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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1화

작가: 유리
안평시.

딸의 아픈 기억을 다시 입 밖으로 꺼낸 하선주는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에게 자책감을 느꼈다. 비록 딸이 자신을 위로해 줬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아팠다.

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가서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여보, 방금 우미에게 전화해서 지유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어. 그런데 말하다 보니 그만 우미가 나씨 가문의 자식과 결혼했을 때 지유가 가지 않았던 일을 말해 버렸지 뭐야. 우미가 그쪽에서 혼자 힘들어하지 않을까?”

차동수는 이미 설거지를 끝내고 수건으로 주방을 닦고 있었다. 하선주의 말을 듣고 잠시 멈칫하던 차동수가 입을 열었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니? 당신이 어떻게 알아?”

하선주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차동수는 수건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딸은 그렇게 나약하지 않아. 우미가 돌아온 지도 한참 됐잖아. 나는 우미를 지켜보면서 느낀 게 있어. 우미는 우리를 속이지 않아. 우미는 진심으로 그 일을 털어버렸어. 게다가 어떤 일은 언젠가 마주해야 해. 지유가 이번에 결혼할 때 우미의 이혼 소식을 숨길 수 없어. 그러니 우미가 스스로 해결해야 해.”

“나는 우리 우미를 믿어. 우미는 잘 해결할 거야.”

차동수의 말이 하선주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러나 하선주는 여전히 속상해하며 말했다.

“모두 그 아이 탓이야. 우리 우미가 얼마나 좋은 아이인데, 그 아이를 위해 멀리까지 시집갔어. 친척도 친구도 없는 그곳에. 그런데 그 아이는 밖에서 바람이나 피우고 나쁜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나씨 가문의 아이가 그런 사람일 줄은 몰랐어. 그런 줄 알았더라면 우미가 나를 원망하게 되더라도 절대 시집 보내지 않았을 거야.”

나상준 얘기만 나오면 하선주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주혜민의 존재를 알게 된 이후로 하선주는 더욱더 분노하며 후회했다.

그녀는 어머니로서 집에 하나뿐인 딸을 보물처럼 키워왔다. 그런데 그렇게 소중히 키운 딸이 시집가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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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582화

    자녀들이 직적 격어야만 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부모들이 평생 자녀를 보호해 줄 수는 없다.지금, 딸의 첫 번째 결혼이 실패한 상황에서 하선주는 딸의 두 번째 결혼도 실패하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딸이 평생 행복하기를 바랐다.하선주의 마음속에서 딸 차우미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이였다. 차동수가 이마를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이건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우미에게 달렸지. 만약 우미가 정말로 김온을 좋아하고 김온과 결혼해서 청주에서 살고 싶어 한다면 그건 우리가 막을 수 없지. 그리고 김온이 어떤 사람인지가 제일 중요해. 현재로서는...”말을 마친 차동수의 표정이 엄숙해졌다.하선주는 그런 차동수의 모습에 마음을 졸이며 물었다.“왜 그래?”차동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온이는 집안도 좋고 직업도 좋아. 하지만 우리 우미는 이혼한 적이 있잖아. 난 온이의 가족이 반대할까 봐 걱정돼.”이 말을 들은 하선주도 미간을 찌푸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맞아. 온이가 이렇게 훌륭한데, 그의 부모님도 당연히 더 좋은 여자를 찾길 원할 거야. 우리 우미가 물론 좋지만 온이의 부모님 눈에는 흠이 있는 아이로 보일 테니까 말이야.”같은 부모로서 하선주와 차동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현실의 냉혹함을 잘 알고 있었다. 이혼한 여자가 다시 결혼하기란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이건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이 순간, 노부부는 침묵에 빠졌다. 부모들이 항상 걱정하고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한참 생각하던 차동수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그냥 친구일 뿐이니 친구로서 지내게 두자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 두 아이에게 인연이 있는지 지켜봐야지.”하선주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네.”“운명에 맡겨야지. 우미를 믿자고.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에

  • 봄날   제583화

    차우미는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왜냐하면 이 꼬르륵 소리는 자신이 아닌 옆 사람이 낸 소리였기 때문이다.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그는 말없이 뒷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차우미는 아무런 미동도 없는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배에서 소리가 난 사람이 그가 아닌 자신인 것처럼 보였다.미간을 꿈틀거리던 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근처 음식점에 대해 검색해 보려고 핸드폰을 꺼냈다.그녀가 핸드폰을 꺼낸 순간 꼬르륵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차우미는 멈칫했다.왜냐하면 이번에 배에서 소리가 난 사람은 나상준이 아닌 자신이었기 때문이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오늘 저녁에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지 저녁 시간이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안에 특산물을 모두 사려고 특산물 구매에 열중하다 보니 저녁을 거르게 된 것이었다.지금은 어느덧 열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이 시간에도 배가 고프지 않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걸 거다.차우미는 나상준의 꼬르륵 소리에 자신의 배도 울릴 줄은 몰랐다. 마치 배고픔이 전염되는 것 같았다.꼬르륵 소리와 함께 위가 텅 빈 느낌이 들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녀도 배가 고팠다.차우미는 핸드폰을 들고 입술을 깨문 채 근처 식당을 검색했다.나상준도 밥을 먹지 않았기에 그녀는 나상준과 함께 밥을 먹으러 갈 생각이었다.만약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호텔로 돌아가서도 밥을 먹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던 나상준은 옆 사람에게서 나는 꼬르륵 소리에 눈을 떴다.그는 핸드폰을 들고 검색하는 사람을 바라봤다. 핸드폰의 빛이 진지하고도 엄숙한 표정으로 검색하는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는 차우미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시선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그는 그녀가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얼마 안 지나 검색을 마친 차우미가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 “호텔로 가지 말고 명덕 레스토랑으로 가주세요.”꼬르륵 소리를 들은 운전기사

  • 봄날   제584화

    차우미가 두 번이나 불렀지만 나상준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입술을 달싹이던 차우미는 다시 부르려다 말았다.대답도 없는 그를 가만히 놔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시선을 돌린 차우미는 병뚜껑을 닫고 물을 한쪽에 두려고 했다.그러나 이 순간 옆에 있던 나상준이 그녀의 손에 있던 생수를 가져갔다.멈칫하던 차우미가 옆을 바라보니 나상준이 눈을 뜨고 병뚜껑을 열어 물을 마시고 있었다.차우미는 냉정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래도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근처에 있는 평이 좋은 레스토랑을 찾았어. 그곳에 가서 밥 먹자.”물을 마신 나상준이 병뚜껑을 닫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응.”그의 대답을 들은 차우미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그는 마치 아이 같았다. 비록 화가 났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느낌이었다.이 시간에 차가 많이 없기에 차는 순조롭게 십여 분 만에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비록 두 사람은 간단한 대화만 나누고 다시 말하지 않았지만 차우미는 분위기가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다.차가 멈추자 나상준과 함께 차에서 내린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오늘 나를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점심은 상준 씨가 샀으니 저녁은 내가 살게.”조금 전에 나상준에게 돈을 내지 말라고 해서 나상준이 화를 냈었다. 그래서 차우미는 이번에는 미리 말해 마음을 전달하면 오해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차우미의 말에 나상준은 대답이 없었다.그는 팔에 양복 외투를 걸치고 곧바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그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그를 따라 들어갔다.차우미가 나상준을 따라 테이블에 앉자 종업원이 곧 메뉴판을 두 사람 앞에 놓았다.나상준은 이번에는 차우미에게 주문을 맡기지 않았다. 그는 메뉴판을 보며 요리 이름을 하나씩 말했고 차우미는 맞은편에 앉은 그를 바라봤다.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고 주문을 마친 나상준은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건넸다.가기 전 종업원은 그들에게 차

  • 봄날   제585화

    차우미와 나상준은 함께 밥 먹을 때 본래 말이 적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상준은 평소 사람들과 함께 밥먹을 때처럼 별다른 점 없이 종종 차우미에게 음식을 집어 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마쳤다.배가 부르자 차우미는 냅킨을 들어 입술을 닦으며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차우미와 나상준은 밥을 빨리 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지난듯했다.핸드폰 화면에 보이는 10시를 보면서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지금 10시니 호텔로 돌아가 짐을 정리하고 씻으면 11시가 될 것 같았다. 또 한 번 늦게 자게 될 것 같았지만 더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생각하던 차우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깊은 눈빛과 마주쳤다. 그는 입술을 닦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에 차우미가 입을 열고 물어보려 했다. 그때 나상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예은이 보러 언제 갈래?”갑작스러운 질문에 차우미가 당황해하며 말했다. “무슨 일 있어?”갑자기 예은이의 이름을 들은 그녀는 긴장하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나상준을 바라봤다. 나상준은 냅킨을 내려놓은 뒤 입을 열었다.“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잖아. 예은이가 나한테 물어보더라. 이건 좀 아니지 않아?”순간 차우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자신과 나상준의 이혼 사실을 예은이가 알고 있는지, 어른들이 예은이에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예은이의 물음이 나상준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건 알 수 있었다.차우미는 즉시 사과했다. “미안해. 내 잘못이야. 예은이가 상준 씨에게 전화했어? 난...”“회성에서 일 끝나면 나와 함께 청주로 돌아가자.”차우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나상준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함께 청주로 가자는 의미는...'생각할 틈도 없이 나상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은이 보러 함께 가자. 약속은 지켜야지. 벌써 몇 달이 지나갔잖아. 이건 아이에게도 상처가 될 수

  • 봄날   제586화

    차우미는 예은이를 보러 청주로 가겠다고 말했다. 조금전 나상준은 차우미와 함께 가자고 말했지만 차우미의 말에 나상준은 포함되지 않았다.차우미가 나상준을 빼먹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말에 나상준은 없었다.나상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하게 생각하는 차우미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 내려 앉은 불빛이 신중함을 더해줬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나상준은 그녀의 확고한 눈빛을 보며 “응.” 이라고 말했다.혼자 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함께 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그는 마치 그녀의 대답을 듣지 못한 듯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식사를 마친 뒤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눈 둘은 더 이상 할게 없었기에 일어나서 레스토랑을 빠져나갔다.레스토랑을 빠져나가기전 나상준이 계산을 했다. 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레스토랑에 들어오기전 나상준의 태도에서 어느정도 예상을 했었기에 차우미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곧바로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고 운전기사는 호텔로 차를 몰았다.다만...만약 오늘 하성우가 두 사람과 함께 있었다면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놀랐을 것이다. 나상준의 태도와 그가 한 말,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변화된 그의 모습에 말이다. 특히 마지막에 나상준이 한 일을 그가 알았다면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그는 차우미를 도와주며 그녀에게 빚진 느낌을 주고 경계를 늦추게 했다. 거절당했을 때는 피해자의 모습으로 차우미의 죄책감을 유발했고 차우미가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려 할 때 그는 관대한 모습을 보이며 차우미가 더 잘못했다고 느끼게 만들었다.차우미가 자신도 모르게 나상준에게 마음을 열 때 나상준은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그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차우미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일에 대해 말했기에 그의 행동은 순수하고도 좋은 의도로 보일 수 있었고 정정당당했다.만약 그의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지 나상준의 문제는 아니었다.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 아무 문제도 찾을 수 없었다. 나상준이 틀리지 않

  • 봄날   제587화

    차우미의 시선을 느낀 나상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나를 돌봐주는 거 아니었어?”나상준은 차우미가 자신을 돌봐줘야 하기에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에 물건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으로 가져가려 했다.차우미는 위층과 아래층을 번갈아 오고 가야 하는 자신을 위해 나상준이 저렇게 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돌봐줘야지. 이 물건들은 내일 점심에 택배로 보낼 것들이라서 괜찮아. 내일 점심에 택배 기사분 불러서 보낼 거야.”나상준은 진지하게 대답하는 차우미를 보며 입을 열었다.“나 내일 점심에 약 안 먹어도 돼?”“응?”‘이게 무슨 말이지?'차우미는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상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일 점심에 사람들과 함께 밥 먹고 와서 약 먹을 거야. 약 먹고 나와 함께 물건들을 보내자.”차우미는 나상준이 도와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물건들이 많았기에 그녀 혼자서는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차우미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나는...”“나 아직 약 먹지 않았어. 지체하지 말고 올라가자.” 말을 마친 나상준은 몸을 돌려 호텔로 들어갔다.들어가기 전 나상준은 운전 기사에게 눈빛을 보냈고 나상준의 눈빛을 본 운전기사는 그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리고 3208호가 아닌 3918호로 물건을 옮기려 했다. 멍해 있던 차우미가 직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3918호로 가져다주세요.”직원이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네, 알겠습니다.”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나상준을 따라갔다. 그녀는 나상준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점심에 함께 밥 먹고 호텔로 돌아가서 약을 먹은 다음 물건을 보내면 시간도 지체되지 않고 나상준도 그녀를 도울 수 있었다.나상준은 항상 신중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의 맘속에는 결혼생활 3년간의 정이 계속 자리하고 있었기에 그는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다.무정하게 대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차우미는 빠른 걸음으로 나상준을 쫓아가 함께 엘리베이터

  • 봄날   제588화

    한참 동안 말이 없던 나상준은 차우미가 몸을 돌려 그를 올려봐서야 답했다.그녀는 테이블 앞에 서서 자기를 바라보는 나상준과 시선을 마주치면서 다시 한번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다른 곳은? 다른 곳은 다 나았어?”개인의 체질에 따라 감기가 낫는 속도는 천차만별인데 나상준의 회복 속도로 볼 때, 그는 남들보다 회복이 빠른 편에 속했고 약을 하루만 더 먹으면 완쾌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리고 나상준의 감기가 빨리 낫는다면 차우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었다.나상준의 귀에 차우미의 상냥하고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응, 다른 곳은 다 괜찮아.”차우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한시름을 놓았고, 이내 고개를 다시 숙이면서 컵을 씻기 시작했다.“그러면 오늘 밤까지 약을 챙겨 먹고, 내일은 물에 타 먹는 감기약으로 바꾸는 게 좋겠어. 지금의 회복 속도라면 금방 괜찮아지겠네.”나상준의 상태를 파악한 차우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컵을 씻는 데 집중했고, 곧이어 그녀는 키친타월을 가져와 컵을 꼼꼼하게 닦았다.나상준도 그녀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한참 동안 말없이 지켜보다가 발길을 돌려 침실로 향했다.주방 정리가 끝나자마자, 주전자의 물이 팔팔 끓기 시작했고, 차우미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리 중약이라도 적정하게 복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의 효능들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나상준에게 필요한 약들로만 골라냈다.그녀가 준비된 약과 따뜻한 물을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나상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고 대신 침실 문이 열린 것이 눈에 들어왔다.차우미는 물컵과 약을 식탁 위에 다시 내려놓으면서 나상준을 불렀다.“상준 씨, 약 먹어요!”“...”아무리 불러도 그가 답이 없자, 차우미는 침실로 향했고 때마침 욕실에서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그녀는 그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상준 씨, 다 씻고 나와서 약 먹어, 밖에서 기다릴게.”차우미는 말을 마치자마자 저벅저벅 침실을 나왔고,

  • 봄날   제589화

    나상준은 발걸음을 돌려 침대 옆 협탁으로 가서는 그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양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먼저 휴대폰에 비친 시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으면서 옷방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닫았다.“여보세요?”“상준이 형, 나 할 말이 있어.”나상준은 늦은 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의 심각한 목소리에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무슨 일이야?”“오늘 밤 형수님이랑 차 안에 있을 때,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양훈은 자기가 차 안에서 들은 내용과 알아낸 정보들을 나상준에게 숨김없이 말했다.“다음 달 중순쯤에 형수님 큰외삼촌의 딸이자 사촌 언니인 하지유가 안평에서 결혼식을 올린다고 했어. 지인들에게 이미 청첩장도 다 전달한 상황이라 형수님도 별일 없으면 참석할 것 같아.”나상준은 단번에 양훈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알겠어.”“형수님의 사촌 언니와 예비 형부를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 보내줄까?”“응, 보내줘.”“알겠어.”통화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훈은 두 사람에 관한 자료를 보내왔다.나상준은 자료를 다 보고 나서, 캄캄한 어둠이 드리워진 짙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소리 없이 흔들렸다.얼마 뒤, 그는 옷방에서 빠져나와 휴대폰을 다시 침대 옆 협탁 위에 올려놓고 침실을 나왔다.한편, 차우미는 추운지 몸을 웅크리고 거실 소파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나상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짙은 속눈썹이 눈 밑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새근새근 자는 차우미를 잠시 바라보다가 소리 없이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준비한 약과 물컵이 주방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시간이 많이 흐른 탓에 따뜻했던 물은 이미 다 식은 상태였다.나상준은 소파 앞에 와서 허리를 굽혀 차우미를 안아 들었고, 그 순간 그녀가 눈을 천천히 뜨면서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주위를 둘러보면서 정신을 차렸고 이내 나상준의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약 아직 안 먹었지? 일단 약부터 먹어.”이어 차우미는 나상준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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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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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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