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원은 왕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가 정말 알아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이름조차 듣지 못한 것인지, 혹은 일부러 자신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그만두자, 염 선생이 말했듯이,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듯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장문수이니깐’ 진찰을 마친 군의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사여묵이 장문수에게 줬던 약을 보여달라고 했다."이 약 덕분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거군요."군에도 상처에 뛰어난 약이 있었지만 군의관은 치료 후에도 고개를 젓더니 사여묵에게 밖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요청했다."원… 시경님, 제가 보기앤 7, 8일 정도까지가 한계인 것 같사옵니다. 그 이후는 정말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온몸에 성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고, 여기저기 곪아서 말이 아닙니다. 만약 그 약을 쓰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얼굴을 찌푸렸다."이 약이면 한 달 더 버틸 수 있느냐?"하지만 군의관은 고개를 저었다."안되옵니다. 이 약은 그저 심맥을 보호하는 약이라 지금까지 버티게 한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이옵니다. 한 달은 절대 불가능하옵니다."잠시 고민하던 사여묵이 다시 말했다."너는 그자와 함께 돌아가거라. 내가 왕원수에게 가서 이야기하마."군의관은 흐르는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알겠사옵니다. 저자가 너무 안쓰럽습니다… 이렇게 의지가 대단한 걸 보니 가족 생각에 끝까지 버티고 있는 듯하옵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고문도 당할 수 없을 터인데 말입니다."군의관의 말에 사여묵은 가슴이 무언가에 찔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지난 몇 년 동안 남강 전장에 참전해 있었던 그는 전쟁이 치열했던 초반에는 사경을 넘나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이루지 못한 대업이 생각했고, 또한 송 부인이 송석석을 그에게 허락해 준 것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살아 돌아가 사랑하는 여인과 꼭 결혼하리라 생각했다.그 신념이 그를 한 번 또 한 번의 고비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이다.그는 군의관에게 최선을 다해 달라
사여묵이 왕표를 찾아가 군의관이 함께 동행할 것을 요구하자 왕표도 즉시 동의하였다. 어차피 군 중에는 군의관이 한 명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충분했다.그리고 왕표의 상주서는 이미 보내졌다. 온갖 이해타산이 끝나자 왕표는 전장에서 돌아온 열한 명을 바라보며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다.특히 장문수의 상태가 나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그는 결국 무장 출신이었고 한때 치석을 포기할 생각도 했지만, 돌아온 그들을 보니 왕표도 마음이 벅차올랐다.영웅을 경외하지 않는 이는 없다. 그 영웅이 자신의 지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번에 그들이 무사히 돌아온 것은 사여묵의 공이 컸다. 그 역시 제린과 방천허를 보냈기에 그의 공도 무시할 수 없었다.왕표 또한 장문수를 구하고 싶었다. 물론 철저한 이해타산에서 비롯된 것은 맞았다.장문수는 선평후의 둘째 아들이었다. 군에서 그의 지위는 아직 안정되지 않았기에 군후세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그러나 방시원도 치석의 일원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의 셋째 누이는 이미 재혼하였고, 처남이었던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왕표는 차라리 모른 체 하기로 했다.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 말이다.북명왕부.막 잠자리에 든 송석석은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치는 몽동이의 목소리에 깰 수 박에 없었다.“석석아, 급한 일이야!”몽동이는 대가문의 예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기에, 평소에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밤중에 문을 두드리며 이름까지 부르는 것을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었다.송석석은 급히 옷을 걸쳤고 보주가 외문을 열었다. 몽동이의 손에는 한 장의 종이가 들려져 있었다. 이미 내용을 읽어본 듯한 몽동이가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당장 단신의와 장문수 부인을 찾아야 해.”깜짝 놀란 송석석이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에는 간단하게 적혀 있었다.구출은 성공했으나 장문수의 크게 다쳐서 단신의와 장문수 부인을 모시고 서녕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장문수? 치석이
유모가 나가자마자 송석석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장군께서 시몬에 가셔서 사국과 치석이라 일컫는 첩자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셨습니다. 치석은 우리 군이 포로로 잡힌 후 탈출한 첩자로, 남강 전쟁 중에도 계속해서 우리 군에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사국에 붙잡혔고, 사국 측은 그를 시몬성과 맞바꾸려 했지요.” 송석석의 말에 사람들은 숨을 고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전하께서 장군을 시몬에 보내어 표면상으로는 협상을 하면서 비밀리에 구출 작전을 명하셨습니다. 지금 치석은 무사히 시몬으로 돌아왔고, 바로 장문수, 즉 이댁의 둘째 아드님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그의 부상이 매우 심각하여 장군께서 전서구를 날려 급히 단신의와 둘째 아드님의 부인을 모시고 서녕으로 출발하라 하셨습니다. 오늘 밤 바로 출발해야 해 조금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선평후부인은 온몸이 떨렸다.자신의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과 현재는 위독하다는 사실에 그녀는 가슴이 저릿해져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그러자 선평후세자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어머니는 가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선평후 또한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기특합니다. 우리 문수 너무 대단하군요. 우리가 가서 집으로 데려오겠습니다. 가족의 품으로 말입니다.” 강직한 성품을 지닌 선평후는 이 품 상서로서,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고 꿋꿋이 참아냈다. 그러나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자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했다. 왕비가 있는 자리였지만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이때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공부상서를 맡고 있으니, 경을 떠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자께서는 함께 가실 수 있습니다.” 장후민은 형부에서 낭중을 맡고 있
한밤중, 시만자는 약당 대문을 두드렸다. 단신의는 약당 2층에 머물고 있었다. 단신의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실천하는 그는 이미 잠든 지 한 시간이 넘은 상태였다. 대문 소리에 잠에서 깨버리자 단신의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제자가 와서 북명왕부의 시만자가 찾아왔다고 하자, 옷을 걸치고 내려간 그는 시만자를 아니꼽게 노려보았다."그대가 나를 깨운 이상, 긴급한 일이길 바란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왕진하지 않는다." 그러자 시만자가 두 손을 모으며 예를 갖췄다. "방해하여 송구스럽습니다만 장군께서 진서구를 보내 신의님께서 서녕으로 오셔서 장문수를 구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장문수?" 그 소리에 잠시 멈칫하던 단신의 곧 선평후부의 전사했다던 둘째 아들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난이, 금이, 짐을 꾸리거라. 상처약과 금침은 모두 가장 좋은 것으로 챙기거라. 그리고..." 잠시 멈추던 그는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이내 미련 두지 않았다."천년 삼도 챙기거라." 왕진에도 그만의 속도가 있는 법, 단신의는 송석석보다 먼저 북명왕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송석석은 출발하기 전, 전서구를 들고 시어머니에게 갔다. "내일 어머님께서는 궁에 들어가셔서 이 편지의 내용을 전하께 직접 전하세요. 그리고 급한 상황이라 제가 밤에 길을 떠났다 말씀 드리세요. 우리 집 진서구는 집을 알고 있으니, 진서구도 전하께 드리세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마음이 너무나도 넓었던 혜태비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편지를 들며 물었다. "급박한 상황이라 돌아와 설명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네게는 출성 허가도 있지 않느냐. 무엇보다 이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니..." 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는 아주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필요하옵니다. 꼭 필요한 것이옵니다. 제 말대로 해주세요. 내일 아침 반드시 가셔야 합니다. 한시도 늦추어서는 아니 되옵니
전북망의 본가, 문희거(文熙居). 창호지 너머로 은은한 불빛이 아른거리며 그림자를 흔들어놓았다. 송석석(宋惜惜)은 수수한 옷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두 손을 포갠 채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결혼 후 곧바로 전장으로 떠나 일 년이나 보지 못했던 남편이었다. 전북망(战北望)은 전장에서 돌아온 복장 그대로 당당히 그녀를 마주보고 있었다.“폐하의 교지(旨意)까지 내려진 이상, 되돌릴 수 없소. 이방(易昉)은 이 집에 들어오게 될 것이오."송석석은 손깍지를 끼면서 어두운 눈빛으로 전북망에게 물었다."태후(太后)마마께서도 능력을 인정한, 그 이방 장군님이 첩이 되길 받아들이셨단 말씀입니까?"그 말을 들은 전북망의 눈빛에 살짝 노기가 서렸다."아니, 이방은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오. 평처(平妻: 본처와 같은 지위를 가진 여인)라, 그대와 다를 것이 없소."송석석은 자세를 바꾸지 않고 말을 이었다."장군님도 아시다시피 평처라는 명칭은 듣기 좋을 뿐, 실제로는 첩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전북망이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첩이라니, 이방과 나는 전장에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 사랑하게 되었소. 그리고 이건 나와 이방이 군공(军功: 군사적 공로)으로 받은 교지이니, 사실상 그대의 동의는 필요 없소."송석석은 억누를 수 없는 비웃음을 입가에 띄우며 말했다."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라, 그럼 출정 전에 저에게 했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일 년 전, 출정 명령이 떨어진 혼례 첫날밤에 전북망은 약속했었다. 평생 그 하나만을 바라보며 절대로 첩을 들이지 않겠다고. 송석석이 언급하자 그제야 약속을 떠올린 전북망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그 약속은 잊어버리시오. 그때 나는 진정한 사랑을 알지 못했소. 그저 그대를 아내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을 뿐. 하지만 이방을 만나고 마음이 달라졌소."이방을 떠올린 그의 표정이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그가 숨길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이방은 내가 만난 그 어떤 여인과도 비교할 수 없소.
전북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왜 어려운 길을 자처하시오? 이 혼인은 폐하의 어명이오. 더군다나 이방이 들어온다고 한들, 서로 다른 별채에 머물 텐데, 뭐가 걱정이오? 이방은 안살림에 관심이 없소. 또한 그대의 권한을 빼앗는 일도 없을 것이오. 그대가 중요시 여기는 것들, 이방에겐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걸 모르겠소?”“권한이요? 제가 겨우 그런 것 때문에 이러시는 줄 아십니까?”송석석이 반문했다. 장군부(將軍府: 장군의 집) 살림이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노부인한테 들어가는 약값만 해도 매달 수십 냥(两: 화폐 단위)이었고, 그 외 사람들한테 들어가는 생활비도 만만치 않았다. 만약 그녀가 들고 온 지참금이 아니었다면, 이 집안은 진작에 파산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헌신한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정말 황당했다.반면, 전북망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됐소. 더 말하지 않겠소. 본래 통보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그대가 허락하든 하지 않든 변하는 것은 없을 것이오.”그 말을 끝으로 전북망은 소매를 털며 자리를 떠났다. 송석석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아가씨.”보주(寶珠)가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장군님도 참 너무하세요.”“됐어, 이렇게 된 이상 움직이자.”송석석이 차갑게 눈빛을 굳히며 보주를 쳐다보았다.“첫날밤도 치르지 못했는데,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볼 수도 없지. 일단 가서 내가 이 집안에 들어올 때 들고 온 지참금 목록을 가지고 와 봐.”“지참금 목록은 왜요?”보주가 물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그녀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툭 치며 답했다.“바보야. 계속 이 집에 머물 거야?”그러자 보주가 이마를 감싸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이 혼사는 부인께서 아가씨를 위해 직접 예비하신 거잖아요. 어르신도 살아계실 때, 얼마나 아가씨가 잘 살길 바라셨는데요.”부모님의 얘기가 나오자 송석석의 눈가가 촉촉해졌다.송석석의 부모님은 참 금슬이 좋았다. 그녀를 포함해 자식이 여섯이나 됐지
보주가 지참금 목록을 가져오며 말했다.“근 1년 동안, 아가씨께서 이 집안 살림에 보탠다고 사용한 화폐만 해도 6천 냥이 넘어요. 그래도 다행히 상점과 주택, 장원은 그대로예요. 또한 부인께서 남겨주신 예금 증서와 집문서, 땅문서도 그대로 상자에 담겨 있어요.”“알겠어.”송석석은 목록을 보며 전에 어머니가 준 지참금을 떠올렸다. 그녀의 어머니는 혹시라도 딸이 시집에서 고생할까 봐 참 많은 지참금을 챙겨줬었다. 정말 그리움이 사무쳤다. 옆에 있던 보주도 그녀의 기분에 공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이곳을 나간다면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진북후부, 아니면 매산입니까?”송석석은 아직도 그 처참했던 진북후부의 현장이 생생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이 가슴속에서 밀려 나왔다.“어디로 가든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아가씨, 이대로 떠나면 진짜 후회 안 하시겠어요?”송석석이 담담히 답했다.“후회할 게 뭐 있어. 내가 떠나지 않으면 평생 이들 사이에 괴롭게 살아야 할 텐데. 보주, 우리 집엔 이제 나밖에 없어. 내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 가족들도 저승에서 마음 편히 쉬지.”“아가씨!”보주가 기어이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녀는 송석석과 마찬가지로 진북후부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었다. 송석석의 가족들이 몰살당할 때, 보주의 가족들도 함께 희생되었다.장군부를 떠나게 되더라도, 진북후부로 돌아가는 건 편치 않았다. 그곳은 두 사람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다.“아가씨,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송석석이 한층 깊어진 눈동자로 답했다.“있기는 하지. 폐하께 아뢰어 그동안 아버지와 오라버니들이 이룬 공로를 명목으로 교지를 철회해 달라고 요청해 봐야지. 통하지 않는다면, 금란전(金鑾殿: 황제의 궁) 벽에 확 머리 박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도 해보고.”보주가 놀라 송석석의 다리를 부여잡았다.“아가씨, 그건 절대로 아니될 말입니다!”송석석이 냉철히 눈을 빛내며 나지막이 웃었다.“농담이야. 설마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까? 교지를 철회해주지 않는
노부인이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이제 겨우 한 번 만나봤을 뿐인데,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구나. 그리고 어차피 폐하께서 정하신 혼사, 무를 수는 없잖니. 앞으로 두 사람은 밖에서 나랏일을 하고, 너는 내실 관리하면서 함께 영광을 누리는 것도 나쁘지 않잖니.”“나쁘지 않죠.”송석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만 명색이 장군님이신데, 첩으로 들어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옵니다.”노부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다.“그게 무슨 말이니? 폐하께서 하사하신 혼인인데, 어떻게 첩으로 들어오게 할 수가 있겠어. 게다가 그녀는 조정(朝廷)의 대신, 나랏일 하는 관리(官員)다. 그런 분을 어떻게 첩으로 앉힐 수가 있겠니? 당연히 평처로,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지.”송석석이 대답했다.“당연히 본부인과 다를 바가 없는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요? 조정에 그런 규칙도 있었습니까?”노부인이 다소 냉담해진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석석아, 너 마음이 넓은 아이였잖아. 장군부에 시집왔으면, 장군부의 며느리 답게 굴어야지. 병부(兵部: 군사 업무를 담당하는 나라 부서) 심사에서도 이방 장군이 북망보다 더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 발표됐어. 너는 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도 쭉 내실 관리를 해주면 돼. 그럼 언젠가 너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게 될 거야.”송석석이 냉담하게 말했다.“그들 부부와 한 마음이 되라고요? 전 사양하겠습니다.”노부인이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사양하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내실 담당은 너였잖니?”송석석이 말했다.“아니죠. 내실 담당은 원래 큰형수님의 소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큰형수님이 몸이 안 좋으셔서 제가 잠시 돌봤지만, 이젠 괜찮아졌으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맞죠. 내일 장부 맞춰서 인수인계 하도록 하겠습니다.”그러자 큰형수라 불린 여인, 민씨가 다급히 끼어들었다.“나 아직 다 회복 못 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잘해왔으니, 앞으로 내실 관리는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