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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03 20:00:00
고부 세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고 왕청여은 은전을 낼 필요가 없고 친정에서 대신 내준다고 하자 그녀는 잠시 고집을 부리다 결국 동의하였다.

최 씨도 그녀에게 직접 나서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이제는 전북망의 여인이니, 다만 편지를 쓰도록 하여 이를 방씨 가문에 전할 것이라 하였다.

왕청여는 결국 전씨 가문의 여인임을 뜻하는 '전왕씨'라는 서명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는 그녀가 전가의 여인이기에 위로금을 돌려주는 것이란 뜻이었다.

다 쓴 편지를 최 씨에게 건네주던 왕청여는 못마땅해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제가 재가한 것이 잘못된 것처럼 말입니다."

최 씨는 담담히 말했다.

“전북망에게 시집갈 아가씨는 평서백부의 여식이었으니 아무도 잘못된 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가씨가 다른 생각을 품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 말에 왕청여는 기가 차서 웃음을 터뜨렸다.

"제가 무슨 생각을 품겠습니까? 설마 제가 전북망과 이혼하고 다시 방시원을 붙잡을 거라 생각하신 겁니까? 도대체 저를 뭐라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가씨가 어떤 분인지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왕청여는 분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형수님, 누구나 실수는 합니다. 형수님은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습니까? 제가 보지 못했을 뿐이겠지요. 이런 식으로 제 과거를 물고 늘어지진 말아 주세요. 제가 비록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남편은 저를 존중하고 사랑해 줍니다.

저는 이혼할 생각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 혼사 자체가 형수님 때문에 시작된 것이고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서준 것인데, 감사는 못 할 망정, 어찌 저를 이토록 원망하시는 겁니까? 이를 배은망덕이라고 하는 겁니다!"

하지만 최 씨는 편지를 접으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스스로를 과대포장은 하지 맙시다. 아가씨 은혜따위는 받을 생각 없습니다. 당시 목 씨 부인이 중매를 서준 것은 상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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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 씨는 노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당장은 이 일을 완전히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방시원이 돌아왔으니 방씨 가문에서도 그 위로금을 반드시 조정에 돌려줘야 했다. 나중에 황제가 다른 명목으로 은전을 내릴 수 있겠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전사 위로금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옳지 않으며, 듣기에도 좋지 않았다. 최 씨는 남희와 함께 방씨 가문을 향했다. 오 씨는 너무 기뻤던 나머지 기절해 병상에서 요양 중이었다. 최 씨가 위로금과 가게를 은전으로 환산하여 돌려드리겠다고 하자, 그들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미처 이를 돌려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최 씨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방시원이 살아 계시다니 저희도 매우 기쁩니다. 이제 돌아왔으니, 당연히 이 위로금은 조정에 돌려드려야 마땅합니다. 이 은전은 당초 방씨 가문의 인덕으로 주신 것이고 그녀는 이제 재가했으니, 더 이상 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부적절하지 않겠습니까? 이 또한 그녀 스스로의 뜻이고 직접 편지를 써서 안부를 전해드리라 했습니다." 최 씨는 편지를 꺼내 방 부인에게 건넸다. 방 부인이 이제 방씨 가문의 내정을 맡아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에, 이 편지는 그녀가 읽어보았다. 편지에는 기쁨의 인사가 담겨 있었고, 오 씨에게 마음 편히 요양하시라는 내용이었다. 편지의 끝에는 '전왕씨'라고 서명되어 있었다. 방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접고는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전 부인께서 참으로 세심하시구려. 또한 부인께서도 이렇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씨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노부인께서도 방시원이 돌아오면 평안해지실 겁니다." "그렇지요. 그가 돌아오면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이 답답하군요.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을 뿐입니다." 오 씨는 이제 많이 차분해졌고 창백했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곧 돌아올 것이니 너무 초조해하지 마십시오. 마음을 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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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5화

    방시원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접한 전북망도 왕청여가 방시원의 위로금과 가게를 돌려주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평서백부가 그녀 대신 갚아준 것은 알지 못했다. 암살 사건이 있고 왕청여가 전북망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물은 뒤로, 두 사람은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방시원이 살아 있다는 소식에 오랫동안 고민하던 전북망은 결국 문희거로 향했다. 왕청여는 의자에 앉아 멍을 때리고 있었다. 그러다 역광을 받으며 들어오는 이를 보고 하마터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계속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이름이었다. 전북망임을 확인한 그녀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저는 당신이 문희거를 잊을 줄 알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오시는 군요." 전북망은 하인들에게 물러가라 명했다."방시원의 일은 들었소." 그러자 왕청여가 차갑게 대답했다. "그래서요?" “당신이 나에게 실망했고 장군부에도 불만이 많은 것을 알고 있소. 이제 방시원이 돌아왔으니, 만약 그가 당신이 이미 재가한 것을 개의치 않고, 그에게 돌아가길 원한다면, 나는 당신들을 축복할 것이오." 화가 난 왕청여는 찻잔을 던져버렸다. "전북망, 당신은 정말 못됐습니다! 당신은 대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 겁니까? 제가 그리도 변덕스러워 보입니까?" 전북망은 피하지 않았다. 찻잔이 몸에 부딪히자, 그는 당황한 듯했다."그런 뜻이 아니었소. 그저 장군부가 당신을 제대로 대우하지 못했다고 생각했소. 당신이 아직 방시원에 정이 남아 있다면, 나는 축복해 주고자 했을 뿐이오." 왕청여는 급기야 격노했다. "축복이요? 당신은 저를 아내로 여기지 않았군요. 저를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대했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왕청여의 분노는 전북망만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녀가 위로금과 가게를 정리하기 전이었다면, 전북망이 축복해 줄 거란 말에 기뻤을지도 모른다. 최근 방시원과의 추억이 자꾸 떠올랐고, 전북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장군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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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전북망은 문희거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연이어 몇 날 밤을 왕청여의 처소에서 보냈다. 이방은 자신의 뜰을 재정비하지 시작했다. 궁에서는 은전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자신의 은전으로 장식을 하고 있었다. 문과 창문은 모두 가장 견고한 목재를 사용했고, 철목은 쉽게 구할 수 없으니 목상에게 부탁하여 찾게 했다. 얻을 수만 있다면 고가라도 구매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뜰의 이름도 '길상거'로 바꾸었다. 평안과 길상의 의미였다. 그녀는 이미 군을 떠났고, 더 이상 전투복과 갑옷을 입지 않았으므로, 사람을 시켜 은밀히 호심경을 제작하게 하고, 주야로 착용하며 또다시 자객이 들이닥칠지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부쩍 가까워진 전북망과 왕청여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변심한 남자는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말했듯이 절대 내실의 다툼에 얽매이지 않을 것이며,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으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전북망이 정말로 왕청여를 사랑할까?그녀는 절대 믿지 않았다. 전북망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연기조차 어설펐다. 쉽게 들통날 것인데 오직 왕청여만 어리석었다.아니면, 왕청여도 이 정도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일 수도 있었다. 비록 가짜 사랑일지라도, 연결된 것이 나았을 것이다. 이방은 그들의 일을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집에서 그녀의 먹거리와 옷가지가 끊길 리는 없었고, 자신의 앞길에 딱히 다른 대안도 없었다. 그러니 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 그녀는 누가 자신을 해치려 하는지 궁금했다. 사실 그 주범이 송석석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 책임을 송석석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면 전북망이 그녀에게 더 이상 마음을 두지 않을 것이다.결국 그녀도 미련이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겉으로만 달달한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 전북망은 여전히 왕씨 가문의 힘을 빌려 장군부를 지켜야 했으니 말이다. 한편 서녕에서 장문수는 단신의 치료와 이석의 보살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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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7화

    송석석은 시만자가 가문의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씨 가문은 강남의 대가문이며, 황실 상인으로서 다른 여러 사업도 운영하고 있었다. 상국에서는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그들은 상국 제일 부자였으며, 재산은 나라에 필적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번영 속에서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그들은 조정에 군마를 공급하고, 갑옷과 병기를 제작했기에 병부가 항상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황제의 관심도 시씨 가문에 향하고 있었다. 현재 시씨 가문의 가주는 시만자의 조부였지만, 실질적으로 가문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녀의 부친이었다. 조부가 연로하여 많은 일을 맡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럼 혼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송석석이 묻자, 시만자은 느긋하게 답했다."생각해 본 적 없어. 높은 자리는 맞지 않고, 낮은 자리는 어울리지 않아. 그들이 말하는 자들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차라리 혼인하지 않는 것이 더 자유롭지 않아?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더 좋아." 송석석은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 시만자가 내실에서 가사를 돌보게 하는 것은 너무 잔혹하다고 생각했다. 시씨 가문은 대가족이었기에 상대도 그에 걸맞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복잡한 인간관계가 그녀를 정말 지치게 만들 것이다.시만자가 말을 이었다."우리 시씨 가문에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도 여럿 있어. 어쩔 수 없지. 돈이 많으니 먹고 살 걱정은 없는 거야. 너도 알겠지만, 난 나중에 스승이 은퇴하면, 적염문을 이어받을 것이니 문파를 다스리는 것이 결혼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송석석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혼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두 사람 모두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하곤 했다. 시만자는 여전히 혼인을 거부하고 있었지만, 자신은 이미 두 번이나 했다. 옛 생각에 잠긴 시만자가 그 사실을 떠올렸는지 갑자기 경멸 어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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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8화

    그러나 이번 귀향길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사여묵과 송석석이 단둘이 시간을 보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 수많은 시커먼 얼굴들은 시도 때도 없이 사여묵을 찾아왔다. 덕분에 송석석과 그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밤이 되어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송석석은 시만자와 한방을 썼고, 사여묵은 장대성과 함께 방을 썼다. 사여묵은 이미 너무 지쳤다. 장대성의 코 고는 소리에 견딜 수 없었고 그의 침대를 발로 차보았지만, 장대성은 몸을 뒤척이며 계속 코를 골았다. 사여묵은 하루빨리 진성으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부대가 동주에 가까워졌을 때, 길 위에 마차 한 대가 나타났다. 옆으로 쓰러진 마차는 길 절반 이상을 막고 있었다. 기마병들은 통과할 수 있었지만, 장문수가 탄 마차는 지나갈 수 없었다. 장대성은 앞으로 나아가 보니 두 사람이 마차를 세우려고 애쓰고 있었다. 말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더위에 지친 듯했다.길 가장 안쪽에 한 여인이 서 있었고 그녀의 옆에 하녀로 보이는 이가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여인은 위모자를 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복숭앗빛 분홍 저고리를 입고 있었고, 허리는 손으로 잡힐 만큼 가늘었다. 아마도 마차에서 굴러떨어진 듯 몸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초라하기보다는 가련해보였다.장대성이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인가?" 그러자 덩치 큰 사내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길을 막아버렸군요. 말이 더위를 먹고 기절하여 마차가 뒤집어졌습니다." 말에서 내린 장대성이 살펴보았다. 전장에 나섰던 사람답게, 그는 말을 아꼈다. 손을 뻗어 말을 확인하던 그가 말했다. "말은 죽었소.”“진성으로 가야 하는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사내는 호위병이었다. 앞에 있는 말은 그가 타고 온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마부인 듯했다. "당신들은 누구요? 왜 진성으로 가려는 것이오?" 장대성이 묻자, 사내가 답했다."우리는 진성 사람이고 아가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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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79화

    송석석은 '고청란'이라는 이름을 듣고, 즉시 장공주의 서녀인 연유를 떠올렸다. 연유의 본명은 고청무였다.송석석은 빠르게 상황을 살폈다. 고청란의 하녀는 그녀에게 별로 공손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당한 무예를 익힌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호위병과 마부의 시선도 고청란을 주시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고청란이 그들에게 감시를 받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송석석은 다시 고청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약간 긴장한 듯 손수건을 꽉 쥐고 있었고, 땀방울이 위모자 안에서 흘러내리자, 손수건을 넣어 땀을 닦았다.그녀의 몸이 갑자기 움찔하더니 고통을 삼키는 듯했다. 송석석은 그제야 하녀가 그녀의 뒤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등 뒤에 있기에 그 장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만자와 송석석 모두 위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밖에서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은 외부를 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마차를 보는 척하면서 고청란과 하녀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고청란과 하녀의 모습에서 하녀가 고청란을 압박해 말을 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 고청란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와 사여묵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고왔고 부끄러움도 살짝 묻어 있었다. "급히 진성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말이 죽어버렸습니다. 혹시 말 한 마리를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례는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사여묵이 대답하려던 찰나, 송석석이 먼저 답했다. "이거 참 마침 잘됐군요. 저와 시만자는 말 타는 것이 지겹던 차였습니다. 마차에 앉아 가고 싶었는데, 우리말로 그대들의 마차를 끌게 하지요." 왕비의 말에 무리 중 일부는 약간 당황했다. 이 상황에서 낯선 사람을 마차에 태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앞으로 다가와 상황을 살펴보던 방시원이 손을 들어 동료들에게 말을 아끼라고 신호를 보냈다. "부인의 뜻을 따르도록 하자." 밖에서는 왕비라 부르면 안 되었기에 모두가 송석석을 부인이라 불렀다. 호위병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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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80화

    바람이 불었지만, 햇볕이 강렬했다. 하지만 하녀는 이 뜨거운 날씨 속에서도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척이나 고생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인 듯했다.보통 여인의 곁에 있는 시녀들은 무거운 일을 하지 않기에 유난히 연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하녀는 달랐다. 방시원은 속으로 한숨을 쉬며 시선을 거두었다.그들은 이미 위태로운 삶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런 단순한 계책은 진작에 알아챌 수 있었다. 마차 안에서 위모자를 벗은 고청란은 연유와 매우 닮은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는 아름다웠으나 차가운 인상을 풍겼다. 하녀가 밖에 있었기에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왕비님, 제발 저의 어머니를 구해주십시오." 송석석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들이 길을 막은 이유가 단지 그것만은 아니겠지요." "그렇습니다!" 고청란의 얼굴에 수치심이 스쳐 지나갔다. "저의 계모가 저더러 왕비님과 북명왕의 사이를 훼방 놓으라고 했습니다." 눈물을 머금은 그녀는 반쯤 엎드렸다. "왕비님, 제발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송석석은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왜 널 도와야 하지?" 고청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음모나 계략의 도구일 수도 있었다. "거래입니다.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송석석은 갑자기 그녀를 일으켜 자신의 옆에 앉혔다. 놀란 고청란은 황급히 위모자를 다시 썼다. 그때 마차의 커튼이 살짝 열리며, 하녀가 머리를 내밀어 물었다. "아가씨, 아직도 불편하십니까?" 고청란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이제 많이 나아졌다." 하녀는 다시 커튼을 내렸다. 송석석과 시만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청란의 말이 사실인지 가늠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화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웠고, 진실이 무엇이든 그녀와 더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저녁이 되어 여관에 묵게 되었다. 식사를 마친 후 송석석은 일부러 장대성에게 명령을 내렸다. "밖에 나가 말을 파는 곳이 있는지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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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연왕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게 되었다.솔직히 지금 상황은 연왕의 오랜 계획과 차질이 조금 있었다. 지방 지역에서 역모를 일으키고 심지어 진성에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이 무작정 진성까지 쳐들어간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연왕과 무상의 계획은 따로 있었다.일단 병사들을 일정한 수량까지 늘이고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진성 일대로 전이하여 병사들을 안치한 뒤 적절한 시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그땐 사온이 진성에서 계략을 짜고 있을 것이고 많은 세가들의 지지도 받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예전에 고부진의 딸들을 세가에 시집 보냈기에 세가들은 지지할 수밖에 없다.그리고 나서 적절한 시기만 잘 고르면 반드시 성공한다. 진성에 전란이 일어나고 산적과 유랑민들이 판을 칠 때 연왕은 병사들을 거느리고 성내로 쳐들어가 바로 궁 전체를 포위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 갑자기 대석촌에 일이 터져 버려 사청엽이 체포된 탓에 연왕은 급하게 병사들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승산이 너무 낮았기에 연왕도 망설였던 것이며 지방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난다고 해서 진성까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물론 백성들은 반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고 한동안 수군거리겠지만 대부분 백성들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반란과 격문을 그저 우습게 생각할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사국에서 남강을 공격한다고 해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고 사국에서 오래 전부터 호시탐탐 야망을 보였기에 황제가 나랏일에 관심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그리고 아직 사국과의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전패했다는 소식도 없기에 상국 무장이 무능하다는 비판을 하기에도 애매했다.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이 태평한 상황에서 연주도 꽤 부유한 땅이었기에 괜히 문제를 만들고 싶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때문에 모두 그저 연왕이 언제 잡히는지, 언제 역모죄로 목이 잘릴지를 보고 싶어할 뿐이었다. 그리고 상국에는 사국 사람들을 물리친 북명왕이 있기에 다들 역적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으며 되레 연왕이 왜 역모를 일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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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상이 아니라는 말에 연왕은 회왕에게로 고개를 돌렸고 화들짝 놀란 회왕이 변명하려던 그때, 연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회왕일 리는 없어.”회왕은 의심조차 하지 않는 연왕의 태도에 기분이 조금 묘했다.한편, 연왕은 당연히 회왕을 의심할 리가 없었다. 회왕은 무일푼으로 연주로 왔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진성에서도 아무런 성과도 따내지 못했으며 사온의 비교 대상이 될 자격조차 없었다.회왕이 연주에 온 뒤로 연주 백성들은 회왕을 만나면 겉으로는 왕야라고 부르며 인사를 올리긴 하지만 뒤에서는 다들 그를 만만하게 여기고 아니꼽게 생각했다.때문에 회왕은 절대 마총우를 명령하지 못한다.조금씩 차분해진 연왕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면서 말했다.“다들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총우 그자가 귀순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나를 무너트리고 싶어서 일부러 꾸민 짓인가?”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무상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마총우가 귀순한 건 절대 아닐 것입니다. 왕야께서 격문을 보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저희 병력은 대여섯 군데에 분산되어 있습니다. 전의하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렸는데 조정에서 절대 쉽게 조사해낼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조정에서 마총우 그자를 찾아서 귀순 시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날 일부러 무너트리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거네. 그럼 그자가 누구일 것 같은가?”연왕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연왕이 몇 년 동안 끌어 모은 사람들 중에 황제의 친인척과 세도가들도 있지만 친왕은 연왕과 회와 두 사람밖에 없었다.연왕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상대가 없었다. 연왕의 부하들 중에서 황제의 친인척들이 제일 무능하고 멍청했으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생각해보았을 때 가장 의심되는 상대는 여전히 무상이었다.하지만 역모의 마음을 품은 연왕이 무상을 끌어들이고 나서 지금까지 무상은 강한 충성심을 보였고 심지어 평소에 연왕에게 쓸만한 제안도 가장 많이 하고 계책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80화

    사청엽의 자백과 함께, 사온이 죽기 전에 남겼던 ‘오라버니를 도와 반역을 꾀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반성문으로 인해 연왕의 역모는 확실해졌다. 이에 숙청제는 명령을 내려 연왕에게 진성으로 돌아와 사죄하라고 지시했다.그리고 연주지부에 또 다른 명령을 내렸는데 바로 연주에서 연왕을 제압해서 진성으로 압송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젠 연왕이 반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는데, 그의 우유부단함으로 인해 사람들 앞에서의 위엄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이때 함께 역모를 꾸민 자들은 모두 패기와 결단력을 갖춘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 연왕을 대신하기를 바랐다.아마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무상이 알려준 것이었다. 무상이 요즘 회왕과 비밀리에 돌아다닌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연왕이 반란을 일으키기도 전에 남강 부장이 사국인과 결탁하여 사국 사병을 남강으로 들여보내 전쟁이 발발할 것이라는 소문이 각지에서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러 곳에서 산적과 도비들이 반란을 일으켜 산을 점령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조정에 대한 성토가 끊임없이 쏟아지자 연왕은 분노하며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그는 황제가 어리석다고 비판하며, “무장은 무능하고 간신이 정권을 장악했으니, 내가 하늘을 대신하여 도를 행하고 정의를 바로잡겠다. 뜻을 함께하는 자들은 나를 따르라!”고 외쳤다.하지만 격문이 나가고 반기도 일으켰지만 몇 곳의 산적들만 반란을 일으켰고 그의 사병도 삼천 명 밖에 남지 않았다. 연주에 있는 오 백부병도 삼천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원래 옹현에서 이전한 사병은 약 35000명으로 마총우가 통솔하고 있었는데 전에 한 약속에 따르면 그가 격문을 보내 성토를 하면 마총우가 군사를 이끌고 소씨, 송씨, 가씨 세 저택을 점령하는 것이었다.왜냐하면 이 세 곳은 강남의 경비소에서 가장 멀기 때문에 3만 명의 병력이 세 곳을 점령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9화

    이튿날, 두 사람은 정오가 돼서야 깨어났다. 눈동자가 마주치자 사여묵은 잠을 자고 나니 기운이 돌아온 것 같아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로 그녀의 귀를 비볐다. 그러자 송석석이 말했다. “일어나야지요.” 보주는 밖에서 인기척을 듣고 그들이 다시 잠이 들까 봐 급히 말했다. “왕야님, 왕비님, 태비께서 사람을 세 번이나 보냈습니다.” 사여묵은 작은 산봉우리에 올려놓았던 손을 거두고 맹렬한 눈빛으로 포악하고 오만하게 말했다. “지금은 당신 말 듣고 밤에는 내 말 듣도록 하오.” 어젯밤엔 사여묵이 너무 늦게 돌아와서 태비마마에게 인사드리러 가지 않았다. 예전에 태비는 그가 어디로 가든지, 심지어 전쟁터에 나가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녀가 전쟁터의 위험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태후께서는 항상 자신의 아들이 천하무적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저택 반 이상의 인원이 출동했고 모두들 긴장한 분위기를 조성해서 그녀도 긴장하기 시작했다. 어젯밤에 송석석이 돌아왔지만 사여묵이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궁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를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을 보냈는데 몇 번이고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서 태비는 믿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조화가 없을 때도 두 사람은 모두 진시에 일어났기에 태비는 그들이 그렇게 까지 게으른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혜 태비는 근심걱정을 하는 게 무슨 느낌인지 이제야 알았다. 마침내 그들이 손을 잡고 나타난 것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두 사람은 광소매 옷을 입고 왔는데 남자는 위풍이 당당했고 여자는 늠름함이 느껴졌다. 혜태비는 그들이 예의 바르게 절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앉으라고 한 적은 처음이었다.이번엔 걱정을 너무 많이 해서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절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문안을 드린 후, 두 사람은 먼저 각각 대리사와 경위부로 돌아갔다. 오늘은 사청엽을 심문하는 날이었다. 사청엽은 말라서 온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8화

    숙청제는 사여묵이 고생한 것을 알면서도 그를 남겨놓고 병부상서와 시랑, 그리고 방시원을 궁으로 불러들여 의논을 했다. 왜냐하면 반드시 상황을 종합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추정한 뒤 기존 병력에 맞춰 배치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건 여전히 남강이었지만 사여묵이 서경의 수란석을 언급했을 때 그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국과 서경을 동시에 결탁할 능력은 없어.” 상국은 서경에게 끝까지 당당하지 못했다. 협상이 끝난 상태가 아니라 그들은 서경에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면 대체 얼마나 잠복해 있었고 얼마나 오랫동안 계획을 세웠냐는 것이었다. 병부 이덕회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각지의 지도를 반복해서 보았다. 그 지형들은 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익숙해졌다. ‘젠장. 이런 곳에 도적이나 사병이 있다면 토벌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는 사여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도적들에 대한 책략은 무엇입니까?” “발견하는 대로 정리하는 것이지.” 그러자 이덕회는 얼떨떨해져서 사여묵이 그런 수준 없는 말을 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누가 그걸 몰라? 문제는 절차가 있어야 하는 거잖아.’ “왕야님, 이게 다인가요? 다른 사병은 있습니까?”“있다. 옹현의 사병이 대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 내가 보기엔 일단 흩어져서 반란을 일으킬 때 다시 모일 계획일 것 같아. 그러니 찾을 필요가 없이 분란을 일으키면 사병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지.”병부의 관리들은 지도를 보고 병마의 분포에 대응했다. 남강과 성릉관의 병마는 움직일 수 없고 경외 주둔군들도 움직일 수 없으니 광신과 강남의 병마만 움직일 수 있었다.숙청제는 들으며 연왕이 반란을 일으킬 것은 걱정하지 않고 상릉관과 남강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을 했다.그는 문득 자신이 사여묵을 경계하고 있는 동안 역적은 끊임없이 책략을 쌓고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7화

    성릉관에 도착한 전북망은 수부로 찾아가서 생신 선물을 드렸다. 그는 혼날 준비를 다 했는데 결국 소 씨 가문에서는 사람을 보내 선물만 받아가고 그들을 안치해서 며칠 쉬었다가 남강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의뢰로 아무도 그를 욕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를 혼내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피곤한 발걸음을 끌고 나갔다. “이 성릉관의 수부는 우리가 남강에 있을 때의 수부와 비교가 되지 안 되는군. 넓긴 하지만 너무 소박하고 누추해서 변변한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수부를 나서자 그와 함께 온 병사 양관이 말했다. 그러자 전북망은 한 마디만 했다. “왕 원수와 소대장군을 비교하지 마라.” 그리고 그는 마음속으로 한 마디 더 했다. ‘왕표는 그럴 자격이 없으니까.’ 양관은 원수를 비난하지 말라고 하는 줄 알고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대영에 안치되어 대통포에 묵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더 일찍 남강으로 돌아가는 것도 가능했다. 그들 넷은 아무도 남강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감히 말하지 못했다. 왕표는 그들에게 이곳에서 소 씨 가문의 연병술을 배워서 설 후에나 남강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런 문서도 주지 않아 그들은 여전히 남강의 병사들이었다. 그러니 여기에 남아 있는다면 이곳의 장수들도 아마 그들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었다.게다가 전북망은 자신의 명성이 성릉관에서 얼마나 구린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우선 머물면서 천천히 방법을 강구하여 내년 초봄까지 머물다가 남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온 날은 3월 15일이라 청명이 지났다.매산 사람들은 이미 매산으로 돌아갔다. 무소위는 원래 진성에 가서 며칠 묵고 싶었지만 그들이 바쁘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이 가면 그들이 불편할까 봐 가지 않았다.진성에 도착한 후 사여묵은 먼저 사청엽을 대리사에 가둔 후 입궁해서 복명하고, 송석석은 먼저 저택으로 돌아갔다.염 선생은 피로로 가득 찬 그들의 얼굴을 보고 급히 사람을 시켜 따뜻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6화

    그가 대답하는 것을 듣고서야 고청우는 울음을 그쳤다. 하지만 손끝은 여전히 그의 옷을 움켜쥐고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얼굴엔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 밑에는 냉랭한 혐오감이 감돌았고 방금 전의 애처로움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그녀는 눈앞의 늙은이를 미워했고 그녀의 미모와 몸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미워했다. 그녀는 바둑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심을 얻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길이 없었다. 장사꾼에게 시집을 가자니 그 고생은 못할 것 같고, 그러니 이용당하더라도 편히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진성을 떠나 며칠 동안 정처 없이 돌아다닌 후, 그녀는 자신이 영원히 부귀영화를 떠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왕표가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승낙했던 것이었다. 그때의 그녀에게 있어서 그건 유일한 탈출구였다. 그녀는 자신의 출신은 귀족에게 정식으로 시집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량소가 평생 그녀만을 사랑하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녀에게 살 길을 열어주지 못했고 결국 첩으로만 살았다. 오기도 없는 량소를 생각하자 그녀는 아직도 재수가 없는 것 같았다. 왕표의 본질은 량소와 같았다. 현모양처가 있는데도 잘 대해주지 않고 제대로 된 일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 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최 씨가 자신 때문에 왕표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으니 자신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민감하고 나약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의부님의 말씀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에 사실이라면 우리 세 가족이 전화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조금 힘들어도 관인과 아들이 제 곁에 있다면 전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래, 당신 말 들으마.” 왕표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만약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면 내가 원수고 뭐고 다 버리고 당신을 데리고 이곳을 떠날 게. 하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 손엔 은자가 조금 있으니 그렇게 힘들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5화

    시부인이 바로 그날의 고청우였다. 산후조리를 마친 그녀는 얼굴에 빛이 났고 몸집은 붓기가 하나도 없었으며 여전히 소녀처럼 아름다웠다. 남강에는 모래바람 때문에 겨울엔 아주 추웠지만 그녀의 피부는 기름을 바른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저택의 좋은 물건은 모두 그녀가 사용했다. 매일 낙타젖으로 제비집을 삶고 양젖으로 목욕을 했는데 진성에서 돈이 들어오지 않아도 그녀는 조금도 절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보양을 하니 적어도 왕표의 눈에는 지극히 고귀한 존재로 보였고 그녀의 연약하고 부드러운 손을 잡으면 그의 마음도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생에 국색천향의 미인, 매력이 있는 미인, 온유한 미인 등 많이 만나보았지만 그중에서도 하필이면 여우 같은 고청우가 그의 마음에 들었다. 방천허마저도 그녀의 신분이 의심스러우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왕표는 그런 말을 듣고 오히려 욕을 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고청우는 진작에 자신의 신분을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엔 이곳에 와서 살 길을 찾고 싶었을 뿐 그에게 몸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왕표에게 엄격한 부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고청우가 왕표를 유혹한 게 아니라 왕표가 끝까지 쫓아가서 같이 살게 된 것이었다. 왕표는 그녀를 갖기 위해 많은 방법을 썼는데 처음엔 그녀를 수양딸로 삼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래서 나중에 그들이 부부가 된 후에도 고청우는 밤에 가끔씩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왕표는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찌릿한 것 같았다.그는 아들이 생긴 데다 아름다운 부인을 보면서 심지어 여생을 남강에서 보내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결코 최 씨에게 부당하게 대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요 몇 년 동안 그녀가 중책을 맡아 집안의 재산을 처리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가 밖에서 군사를 이끌 기에 백작 부인인 그녀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앞으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274화

    사여묵은 원래 누군가가 연왕의 배후에서 조종을 한다고 여겼지만 목종욱이 함부로 추측할까 봐 말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실증도 없었으니 연왕을 죽였다면 황제는 황숙을 이유 없이 죽인 혼군이라는 말을 들을 것이 아닌가? 그럼 그들이 반란을 일으킬 구실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지. 반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그의 세력이 이 정도까지 확장되었으니 누군가 깃발을 들것이다. 그를 연주로 보낸 이유는 그가 애초에 사온이 접촉했던 인맥과 다시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야.” 그러자 목종욱이 말했다. “그런 것이군요.” “내 추측이 맞다면 그들이 거사를 일으키려 한다면 분명 각지에서 트집을 찾아 봉기를 일으킬 것이니 조심해야 하네. 특히 강남은 우리 상국의 공창과 상회의 땅이니 그곳을 빼앗긴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여묵이 재차 당부하자 목종욱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목숨을 걸고라도 그들이 강남을 차지하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모두 인계한 후 사여묵도 진성으로 떠나는 길에 올랐다. 그는 지금 조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사청엽이 진성으로 압송되었다. 그는 평생 체면에 신경을 썼는데 이젠 호위가 앞뒤 좌우에서 호송하는 건 흔치 않으니 이번 생에 소원을 이룬 셈이었다. 중간에 휴식할 때 송석석은 강철 바늘을 팔찌에 넣었다. 사병을 소탕할 때 팔찌의 강철 바늘을 다 썼는데 정말 사용하기 편리하다고 생각했다.특히 이런 산악전에서는 적이 분산되어 있어서 일단 발견하면 강철 바늘이 멀리까지 쏠 수 있어서 경공을 펼치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그녀가 산에서 몇 번 넘어져서 팔찌가 약간 변형해서 사여묵이 역관에게 공구를 빌려 수리해 주었다. 복구하지 않으면 각도에 문제가 생겨 정확하게 발사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들이 진성으로 돌아갈 때 남강에 있던 전북망도 마침내 성릉관에 도착했다. 왕표가 특별히 그들 몇 명을 성릉관으로 보내 소대장군에게 생신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전북망을 따라갔던 세 사람은 모두 전북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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