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95화

Author: 유애
방 장군은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원수가 입을 열기 전에 반박했다.

“보호라니? 1만 5천 명 현갑군을 송 장군이 통령하여 적을 죽이는 것이오. 자네 말처럼 현갑군은 선두대오로서 성을 뚫고 진전에 돌진해야 하오.”

이방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현갑군이 성을 뚫고 들어간다고 해도 현갑군의 공로가 아닌 송 장군의 공로가 될 것입니다. 원수님께서 편파적으로 송 장군에게 군공을 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방 장군은 화가 나서 말했다.

“무슨 말이오?”

“송 장군께서 현갑군을 이끌고 성을 파괴할 수 있다면 스스로 이룬 공로일 터, 어찌 다른 사람이 대신 받친 것일 수 있단 말이오? 이 장군은 전쟁이 나면 혼자 돌격하고 병사들은 뒤에 숨겨둘 생각이오?”

이방이 반문했다.

“방 장군은 뜻은 송 장군도 전장에 나간다는 것입니까? 후방에 숨어 지휘권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는 겁니까?”

방 장군이 분노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선두부대이라면 자연히 군을 이끄는 장군이 있는 법, 장군이 후방에 숨어 지휘만 한다는 게 웬 말입니까?”

“송 장군이 군을 이끈다고요?”

이방이 냉소했다.

“전장에 나간 적 없는 여인이 현갑군을 어떻게 지휘합니까? 여기 모인 여러 장군이 송 장군과 현갑군을 이끌고 대신 싸울 생각입니까?”

방 장군이 말했다.

“전장에 가본 적 없다니요? 이전 전투 모두 송 장군이 싸우지 않았던가요?”

이방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싸움들에서 어떻게 이겼는지 원수와 장군들도 알고 있을 텐데요.”

그녀는 사여묵을 바라보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제가 현갑군을 이끌고 성공할 수 있습니다. 만약 원수님이 송 장군에게 군을 계속 이끌게 할 시, 전 송 장군과 싸울 것입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현갑군은 제가 남강으로 데려왔습니다. 그들이 전쟁을 전혀 모르는 송 장군을 따라 무고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지켜볼 수 없습니다.”

자리에 있는 무장들은 이 말을 듣고 잇달아 입을 열었다. 원수가 이 자리에 있기에 차마 욕설은 하지 못했지만, 이방에 대한 비난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4)
goodnovel comment avatar
Yeseul Han
ㅋㅋ 질투는 지가하고잇네 ㅉㅉ 얼마나 갈라나 궁금하구만
goodnovel comment avatar
남숙희
이방 오만이도를 넘다가 찍빵
goodnovel comment avatar
이나영
아싸~걸려들었어~~~~넌 죽었어~우씨~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6화

    방 장군은 동의할 수 없었다. “이미 정해진 일인데 어찌 또 번복하니까? 여긴 무술장이 아니라 전장입니다. 군심의 단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방은 방 장군이 송석석이 패배할까 봐 도전하는 것을 제지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더욱 당차게 말했다. “능력이 되면 도전하는 것이지요. 송 장군이 질까 봐 걱정되십니까? 송 장군이 질 것 같으면 경기를 안 치러도 되니 현갑군은 저게 맡기시죠.” 방 장군이 콧방귀를 뀌었다. “꿈도 야무지군. 원군(援軍)을 이끌고 전장에 왔다고 그들이 자네 사람 같은가? 경기를 말리는 것은 자네 체면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세. 호의를 베풀어도 거절을 하니, 알아서 하시오.”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마십시오. 현갑군을 송 장군의 손에 맡길 수 없습니다.” 말을 끝낸 이방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이방이 나간 뒤에도 방 장군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물었다. “원수님, 현갑군은 이미 송 장군이 이끌고 있습니다. 어찌 이 장군이 요청을 허락하신 겁니까? 원군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없어졌지만, 병사들 수군거림은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송 장군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이 있는데... 만약 송 장군이 지기라도 하면...”사여묵은 그를 담담하게 쳐다보았다. “송 장군은 지지 않을 것이오. 원군에 여전히 송 장군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그들에게 제대로 보여주면 되오. 송 장군이 자격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그리고...” 북명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스스로 멍청한 짓을 하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 있겠소. ”사여묵이 비록 이렇게 말하긴 했으나 장군들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 없었다.송 장군이 용감하다는 것은 그들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장군은 태후가 입이 마르게 칭찬하던 여 장군이며 성릉관에서 큰 공을 세운 무공이 뛰어난 장군이다.두 사람이 비기면 다행이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패한다면 그간 세웠던 명망은 모조리 사라진다.그날 오후, 북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7화

    전북망은 그녀의 말에 감동을 하였다.평범한 말이지만 이방이 이 말을 할 때 주는 감동은 남달랐다. 이방은 평범한 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전쟁터에서 군을 이끄는 무장이었고 성릉관 화합에 공을 세운 공신이다.이렇게 대단한 여 장군이 검 대신 집안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말하자 그는 가슴이 따듯해졌다. 이방에게 느꼈던 약간의 실망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일몰 저녁에 두 사람은 도전한다. 사여묵은 장대성더러 송석석에게 알리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야지에서 군사를 훈련 시키던 송석석은 그가 전한 소식을 듣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알겠소.”이 소식은 전군에 전해졌고 시만자는 야지로 달려와 송석석을 찾았다.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제대로 혼내줘.”송석석이 피식 웃었다. 송석석은 살짝 걱정되었다. 이방을 죽이지 않은 채 겨루기만 해야 하기 때문이다.석양이 졌지만, 여전히 추웠다.1만 5천의 현갑군이 동쪽에 서 있었다.구경하러 온 나머지 병사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모이면서 의논소리도 끊이지 않았다.원군뿐만 아니라 북명군(北冥軍)도 모여서 시끌벅적했다. 북명군은 송 장군을 응원했고 원군은 이 장군을 응원했다. 원군은 송석석이 인맥으로 5품 장군이 됐다고 믿었다.그들은 아녀자의 모습을 한 송석석이 어떻게 전장에서 승리했는지 의구심을 품었다.원군의 대다수는 이방을 응원했다. 현갑군은 송석석과 필명이 싸우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송석석의 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느낄 수 있었다.그들은 송석석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다.그러나 다른 원군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기들을 이끌고 온 전북망과 이방을 따랐다. 게다가 원군은 송석석의 소문을 들은 바 있었기에 송석석을 더욱 무시했다. 이방이 송석석을 제대로 혼쭐내고 진면모를 까발리길 바랐다.방 장군이 심사를 맡고 다른 장군들이 옆에서 구경했다.사여묵도 현갑군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갑옷을 몸에 두고 있었다. 석양이 그의 어두운 금빛 갑옷을 비추자 얼룩덜룩한 핏자국이 보였다.정리되지 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화

    이방의 목소리는 곁에 있던 장군들과 현갑군들에게 전해졌다.이방은 하고 싶은 말은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이다.그녀의 발언으로 송석석을 무시하던 다른 사람들의 야유 소리가 더욱 높아졌다.수군거리던 목소리는 점점 욕설로 변했다.화가 난 시만자는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이곳에 규율이 없었다면 당장 올라가서 이방의 얼굴부터 날렸을 것이다.그러나 송석석은 전혀 화가 나보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그녀를 도발했지만 송석석은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차분한 얼굴로 이방을 바라보며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송석석은 무표정하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눈빛만 짙어졌을 뿐이다. “송 장군!” 사여묵은 장대성의 손에 든 긴 막대기를 그녀에게 던졌다. “도화창 대신 이것을 사용하시오.”송석석은 막대기를 잡은 뒤, 자신의 도화창을 사여묵에게 던졌다. “네!”그녀는 북명왕의 뜻을 알아차렸다. 만일의 유혈사태를 대비해 송석석이 참지 못하고 도화창으로 이방의 목을 베어버리면 안 되기 때문이다.이방은 굴욕을 느끼고 차갑게 웃었다. “막대기로 싸웁니까? 그렇게 자신 있어 하니 저도 봐 드리지 않겠습니다.”송석석이 병기를 사용하지 않으니 이방도 검 대신 막대기를 사용하는 게 공평하지만, 이방은 그러지 않았다. 실패할 시 그녀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그들 사이에는 계급의 불공평함이 존재한다.이방은 검을, 송석석은 나무 막대기를 사용해도 무방하다.모닥불이 점화되었다. 핏빛 자국들은 불길에 가려졌지만 가운데 서 있는 두 사람을 비추기에 충분했다. 많은 사람은 이번의 무술 대련을 기대하고 있다. 이방 장군이 송석석 장군의 갑옷을 벗기고 송석석의 무릎을 꿇린 다음 현갑군의 두 손을 들어주길 기대했다.전북망도 살짝 기대했다. 필명과 거짓된 대련을 했다고 여겼다.이방은 절대 지면 안 된다. 이방이 지면 그녀가 남강 전쟁터에서 세웠던 군공을 잃을 것이다.그는 이방을 향해 소리쳤다. “이 장군, 침착하게 응하시오!”시만자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발끝에 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9화

    이방은 송석석의 짙은 눈동자를 보고 당황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막대기에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평범한 막대기가 아닌가? 그래, 북명왕이 저 여자를 지키려고 막대기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절대 평범한 막대기를 줬을 리 없어.’이방이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 든 막대기 결코 평범한 막대기가 아니죠?” “보아하니 원수님께서 장군을 지키려고 견고한 무기를 줬나 봅니다.”나무 막대기와 도화창은 길이가 비슷했다. 원래는 영지의 지지대로 사용하는 막대기였다. ‘그러나 북명왕이 송석석에게 그 흔한 막대기를 줬을 리 없다.’옆에서 구경하던 병사들은 이방의 말에 수군 거리며 송석석의 무기를 의심했다.일부 병사는 불공평한 싸움이라며 반발했다. “비열한 수법으로 속일 거였으면 애초에 도화창을 내려놓지 말든가.”“그러니까, 공평하지 않아.”사람들의 분쟁 소리가 점점 커지자, 송석석은 작은 칼로 자신의 나무 막대기 한 부분을 비뚤비뚤하게 잘라내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끝이 고르지 못하게 부러진 나무 막대기를 본 병사들도 조용해졌다. 이방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송석석의 손에 진짜 나무 막대기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이를 악문 이방은 다시 송석석에게 달려들었다. 신속하고 힘이 넘치게 달려들었지만 송석석이 나무 막대기를 세워서 막았다. 이방의 검이 한쪽으로 도는 틈에 한 손으로 막대기를 잡아 밀었고 막대기는 이방의 복부를 강타했다.바닥에 떨어진 막대기를 줍기 위해 송석석이 손을 뻗었고 막대기가 그녀의 손으로 날아갔다.“와!” 사람들은 놀란 듯 함성을 질렀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광경이다.“무슨 요법이지?”“바다게 있던 물건을 어떻게 공중에 띄울 수 있지?” “분명 요법이야.”시만자가 차갑게 대꾸했다. “내력으로 흡착하는 것이다. 뭘 안다고 함부로 떠들어? 내력이 뛰어난 무자만 할 수 있는 거다.”이방이 놀란 눈빛으로 뒷걸음질쳤다. 순간 목에서 울렁이는 이물감이 느껴졌고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났다.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00화

    이방이 피를 토해냈다. 송석석이 날린 발길질에 이방은 한참을 아파하며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얼굴이 희끗희끗해진 그녀는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만졌다. 손가락에 피가 묻어나왔다. 이방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방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송석석을 바라보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공이다.‘어떻게 이리 대단한 무공을 가질 수 있지?’ 예전에 송석석이 흩날리는 꽃잎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었다. 그때는 농담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직접 겪어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신속하게 패배를 맛보았다. 이바은 낯이 뜨거웠다. 송석석이 인맥으로 지위를 상승했다고 비웃던 자기 자신이 떠올랐다.심지어 아까는 큰소리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송석석을 비웃었다.그러나 송석석은 실력으로 이방에게 반격했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가 한 말이라곤 패배를 인정하겠느냐는 말뿐이었다. 전북망이 황급히 앞으로 나와 이방을 부축했다. “다쳤소? 괜찮소?”이방은 전북망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으로 전해지는 통증을 애써 참았지만 눈 밑으로 고이는 눈물을 억누르지 못했다.그녀는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창피함을 느꼈다. 남강의 전장에서 최선을 다해 적을 처단하며 세웠던 군공이 사라진다.그러나 희끗희끗해진 더 한 처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상국의 제일 여장의 자리를 송석석에게 건네야 한다.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환호성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방의 머릿속에는 윙윙거리는 소리만 감돌았다. ‘패배를 인정할 수 없어!’송석석보다 출신이 뛰어나지 못한 이방이다. 이방은 그녀처럼 잘난 아버지도 없었다. 송석석이 이토록 강한 무공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가문의 세력 때문이라고 믿었다. 무림의 고수가 송석석 아버지와 친분이 있기에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였다고 믿었다.이방은 자기가 송석석에게 패배한 게 아니라 송석석의 출신에 패배했다고 믿었다.자기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01화

    현갑군은 송석석을 존경했고 그녀에게 복종하기로 했다. 그녀와 대결한 적 있었던 필명도 마찬가지다. 그는 송 장군이 자신에게 휘두른 나무 막대기가 여러 조각으로 변한 것을 직접 목격했다. 일정한 모양으로 변한 나무 조각은 송 장군의 내력이 얼마나 강한지 여실히 보여줬다.수많은 나무 조각들이 빠르게 그를 덮쳤다. 필명의 목 언저리에 닿았던 나무 조각은 송석석이 힘 조절을 한 덕분에 가볍게 떨어졌다. 석양이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자 모닥불이 점점 늘어났다. 병사들은 모닥불 근처에 모여 의논하기 시작했다. 송 장군에 관한 것이다.“나무 막대기가 순식간에 조각으로 변했소. 너무 대단하지 않소? 난 마술을 보는 줄 알았소.”“송 장군님의 따님이라 그런지, 역시 대단하네요.”“오로지 실력으로 공을 세운 게 아니면 5품 장군까지 승진할 수 있었겠소?”“염치가 없구려, 애초에 누가 제일 화를 냈는데. 자네가 장군님께 항의하겠다고 나선 걸 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저 나무 막대기에 자네가 맞았을 걸세.”“난 이 장군님 말을 철석같이 믿은 것이오. 장군님께서 직접 송 장군님이 전장에 나가는 건 혼인에 대한 복수 때문이고, 자기를 어떻게든 이기려는 것이라고 했잖소. 전 장군님을 후회하게 하려고.”“지금 이 장군님 체면이 말이 아닐 겁니다. 유언비어를 그렇게 퍼뜨렸잖아요. 대결 전에 송 장군님을 얼마나 비난했는데요.”“말조심하시오, 죽고 싶소?”수군대는 소리는 이방의 귓가에 정확히 꽂혔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는 더없는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였다.이방은 입가의 피를 닦은 뒤 화를 억누르며 성큼성큼 송석석에게 걸어가 물었다. “필명과 도전할 때 내가 성루에서 지켜보고 있단 걸 알고 의도적으로 연기한 것입니까? 내가 대결을 신청하게 유도하기 위해서?”옆에서 듣고 있던 시만자가 차갑게 대꾸했다. “의도적이라니? 그대가 뭐라도 되는 줄 아시오?”“닥치시오. 그쪽은 뭐라도 되시오? 그쪽한테 물었소?”얼굴을 찡그린 이방이 시만자에게 고함을 질렀다.살짝 놀란 시만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02화

    송석석은 도화창을 들어 낮에 필명과 대결했던 곳을 가리켰다. “두 눈이 멀쩡하면 직접 가서 보십시오. 필명이 패배를 인정하는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도화창이 가리킨 곳은 7, 8걸음밖에 떨어지지 않았다.이방은 천천히 도화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눈앞의 광경에 이방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바닥에 생긴 다섯 갈래의 균열은 지네가 기어 다닌 듯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한곳으로 집중되었다.아마도 필명이 서 있었던 곳 같았다.필명의 발아래를 통과한 것인지, 다섯 갈래의 균열은 발자국이 있을 법한 곳에 잇닿자 균열의 흔적이 확연히 약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필명의 발에 닿자마자 송석석이 내력 조절을 한 거야.’내력을 제대로 휘두르지 못했다면 필명은 그 자리에서 두 다리를 잃었을 것이다.필명이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결이었다.심호흡을 길게 한 이방은 송석석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내 자세를 고친 이방은 전북망의 팔짱을 끼고 그에게 기대 한 번도 짓지 않았던 아름다운 미소를 드러냈다. “네, 전 패배했습니다. 제 실력은 송 장군보다 못합니다. 하지만 성릉관은 제가 세운 첫 번째 공 덕분에 황제께서 우리의 혼인을 상사하셨습니다. 이분은 절 많이 사랑합니다.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송 장군이 전쟁터에서 공을 세우고, 설령 관직품위가 높아진다 하더라도 결국 이긴 것은 접니다. 전 여전히 상국의 장군이고 전북망의 부인입니다, 대체 불가한 사실입니다.”송석석이 가볍게 웃었다. “전북망의 부인이 되는 건 내게 아무 의미 없습니다. 상국의 수밖에 없는 직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장군을 대체할 생각도 없습니다. 이 장군이 여인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후부터 더는 내게 존경받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아무리 큰 공을 세웠더라도 인품이 바르지 못하니 말입니다.”이방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허, 이젠 인품을 공격하는 겁니까? 말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나 봅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03화

    사여묵은 송석석을 불렀다.뜨거운 찻잔이 그녀의 앞에 놓였다. 뜨거운 기운이 자욱하게 눈을 덮쳤다.뜨거운 찻물이 입안을 씁쓸하게 감돌았다. 군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한 일이다.“죽이고 싶은 것이오?” 사여묵이 물었다.“죽이고 싶었죠.” 송석석은 솔직하게 답했다.사여묵이 말했다. “조사 보낸 사람이 연락을 해왔소. 서경 사람들은 촌에 발생했던 일을 꽁꽁 숨겼다더군. 대외적으론 마을 전체 사람들이 불타 죽었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오?”송석석은 찻잔을 손바닥으로 잡았다. 뜨거운 손바닥과 달리 마음은 차가웠다. 그녀가 차분하게 말했다. “압니다. 서경 사람들은 서경의 태자(太子)가 모욕당한 일을 숨기려고 그러는 겁니다.”“황제가 진실을 알아내더라도 이방에게 어떤 처분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이방 때문에 그대 외조부가 연루되는 일은 없을 것이오.”서경 사람들도 이방이 마을의 사람들을 몰살한 일을 인정하지 않는데, 황제가 인정할 리 없었다. 서경 사람들을 압박해 마을 일을 인정하게 한 뒤, 황제가 사신을 보내 잘못을 인정하게 할 수는 없다.이 점은 송석석도 알고 있다.만약 서경에 관한 죄를 물으면 이방은 공을 세운 게 아닌 범죄를 저지른 것이 드러날 것이고 외조부도 면죄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경은 이 사실을 숨기고 구역을 정해 화합조약을 체결한 뒤 이방에게 군공을 내렸다.잠시 고민하던 송석석이 고개를 들어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조정에서 지원군을 보내게 하려고 수란키가 사국을 도와 우리를 남강에 유인한 겁니다. 그리고 큰 공을 세운 이방은 반드시 이번 지원군의 장군이 되었겠죠. 수란키의 목적은 이방과 이방 휘하의 병사들뿐입니다.”사여묵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양국은 겉으론 평화를 이룬 것 같으나 실상은 증오심으로 가득할 것이오. 시몬전에서 서경 사람들은 전력을 다해 녹분성의 원수를 갚으려 할 것이오. 우리가 불리한 전쟁이오. 만약 이방을 죽여 수란키의 복수가 성사되지 못하면

Latest chapter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8화

    원신제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씁쓸한 게 한 가지 더 있네. 지금까지 짐은 장공주의 신분으로 여인에게도 과거 시험을 볼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높이 외쳤지. 하지만 황제가 된 지금, 어쩔 수 없이 각 세력들의 이익을 고려해줘야 하고 그자들이 짐에 대한 적대심과 경계를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네. 짐은 이제 고려한 일이 더 많아졌어. 가끔은 속에 천불이 나서 반대파 세력들의 가슴에 칼을 꽂고 싶기도 하네.”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송석석이 대꾸했다.“사실 한 나라의 황제나 대신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결국 최종 목적은 같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도 그렇듯 다들 나라의 안정과 백성들의 평안을 바라고 있는 겁니다. 나라에 영원히 전란이 일어나지 않고 창성해야 폐하께서 원하시는 개혁을 진행하셨을 때 반대의 목소리가 잦아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폐하, 현재 가장 중요한 건 폐하의 자리부터 굳건히 지키시는 겁니다.”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원신제는 송석석의 말뜻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현재까지 나라가 혼란에 빠져 있고 각 세력들의 제지도 심하기에 이 국면을 해결하는 것도 충분히 힘든 일이다.황제의 자리도 흔들리고 있는 지금, 원신제가 개혁까지 고집하려는 건 더욱 위험한 일이었기에, 미래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었다.시만자 또한 송석석의 말에 동의하는 바였다.“사실 한 가지 일을 처리하는 데에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는 건 아닙니다. 강경하게 상대방과 맞서 싸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는 가장 현명하지 못한 하책입니다. 한 사람의 성격도 바꾸기 쉽지 않은데 천 년이나 넘게 지속된 규정을 바꾸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폐하께서 관념의 씨앗을 심으시면 언젠가 누군가가 폐하께서 남긴 발자국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잠시 머뭇거리던 시만자는 이내 다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저와 석석도 매산에서 무술을 공부할 때 그랬습니다. 다들 저희를 비웃고 하찮게 여겼지만 저희는 결국 실력으로 그자들을 한 명씩 쓰러트렸습니다. 구호만 외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실력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7화

    서경의 황궁은 금빛으로 반짝였으며 기세가 어마어마했다. 어둠이 깃든 고요한 밤에는 기 장엄함이 더욱 돋보였다.첫 번째 궁문을 들어서고 나서도 마차는 궁 안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궁 안 곳곳에는 커다란 나무들 위에는 등불이 잔뜩 걸려 있어 대낮처럼 밝았으며, 누군가가 몰래 나무 위에 숨어있는다고 해도 너무 밝아서 바로 들킬 정도였다.수란키는 앞장서서 걷다가 한 궁전 밖에 도착했는데, 궁녀 두 명이 다가와 수란키와 서경 언어로 몇 마디 나누다가 고개를 돌려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수란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송 대감님, 만자 낭자, 폐하께서 두 분에게 궁전으로 모시라고 하셨습니다.”두 궁녀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휘황찬란한 궁전 내부에는 커다란 조각 기둥이 양측에 세워져 있었으며 그 모습은 압박감이 넘쳤다.원신제는 용상에 앉아 환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반겼지만 얼굴에는 피로함이 가득해 보였다.송석석과 시만자는 이내 인사를 올렸고 원신제는 그들에게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그리고는 송석석을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짐은 송 대감이 사절단과 함께 이곳으로 온다고 하여 며칠 전부터 계속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너무 반갑네.”송석석은 웃으면서도 진지하게 대답했다.“폐하께서 황위에 오르셨다는 소식을 듣고 소인도 너무 기뻤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신 걸 감축드립니다.”송석석은 원신제를 힐끔 쳐다보았다. 원신제에게서 냉옥 장공주의 모습이 보였고 예전과 크게 변한 건 없었으며 여전히 피로해 보이고 여전히 진중하고 엄숙했다.냉옥 장공주에게 있어서 황제의 역할이든 실권을 손에 쥔 장공주 역할이든 똑같이 신경 쓸 일이 많을 것이다.“원하는 바를 이루느라 많이 힘들었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 일처리는 훨씬 쉬워졌네.”원신제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조금 뒤, 궁녀들이 서경 특색이 돋보이는 다과들을 내왔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조금 전에 저녁 식사를 했기에 배가 고프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6화

    서경 수도에 도착했을 땐 8월 13일이었기에, 송석석 일행이 떠난 지 한 달은 족히 넘은 상황이었다. 점심이 되자, 햇빛이 따스하게 비추어졌다.진왕은 마차 안에 몸을 웅크려 누운 채 입성에 진입했다. 하지만 마지막 자객들은 머릿수도 많고 기세도 등등해, 서경 지대에 들어서고 나서도 송석석 일행은 총 일곱 번이나 습격을 당했다. 현갑군은 대부분 부상을 당했고 시만자마저 어깨가 칼에 찔렸지만 다행히 신경까지 다치지는 않았다.진왕이 이렇게까지 크게 논란 건, 자객에게 습격을 당할 당시, 그는 변소 안에 있었다.일을 마치고 변소를 나선 순간, 갑자기 나타난 자객이 검으로 진왕의 가슴을 베었고 그 검을 진왕의 가슴에 꽂으려던 순간, 송석석이 제때에 나타나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한 발 빠르게 자객의 가슴에 꽂았다.하지만, 이내 자객의 머리채를 뒤로 확 잡아당긴 덕분에 진왕은 무사할 수 있었다.그는 가슴팍이 조금 베인 게 전부였지만 큰 중상을 입은 것 마냥 밤새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수도에 도착하자 수란키가 관원들을 데리고 성문 앞에 서서 진왕을 반겼다. 수란키는 이제 서경의 승상이 되었다.한눈에 송석석을 알아본 수란키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송 장군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여전히 기품이 넘치시네요.”송석석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인사를 하며 상대방을 힐끗 살폈다. 솔직히 조금 전에 수란키를 알아보지 못했다.전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백발인 데다가 수염도 허옇게 변해 버렸다. 하지만 눈빛은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쳤고 남강 전장에서 봤을 때보다 되레 활기가 넘쳐 보이기까지 했다.남강 전장에서 봤던 수란키는 온몸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위엄이 넘치고 엄숙한 그는 삶의 의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으며 그저 복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었다.“승상께서 이렇게 직접 마중까지 나오시고. 너무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네요.”송석석이 웃으면서 말하자 수란키가 호탕하게 웃었다.“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5화

    한편, 크게 놀란 진왕은 태의를 불러 심신을 안정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았다.송석석이 찾아갔을 때, 진왕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핏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덜덜 떨리는 입술로 송석석에게 자객은 어떻게 됐냐고 물었다.송석석이 진왕에게 자객이 도망쳤다고 얘기하고 나서야 그는 조금 안정을 찾은 듯했다.사실 진왕을 보필하는 사람들이 자객이 도망쳤다고 진작 얘기했지만 진왕은 믿지 않았다. 이제 송석석에게서 듣고 나니 그제야 안심이 된 것이다.송석석은 진왕에게 몸조리 잘 하라고 당부한 뒤 방을 나섰다.이와 동시에, 이덕회는 나머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있었다. 병부 상서인 이덕회는 지금까지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전부 겪어 보기도 했고 또한 왕비와 현갑군을 믿었기에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한편, 매산 출신 몇 명은 한데 모여 전에 성릉관에서 만났던 검은 복장 차림의 무리들을 의심하고 있었다.어쩌면 그자들이 바로 자객일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이다.이 의심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바로 시만자였다. 그는 그 무리들이 갑자기 사라진 게 너무 수상했고 비밀 경로를 통해 계획적으로 도망친 거라고 확신했다.더군다나 조금 전 자객들도 전부 검은색 옷차림이었기에, 비록 머릿수가 조금 차이 나긴 했지만 그리 이상하지도 않다. 일부 사람들은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성릉관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출동했던 건 아마 우리한테 손을 쓰려고 그랬을 가능성이 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성릉관에서 우리를 죽이면 쉽게 도망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일단 포기한 거야.”시만자는 분석할수록 자신의 의심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돌려 송석석에게 물었다.“내 말이 맞는 것 같지 않아?”송석석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자들은 아니야.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금 전 자객들은 그자들보다 무술 실력이 확연히 떨어져. 그자들은 성릉관에서도 자유롭게 나타났다가 사라졌어. 그렇게 보면 네 의심이 성립되지 않다는 거지. 그자들은 성릉관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4화

    이날 아침, 송석석 일행은 서경으로 출발했다.송석석은 딱히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나중에 돌아올 때 성릉관을 또 지나야 했기에, 이후에도 외조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성릉관을 떠나자마자, 평탄한 길이 사라졌다. 여기저기가 다 울퉁불퉁했고 일부러 인위적으로 파괴한 곳도 있었기에 마차가 지나가기엔 무리가 있었다.하지만 진왕은 절대 다시 말을 타려고 하지 않았다. 며칠동안 안정을 취했지만 다리 안쪽의 쓸림 상태가 아직 심했기에 걸을 땐 괜찮아도 말에 타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때문에 성릉관에서 공을 세우고 육아당까지 설립한 진왕은 까탈스럽게 마차를 고집했고 마차가 도무지 지나갈 수 없는 곳은 현갑군이 말에서 내려 마차를 밀면서 힘겹게 전진했다.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건, 현재 양국으로 통하는 길이 개방되었기에 그 길을 따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산길밖에 없었다면 고귀한 진왕의 엉덩이가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이다.그렇게 겨우 서경 지대에 진입하여 루벌로 향하자, 서경의 관원과 병사들이 그들을 맞이하며 가는 길까지 호송해주었다.송석석 일행들 중에서 통역관을 제외하고는 서경에 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똑 같은 변경 도시라고 해도, 루벌은 성릉관보다 훨씬 낙후했다. 여기저기에는 망가지고 훼손된 집채가 많았으며 행색이 누추한 거지나 근심이 많아 보이는 백성들도 많았다.송석석은 이 광경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두 나라가 전쟁을 치른 건 사실이지만 이곳까지 침투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전에 전북망과 이방이 이곳 마을을 공격했다고 해도 공격당한 그 마을만 피해를 받아야지 루벌 전체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것은 말이 안 되었다.루벌의 한 역관에 도착하고 나서야 송석석은 호송하고 있던 관원한테서 그 이유를 듣게 되었다. 수란석이 성릉관에서 전쟁을 일으켰을 때, 후방 공급이 부족한 탓에 병사들이 루벌로 돌아와 약탈을 진행한 것이었다.수란석 당시의 상황이 빅토르와 거의 비슷하다고 했다. 그때 당시 전쟁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 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3화

    소 팔야는 곧바로 송석석이 말한대로 지시를 내렸고 이 지시를 실행에 옮긴 사람은 바로 전북망이었다. 그는 서둘러 부하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수색하기 시작했다.송석석이 성릉관에 왔다는 사실은 전북망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맞이하던 그날, 그는 멀리 서서 지켜볼 뿐, 가까이 다가가지는 않았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탓에 전북망은 송석석을 정확히 보지도 못했고 그저 그림자만 볼 수 있었다.전북망은 자신이 지금 참 쓸모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느껴지기도 했다. 송석석은 이제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고 진성의 일과 관련된 사람은 이제 멀리해야했기 때문이다. 한편, 시절단은 성릉관에서 잠시 쉬는 사이에도 담판의 기교에 대해 상의했으며 상황 모의도 여러 번 해보았다.이번 담판이 저번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절대적으로 쉬운 건 아니었다. 이는 여제가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일이기에 쉽게 타협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씨 가문에서도 상대방이 몰래 사람을 보내 사절단의 책략을 몰래 엿듣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사절단의 책략을 알게 된다면 상대방은 그에 맞는 대책을 미리 준비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국은 열세에 처하게 된다.때문에 소 팔야는 전북망에게 반드시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몰래 침입한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내야 하고 이와 동시에 사절단 곁에서 시중을 드는 하인들 사이에도 첩자가 있을 수 있으니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이틀 동안 수색했지만 전북망은 수확이 없었다. 그리고 수부를 샅샅이 수색했지만 위장술을 쓰거나 몰래 정보를 외부에 빼돌리는 사람도 없었다.전북망이 유일하게 알아낸 정보는 검은 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춘만루에서 밥을 한 번 먹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이 춘만루를 떠난 뒤, 이들을 목격했다는 가게 주인도 있었지만 어디에 묵었고 어디로 갔는지는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서른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심지어 전부 검은 복장을 차려 입었는데 이렇게 쥐도 새도 모르게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2화

    춘만루는 오늘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가게가 그리 크지 않기도 했고, 다른 손님들도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 전 낭자가 데리고 오겠다고 했던 검은 복장을 입은 남자들까지 가게 안 나머지 자리를 전부 차지했다.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남자까지 앉을 자리가 없었기에 가게 주인은 급하게 작은 탁자 하나를 펴서 가게 앞에 자리를 마련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일행들과 떨어져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이때, 남자가 미안한 목소리로 송석석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저자들은 전부 제 일행입니다. 저와 똑같이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요. 혹시 불편하시다면 저자들에게 가게 앞에서 기다리라고 하겠습니다. 나중에 저자들에게 호빵이나 하나씩 나눠줘도 충분합니다.”멈칫하던 시만자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편하게 드시고 싶은 거 시키시면 됩니다.”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낭자는 정말 얼굴도 예쁘시고 마음도 선하시군요. 그럼 저희 편하게 시키겠습니다.”“그… 그래요.”고개를 끄덕이던 시만자는 가게 안에 앉아있던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이자들의 옷차림은 꽤 눈에 띄었으며 옷소매에 수놓은 글씨들이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옷이 구겨지고 먼지도 많이 묻었기에 수놓은 글씨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그렇게 한참동안 쳐다본 시만자는 그제야 이자들의 옷에 수놓은 글씨들이 각자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 흑영위나 전광위 등 글씨들이 보이기도 했다.이자들은 예의가 없거나 우악스럽지는 않았다. 각자 자리를 찾은 뒤 자신들에게 밥을 사준 시만자와 송석석에게 일제히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머리가 하얬지만 얼굴은 불그스름한 게 나이가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그 중에서 생김새가 매우 추악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으며 쳐다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송석석과 시만자 그리고 몽동이는 서로를 힐끔 쳐다보다가 왠지 이 식사자리가 자신들의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게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송석석은 식사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1화

    송석석은 이들을 몇 번이나 아래위로 훑어보다가 순간 마음속으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들의 나이가 쉽게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외모로 보면 서른 살은 족히 넘는 것 같아 보였지만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력이나 기운은 최대 스무 살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았다.송석석은 이들의 눈빛도 함께 살폈는데, 특히 그 남자의 눈빛은 매우 심오하고 진중했으며 나이를 꽤 많이 먹은 늙은 여우와 흡사하게 느껴졌다.송석석 일행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남자가 먼저 한걸음 다가가서 물었다.“여기에 육아당이 생기는 겁니까? 혹시 관아에서 직접 계획한 일인가요?”곁에 서있던 몽동이가 이들을 자세하게 훑어보았다.완벽한 상국 말투를 쓰고 있었기에 성릉관 사람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일단 이자들 태도에서 악의를 발견하지 못했기에 몽동이가 남자의 말에 대답을 했다.“맞습니다.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는 곳입니다. 관아에서 직접 설립했고요.”“참 좋은 일이네요.”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송석석이 한걸음 다가가 물었다.“선생님께서는 진성에서 오셨습니까?”하지만 남자는 그저 송석석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되레 그녀에게 되물었다.“혹시 북명왕비이십니까? 성함은 송석석이고요?”경계심이 잔뜩 차오른 송석석이 질문을 하려던 그때, 남자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서경으로 출발하실 예정이시죠? 언제 출발하실 건가요? 혹시 저희도 함께 동행해도 되겠습니까?”송석석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 물론 그들이 서경에 담판하러 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송석석 일행은 사절단 신분으로 가는 것이기에 함부로 아무 사람이나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 남자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묻는 것이 몹시 수상했다.“선생님들은 왜 서경에 가시려는 겁니까?”송석석의 물음에 남자가 대답했다.“담판하는 과정을 구경하고 싶어서요. 증인도 되어줄 겸 해서요.”송석석은 상대방이 예사롭지 않은 신분을 가진 사람이거나 단순히 헛소리가 습관처럼 나오는 이상한 사람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00화

    진왕은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배고픔에 못 이겨 깨어났다. 눈을 뜨고 나니 온몸이 마치 부서진 것처럼 쑤시고 아파왔다. 심지어는 뼛속까지 피곤이 스며들어 손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의 곁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 중에는 심복인 소환이라는 하인이 있었다. 그가 침상 곁에서 진왕에게 보고했다. "북명왕비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며 반나절째 기다리고 계십니다." 진왕은 원래 침상에서 식사를 해결한 뒤 그대로 다시 자려고 했다. 너무 지쳐서 움직이기조차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석석이 반나절 동안 기다렸다는 말을 듣자, 급히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혀라, 어서!" 이번 여정에서 그는 이미 송석석의 대단함을 목격했다. 여성이지만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그녀의 지휘 아래 여러 차례 위험을 피해갈 수 있었다. 게다가 길에서 많은 사람이 병에 걸려 쓰러졌을 때도 그녀는 황소처럼 튼튼했다. 실력 있는 사람은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들은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려고 찾아오는 법이 없으며, 분명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뱃가죽이 달라붙을 지경이었지만, 서둘러 씻고 죽 한 그릇을 들이킨 뒤 송석석을 만나러 갔다. "나를 찾은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 송석석은 육아당 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진지하게 듣고는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알겠네. 어제 도착하자마자 피곤해서 쓰러져 자긴 했지만, 이 소부의 장식이 간소하고 사용하는 물품도 매우…… 소박한 것을 보았다. 대장군의 일가는 나라에 충성을 바쳤으니, 이렇게 푸대접 받아서는 안 되겠지." 송석석이 입가를 씰룩이며 말했다. "전하, 오해하셨습니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소씨 가문은 한 푼도 착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그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동시에 전하의 선행을 널리 알리기 위함입니다. 이 아이들은 훗날 멀리 진성에 계신 전하를 감사히 여길 것이며, 조정의 문무백관들도 전하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