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마음을 파악하고 있어서 이 식당에 많이들 와. 평일에는 주로 약밥과 같은 음식들을 주로 취급하고 있단다.”신수 노인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심란해졌다.신수 노인은 다정에게 처방전을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옳지 않은 것만 같은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또 함정에 빠진 건 아니겠지?’ ‘처방전을 설명하는 건 핑계고, 약밥을 맛보는 것이 목적이었던 거야!’이런 생각을 끝낸 그 순간, 신수 노인은 종업원에게 매장의 대표 요리를 모두 가져오라고 주문했다.겸사겸사 여준재가 평소에 먹던 음식도 몇 가지 같이 시켰다.테이블 위의 화려한 요리를 보고 있자니 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너, 너무 많아!’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신수 노인이 먼저 말했다.“다정아, 이 약밥은 맛이 어떠니?”다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려 준재가 평소에 먹던 음식을 보았다.스윽 훑어본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이 약식용 약재들은 모두 몸을 따뜻하게 하는 데 쓰입니다. 여 대표님의 상황에 딱 필요한 것입니다.”하지만 그녀가 준재에게 개인적으로 준 것들에 비하면 조금 모자란 편이었다.당연히 다정은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옆에 있던 준재는 그녀가 말하지 않아도 뭘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더욱 빛나게 했다.신수 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옆에 앉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요리도 나왔다.신수 노인은 참지 못하고 재빨리 그녀에게 손짓하기 시작했다.“다정아, 이 음식들을 잘 먹어보거라. 우리 가게 대표 메뉴야!”“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잘 살펴볼게요.”신수 노인은 타오르는 눈빛으로 다정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이에 다정은 조금 당황스러워 고개를 끄덕이고 수저를 들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음식을 입에 넣자마자 독특한 향기가 입안에 퍼졌다.약용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한약의 불쾌한 냄새가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야채의 향과 어우러져 입
현재 여준재의 몸 상태는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다정은 입을 열었다.“여 대표님, 이제는 고기를 조금씩 섭취하셔도 돼요. 너무 담백한 음식을 고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녀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쓴 음식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준재가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고 선생님. 기억할게요.”…점심 식사 후, 다정은 집에 갈 준비를 했다.원래 신수 노인은 다정을 데려다 줄 생각이었지만 식당 문 앞에서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다.그는 다정을 바라보다가 옛 친구를 보고는 조금 당황스러워했다.이를 본 다정이 말했다.“어르신,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보셔도 됩니다. 저는 혼자 집에 가도 돼요.”신수 노인은 이를 거절했다.“안 돼, 내가 데려다주기로 했는데 어떻게 널 혼자 보내니.”그러자 그의 눈에는 서성이던 준재가 들어와 말했다.“이 녀석이 널 데려다주면 되겠구나. 마침 가는 길이잖니.”다정이 말할 겨를도 없이 신수 노인이 결정을 내렸다.다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재도 별 의견 없이 두 사람은 바로 차에 올라탔다.……차 안.뒷좌석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다정은 옆에 있는 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건 그렇고 여 대표님, 변호사와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이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는 큰 돌이 될 것이다.준재가 대답했다.“다음 주 중이면 해결될 것 같아요.”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여 대표님.”그녀는 준재가 없었다면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야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므로 그녀는 자연스레 준재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준재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고 선생님, 예전에도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다정 역시 웃으며 말했다.“감사해할 건 당연히 감사해해야죠.”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그녀는 몸을
이 모든 일이 일어난 후, 고다정은 이미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그녀가 막 일어나려던 순간, 그녀의 귀에 여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이 여기까지 쫓아왔어요.”“…….”이 말을 듣고 다정은 움직이고 싶었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다정은 이 이상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준재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녀는 부끄러움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더 지키고 싶었다.다정은 계속해서 준재의 다리에 누워 있었고, 요동치는 운전 속에서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그녀는 틈틈이 준재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저 사람들은 누구예요?”“대낮에 이 사람들에게 무슨 법이 통하겠어요? 이렇게 우리를 쫓아다니는데 정말 법이 무슨 장난인 줄 아는 거예요?”준재와 처음 만났을 때의 그의 부상을 생각하면 다정은 지금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렸다.‘만약 이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잡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몰라.’준재는 헛웃음을 짓고 대답했다.“그들의 눈에 법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우리를 쫓아오지는 않았겠죠…….”준재가 이렇게 쌀쌀맞은 것을 처음 본 다정은 순간 멍해졌다.‘저 사람들은 매우 까다로운 케이스야.’그녀는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생겨났다.그녀는 침을 삼키며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도망칠 수 있는 거예요?”그녀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걱정하는 다정을 본 준재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땐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한 거예요.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저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준재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몸에서는 위압적인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그의 이런 분위기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믿게 만든다.운전석에 있던 구남준도 이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고 선생님. 이미 저희 쪽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놨습니다. 곧 괜찮아질 거예요.”그 말을 들은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차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졌고,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
“산기슭에는 우리 사람들이 쫙 깔려있어서 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어요.”여준재의 말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다정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준재가 말을 꺼냈다.“하지만 한동안은 산에서 내려갈 수는 없어요. 지금은 잠시 여기서 머물고 다시 상황을 지켜봅시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반대하지 않았다.‘이제 막 그 사람들을 따돌렸는데, 아직도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이대로 내려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다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여 대표님,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또 생명에 위협을 느낄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준재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실소했다.“고 선생님, 이건 단지 당신이 운이 좋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죠. 저도 그 사람들을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공교롭게도 이 두 번을 다 함께하셨잖아요.” 다정은 말문이 막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자신의 운이 정말 나빴다고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 들어가요.”이어 준재의 뒤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다정은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별장인가, 그야말로 저택이었다.이 저택은 매우 넓어 앞마당만 해도 개인 정원과 같았다.안쪽으로 더 들어가보니 경치가 좋은 넓은 골프장을 볼 수 있었다.다정은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동안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역시, 세상의 빈부 격차는 너무나도 컸다.준재가 다정을 데리고 정원으로 가서 의자에 앉자마자 집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아가씨. 마실 것 좀 내어 드릴까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 한 잔만 주세요, 감사합니다.”속이 너무 불편해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이제 괜찮아요?”다정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준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재차 물었다.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훨씬 좋아졌어요.”“정말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였
여준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다정이 재차 물었다.“참, 여 대표님, 여기에 있는 흙은 천연적으로 형성된 것인가요?”다정은 은근히 흥분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준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 저도 이 흙에 관심이 많아서 여기에 귀한 꽃과 식물을 많이 심었었어요.”다정은 뒤를 돌아보며 멈칫했다.‘이 사람, 이 흙이 얼마나 진귀한지를 아는 건가? 하지만 이 흙에 꽃이나 식물을 심어 온 것은 낭비야!’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정말 자원이 낭비되고 있군요!”준재는 희미하게 웃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약재는 다른 곳에서는 재배할 수 없는 건가요?”다정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곳에서든 키울 수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진귀한 것일 수 있는가.그녀는 일어나서 말했다.“전에도 많은 곳에서 시도를 해봤지만 한 번도 재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물어본 거예요. 이곳을 열어줄 수 있는지 없는지…….”만약 재배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약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준재는 다정의 제안에 반대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런데 고 선생님, 지금 심으면 늦지 않을까요?”그가 아는 바에 의하면, 이 약재의 성장주기는 짧지 않았다.하물며 그것은 그만큼 귀한 약재이기도 했다. 다정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아직 안 늦었어요!”“그 약재는 나중에 먹어야 하는 거예요. 시간 계산을 해 보니 지금의 몸을 1~2년 정도 관리하지 않으면 전혀 효과가 없어요. 그러니 기간이 딱 맞는 거죠!”준재도 이 말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는 즉시 동의한 뒤 곧바로 집사를 불렀다.“뒷마당의 이 부분에 있는 모든 화초를 다른 곳에 옮기시고 이곳은 비워두세요. 앞으로 더 이상 꽃과 식물을 심지 않을 겁니다. 이제부터 고 선생님께서 약재를 재배하실 거예요.”“알겠습니다, 대표님.”다정은 놀란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그녀는 황급
이 문제를 해결한 후, 다정의 마음이 편안해졌다.여준재가 말을 꺼냈다.“시간도 늦었으니 밥부터 먹읍시다.”“어쨌든 저희는 이미 여기에 와 있고, 당신이 그들에게 말한 요구 사항을 가능한 한 빨리 설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현재로서는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저녁, 식탁.준재와 다정은 마주 앉아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식사했다.공기 중에는 젓가락과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가끔 들릴 뿐이었다.그런 조용한 상황에 다정은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평소 집에서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면 식탁은 줄곧 떠들썩했다.갑자기 상황이 변하니 그녀는 오히려 낯설고 쓸쓸한 느낌을 받았다.다정의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은 준재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고개를 들었다.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YS그룹의 가정교육은 항상 엄격했어요. 밥을 먹거나 자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래서 전 이게 습관이 됐어요.”이 남자는 왜 그녀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걸까?다정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좋은 방법이죠, 그래 보여요.”“그런데 우리 집 꼬맹이 둘은 가만히 있지를 않아요.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올 때면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또 서로 양보하기도 해요.”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다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온몸이 모성애로 가득했다.이 장면을 본 준재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부드러워졌다.그녀가 묘사한 장면은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문득 흥미를 느낀 준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묻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잠시 모든 공간이 조금 따뜻해졌다.식사를 마친 후, 준재는 거실 소파에 앉아 회사 서류를 정리했다.한편 다정은 뒷마당 약원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그녀는 몇 시에 집으로 출발해야 할지 몰라 닥치는 대로 그렸는데, 이제 시간이 넉넉하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처리해야 했다.준재가 고개를
여준재는 방에 들어와 그의 탈의실에서 고다정의 잠옷을 고르기 시작했다.그는 잠옷을 집어 들었지만 다정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고개를 저었다.다정의 작은 몸으로는 그 잠옷을 입을 수 없을 거 같았다.한동안 찾은 끝에 준재는 상당히 헐렁한 검은색 셔츠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정에게 건네주었다.“고 선생님, 제 옷은 당신에게 상대적으로 크니까 우선 이거라도 입고 있어요.”다정은 손을 내밀어 붉어진 얼굴로 옷을 받았다.“네, 고마워요. 여 대표님.”옷을 전해준 그는 문을 닫고 나갔다.그녀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셔츠를 입었다.아니나 다를까 다정이 그 옷을 입었을 땐, 기장이 허벅지까지 내려와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이를 본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거울을 본 그녀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늘 준재가 입는 옷은 다 이런 스타일이었다.그가 가져와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코끝에서는 상쾌한 남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때, 휴대전화가 울리며 다정은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그녀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휴대전화를 집어 드니 이는 두 아이에게서 걸려 온 영상통화였다.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그녀가 수신 버튼을 누르자 두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전화를 받자마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두 아이는 태어나서 다정과 하루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다정이 돌아가지 못하니,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겨우 잠자리에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번졌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도 보고 싶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내일 집에 돌아갈 거야. 내 새끼들 외증조할머니 말씀 잘 듣고, 오늘 푹 자야 해.”고하준은 가슴을 두드리며 앳된 얼굴로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푹 잘게요.]고하윤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큰 눈을 깜박이며 물었
고다정이 있는 방의 베란다는 경치가 좋았다.그곳에 서면 산의 야경뿐만 아니라 산기슭의 도시 네온사인의 불빛도 볼 수 있었다.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스치며 그날의 불안을 가져가 주니 그녀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다정은 그 상태로 한동안 가만히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방문에서 소리가 들렸다.똑똑-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이 열리자 여준재가 문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여 대표님?”잠시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다정이 입고 있는 준재의 검은색 셔츠는 마치 아빠 옷을 입은 아이처럼 헐렁했다.그녀의 가느다란 두 다리가 옷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준재의 앞에서 누군가가 자기 옷을 입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한동안 그는 멍해졌다.그의 시선을 느낀 다정도 약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헛기침하며 물었다.“여 대표님, 또 무슨 일이 생겼나요?”이 말을 듣고서야 준재는 반응했다.“따뜻한 우유 한 잔 가져왔어요. 따뜻할 때 마셔요.”“오늘 일로 놀라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내일 아침 일찍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요.”다정이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 준재도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았다.다정은 우유를 건네받았고, 머그잔은 따뜻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여 대표님. 고마워요.”이어 두 사람은 굿나잇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다정은 침대에 앉아 머그잔을 쥐고 따뜻한 기운이 자신에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다음날.이른 아침, 다정은 옷을 갈아입은 후 준재의 차를 타고 산에서 내려갔다.준재는 다정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후에야 안심하고 떠났다.“고 선생님, 오늘은 푹 쉬세요.”“감사합니다, 여 대표님.”간단한 작별 인사를 한 후, 그는 차를 운전해서 회사로 갔다.어제 회사를 오지 않았기 때문에 준재는 몇 개의 회의가 밀려있었다. 아침 8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점심이 될 때까지 그는 쉴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