갚으려 할 것이오. 우리가 불리한 전쟁이오. 만약 이방을 죽여 수란키의 복수가 성사되지 못하면
이방은 송석석과 대결에서 패배한 뒤, 많은 병사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이방의 편을 들었던 것 때문에 같이 곤장을 맞게 된 여러 장군은 이방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다행히 그녀 휘하의 병사들은 여전히 그녀를 존경했다. 특히 그녀와 함께 공을 세웠던 300명의 병사의 충성심은 남달랐다.녹분성의 공로로 병사들도 상금을 받았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그들만큼은 이방에게 충성할 것이다.게다가 그들 사이에는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알릴 수 없는 공통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충격에 이틀 꼬박 앓아누웠던 이방은 서서히 기운을 차렸다.그녀에게는 아직 남편이 있다. 그녀는 공을 세울 수 없는 처지지만, 전북망은 달랐다. 그가 공을 세우면 이들 부부의 영광이 된다. 그때가 되면 그녀는 군을 이끌고 전북망이 적을 죽이고 공을 세울 수 있게 도울 것이다. 전북망이 공을 세운 뒤, 이방을 살려달라고 청하면 된다.흥분에 겨운 이방이 전북망에게 황급히 말했다. “전쟁이 시작되면 제가 군을 이끌고 따라갈게요. 당신을 도와 적을 처단할 겁니다. 당신이 공을 세운 뒤, 황제 폐하께 절 살려달라고 간청해주세요. 북명왕의 손이라면 하늘을 가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한참 동안 침묵하던 전북망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장군.” 기운 없어 보이는 전북망을 발견한 이방은 미간을 찌푸렸다. “후회되세요?”전북망이 물었다. “무엇을 후회한단 말이오?”“저와 혼인한 것을 후회하세요?”전북망이 서둘러 이방의 눈빛을 피했다. “아니요.”이방은 그의 어깨를 잡아 시선을 마주했다. 전북망을 응시하던 그녀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제가 송 장군보다 미천한 출신이고, 뛰어난 스승님에게 가르침을 받지 못했고 명망 높은 가족도 없지요. 귀한 국공부 금지옥엽 아씨가 기어코 이런 전쟁터에서 고통을 겪는 절 무시하는 거예요. 자기보다 잘난 것 없는 절 깎아내려 서방님께서 저랑 혼인한 것을 후회하게 하려는 겁니다. 그러니 속임수에 넘어가지 마세요.”“알았소.” 전북망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