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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Author: 유애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방천허와 제린은 결국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병력은 그대로 남겨두되, 국경을 넘지 않고 초원부락의 침범하지 않은 선에서 백 명만 여러 차례에 걸쳐 이동하게 했다.

그렇게 그들은 초원의 척후병의 주의를 피해 우미산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산 정상에 올라 동정을 지켜보았다.

비록 우미산은 넓었지만, 그들이 더 높은 곳을 점령한 덕분에 어떤 움직임이든 모두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내려갈 수는 없었다. 우미산은 사국과 초원이 양쪽으로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었기에 자칫 잘못하면 충돌이 일어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그리 판단하였으나, 그들은 상황을 바로바로 알리라고 당부한 뒤 일부 병사만 남겨두고 방천허와 제린은 각각 열 명 정도의 병사만 이끌고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같은 시각, 사여묵 일행은 이미 우미산 아래에 다다랐다.

우미산을 넘기만 하면 곧 초원이었는데, 그들은 열여 명밖에 안 되어 초원에 진입해도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빅토르도 여기까진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쉼 없이 도망치느라 이미 많이 지친 상태였다. 사여묵은 문제없었으나 다른 이들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듯하였다. 더구나 구출 과정에서 몇 사람이 부상을 입었고, 방시원도 처음에는 걸을 수 있었으나 차츰 부축임을 받아야 했고, 결국에는 업히게 되었다.

사여묵은 부상을 당하지 않았으나, 적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 탓에 아직 회복되지 못하였다.

오직 그의 스승, 무소위만 아무렇지 않았다.

하여 우미산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쉬어야 했다.

향 한 자루가 탈 정도로 쉬었을 때쯤, 무소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눈을 감고 한동안 귀 기울이고는 다시 눈을 뜨며 말하였다.

"따라온 것 같다!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것을 보면 분명히 빅토르가 보낸 고수들일 것이다. 우리는 즉시 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자 사여묵은 재빨리 약병을 꺼내 부상당한 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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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은 이상서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내내 보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그리고 곧 두 명의 서경 정탐이 끌려 나왔는데 그들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지고 피가 묻어있었으며, 얼굴은 이목구비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부어 있었다. 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몸이 앞쪽으로 쏠려 거의 넘어져 엎어질 지경이었다.보주는 눈에 핏대를 세운 채 그런 그들을 노려보았다.그녀와 송석석은 단 하루도 진북후부의 멸문에 대한 복수를 잊은 적이 없었다.이제 대세는 정해졌고 그녀도 마침내 가족과 송 부인 등에게 복수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녀의 가슴 속에 있던 슬픔과 분노는 산을 무너뜨릴 듯한 기세로 솟구쳐 나왔다.보주는 당장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붓고 싶었으나 이상서 앞에서 무례하게 굴어 왕야와 아씨의 얼굴을 깎아내릴 수 없었다.이대인이 말했다. “이 두 정탐은 형부에 보내졌을 때까지도 죽음을 각오한 듯 오만한 태도였습니다. 하관이 직접 고문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뺨을 몇 대 때렸습니다. 그들의 몸에 난 상처도 이미 잡혀 올 때부터 있었습니다.”그러자 사여묵은 평 사저의 말이 떠올랐다. 그들은 역시나 심하게 맞은 후 여기에 데려온 것이다.사여묵은 가볍게 허리를 굽히고는, 몽동이에게 그들을 데리고 송가의 조상 묘지에 가라고 지시했다.바람에 흔들리는 등불이 그림자를 드리워 날은 앞길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웠다.몽동이는 그들을 마차 앞에 묶고 말을 몰았다. 그러던중 송가의 멸문이 떠올릴 때면 그들에게 채찍을 휘둘렀다.송가 조상 묘지 앞에 도착하자, 몽동이는 발로 그들을 묘지 앞으로 걷어찼다.보주도 그들 앞으로 달려가 주먹과 발길질을 퍼부었다. 둥글게 말아 쥔 손바닥이 뺨에 연달아 떨어졌으나 마음속의 분노와 슬픔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막지 않았고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언제나 사랑스럽고 순진했던 그녀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인 모습을 보이자 사람들은 마음 깊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6화

    서경 사절들이 경성을 떠난 후, 숙청제는 소 대장군과 전북망에게도 죄를 내렸다.소 대장군은 군 기강을 엄격히 다루지 못한 책임이 있었으나 장기간 성릉관을 지키며 노고가 많았던 점과, 전북망과 이방이 녹분성으로 출정했을 당시 그가 여전히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었던 점을 감안해서 성릉관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도록 했다.또한 어명을 내려 소삼야를 성릉관 총병으로 임명하고 소팔야를 부총병으로 임명하였으며 국경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상 성릉관에는 소씨 가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천명하였다.소승은 마침내 소부에서 나와 입궐하여 숙청제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그의 가족들은 모두 성릉관에 있었기에 파직을 당한 후에도 당연히 성릉관으로 돌아가야 했다. 총지휘관의 자리는 내려놓았으나 그동안의 공로는 영예를 받지 못했음에도 그는 후회가 없었다. 애초에 그가 추구한 것도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전북망 역시 동일한 죄에 처할 뻔했으나 서경에서의 협상 중 중요한 제보를 한 공로를 인정받아 현철군 부사령관으로 강등되었고 3년간 녹동이 삭감하게 했으며, 오월을 정사령관으로 승진시켰다. 더불어 숙청제는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 북명황실이 서경의 두 정탐조 모두 사적으로 처단할 수 있도록 했다.사여묵은 송석석의 의견을 묻기 위해 돌아갔다. 그녀가 직접 처리할지 아니면 형부에 맡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송석석은 보주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이방은 송가를 멸문시킨 주범이었지만 그들을 잔인하게 학살한 것은 서경의 정탐조들이기 때문이었다.보주는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어 사여묵과 송석석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이를 악물며 말했다. “소인은 그들이 죽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송가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그러자 송석석은 심장이 찔리듯 아파왔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좋다, 널 데려가겠다!”그녀도 한때는 망설였었다. 직접 그들을 죽이기도 싫었고 심지어 그들을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들을 보면, 미친 듯이 본가로 달려갔던 날 목격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5화

    이러한 결과는 두 나라 모두에게 이익이었다. 장공주는 돌아가면 많은 일을 준비해야 했기에 국경 문제에서는 절대 물러설 수 없었다. 만약 물러선다면 그녀가 하려는 일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고 백성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것이다.조약 서명 다음 날, 서경 사절들이 황제에게 작별 인사를 올리러 궁에 들어왔다. 숙청제는 그들에게 송별연을 베풀 생각이었으나, 장공주는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즉시 출발 의사를 밝혔고 그도 이를 받아들였다.형부는 이미 이방을 죄수 수레에 태워 회동관으로 보냈는데, 소승이 보이지 않자 서서히 불안에 휩싸여 크게 소리쳤다. “왜 나 혼자인 것이냐! 소승은? 소승도 책임을 져야하지 않겠느냐?” 감랑중은 서둘러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수란석과 함께 인계했다.서경 사절들은 진성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이방을 보게 되었는데 그들의 눈에는 분노의 불길이 가득해 당장이라도 이방을 태워버릴 듯했다.이방은 수레 안에서 몸부림치며 전북망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회동관 밖에는 길게 늘어선 행렬과 경위대, 그리고 송석석과 사여묵도 있었으나 전북망은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소리칠 수도 몸부림칠 수도 없었고 수레 안에서 머리조차 제대로 내밀 수 없었다. 앉아도 서기도 불편한 이 죄수 수레는 마치 옛날에 그녀가 경역을 쇠창살에 가둬놓고 활로 괴롭히던 때 같았다. 그 당시는 통쾌했지만 이제는 두려움만이 가득차 버렸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송석석은 오늘 일부러 보주를 데리고 왔다. 두 여인은 죄수 수레에서 다섯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이방의 두려움과 혼란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보주는 이방을 국공부로 끌고 가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이방은 이제 서경의 죄인이었기에 그녀가 직접 복수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저 이방을 향한 증오와 피 같은 눈물만이 맺혀 있었다.“아씨, 저 계집을 한 대 때려도 되겠습니까? 저는 힘이 약해서 심하게 때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냉옥 장공주께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송석석은 보주가 이 한 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4화

    송석석은 단 백부의 말에는 뭔가 의미심장한 뜻이 담긴 듯해 잠시 당황했다. 장공주가 그녀를 바라보자 송석석은 담담한 표정으로 장공주의 눈을 마주 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평온하게 행동했다.단 백부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기에 그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장공주의 속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단신의가 약을 남기고 떠나려 하자 장공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예를 갖춰 인사했다.“신의님께 감사드립니다. 상국에 다시 오실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성의를 다해 보답하겠습니다.”왠지 모르게 장공주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송석석은 단신의를 부축하고 청작은 약상자를 메고 각자 갈 길을 갔다. 장공주는 자리에 앉아 금태의가 약병을 열어 검토하는 것을 바라보았으나 시선은 이미 흐려진 상태였다. ‘의사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하는 사람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신의는 그녀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여인이 큰 뜻을 품는 것을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 여기지 않고 평등한 관점에서 바라본 듯했다. 그것은 장공주가 오랫동안 추구해 온 바였다.모든 남성이 그녀의 뜻을 반대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장공주는 깊이 감동했다. 갓 생겨난 이 생각에 대한 지지와 인정은 그녀에게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약과도 같았다.송석석은 단신의를 약왕당에 직접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마차 안에서 단신의는 한참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경이 변화하면 더 나아질 것이야.”송석석은 그의 숨겨진 뜻을 이해해 장공주의 길이 험난할 것임을 짐작하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그녀를 응원했다. 만약 그녀가 황제가 된다면 상국과의 문제도 평화로운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어 전쟁도 일어나지 않기에 양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오후가 되자 협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사전 통보를 받은 사여묵은 곧바로 홍려사로 향했고 이후 궁으로 들어가 상국에 대한 서경의 보상안을 황제로부터 허락받아 협상장으로 돌아갔다. 서경 측에서는 수란석과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3화

    다음 날 아침이 밝자 안운여는 송석석을 찾아가 단신의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한편 고공은 홍려사로 향했고 협상은 오후에 다시 시작될 예정이었다. 단신의는 장공주가 자기를 초대하러 올 것을 예상하고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송석석이 도착했을 때 단신의는 이미 마차를 준비했고 송석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청작에게 약상자를 준비시키며 말했다. “회동관이라 했느냐?”송석석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부님, 다 알고 계셨습니까?”“장공주의 두통이 심하니 내가 아니면 남은 협상도 무사히 마치기 어렵다. 돌아가서 필요한 일들을 처리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단신의는 자기 의술에 대해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었다.송석석은 그와 함께 마차에 오르며 물었다. “장공주의 두통은 어찌 생긴 겁니까? 혹시 편두통입니까?”“편두통도 일부 원인이지. 맥을 짚어보면 장공주의 편두통은 오랫동안 지속된 것으로 아주 심각하더군. 또 오랫동안 책상에 엎드려 일하다 보니 목뼈가 변형되고 혈기가 머리로 공급되지 않아 혈액이 막혀 있는 상태이다. 어젯밤 금태의의 진단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향이 잠깐만 막힌 혈을 통하게 했을 뿐이기에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두통이 시작될 것이다.”“금태의가 정말 이 문제를 몰랐을까요? 수년 동안 치료했는데도 크게 나아지지 않은 이유가 뭘까요?”“침술로는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금태의도 공을 들였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거지. 게다가 장공주는 무리한 일로 상태가 이미 악화됐으니,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단신의는 약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일찍이 청작에게 1년 치 약을 준비해 오게 했다. 장공주가 나를 믿는다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송석석은 고개를 끄덕이곤 현재 두 나라의 상황을 떠올렸다. 장공주가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면 상국에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었다.회동관에 도착하자 단신의와 청작은 안으로 들어갔고 송석석은 밖에서 대기하고, 곧 필명이 교대를 하러 올 것이기에 단신의가 진료를 마치면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2화

    서경은 이번에 조건을 낮춰서라도 협상을 조속히 성사시키려 할 것이며, 가장 가능성 높은 방안은 국경선 문제를 양보하거나 잠정적으로 논의에서 제외하는 것이라고 다들 의견을 모았다.염구진이 말했다. "연왕의 여러 차례 계략이 모두 실패한 걸 보면 지금 그가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분명합니다. 아마 인맥 대부분도 이제는 사온이 장악하고 있을 테니 사온이 몰락하면 연왕은 정말로 진성에서 손발이 묶인 상황이 될 것입니다."연왕부는 지금 염구진의 말처럼 정말로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무상은 여러 번이고 회왕과 숨겨둔 다른 인맥을 이용했지만 이제 거의 모두 뿌리째 뽑힌 상태였으며 또 다시 열 명 이상의 사사를 잃고 말았다.그들은 회동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단신의가 회동관에 들어간 사실만으로도 이미 계획이 실패했음을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장공주가 혼수 상태에 빠졌을 때도 구혼선충의 모충은 장공주의 몸속 유충을 제어할 수 없으니 이제 계획이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알게 되었다.무상은 비록 실망했지만 냉옥 장공주의 강인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혼선충의 조종을 이겨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데 무공이 뛰어나고 의지가 강한 사내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오직 한 사람만이 구혼선충의 조종을 버텨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비범한 신분과 남다른 강인함을 가진 인물이었다.무상은 이번 상대가 강력한 인물임을 깨닫고 본인의 패배를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냉옥 장공주가 있는 한 서경은 상국과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입니다. 정원제가 즉위한 후 여러 계획을 세우며 여론을 조성했으나 결국 모두 역풍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그는 원래 황위에 관심이 없었고 그의 마음속에는 선황태자가 가장 중요합니다. 가문과 나라는 그 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여 우리와 동맹을 맺기를 원했지만 이 동맹은 그의 야망에 기반한 것이 아닌 허상에 불과합니다. 동맹이 무너진다면 우리도 연루될 가능성이 높으니 정원제에게 기대를 걸 수는 없습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1화

    향병의 행동에 장공주는 결심을 더욱 굳히고 그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고는 겉옷을 걸친 채로 의자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내일 오후에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이니, 조건은 협상 가능하도록 하지요. 너무 고집부릴 필요는 없습니다.”수란석은 눈을 크게 뜨며 반발했다. “협상이라? 어떻게 협상한단 말이오? 설마 그들이 국경을 물러서라고 해도 그걸 가만히 받아들이란 말이오?”장공주는 이미 결심이 선 듯 단호하게 말했다. “국경 문제는 일단 보류할 것입니다. 내일이나 모레 협정을 체결하고 즉시 귀국하는 것이 목표지요.”“그건 안 되오…” 수란석이 강하게 반발하자 장공주는 그를 냉랭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의견을 묻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내 결정이니 불만이 있어도 모두 삼가세요.”수란석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는 소리쳤다. “이건 독단이오! 국경 문제를 보류하면 황제와 조정의 문무백관들, 그리고 백성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오?”장공주는 위엄 있는 눈빛으로 그를 단숨에 제압했다. “설명은 내가 하면 되지 수 상서가 할 일이 아닙니다.” 그녀는 조정을 오랜 시간 이끌어온 인물로서 항상 권위와 기세가 넘쳤다. “당장 나가서 초안을 다시 작성하고 상국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대신 국경 문제는 제외하십시오. 그리고 2년 후에 이 문제로 다시 협상하는 것으로 하지요. 나는 협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수란석은 이를 악물며 불만을 드러냈다. “나약하오, 정말 나약하오!” 그는 장공주가 서둘러 귀국하려는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 향병을 원망했다. “난 동의할 수 없소. 국경 문제는 분명히 해야 하오.”장공주는 화가 나 향로를 내던지며 강하게 명령했다. “당장 나가서 다시 작성하십시오.”한편, 북명황실의 의논 자리에서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졌다. 단신의는 정좌에 앉았고 무소위조차도 그 옆에 앉아 있었다. 만종문의 구성원들은 세력을 등에 업고 몸을 꼿꼿이 세우며 잘난 척했다.그러자 단신의가 설명했다. “이번에 사용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980화

    향병은 뺨을 맞은 얼굴을 가린채 억울함과 분노를 모두 토해냈다. “장공주님. 태자 전하께서 얼마나 비참하게 사망하셨는지 잊으셨습니까? 그건 우리 서경 백성들의 영원한 고통인데 어찌 원수를 갚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태자 전하는 장공주님의 친동생이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모진 선택을 할 수가 있습니까?” 장공주가 움켜쥔 손바닥은 젖어 있었고 불빛에 비친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너는 내가 그를 위해 복수를 하지 않으려고 전쟁을 반대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장공주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빛에 노기로 가득 찼다. 그녀는 아직 허약하지만 손을 뻗어 향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향병,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는 이해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내 모든 계획과 절차를 너에게 말했고, 내가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복수에 눈이 멀어 정세를 조금도 파악하지 않다니. 넌 경역에게 충성을 다했으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거라. 그가 지금 상국과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겠느냐?” 그러자 향병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복수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저도 지금 내우외환의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식량 30만 석과 소성을 요구하시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장공주님, 저희는 지금 승리로 하늘에 계신 태자를 위로해야 합니다.” 장공주는 오열하는 향병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분노와 침통함을 느꼈다.그녀는 안운여와 곽아정을 올려다보더니 말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희도 향병의 말에 동의하느냐? 뒤에서 나를 모해할 생각 하지 말고 이 참에 다 말하거라.” 곽아정과 안운여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장공주님, 동의할 수 없습니다.” 향병은 고개를 돌려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안운여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운여, 너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냐? 넌 전하의 보살핌을 잊었느냐? 복수할 생각이 전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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