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어떻게 알고 있어? 그걸 알고도 아무렇지 않다고?'"상준이가 뭐라고 했는데? 나한테 자세하게 설명해봐!"하성우는 반응이 빠른 사람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양훈의 말에 머리가 굳어 돌아가지 않았다.이런 상황은 아예 예상도 못 했다. 너무 충격적이다.양훈이 바둑판을 바라보더니 백돌을 놓았다."네가 물어봐."양훈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다. 하성우처럼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을 두는 사람도 아니다.특히 무슨 일이든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다. 하성우와 성격이 정확히 달랐다.하성우는 욕을 하고 싶었지만 양훈이 어떤 사람인지 자기도 잘 알고 있었기에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자료나 보내.""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물어볼 거야. 넌 신경 안 쓰겠지만, 난 다르다고. 상준이가 자기 라이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꼭 확인할 거야..."순간 전화가 뚝하고 끊겨버렸다. 하성우의 말이 끊겨버렸다.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의 전화가 귀찮다는 듯 끊는 사람이 하나 둘 많아지는 것 같았다.하성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바로 그때 문자 한통이 왔다.온이샘에 관한 자료다.양훈이 곧이어 문자 하나를 보냈다.[괜찮은 사람이야.]하성우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양훈의 입에서 이런 칭찬이 나오는 건, 그가 정말로 그런 사람이란 뜻이다.양훈은 눈이 높고 까다로워 웬만한 사람은 성에 차지 않아 했다. 나상준과 비슷했다.하성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온이샘에 관한 관심이 더욱 생겼다.차우미와 온이샘이 함께 걸음을 옮겼다. 온이샘이 먼저 입을 열었다. "택시 타고 올 줄 알았어."그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그는 다른 뜻 없이 한 말이다."그 차 주최 측에서 보내준 거야. 일이랑 호텔, 평소에 먹는 거 전부 주최 측에서 제공해주거든.""택시 타고 오려 했는데, 택시 잡기가 마땅치 않아 어쩔 수 없이 담당 기사님한테 부탁해서 왔어."차우미는 온이샘에게 이번 주최 측에 나상준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업무상의 일이고
5시가 넘었지만, 아직 어둡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회성이 시끌벅적하게 변했다.아이들이 하교하고 일꾼들이 퇴근했다.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저녁밥을 먹자고 제안을 한 뒤에야 자기가 미처 레스토랑을 예약하지 못한 사실을 인지했다.점심때 두 사람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미처 저녁 식사 장소를 예약해야 하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행사장에 돌아온 뒤에는 일에 집중을 한 탓에 더 생각지도 못했다.차우미는 죄책감이 약간 들었다.자기가 해야 할 일을 까먹은 것이 미안했다.결국 온이샘이 먼저 장소를 찾은 것이다.차우미는 전에 그들이 회양 강변에서 식사하던 것이 생각났다. 당시 하성우는 그 한식집이 회양 강변에서 가장 좋은 곳이며, 회성에 놀러 오기만 하면 반드시 가는 맛집 중 하나라고 말했었다.요리도 잘하고 맛도 좋은 의미가 있는 한식집이다.결국 온이샘이 예약한 곳은 그녀가 갔던 그 식당이다.그래서 온이샘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집자.레스토랑의 이름이다. 하성우가 이야기해줬던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의 이름을 딴 한식집.차우미는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아무것도 모를 땐 그냥 갔겠지만, 차우미는 그 한식집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온이샘이 왜 그곳에 가려고 하는지 차우미는 잘 알고 있다.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온이샘은 자기 앞에 멍하게 서 있는 차우미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온이샘도 알아차렸다.차우미는 더는 평온을 유지하지도 담담하지도 않았다.온이샘의 마음이 빠르게 뛰어댔다. 그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뜨거운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갈까?"낮은 그의 음성에 옅은 긴장감과 기대감, 갈망이 뒤섞여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살짝 열었다. "응."가야 했다.그곳에 가는 이유가 어떻든 그녀는 갈 것이다.식당은 좋은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음식 맛도 훌륭했다.어쩌면 온이샘이 먼저 제안
"집자..."주혜민이 가방을 들고 내렸다. 그녀는 한식집의 화이트 골드 빛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진현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이름 잘 지은 것 같지 않아?"주혜민이 그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당신 생각은 어떤데?"그녀는 며칠 전 회성을 떠났다, 그러다 오늘 다시 돌아왔다.그녀가 어디를 가든, 진현이 함께 했다. 그녀는 진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현이 자기를 따라오든 말든 자기 할 일을 했다. 이곳은 진현이 오자고 제안했다.자기 마음을 꿰뚫어 본 주혜민을 바라보며 진현이 미소 지었다. "난 좋은 것 같은데.""하하."주혜민이 가볍게 웃더니 곧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진현도 그녀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다시 예의 바르게 물었다. "실례지만 두분 예약하셨습니까?"진현이 예약한 번호를 알려줬다."네, 위층으로 모시겠습니다."직원이 두 사람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주혜민은 간판의 새겨진 두 글자에 관심이 생겼다.특히 이 안의 인테리어를 보면 엔틱하고 고풍스러운 술집 느낌이 많이 났다. 음식 맛이 아주 풍부해 기분이 좋아졌다.진현은 그녀와 함께 나란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올라가면서 주혜민의 얼굴을 힐끗힐끗 살피기도 했다.주혜민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곧 두 사람은 3층으로 올라갔다.3층은 오픈된 형식은 1층과 같지만 1층은 중간에 아무런 가림막도 없었다. 하지만 3층은 디자인이 특이했다. 식탁마다 좌우로 반인분의 가림막을 만들어 옆 테이블 손님을 차단하였다. 마치 작은 분리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식탁이 가운데에 놓여 있고 손님들이 이 안에서 식사하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안에 앉아 식사하는 손님은 주위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 상황도 볼 수 있다. 우아한 분위기가 남달랐다.두 사람이 직원을 따라 3층에 올라오자, 식사하던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그러나 주혜민의 시선은 룸에 앉아 있는 여자
주혜민이 온이샘을 말없이 훑어보았다."아는 사람이야?"진현이 주혜민의 눈빛에 의아한 듯 물었다.주혜민의 눈빛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주혜민의 입가에 웃음기가 진해졌다. "아는 사이는 아닌데... 그래도 재밌네."기분 좋은 듯 환하게 웃는 주혜민이다.진현은 더는 묻지 않았다.그는 주혜민의 얼굴만 살필 뿐이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직원이 두 사람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다."여깁니다."직원이 공포문 너머에 서서 손짓했고 주혜민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재밌어, 진짜 재밌어."진현은 주혜민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눈치챘다. 분명 그들과 잇닿은 온이샘 때문일 거라고 여겼다.주혜민과 진현이 앞에, 온이샘과 차우미가 뒤에 앉았다.공교롭게도 네 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주혜민은 말을 하면서 진현을 힐끗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가 차우미와 등을 맞대고 앉았다.결국 진현은 맞은편에 앉았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서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게 차단되었다.직원이 메뉴판을 두 사람에게 건넸다. "주문하시겠어요?"주혜민이 메뉴판을 받아 펼치더니 천천히 훑어보았다.진현이 먼저 말했다.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응."주혜민은 말없이 메뉴판을 훑으며 주문했다.하지만 진현의 시선은 메뉴판이 아닌 주혜민을 향해 있었다.한편, 차우미는 주혜민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음식에 집중했다. 온이샘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이곳 특색을 알리는 요리들로 주문했다.게다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적절한 소음 탓에 차우미는 주혜민의 말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그래서 주혜민이 그녀를 목격한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온이샘은 주혜민을 발견했다. 차우미가 주문하고 있을 무렵, 온이샘의 시선은 진현과 대화하는 주혜민에게 쏠려 있었다.온이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이곳에서 주혜민을 보게 될 줄 몰랐다.온이샘은 주혜민이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주혜민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차우미가 예전에 우연히 넘어진
"집자 하나 주세요.""네."직원이 주문을 마치자 떠났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주문한 요리 때문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집자는 이곳의 특색 요리다. 그녀는 이 요리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온이샘이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주문하지 않은 거다.그의 마음을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둘 사이를 발전시키기에는 너무 일렀다.그녀는 온이샘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녀와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그러나 아직은 아니다.그녀와 나상준이 이혼한 지도 불과 두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그녀는 두석 달 만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고 여겼다.온이샘이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애써 평온한 척하고 있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었다.그가 주문한 요리에 관해 차우미는 거절도 배척도 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시선을 찻잔으로 돌렸다. 그가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오늘 차우미에게 자기 마음을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 앉은 주혜민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강서흔에게 주혜민에 관해 전해 들은 적 있다. 주혜민은 심술궂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손에 넣는 사람이다. 사람이 독하고 매정해 그녀의 심기를 건드는지 않는 게 좋았다.그녀에게 찍히면 꼼짝없이 갈기갈기 찢겨버릴 것이다.가녀린 여자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는 거로 봐서 주혜민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특히, 그날 밤 차우미가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던 장면은 온이샘에게 다시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그는 차우미를 절대 주혜민의 눈에 들게 할 수 없었다.주혜민은 메뉴판을 훑는 거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차우미와 온이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두 사람이 회성에 온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어디까지 발전한 건지 궁금했다.둘에 관해 속속들이 알고 싶었다.진현은 주혜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다른 속설이라는 게 뭔데요?"주혜민이 흥미 어린 표정으로 직원을 쳐다보았다.직원이 말했다. "커플들끼리 서로 인연인지, 아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인연 테스트? 그런 것도 있어요?"주혜민은 살짝 놀란 눈치다. 난생처음 이런 미신을 들어본다.직원이 웃으며 답했다. "네.""정말 인연이 있다면 이 음식을 먹은 뒤 계속 커플 사이가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인연이 아니라면 둘은 곧 헤어질 것입니다."주혜민은 음식 하나로 이런 테스트까지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커플 같아요?"주혜민이 진현으 가리켰다. 진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변화도 알리지 않았다.직원이 주혜민의 눈치를 살피며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주혜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린 커플이 아니라 남매예요. 오해하지 말라고요. 내 약혼자가 질투할지도 모르거든요.""그 남자가 워낙 질투가 많아서요."차우미는 온이샘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온이샘이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갑자기 표정이 달라졌다.분명 이곳에 온 뒤로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차우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치만 살폈다.그러던 중,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식당 안 분위기가 한결 편안하게 풀어졌다.하지만 여유로움도 잠시, 주혜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아주 가까운 곳에서 주혜민의 목소리가 들리자 차우미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주혜민이 자기 뒤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둘 사이에는 가림막이 있었지만 분명히 느껴졌다.차우미는 당황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이후로 다시는 주혜민과 마주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주혜민과 마주치게 될 줄이야.그녀는 주혜민이 자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여겼다.그녀는 차 안에 있었다.그러나 그날 이후로 주혜민을 아예 마주치지 못했고 그래서 차우미의 기억 속에서도 주혜민이
차우미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괴로운 모습도 없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온이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주혜민과 차우미가 너무 가까이 앉은 탓에 차우미는 그녀가 한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차우미가 태연하게 행동하자 온이샘이 되려 당황했다.'신경 쓰지 않는 건가?'차분하게 앉아 자기를 평온하게 바라보는 차우미 때문에 온이샘이 바짝 긴장했다.그는 차우미가 주혜민이 한 말을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랐다. 이미 끝난 결혼이고, 지나간 일로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랐다.그러나 이것은 그의 바람일 뿐, 요구할 수 없었다.그래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차우미의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이럴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와 잘 되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자기 마음을 받아준다면 꿈처럼 느껴져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못할 수도 있었다.차우미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온이샘의 시선을 느꼈다. 온이샘이 그녀를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초조해 한다. 온이샘의 감정이 전부 느껴졌다.자기 일 마냥 복잡해 보였다.온이샘의 이런 모습에 차우미가 되려 당황했다.그녀는 처음으로 온이샘에게 이렇게 많은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두 사람이 조용해지자 주혜민이 계속해서 말했다.심지어 잘 들으라는 듯 높게 말했다. "이건 주문하지 않을게요. 다른 거 주문하자.""이건 다음에 약혼자랑 와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주혜민이 진현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주문해.""먹고 싶은 거 얼마든지 주문해. 내가 살게."진현은 승리에 만취한 것 같은 주혜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고한 그녀의 자태는 마치 차우미를 바닥에 짓밟아 쾌감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주혜민은 자신감이 넘쳤고 우월해 보였다.진현의 얼굴에 미소가 옅어졌다. 그는 메뉴판을 들고 주문했다.3가지 음식을 주문한 뒤 메뉴판을 덮은 진현이 직원을 바라보았다. "집자도 주세요."살짝 당황한 직원이 진현을 쳐다보더니 살짝 웃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온이샘의 낯선 모습에 놀랐을 그녀가 걱정되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선배만 아무 일 없으면 그거로 충분해."사실 차우미는 그를 걱정했다.온이샘도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예전에 여기 음식 맛 좋다고 들었거든. 다음에는 가현이랑 서흔이도 같이 오자. 둘 다 좋아할 거야."사실 차우미도 여가현과 올 생각을 했었다.그리고 여가현과 강서흔이 잘 되길 바라는 온이샘의 마음을 차우미도 공감되었다. 오랜 친구였기에 서로 잘 알고 있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너도?"온이샘이 살짝 놀란 눈치였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가현이랑 오면 좋을 것 같더라. 가현이 입맛에 맞을 거야, 분명 좋아할 거야.""그래, 다음엔 우리 넷이 같이 오자.""좋아."두 사람이 웃고 떠들었다. 그들은 주혜민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주혜민은 마땅한 정보를 캐내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 말투는 전혀 연인 같지 않았다.두 사람이 사귀는지, 사귀지 않는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차우미와 온이샘이 대화를 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그들이 주문했던 음식이 전부 올라왔다.온이샘은 집자를 바라보았다. 함께 잡은 두 손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 생겨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 연인을 표현한 집자를 바라보았다.메뉴판 속 사진과 똑같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앞에서 보자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맞잡은 두 손이 심장에 반응하게 했다.온이샘이 애써 진정을 유지하며 미소 지었다. "이 음식에 대해 들은 적 있어.""보기만 해도 좋네."온이샘은 자기의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차우미를 향한 마음이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아까 주혜민과 진현에게 직원이 이 요리에 담긴 러브 스토리를 할 때부터 온이샘도 귀를 기울였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게, 맛있어 보여."차우미의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