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의 업무는 오후 5시 반까지이다. 오늘 이틀 동안의 업무를 조금 정리해서 정확하게 분리했다. 앞으로 더 쉽게 일을 하기 위해 반 시간 정도 시간이 더 들었다.일이 끝나고 하종원이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해서 차우미는 정리 해서 회의실을 나갔다.나가면서 휴대폰을 꺼내 부재중이나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했다.나상준이 보내온 메시지를 보았다.이 익숙한 이름을 보고, 차우미는 약간 멈칫하고는 메시지를 확인했다.【주강시에 출장 갈 거야. 한 이틀 뒤에 돌아올 거야.】지극히 평범한 메시지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차우미는 보고 약간 어리둥절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이 있어서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그렇지 않았다.메시지가 너무 평범해서 차우미가 보기에 뭘 알려주려고 하는 메시지는 아니었다.그냥 자기의 스케줄을 차우미에게 알리는데, 어디로 가는지 뭘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전에 출장을 갈 때처럼 차우미에게 알리는 것처럼 말이다.맞다. 그냥 알려주는 거다.차우미가 알도록 말이다.그녀는 나상준이 어디로 가는지 뭘 하는지를 자기에게 알려주는 게 약간 의심했다. 이제 부부도 아닌데, 그럴 필요가 없다. 아마 차우미에게 알려줘서 시간을 잡고 나예은에게 선물을 사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맞다. 아직 나예은 선물을 사지 않았다.차우미는 비록 시간이 나상준에 비해 많이 있긴 하지만 그녀도 일을 해야 한다.나상준이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차우미에게 그의 스케줄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차우미 보고도 미리 일정을 잡으라고 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나상준이 돌아왔는데 차우미가 시간이 없을 수 있다.이 순간, 차우미는 다 알겠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답장했다.【네.】차우미는 시간을 잘 배치할 것이다.“우미야?”메시지를 막 보냈는데, 앞에서 진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가 고개를 들어 보니, 다들 앞에서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우미가 방금 메시지를 확인하느라 늦었다. 그녀는 잠시 멈추다가 달려가 사과했다.
특산물을 부치고 아직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우미야.”소리가 네 번 울린 후에 연결되었고, 하선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딸이 전화 와서 기쁜가 보다.차우미도 웃으며 답했다.“엄마. 오늘 내가 회성에 있는 특산품 사서 보냈거든? 한 내일모레쯤 도착할 거야. 엄마 번호로 적었으니까 도착하면 전화할 거야.”“회성에 있는 특산물? 우미야. 회성에 있는 일이 끝나가는 거니?”차우미가 특산품을 보냈다는 말을 듣고, 하선주는 딸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차우미의 이번 출장은 의외로 길었다. 게다가 전에 가본 적이 없는 곳이라 하선주가 더욱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아니. 근데 얼마 안 남았어. 요 며칠 시간이 좀 남아서 미리 사서 보내려고. 좀 많아. 도착하면 엄마 거도 남겨놓고, 남은 것들은 시간 되면 친척들한테 보내줘.”하선주는 딸이 예의도 밝고, 인정사정도 잘 알고 있어서, 차우미의 말을 듣고 바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알았어. 도착하면 시간 내서 할아버지, 삼촌들한테 다 보낼게.”“응.”“그리고 한 가지 더. 나 아마 그렇게 빨리 못 돌아갈지도 몰라. 여기 일 끝나고 또 다른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며칠 늦을 거야. 돌아갈 때 미리 연락할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알았어. 네가 이렇게 말했는데 엄마도 알지. 그래, 일 봐. 우리 신경 쓰지 말고.”하선주랑 차동수는 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딸의 선택을 존중하며 힘들 때 도움을 주는 아주 현명한 부모이다.딸에게 짐이 아니고 든든한 버팀목이다.하선주와 통화를 끝낸 차우미는 미소가 가득했고 마음도 따뜻했다.가족이 있기에 그녀는 항상 마음이 편안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가족을 능가할 만한 것이 없다.전화를 끊자 온이샘의 메시지가 왔다.차우미의 눈빛은 부드러워져서 메시지를 확인했다.【지금 전화 가능해?】차우미가 전에 보낸 메시지에 답장하지 않고 바로 전화해도 되냐고 물어본 것으로 보아 차우미가 전화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바로 전화를 걸었을
전화를 받고 익숙한 목소리를 들리자, 차우미는 웃음을 터뜨렸다.“선배.”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온이샘은 심장 박동수가 터질 것만 같았다. 불과 며칠 동안 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흥분해졌다.온이샘은 배에 힘을 주면서 핸드폰을 꼭 쥐고 있었다.“밥은?”“먹었어. 선배는 먹었어?”차우미의 말에 온이샘은 자신의 빈 물잔을 들여다보고는 웃었다.“아직.”그러더니 컵을 들고 물을 받으러 갔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대답을 듣고 시계를 보는데 벌써 7시가 다 되어갔다.이때까지 아직 저녁을 먹지 않았으니 매우 바빴을 것이다.차우미는 핸드폰을 귀에 갖다 놓고 물었다.“선배. 일 다 끝났어?”온이샘은 정수기 앞으로 가서 뜨거운 물을 받기 시작했다. 동시에 차우미의 관심에 온이샘은 마음이 편안했다.“아직 안 끝났는데, 좀 쉬려고. 배달시켜서 이따가 먹으려고.”온이샘은 조금도 숨기지 않고 차우미에게 낱낱이 말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바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교수이고 할 일도 아주 많다. 특히 외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게다가 가족까지 아프니 쉴 수가 없다.온이샘은 항상 진지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그의 대답을 들은 차우미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시간도 촉박하고, 쉴 틈이 없다는 것을 알고 차우미가 말했다.“그럼, 선배 먼저 밥 먹고 일 봐. 나중에 시간 되면 얘기하자.”선배가 바쁜 걸 알아서 방해하고 싶지 않고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원래 하고 싶었던 말도 별일이 아니라서, 이따가 메시지를 보내도 된다. 온이샘이 일을 다 끝나고 답장해도 된다.예상했던 말을 들은 온이샘은 웃음을 터뜨렸다.“안 급해. 하루 종일 바빴는데, 지금은 잠시 쉬고 싶어. 방해할까 봐 하지 마.”온이샘은 차우미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는데, 정말 그런 말을 하니 온이샘도 어쩔 수 없었다.차우미는 그에게 영향을 미칠까 봐 두려워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차우미가 차우미했다. 온이샘이 좋아하고
그리고 진지하게 물어보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가득 찼다.“나한테 따로 보낸다고?”“응. 오늘은 선배 가족한테 보내고, 지금 좀 더 사러 가려고. 되면 내일 당장 보내줄게.”온이샘의 눈에는 빛이 더 짙어졌다. 사무실 형광등처럼 반짝이고 빛났다.“알았어. 이따가 주소 보낼게.”“응.”차우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일이고, 다른 일은 없었다.그녀는 방금 온이샘이 아직 저녁도 안 먹었다는 말이 생각나서 말했다.“선배, 나 이야기 다 했어. 밥 먹고 시간 되면 이야기 나누자.”“혼자서 몸조심하고, 쉬엄쉬엄해. 너무 힘들게 일만 하지 말고.”“몸이 제일 중요해.”온이샘이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려고 한 것은 그녀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벌써 전화를 끊으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으니, 비록 그것이 친구로서의 관심일지라도 조금 서운하긴 했다.“알았어. 몸 살펴 가면서 일할게. 너도 회성에서 몸 잘 챙기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난 괜찮으니까.”“그럴게.”두 사람은 이미 친구 간의 케미가 있어서, 두말할 필요 없이 상대방의 관심을 알 수 있었다.차우미는 전화를 끊었다. 온이샘은 휴대폰을 들고 전화가 끊은 소리에 순간 마음에 허탈했다.둘은 여전히 친구 간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그들이 만나면서 접촉하고 통화도 하면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이게 온이샘이 원하는 거다.아무리 친구에서 연인으로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여전히 마음을 다잡고 천천히 받아들이도록 페이스를 조절했다.물론 이 과정이 좀 험하고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상준이라는 전남편의 존재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하지만 온이샘은 차우미를 압박하고 싶지 않았고,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전제하에 뭘 더 하고 싶다.온이샘의 마음속에는 차우미 자신이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휴대폰을 내려놓고 온이샘의 눈에 짙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짙은 밤하늘 아래, 웅장한 별장이 하나 있었다.거실 안.주혜민은 찻잔을 들고 차를 마시며 어머니와 잡담을 나누고 있다.회성에서 청주로 돌아와서 주혜민은 아주 바빴다. 먼저 아버지를 설득해 NS 그룹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주영 그룹이 어서 위기에서 벗어나 자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처리했다.오늘 오전, 주혜민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사람을 불러 전에 주문한 꽃다발을 들고 문지영을 찾아갔다.나씨 가문에 들어가려면 당연히 나씨 가문의 모든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상준의 어머니에게 잘 보이는 것은 그녀가 가장 해야 할 일이다.그래서 문지영에게 잘 보이려고 주혜민은 큰 노력을 했다.물론 오늘 문지영을 만나러 간 것은 문지영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지영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최근 주영 그룹의 일로 인해, NS 그룹과 주영 그룹이 계약해서 덩달아 NS 그룹도 영향을 받았다. 나상준의 어머니로서 자식을 끔찍이 사랑하는 이 여인은 그동안의 부정적인 소식 때문에 문지영에게 인정받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사람은 현실적이고 이기적이다. 특히 주혜민의 주변 사람들은 더욱 이익이 우선이다.그러니 이런 시기에 위기감은 당연히 있다.더구나 주혜민은 문지영을 잘 알고 있다. 담담하지만 도도한 성격의 여인이다.문지영이 봐서는 나상준과 어울리려면 아주 뛰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문지영은 차우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것도 지극히 불만족했다.그래서 주혜민이 이 빈틈을 타서 나씨 가문에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다.자기 집안 배경이나 학벌이나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차우미에게 뒤지지 않았다. 심지어 차우미보다 훨씬 더 낫다. 그리고 예전에 나상준과의 감정적인 부분에 접한 적이 있어, 문지영이 어떻게 해서든 자기를 선택한다고 생각했다.사실도 그와 같은 바다.문지영은 주혜민을 인정하고 나상준에게 다가가는 것을 허락했다.그러나 주영 그룹이 이번에 터진 일로 문지영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돌릴까 봐서
사람은 살렸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고 약도 자주 먹어야 했다. 그리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주혜민은 박미선과 주성건의 유일한 딸로, 더없이 귀하고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자랐다. 주혜민이 원하는 대로 주고, 그들의 모든 사랑을 주혜민에게 주었다. 이에 따라 주혜민의 성격이 매우 오만하고, 이기적이며, 제멋대로 행동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비록 주혜민이 자라면서 성격이 아주 좋아졌지만, 그 뼛속에 있는 본성은 그대로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해결되지 않으면, 본성이 드러나고 잔인하게 변한다.이번처럼 말이다.박미선은 몸으로 인해 집에서 전업주부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멍청하지 않다. 정상적인 사교도 다 있다.부잣집 사모님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고, 모임을 가지고, 봉사활동도 자주 한다. 서로 돕고 이익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주성건이 회사 일을 주로 해결한다면 박미선은 집안일을 주로 한다. 부부가 완벽하게 호흡을 맞추면서 주영 그룹을 키웠다.박미선도 머리가 없는 게 아니다.그들 자리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 중 바보인 사람은 없다.박미선은 요즘 주영 그룹의 상황을 알고 있고, NS 그룹 쪽의 난처함도 알고 있다.박미선 정도 나이를 먹은 여자는 주혜민보다 먹은 밥도 더 많고 경험도 더 많다. 나상준이 주혜민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고 있다.남자가 여자를 신경 쓴다면 절대 상대 회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 이렇게 무자비하고 가혹한 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모든 어머니의 마음속에는 자기 자식이 최고이고, 누구도 비교할 수 없다.박미선은 주혜민의 어머니이고, 주혜민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나상준이 차우미와 결혼하기 전, 박미선이 보기에 나상준이 자기 딸과 아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주혜민이 나상준과 결혼하는 것을 아주 응원했다.그런데 나상준이 자기 딸을 아내로 맞이하지 않고 어느 가난한 집안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줄은 몰랐다. 자기 딸보다 못하는 여자였다
주혜민은 찻잔을 내려놓고는 못마땅한 얼굴로 박미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제정신이야?”주혜민은 엄마라고 해서 말을 살갑게 하지는 않았다. 박미선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박미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주혜민이 계속 말했다.“절대 나상준이랑 헤어질 수 없다고. 그동안 오가는 정이 있는데, 그리고 NS 그룹 요 몇 년간 승승장구하는 거 봐. 다른 집안에 나상준이랑 비교 할 대상이 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물론 외국에도 있다고 하실 수 있지만, 난 외국 남자 싫어! 난 상준이가 좋아. 이 세상에서 하나뿐인 사람이야.”“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말도 안 돼.”주혜민은 담담하게 이 몇 마디를 하고, 박미선에게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고, 나상준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다.다른 남자는 생각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박미선은 얼굴이 순간 굳어지고 안색이 더욱 청백해졌다.주혜민의 이 말이 너무 인정사정없다. 박미선을 골치 아프게 하고 초조하게 했다.그녀는 몸도 원래 좋지 않고, 요 몇 년 동안 정성을 다해 몸조리를 해왔다. 지금 주혜민의 몇 마디에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다.콜록…박미선이 기침을 하기 시작하자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주혜민은 언짢아 박미선 옆에 와서 앉아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린 후, 가사도우미를 불러왔다.“우 씨 아주머니. 빨리 약 좀 가져오세요.”“네, 아가씨.”가사도우미도 박미선의 기침 소리를 듣고 바로 약과 물을 가지고 왔다.“주세요.”“네.”주혜민은 약과 물을 받아 박미선에게 먹였다.박미선은 약을 먹고, 마음속의 큰 감정 기복이 조금 진정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침하고 있었고, 그리 빨리 진정되지 않았다.주혜민은 박미선 옆에 앉아 계속 등을 두드리며 가슴을 어루만졌다. 박미선의 숨결이 가라앉고 나서야 동작을 멈추고 박미선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 모도 안 좋은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박미선의 숨결이 가라앉히고 소파에 몸을 기대 눈을 감고 회복하고
주 의사는 분명히 말했다. 박미선을 화나게 하지 말고, 무슨 큰 일이 생겨도 박미선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일단 환자 위주로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동안 주영 그룹에 이런 큰 문제가 생기고 한 것이 박미선의 지금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한다.인생을 편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게 어디 쉬운가?다들 속물이라 몹시 어렵다.주혜민은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알겠습니다.”주 의사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당부하고는 자리를 떴다.주혜민은 박미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다. 완전히 낫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를 억울하게 하고, 박미선을 따르는 것은 못 한다.주혜민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있는 박미선을 보고 생각에 잠겼다. 몸도 편찮지 않은 사람을 보고 너무 자주 돌아오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휴대폰을 들고 시간을 보고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우 씨 아주머니. 잠깐 나와보세요.”박미선은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주변에 사람이 지켜있어야 한다. 주혜민의 말을 듣고 가사도우미는 박미선을 한번 보고 주혜민을 따라 나갔다.문을 닫히고, 주혜민은 조금 멀리 가더니, 멈춰 서서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아서, 먼저 갈게요. 엄마 좀 유심히 챙겨봐 주세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고요. 엄마가 깨어나서 제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면, 일 보러 갔다고 하세요. 몸조리 잘하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회사 일은 저랑 아빠가 책임진다고 전해주세요.”가사도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가씨.”주혜민은 오래 머물지 않고 바로 떠났다.청주에 주혜민의 집이 따로 있다. 세 살짜리 아기도 아니고, 부모님을 따라 함께 살 수 없다.차에 시동을 걸고, 별장을 떠났다.이미 밤이 깊어 불이 켜져 있는 집은 거의 없었다. 거리에 차들도 보이지 않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들만 있었다. 온 청주가 깊은 밤에 잠겨 있는 듯했다.주혜민은 운전하면서 머릿속은 요 며칠 일어난 일들로 가득 찼다. 그녀가 회성으로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