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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Author: 유애
사여묵은 고개를 저으며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치석은 한 사람이 아니고 방시원도 아니오. 그들은 열한 명이오… 헌데 저 사람은 대체 누구요?"

그는 밖에 있는 말이 계속 돌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말 위에 사람이 엎드려 있었고, 머리가 헝클어져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달려갔다.

"아, 시만자! 오는 내내 아파했는데.. 제가 깜빡 잊었어요."

송석석은 조심스럽게 사만자를 부축해 말에서 내렸다. 시만자는 이석처럼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쓰러질뻔하면서도 입으로는 불평을 쏟아냈다.

"냉정한 자식, 내가 너와 함께 이 먼 길을 왔건만, 감히 나를 잊어? 내가 나으면 너부터 단단히 혼내줄 거야!"

기운이 다 빠져버린 그녀가 송석석의 어깨에 기대자 송석석은 급히 사과했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얼른 안으로 들어가 쉬어. 난 이석부인이 되도록 빨리 장문수를 보게 하려고 서두르다보니 그랬어."

그러자 시만자가 꾸짖을 겨를도 없이 물었다.

"지금 어때? 괜찮아? 그 부부가 재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안 되겠어. 장군은 부상을 입었고 난 병이 난 몸이라 들어갈 수 없어."

"상태는 좋지 않아. 그러나 단신의가 그를 살릴 것이라 믿어. 너는 어서 들어가 쉬어. 눈 좀 붙이면 좀 나아질 거야."

송석석은 다시 사여묵을 보며 말했다.

"난이를 불러 주세요."

시만자는 빈방에 눕혀졌다. 그녀는 너무 지쳤기에 난이가 맥을 짚고 약을 처방하는 동안 이미 깊이 잠들어 버렸다.

오는 내내 그녀는 몹시 답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은 튼튼해서 작은 병조차 없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몸이 말썽이었기 때문이다. 적염문 체면이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

약이 다 완성되어 송석석은 그녀를 깨워 약을 먹였다. 몸을 일으킨 시만자가 약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물었다.

"장문수 상태는 어때?"

"단신의께 여쭤보니, 점점 나아지는 중이라고 했어. 특히 이석이 온 뒤로는 눈에 띄게 좋아졌대."

시만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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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7화

    그리고 한참 뒤, 장태가 물었다. "그럼 제 아내는 어찌 되었습니까?" 그와 군에 출정하여 결혼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아 아내와 이별했다.시만자는 장씨 가문의 셋째에 대해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듯한 어조로 천천히 답했다. "재혼하였습니다." 장태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결국 한마디 더 물었다. "잘 지내고 있습니까?" 시만자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모르겠습니다." 장태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혔다. "내가 그녀를 망쳤습니다. 그녀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노홍도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제 아내도 혹시.." 노홍의 아버지는 송회안 밑에 있던 장군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남강 전장에 참전했으나 아버지는 먼저 전사했고 그 뒤에 그는 포로로 잡혔다. 시만자는 노씨 가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홍시도 보고한 적 없었다.반면 송석석은 이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말할 수 있었다. "그대 아내는 두 해 전에 큰 병에 걸렸었으나, 단신의가 치료하여 나았습니다. 그러나 그대 어머니께서는 남편과 아들을 잇달아 잃은 충격에 그만 정신이 흐려졌지요. 지금은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더 자세한 건 금이에게 물어보세요. 그녀가 치료하고 있습니다." 노홍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한참동안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러자 제방도 더는 묻지 않았다. 그는 형으로부터 이미 약혼녀가 과부로 남아 집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왕두와 왕오는 수주 출신이었으므로, 그들 역시 가만히 있었다. 그들은 진성으로 함께 돌아간 뒤 수주로 향할 계획이었다. 노아금은 아직 혼인하지 않았기에 가족에 대해 물었고 시만자는 모두 무사하다고 답하자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는 사촌 형, 방시원을 바라보았다. 방시원은 얼굴빛이 너무 어두워진 것을 눈치챈 그가 다가가 위로했다. "형, 형수가 재혼한 것은 어쩌면 잘된 일입니다. 우리가 가족에게 죄를 지은 것이니, 그들을 원망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8화

    혜태비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이어 숙청제도 도착하였다. 그가 무릎 꿇어 문안 인사를 올리자마자 태후가 그에게 편지를 건넸다. "석석이가 어젯밤 출성을 하였다. 그러면서 특별히 네 이모님께 궁으로 가서 보고드리라 부탁한 것 같구나." 숙청제가 편지를 한 번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가 한밤중에 성을 나섰다면 틀림없이 긴급한 일이 있겠지요. 모든 일을 굳이 저에게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여자는 그녀가 한밤중에 부지휘사 명패를 가지고 출경하였다. 그래서 너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숙청제은 얼굴에 약간의 걱정이 담겨 있었다. "장문수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알고 보니 치석은 그였던 것이다! 선평후부는 군후세가로서, 지난 세월 동안 자손 중 많은 이들이 무를 버리고 문을 택해 벼슬길로 들어섰으나, 그래도 군후의 존엄과 강인함을 계승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를 바라보던 태후가 무언가 말을 하려 했으나, 결국 그 말을 삼켰다. 어떤 것은 오히려 아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한편, 왕표의 첫 번째 상소가 승상대에 도착했다. 그는 북명왕이 시몬에 도착한 후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보고했다. 목 승상은 이 상소를 눌러두었다. 그는 북명왕이 시몬에 간 이유는 뻔히 알고 있었다. 북명왕은 협상하러 간 것이 아니라 사람을 구하러 간 것이었다.며칠 뒤, 왕표는 또 하나의 상소를 올렸고, 목 승상이 그 상소를 들고 감격해하며 바로 숙청제를 찾아갔다. 상소를 읽던 숙청제도 감격에 겨운 듯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열한 명이라니! 열한 명이 모두 시몬으로 무사히 돌아왔구나!" 목 승상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이는 전하의 덕분이옵니다. 그들이 드디어 모두 무사히 시몬으로 돌아왔사옵니다." "포상하라! 꼭 크게 포상하여라!" 숙청제는 기쁜 나머지 즉시 명을 내렸다. "오대반, 예부상서와 좌우시랑을 부르도록 하라. 영웅들을 거하게 환영하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9화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진상서는 목 승상을 후당으로 모시고 와 직접 차를 대접하였다. 눈을 가늘게 뜨며 웃고 있는 목 승상에 진상서는 긴장이 조금 풀렸다. "승상께서는 어인 일로 이곳까지 오신 것입니까?" "축하 할 일이 있습니다." 목 승상은 차잔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빨리 전해주는 것이 좋겠으나, 너무 큰 기쁨이었기에 진상서가 견딜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하여 그는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축하말입니까? 저에게 축하할 일이 있나요?" 진상서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는 이미 예부상서를 맡고 있었기에 더 이상의 승진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히 여쭙건대, 승상께서 말씀하시는 기쁨이란 무엇이옵니까?" 목 승상이 답했다."잃었던 것을 되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진상서는 더욱 의아해했다."잃었던 것을 되찾았다니요? 저는 최근에 잃어버린 물건이 없었사옵니다." "전하께서 명을 내리셨습니다. 예부에서 남강 전쟁의 영웅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하였고 그 영웅들 중 두 명이 바로 그대 진씨 가문의 자손입니다." 그러자 진상서의 가슴이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얼굴빛이 급변한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천천히 물었다. "그... 그럼, 제 두 자식의 유골을 찾았단 말씀입니까?" 목 승상이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말했다. "유골이라니요? 그들은 살아 있습니다! 진씨 가문의 두 도련님은 아직 살아 있습니다. 북명왕이 그들을 사국에서 구했습니다. 그들은 포로로 잡힌 후 탈출하여 치석이라는 정탐조를 조직하여 남강에 정보를 전했던 영웅들입니다." 가슴을 움켜잡고 고개를 젓고 있는 진상서는 눈에 눈물이 맺혔다. "아닙니다, 승상. 이런 농은 하지 마시옵소서. 그들은 이미 전사하였습니다. 그들을 잃은 아픔은 살을 도려낸 정도이니 다시는..." 자리에서 일어선 목 승상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합니다! 저도 그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치석 정탐조 전체가 자랑스러운 영웅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0화

    같은 시각, 평서백부 최씨는 왕표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읽고 난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어머니와 왕준 부부를 찾았다. 왕준은 왕표의 친동생으로, 공부에서 낭중으로 재직 중이었다. 나쁘지 않은 자리긴 하지만 낭중 자리에만 4년째 머무르며 승진은 하지 못했다.왕준의 아내 남희는 상인의 딸로, 높은 혼처에 시집온 셈이었다. 예전부터 왕청여는 이 둘째 올케 몸에 밴 상인의 냄새 때문에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편지를 읽고 난 평서백노부인의 얼굴빛이 급히 변했다. "사위가 아직 살아 있단 말이냐? 그것도 공을 세웠다고? 이게..." 최 씨가 말했다. "어머니, 이제는 사위라 부르시면 안 됩니다." 노부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가 실수했구나. 그가 살아 돌아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왕준도 편지를 보았다."어머니, 형수님, 이건 좋은 일입니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기뻐할 일이지요." 하지만 최 씨의 얼굴에는 측은한 빛이 어렸다. "시원이 전사했을 때, 어머님께서... 아, 저도 자꾸 말실수를 하는군요. 방씨 가문의 이 노부인께서는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여러 번 기절하셨습니다. 이제 시원이가 살았으니 그 기쁨에 병도 다 나을 것 같군요." 노부인은 방시원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신도 오 씨와 함께 오래동안 슬퍼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누구와도 방시원을 비교한 적 없었다. 방시원은 강직했고, 모든 장모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사위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최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어머님께 이 소식을 알린 것은, 셋째 아가씨가 언젠가는 이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니, 차라리 날을 잡아 집으로 불러 말씀을 나누는 것이 좋을 듯 해서입니다." 최 씨는 이 시동생의 처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혼수로 함께 간 시녀가 내막을 알고 있었던 터라 장군부의 사정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1화

    실낱같은 비가 며칠째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마차에서 내려 멍하니 걸음을 옮기던 왕청여는 그만 웅덩이에 발이 빠져 비단 자수 신발이 흠뻑 젖고 말았다. “부인!” 얼마 전에 사들인 하녀 홍이가 외쳤다. 그녀는 아직 예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였다. “송구하옵니다, 소녀가 잘 받쳐 드리지 못하였나이다.” 왕청여는 홍이의 손을 뿌리치며 호통을 쳤다. “그냥 따라오면 된다.” 홍이는 허둥지둥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직 가문에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예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장군부에 비해 훨씬 화려한 평서백부에 홍이는 이곳저곳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왕청여는 홍아의 무례한 행동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짝 따라오지 않고 무엇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것이냐?” 그때, 노부인 곁의 유모가 미소를 띤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아씨, 하녀에 노여워 마시옵소서. 예는 천천히 가르치면 되는 것이니, 부디 기품을 잃지 마시옵소서.” 그 말에 살짝 머리를 정돈하는 왕청여는 그것이 성급하게 굴지 말라는 충고임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 우려했던 것이다.그러나 장군부에서는 기품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었다. 체면을 잃고도 자각하지 못한 채, 매일 미칠 듯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존선당에 계십니다. 노비를 안내하겠습니다.” “존선당?” 왕청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곳은 형수가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던 곳이었다. 지난번 은을 받은 이후로 형수와 더는 사적으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시지 않았느냐?” “그렇사옵니다. 노부인께서는 존선당에 계십니다.” “어머니도 함께 계신가?” “그렇사옵니다. 노부인과 부인, 그리고 이 부인도 함께 계십니다.” 왕청여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남희도 함께 있단 말이냐? 도대체 무슨 일이냐?” “백작께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2화

    모녀의 대화를 잠시 듣고 있던 최 씨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아가씨를 부른 것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방시원이 전사했을 때, 방씨 가문에서 이혼서를 주었고 아가씨가 친정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둘 사이에 자식도 없었으니, 방씨 가문에서도 아가씨를 평생 붙잡아 두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친정으로 돌아오기 전 아가씨는 이생에 절대 재혼이란 없을 거라고 했지요. 그래서 방씨 가문에서 방시원의 위로금과 두 가게를 너에게 내어준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아가씨께서는 이미 재혼하셨으니, 제가 생각건대, 우리도 그 위로금을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두 가게도 은전으로 환산하여 돌려주어야 합니다. 아가씨 생각은 어떤지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그녀는 형수의 말에 무심결에 고개를 저었다."왜 돌려주어야 합니까? 전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아직 살아있다면 왜 소식을 전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제가 비록 친정으로 돌아갔지만 몇 년이나 홀몸이었고 그러던 중 재가한 것이옵니다." "은전은 아가씨께서 낼 필요 없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아가씨를 대신해 보탤 것입니다." 최 씨는 목소리를 높이며 덧붙였다. "하지만 아가씨도 성의를 보여야 합니따. 이 일은 나와 어머니만 나설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란 말씀입니까? 저는 이미 전씨 가문의 여인이 되었고. 게다가 저는 그를 수년 동안 지켰습니다..." 그러자 최 씨가 얼굴을 굳혔다."됐습니다. 이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마세요. 그를 위해 수년을 지켰다고요? 그가 죽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친정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도 방시원을 위해 지켰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까? 그동안 남자들을 만났지만, 마음에 드는 정혼자를 찾지 못한 거겠지요. 혼사를 서두르는 것을 남들은 모를지 몰라도, 우리는 알고 있는 일입니다." 왕청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그러면 제가 평생 그를 지켜야 한다는 말입니까? 남자는 아내를 잃으면 재혼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남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3화

    고부 세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고 왕청여은 은전을 낼 필요가 없고 친정에서 대신 내준다고 하자 그녀는 잠시 고집을 부리다 결국 동의하였다. 최 씨도 그녀에게 직접 나서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이제는 전북망의 여인이니, 다만 편지를 쓰도록 하여 이를 방씨 가문에 전할 것이라 하였다. 왕청여는 결국 전씨 가문의 여인임을 뜻하는 '전왕씨'라는 서명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는 그녀가 전가의 여인이기에 위로금을 돌려주는 것이란 뜻이었다.다 쓴 편지를 최 씨에게 건네주던 왕청여는 못마땅해했다."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제가 재가한 것이 잘못된 것처럼 말입니다." 최 씨는 담담히 말했다. “전북망에게 시집갈 아가씨는 평서백부의 여식이었으니 아무도 잘못된 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가씨가 다른 생각을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 말에 왕청여는 기가 차서 웃음을 터뜨렸다."제가 무슨 생각을 품겠습니까? 설마 제가 전북망과 이혼하고 다시 방시원을 붙잡을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도대체 저를 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어떤 분인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왕청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형수님, 누구나 실수는 합니다. 형수님은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습니까? 제가 보지 못했을 뿐이겠지요. 이런 식으로 제 과거를 물고 늘어지진 말아 주세요. 제가 비록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편은 저를 존중하고 사랑해 줍니다.저는 이혼할 생각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 혼사 자체가 형수님 때문에 시작된 것이고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서준 것인데, 감사는 못 할 망정, 어찌 저를 이토록 원망하시는 겁니까? 이를 배은망덕이라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최 씨는 편지를 접으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스스로를 과대포장은 하지 맙시다. 아가씨 은혜따위는 받을 생각 없습니다. 당시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서준 것은 상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4화

    최 씨는 노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은 이 일을 완전히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방시원이 돌아왔으니 방씨 가문에서도 그 위로금을 반드시 조정에 돌려줘야 했다. 나중에 황제가 다른 명목으로 은전을 내릴 수 있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전사 위로금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옳지 않으며, 듣기에도 좋지 않았다. 최 씨는 남희와 함께 방씨 가문을 향했다. 오 씨는 너무 기뻤던 나머지 기절해 병상에서 요양 중이었다. 최 씨가 위로금과 가게를 은전으로 환산하여 돌려드리겠다고 하자, 그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미처 이를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최 씨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방시원이 살아 계시다니 저희도 매우 기쁩니다. 이제 돌아왔으니, 당연히 이 위로금은 조정에 돌려드려야 마땅합니다. 이 은전은 당초 방씨 가문의 인덕으로 주신 것이고 그녀는 이제 재가했으니, 더 이상 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부적절하지 않겠습니까? 이 또한 그녀 스스로의 뜻이고 직접 편지를 써서 안부를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최 씨는 편지를 꺼내 방 부인에게 건넸다. 방 부인이 이제 방씨 가문의 내정을 맡아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에, 이 편지는 그녀가 읽어보았다. 편지에는 기쁨의 인사가 담겨 있었고, 오 씨에게 마음 편히 요양하시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끝에는 '전왕씨'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방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접고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전 부인께서 참으로 세심하시구려. 또한 부인께서도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씨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노부인께서도 방시원이 돌아오면 평안해지실 겁니다." "그렇지요. 그가 돌아오면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이 답답하군요.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을 뿐입니다." 오 씨는 이제 많이 차분해졌고 창백했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곧 돌아올 것이니 너무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마음을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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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5화

    그의 이름은 신이었는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 대해서 말할 때, 경멸하는 기색을 띠었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모르는 사람까지 모두 침을 뱉으며 뻔뻔하다고 할 정도였다. 알다시피 애인과 야반도주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고 불을 지르는 것보다 더 욕먹을 일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후회하냐고 묻기도 했다. 그녀는 시집간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죄책감을 느끼긴 했다. 왜냐하면 그로 인해 시 씨 가문의 명성이 손상되어 형제자매들과 조카들이 혼사에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신이는 시 씨 가문의 아가씨로서, 태어날 때부터 온갖 보살핌을 받아왔다. 먹는 것은 물론 모두 산해진미이고, 입는 것도 모두 능라 비단이었다. 게다가 보모님과 오라버니의 총애까지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그녀에겐 한 가지 결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열네 살 때까지 월사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많은 의사들을 불러 진찰을 받고 밤낮으로 약을 먹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몸이 차서 그러니 몸조리를 하면 나을 수 있다고 위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몰래 의사가 부모님께 하는 말을 들었다. 의사는 그가 몸이 차서 그런 병이 생긴 것이 아닌, 아이를 키우는 곳이 어린아이와도 같아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마치 작은 꽃병과 같아서 꽃을 꽂을 수는 있지만 나무를 심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유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건 여자에게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녀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중에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서 부군에게 첩을 들인 후, 첩이 낳은 아이를 친자식처럼 키우라고 조언해주었다.시 씨 가문이라는 후원이 있으면 그녀가 아이를 낳을 수 없어도 아무도 그녀의 지위를 흔들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 씨 가문의 재물은 그녀가 평생 부귀하게 살기에 충분했다. 신이의 조모도 그녀에게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자세를 낮춰야 한다고 했다. 시 씨 가문의 딸이라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4화

    추운 겨울이 되자 눈이 내려 성릉관은 하얗게 뒤덮였다. 세상이 마치 깨끗해진 것처럼 보였다. 이황자는 몇 년 동안 너덜너덜한 승복을 입고 발우를 받쳐 들고는, 가는 길에 동냥을 하다가 절을 보면 이틀 묵으며 부처님께 참회하면서 살았다. 사실 그는 원래 있던 절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편안하진 않지만 풍찬노숙할 필요도 없고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한 곳에서는 평생 죄를 씻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계속 길을 걷고 계속 고생해야 마음이 조금이나마 편했다. 그가 성릉관에 도착했을 때 짚신은 이미 찢겨 있었고 발바닥에는 두꺼운 굳은살이 박여 있었다. 이제는 신발을 신지 않고도 자갈이 가득한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모든 옷을 껴입어도 추위를 막을 수 없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뒤였다. 그는 눈보라를 맞으며 성릉관에 위치한 감은사로 향했는데, 몇 년 동안 발걸음을 멈춘 적이 없는 탓에 고단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심지어는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그는 눈이 가득 쌓인 길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 그는 따뜻한 두꺼운 이불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있는 방에는 숯불이 피워져 있었고, 살짝 열린 창문으로 눈에 눌려 허리가 굽은 나뭇가지가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렇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 순간 욕심이 생겨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문이 활짝 열렸다. 그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핑 돌더니 다시 힘없이 침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누워 있거라.” 이때 누군가가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면서 약그릇을 그의 침대 옆에 놓았다. 그는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익숙해,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서우 형?!’ 그는 자신이 잘못 보았을까 봐 다시 자세히 보려 했지만, 몸이 너무 어지러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3화

    대황자는 봄 사냥 때 숙청제에게 꾸중을 듣고 돌아간 후 앓아누웠다. 당시 이황자와 서우가 모두가 걱정했는데 덕비는 오히려 기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황제폐하께서는 분명히 대황자를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덕비는 이황자를 안고 반드시 부지런해야 하고, 태부와 황숙의 말을 잘 듣고 누구보다 잘 배워 황형을 제압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 그로 인해 이황자의 마음은 몹시 복잡했다. 덕비가 줄곧 그에게 태자와 황제가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지 말해주었을 때 비록 그도 마음이 설렜지만 자신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그와 대황형, 서우 형, 그리고 셋째 동생이 사이가 좋아 도저히 대황형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매일 모순적으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학업이 나빠졌고 승마 연습을 할 때도 여러 번 실수를 했다. 하지만 덕비는 이상하게 그를 탓하지 않았고 며칠 동안 계속 게으르게 하라고 했다. 그렇게 덕비는 이황자를 데리고 복마마를 자주 뵈러 갔고, 복마마 궁전에서 숙청제를 만날 수도 있었다. 덕비는 며칠 동안 그곳을 드나들더니 어느 날 굳은 표정으로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차가운 말투로 청이에게 자신의 보살핌이 없으면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황제폐하를 자주 뵈러 갈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황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공부와 승마술에 전념했다. 이황자는 당시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몰랐고, 비록 매일 힘들긴했지만 한편으로는 즐거웠기에, 계속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숙청제의 천추세에 승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니 세 황자와 서우도 가서 겨뤄 보기로 했다. 원래 그런 대회에서 황자들은 재미있게 참석만하면 되지만, 덕비는 그 경기를 몹시 중시했다. 덕비가 이황자에게 마름쇠를 건넬 때, 그는 하늘이 무너져내리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황자는 원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대황형의 목숨을 앗으려 하다니, 이황자는 처음으로 어마마마가 무서워졌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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