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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실낱같은 비가 며칠째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마차에서 내려 멍하니 걸음을 옮기던 왕청여는 그만 웅덩이에 발이 빠져 비단 자수 신발이 흠뻑 젖고 말았다.

“부인!”

얼마 전에 사들인 하녀 홍이가 외쳤다. 그녀는 아직 예의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상태였다.

“송구하옵니다, 소녀가 잘 받쳐 드리지 못하였나이다.”

왕청여는 홍이의 손을 뿌리치며 호통을 쳤다.

“그냥 따라오면 된다.”

홍이는 허둥지둥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아직 가문에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예의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장군부에 비해 훨씬 화려한 평서백부에 홍이는 이곳저곳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왕청여는 홍아의 무례한 행동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바짝 따라오지 않고 무엇을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것이냐?”

그때, 노부인 곁의 유모가 미소를 띤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아씨, 하녀에 노여워 마시옵소서. 예는 천천히 가르치면 되는 것이니, 부디 기품을 잃지 마시옵소서.”

그 말에 살짝 머리를 정돈하는 왕청여는 그것이 성급하게 굴지 말라는 충고임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그녀를 교양 없는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 우려했던 것이다.

그러나 장군부에서는 기품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었다. 체면을 잃고도 자각하지 못한 채, 매일 미칠 듯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존선당에 계십니다. 노비를 안내하겠습니다.”

“존선당?”

왕청여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곳은 형수가 글을 쓰며 마음을 가다듬던 곳이었다. 지난번 은을 받은 이후로 형수와 더는 사적으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나를 부르시지 않았느냐?”

“그렇사옵니다. 노부인께서는 존선당에 계십니다.”

“어머니도 함께 계신가?”

“그렇사옵니다. 노부인과 부인, 그리고 이 부인도 함께 계십니다.”

왕청여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남희도 함께 있단 말이냐? 도대체 무슨 일이냐?”

“백작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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