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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눈물이 잔뜩 묻은 얼굴로 고개를 든 송석석이 말했다.

“어찌 되었든 이 은혜는 평생 명심하겠습니다. 앞으로 왕야님께서 제게 뭘 시키시든 양심에 위배되지만 않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습니다.”

이에 사여묵이 정색하며 말했다.

“네가 날 위해 뭔가 할 필요는 없다. 너한테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그저 네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그것뿐이야. 그래야 하늘에 있는 네 부모도 기뻐할 게 아니냐.”

그의 말에 감동을 받은 송석석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에 곧 의아함이 담겼다.

“그런데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 주시는 겁니까?”

하지만 사여묵은 이토록 연약한 송석석의 모습을 지켜보는 게 힘들었다.

씩씩하게 전장을 누비던 모습을 떠올리다 지금 눈앞의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니 더 마음이 아파왔다.

하지만 자신의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사여묵은 애써 고개를 돌렸다.

“곧 혼인할 여인에게 잘해 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우린 앞으로 평생 함께 살아가야 할 사이이니 말이다.”

그의 말에 분명 감동해야 하거늘, 이미 이런 말을 들은 적 있는 송석석에겐 그저 의미없는 약속처럼 느껴졌다.

어쩐지 재수없는 그 모습이 다시 떠올라 송석석은 괜히 뾰로통한 말투로 말했다.

“한때 똑같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굳이 이런 말을 해서 분위기를 깨지 않아도 되는데 왠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전에는 이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즘따라 진짜 양반댁 규수들처럼 짜증도, 투정도 많아진 것이 정말 뭐에 씌였나 싶기도 했다.

이에 사여묵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자와 날 비교하지 마라. 내 인생에 부인과의 이별은 사별뿐이야. 난 한 번 뱉은 말은 지키는 인간이니. 지금 못 믿는다 해도 상관없다. 내 남은 평생의 시간으로 너에게 증명할 테니.”

“사별이요?”

송석석의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사여묵이 대답했다.

“내가 너 먼저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네가 나이 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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