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준재의 몸 상태는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다정은 입을 열었다.“여 대표님, 이제는 고기를 조금씩 섭취하셔도 돼요. 너무 담백한 음식을 고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녀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쓴 음식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준재가 웃으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고 선생님. 기억할게요.”…점심 식사 후, 다정은 집에 갈 준비를 했다.원래 신수 노인은 다정을 데려다 줄 생각이었지만 식당 문 앞에서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다.그는 다정을 바라보다가 옛 친구를 보고는 조금 당황스러워했다.이를 본 다정이 말했다.“어르신,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보셔도 됩니다. 저는 혼자 집에 가도 돼요.”신수 노인은 이를 거절했다.“안 돼, 내가 데려다주기로 했는데 어떻게 널 혼자 보내니.”그러자 그의 눈에는 서성이던 준재가 들어와 말했다.“이 녀석이 널 데려다주면 되겠구나. 마침 가는 길이잖니.”다정이 말할 겨를도 없이 신수 노인이 결정을 내렸다.다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재도 별 의견 없이 두 사람은 바로 차에 올라탔다.……차 안.뒷좌석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다정은 옆에 있는 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건 그렇고 여 대표님, 변호사와의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이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는 큰 돌이 될 것이다.준재가 대답했다.“다음 주 중이면 해결될 것 같아요.”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마워요, 여 대표님.”그녀는 준재가 없었다면 자신의 것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야할지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러므로 그녀는 자연스레 준재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준재는 가볍게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고 선생님, 예전에도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다정 역시 웃으며 말했다.“감사해할 건 당연히 감사해해야죠.”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그녀는 몸을
이 모든 일이 일어난 후, 고다정은 이미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그녀가 막 일어나려던 순간, 그녀의 귀에 여준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이 여기까지 쫓아왔어요.”“…….”이 말을 듣고 다정은 움직이고 싶었지만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다정은 이 이상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준재의 다리를 베고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그녀는 부끄러움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더 지키고 싶었다.다정은 계속해서 준재의 다리에 누워 있었고, 요동치는 운전 속에서 그녀는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그녀는 틈틈이 준재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저 사람들은 누구예요?”“대낮에 이 사람들에게 무슨 법이 통하겠어요? 이렇게 우리를 쫓아다니는데 정말 법이 무슨 장난인 줄 아는 거예요?”준재와 처음 만났을 때의 그의 부상을 생각하면 다정은 지금까지도 가슴이 두근거렸다.‘만약 이 사람들이 우리를 따라잡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몰라.’준재는 헛웃음을 짓고 대답했다.“그들의 눈에 법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우리를 쫓아오지는 않았겠죠…….”준재가 이렇게 쌀쌀맞은 것을 처음 본 다정은 순간 멍해졌다.‘저 사람들은 매우 까다로운 케이스야.’그녀는 왠지 모르게 두려움이 생겨났다.그녀는 침을 삼키며 계속해서 물었다.“그럼 도망칠 수 있는 거예요?”그녀는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 걱정하는 다정을 본 준재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땐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당한 거예요. 한국에서는 그 누구도 저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준재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몸에서는 위압적인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그의 이런 분위기는 자기도 모르게 그를 믿게 만든다.운전석에 있던 구남준도 이어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고 선생님. 이미 저희 쪽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놨습니다. 곧 괜찮아질 거예요.”그 말을 들은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차의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졌고, 그녀는 여전히 불안했다.
“산기슭에는 우리 사람들이 쫙 깔려있어서 그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어요.”여준재의 말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다정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준재가 말을 꺼냈다.“하지만 한동안은 산에서 내려갈 수는 없어요. 지금은 잠시 여기서 머물고 다시 상황을 지켜봅시다.”이 말을 들은 다정은 반대하지 않았다.‘이제 막 그 사람들을 따돌렸는데, 아직도 어딘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이대로 내려가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야.’다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여 대표님,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또 생명에 위협을 느낄 줄은 전혀 상상도 못 했어요.”준재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실소했다.“고 선생님, 이건 단지 당신이 운이 좋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죠. 저도 그 사람들을 두 번밖에 만나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공교롭게도 이 두 번을 다 함께하셨잖아요.” 다정은 말문이 막혀 잠시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자신의 운이 정말 나빴다고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자, 들어가요.”이어 준재의 뒤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다정은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별장인가, 그야말로 저택이었다.이 저택은 매우 넓어 앞마당만 해도 개인 정원과 같았다.안쪽으로 더 들어가보니 경치가 좋은 넓은 골프장을 볼 수 있었다.다정은 두리번거리며 구경하는 동안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역시, 세상의 빈부 격차는 너무나도 컸다.준재가 다정을 데리고 정원으로 가서 의자에 앉자마자 집사가 그들에게 다가왔다.“대표님, 아가씨. 마실 것 좀 내어 드릴까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 한 잔만 주세요, 감사합니다.”속이 너무 불편해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면 괜찮아질 것 같았다.“이제 괜찮아요?”다정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준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재차 물었다.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훨씬 좋아졌어요.”“정말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였
여준재가 대답하기도 전에 고다정이 재차 물었다.“참, 여 대표님, 여기에 있는 흙은 천연적으로 형성된 것인가요?”다정은 은근히 흥분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준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 저도 이 흙에 관심이 많아서 여기에 귀한 꽃과 식물을 많이 심었었어요.”다정은 뒤를 돌아보며 멈칫했다.‘이 사람, 이 흙이 얼마나 진귀한지를 아는 건가? 하지만 이 흙에 꽃이나 식물을 심어 온 것은 낭비야!’다정은 고개를 저으며 한탄했다.“정말 자원이 낭비되고 있군요!”준재는 희미하게 웃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신 약재는 다른 곳에서는 재배할 수 없는 건가요?”다정은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어느 곳에서든 키울 수 있다면 어떻게 그것이 진귀한 것일 수 있는가.그녀는 일어나서 말했다.“전에도 많은 곳에서 시도를 해봤지만 한 번도 재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물어본 거예요. 이곳을 열어줄 수 있는지 없는지…….”만약 재배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약재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준재는 다정의 제안에 반대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그런데 고 선생님, 지금 심으면 늦지 않을까요?”그가 아는 바에 의하면, 이 약재의 성장주기는 짧지 않았다.하물며 그것은 그만큼 귀한 약재이기도 했다. 다정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아직 안 늦었어요!”“그 약재는 나중에 먹어야 하는 거예요. 시간 계산을 해 보니 지금의 몸을 1~2년 정도 관리하지 않으면 전혀 효과가 없어요. 그러니 기간이 딱 맞는 거죠!”준재도 이 말을 듣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고, 그는 즉시 동의한 뒤 곧바로 집사를 불렀다.“뒷마당의 이 부분에 있는 모든 화초를 다른 곳에 옮기시고 이곳은 비워두세요. 앞으로 더 이상 꽃과 식물을 심지 않을 겁니다. 이제부터 고 선생님께서 약재를 재배하실 거예요.”“알겠습니다, 대표님.”다정은 놀란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그녀는 황급
이 문제를 해결한 후, 다정의 마음이 편안해졌다.여준재가 말을 꺼냈다.“시간도 늦었으니 밥부터 먹읍시다.”“어쨌든 저희는 이미 여기에 와 있고, 당신이 그들에게 말한 요구 사항을 가능한 한 빨리 설정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거예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현재로서는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다.……저녁, 식탁.준재와 다정은 마주 앉아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식사했다.공기 중에는 젓가락과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가끔 들릴 뿐이었다.그런 조용한 상황에 다정은 실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평소 집에서 아이들과 밥을 먹을 때면 식탁은 줄곧 떠들썩했다.갑자기 상황이 변하니 그녀는 오히려 낯설고 쓸쓸한 느낌을 받았다.다정의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를 들은 준재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읽은 듯 고개를 들었다.그는 입술을 오므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YS그룹의 가정교육은 항상 엄격했어요. 밥을 먹거나 자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래서 전 이게 습관이 됐어요.”이 남자는 왜 그녀에게 설명을 하고 있는 걸까?다정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좋은 방법이죠, 그래 보여요.”“그런데 우리 집 꼬맹이 둘은 가만히 있지를 않아요. 게다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올 때면 쟁탈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또 서로 양보하기도 해요.”아이 이야기를 꺼내자 다정은 눈웃음을 지으며 온몸이 모성애로 가득했다.이 장면을 본 준재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부드러워졌다.그녀가 묘사한 장면은 나쁘지만은 않아 보였다.문득 흥미를 느낀 준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묻기 시작했다.두 사람은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잠시 모든 공간이 조금 따뜻해졌다.식사를 마친 후, 준재는 거실 소파에 앉아 회사 서류를 정리했다.한편 다정은 뒷마당 약원의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그녀는 몇 시에 집으로 출발해야 할지 몰라 닥치는 대로 그렸는데, 이제 시간이 넉넉하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처리해야 했다.준재가 고개를
여준재는 방에 들어와 그의 탈의실에서 고다정의 잠옷을 고르기 시작했다.그는 잠옷을 집어 들었지만 다정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면서 고개를 저었다.다정의 작은 몸으로는 그 잠옷을 입을 수 없을 거 같았다.한동안 찾은 끝에 준재는 상당히 헐렁한 검은색 셔츠를 발견하고 그것을 다정에게 건네주었다.“고 선생님, 제 옷은 당신에게 상대적으로 크니까 우선 이거라도 입고 있어요.”다정은 손을 내밀어 붉어진 얼굴로 옷을 받았다.“네, 고마워요. 여 대표님.”옷을 전해준 그는 문을 닫고 나갔다.그녀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셔츠를 입었다.아니나 다를까 다정이 그 옷을 입었을 땐, 기장이 허벅지까지 내려와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보였다.이를 본 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거울을 본 그녀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늘 준재가 입는 옷은 다 이런 스타일이었다.그가 가져와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코끝에서는 상쾌한 남자의 향기가 느껴졌다……. 이때, 휴대전화가 울리며 다정은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그녀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휴대전화를 집어 드니 이는 두 아이에게서 걸려 온 영상통화였다.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그녀가 수신 버튼을 누르자 두 아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전화를 받자마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두 아이는 태어나서 다정과 하루도 떨어져 본 적이 없었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다정이 돌아가지 못하니, 아이들이 어떻게 적응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겨우 잠자리에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다정의 얼굴에는 미소가 더욱 번졌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엄마도 보고 싶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내일 집에 돌아갈 거야. 내 새끼들 외증조할머니 말씀 잘 듣고, 오늘 푹 자야 해.”고하준은 가슴을 두드리며 앳된 얼굴로 그럴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푹 잘게요.]고하윤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큰 눈을 깜박이며 물었
고다정이 있는 방의 베란다는 경치가 좋았다.그곳에 서면 산의 야경뿐만 아니라 산기슭의 도시 네온사인의 불빛도 볼 수 있었다.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스치며 그날의 불안을 가져가 주니 그녀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다정은 그 상태로 한동안 가만히 서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방문에서 소리가 들렸다.똑똑-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문이 열리자 여준재가 문밖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여 대표님?”잠시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다정이 입고 있는 준재의 검은색 셔츠는 마치 아빠 옷을 입은 아이처럼 헐렁했다.그녀의 가느다란 두 다리가 옷과 어우러져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준재의 앞에서 누군가가 자기 옷을 입고 있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한동안 그는 멍해졌다.그의 시선을 느낀 다정도 약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헛기침하며 물었다.“여 대표님, 또 무슨 일이 생겼나요?”이 말을 듣고서야 준재는 반응했다.“따뜻한 우유 한 잔 가져왔어요. 따뜻할 때 마셔요.”“오늘 일로 놀라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내일 아침 일찍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요.”다정이 아이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 준재도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았다.다정은 우유를 건네받았고, 머그잔은 따뜻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여 대표님. 고마워요.”이어 두 사람은 굿나잇 인사를 나눈 후 헤어졌다.다정은 침대에 앉아 머그잔을 쥐고 따뜻한 기운이 자신에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다음날.이른 아침, 다정은 옷을 갈아입은 후 준재의 차를 타고 산에서 내려갔다.준재는 다정을 집 앞까지 데려다준 후에야 안심하고 떠났다.“고 선생님, 오늘은 푹 쉬세요.”“감사합니다, 여 대표님.”간단한 작별 인사를 한 후, 그는 차를 운전해서 회사로 갔다.어제 회사를 오지 않았기 때문에 준재는 몇 개의 회의가 밀려있었다. 아침 8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점심이 될 때까지 그는 쉴 틈
임초연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여준재는 쌀쌀맞게 말을 끊었다.“아직 회사에서 처리할 일이 많으니 혼자 가서 식사하세요. 저는 동행하지 않겠습니다.”그 말을 하는 준재의 말투는 매우 무뚝뚝하고 무심해 보였다.초연의 얼굴은 얼어붙었고 표정도 좋지 않았다.“아, 그렇구나…….”준재의 거절은 그녀에게 또 다른 확고한 거절을 안겨주었다.초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이어 나갔다.“점심에 시간이 없으면 저녁에 같이 먹으러 가요. 정말 맛있는 곳이래요.”“준재 씨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예요.”그러나 초연이 무슨 말을 하든 준재는 여전히 차가울 뿐이었다.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오늘 저녁에도 거래처와 약속이 있어요.”단 짧은 몇 글자로 초연을 다시 거절했다.잠깐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끼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준재의 거절과 무관심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 시점에서 그녀도 더는 끈질기게 매달리기 어려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오늘 시간이 없으면 다음에 봐요. 그때는 꼭 시간을 내줘요!”준재는 가볍게 동의했다.“네, 다음에요.”“전 아직 일이 남아서 배웅까진 못할 것 같네요.”그 말은 이제 그녀에게 나가라는 무언의 신호였다.초연은 말문이 막히고 매우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아닌 척 말을 꺼냈다.“알겠어요,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요, 준재 씨. 저 먼저 갈게요.”그 후, 그녀는 돌아서서 떠났다. 차로 돌아온 초연은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에라이!”그녀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운전대를 여러 번 내리쳤다.초연을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녀는 하늘의 사랑을 받는 딸이다!많은 사람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수차례 데이트 신청을 해도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준재는 매번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녀 또한 준재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그녀는 끈기 있는 임초연이다.그녀는 이 사실을 부정했다!‘YS그룹 사모님의 자리를 꼭 내 것으로
“하윤 씨, 좋아해요. 제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임지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긴장해서 손에 땀을 쥐었다.하윤은 잠깐 얼떨떨해하더니 이내 환한 웃음을 지었다.“네.”그녀의 얼굴에 피어난 예쁜 미소를 보고 임지호도 해맑게 웃었다.햇빛 아래 선남선녀는 너무 잘 어울렸다.임은미와 고다정은 구석에 숨어 이를 지켜보며 들떠서 소곤거렸다.“하윤이 저렇게 활짝 웃는 걸 보니 서로 고백한 것 같아.”“고백한 게 맞아. 둘이 같이 앉은 걸 봐.”“역시 내 실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어. 내가 나서면 안 맺어지는 커플이 없다니까.”임은미는 마침내 자화자찬하기 시작했다.고다정은 그녀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속으로 저 남자애가 하윤을 좋아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무모하게 나섰다가 맺어주는 게 아니라 끝내버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두 사람은 한참 더 보다가 호기심이 충족된 듯 제대로 자리에 앉아 요리를 주문했다.기왕 온 김에 뭘 좀 먹어야지.식사하면서 고다정이 감탄했다.“애들이 어느새 커서 애인까지 생겼네.”“그러게. 우리도 늙었어.”임은미도 같이 탄식했다.뒤이어 그녀는 맞은편의 절친을 바라보며 물었다.“앞으로 무슨 계획 있어?”“보름 동안 쉬면서 준재 씨랑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후 새로운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고다정은 자기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임은미는 이 말을 듣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점점 일벌레가 되어가는 것 같다.”“그건 내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야.”고다정이 웃으면서 말했다.둘이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청아한 목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여하준 씨, 거기 서요.”이 소리를 듣고 눈빛을 주고받는 고다정과 임은미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이런 우연이! 이 작은 레스토랑에서 두 남매를 모두 만난다고?’하윤도 너무 뜻밖이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여하준 쪽을 바라보았다.“오빠?!”“하윤?!”여하준도 이때 하윤과 그 옆의 청년을 발견하고 미간을
하윤은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하민이 가지 못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여준재에게는 무척 즐거운 밤이었다....이튿날 아침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쾌청했다.금빛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와 이불 밖에 나온 고다정의 피부에 내려앉았다.피부에 생긴 흔적에서 어젯밤에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여준재는 일찍 깼지만 아침의 따스함을 놓치기 싫어 고다정을 안고 만족스럽게 침대에 누워있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엄마, 일어나요.”하윤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여준재는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역시 자식은 빚쟁이라는 말이 맞다. 이전에 좋아했던 만큼 지금은 싫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품속의 여인이 깨어났다.고다정이 정신이 흐릿한 상태로 물었다.“누가 밖에서 문을 두드려요?”“하윤이에요. 내가 돌려보낼 테니 자요.”여준재가 그녀를 풀어주고 일어나려 했다. 너무 졸렸던 고다정은 막지 않았다.그녀는 오후까지 자고 임은미가 전화해서야 겨우 일어났다.30분 후 두 사람은 시내 중심의 쇼핑몰에서 만났다.임은미는 잠이 덜 깬 것 같은 고다정을 보고 놀려댔다.“너랑 여 대표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좀 절제해.”“나한테만 그러지 말고 너도 절제해. 목에 난 흔적이 가려지지도 않아.”지금의 고다정은 약간 야한 농담에도 얼굴을 붉히던 10년 전의 고다정이 아니다.지금의 그녀는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역습한다.임은미도 말문이 막히지 않았나.그녀는 채성휘와 자주 싸우지만 둘 사이의 감정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었다.그녀가 코웃음을 쳤다.“네가 이겼어. 이제 너를 쉽게 놀리지 못하겠어.”그녀는 말하면서 고다정과 어느 가게에 들어갈지 사방을 둘러보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다정아, 저기 하윤이 아니야?”“하윤이?”고다정이 놀라며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정말 멀지 않은 곳의 레스토랑에 하윤과 깔끔해 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마주 앉아 있는 것이
이 말을 들은 하윤은 즉시 고다정의 말에 흥미를 보였다.“저, 오빠, 그리고 이모 세 사람 외에 또 있어요?”그녀는 의문스레 고다정을 쳐다보았다. 설마 그때 아빠, 엄마를 맺어주려고 애쓴 사람이 또 있나?그런데 그녀가 말하자마자 고다정이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일 줄이야.“그래, 너와 오빠, 이모가 도와준 걸 말하는 거야. 그때 너희 셋이 나랑 너희 아빠를 맺어주려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어? 그러니까 너 혼자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다니면 이뤄지기 힘들지 않겠어?”“좀 일리가 있네요.”갑자기 엄마한테 설득당한 하윤이 무심코 말했다.“그럼 엄마랑 이모가 좀 방법을 생각해 주세...”‘요’자를 내뱉기 전에 그녀는 씩씩거리며 또 한 번 엄마를 째려보았다.“또 엄마한테 걸려들었어요.”고다정은 이번에는 정말 참을 수 없어 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계집애,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잘 속아.”그녀는 너무 웃어서 눈물까지 나왔다.이를 보고 화가 난 하윤이 손을 뻗어 고다정을 간지럽히려 했다.“엄마 나빠요.”그렇게 모녀는 온천에서 웃고 떠들었다.이쪽의 따뜻한 분위기와 달리 남자 노천탕은 썰렁했다.“자식, 어렸을 때는 귀여웠는데 크면 클수록 얄미워.”옆방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여준재는 눈앞의 두 아들이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하준이 판에 박은 것 같이 똑같은 표정으로 아빠를 힐끗 쳐다보더니 시큰둥하게 말했다.“피차일반입니다.”하민은 형과 아빠가 티격태격하자 조용히 구석에 숨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지위가 가장 낮다는 것을 알았다.여준재는 막내아들의 속마음을 모른 채 자기한테 말대꾸하는 큰아들을 보며 문득 한 가지 꾀가 떠올랐다.“너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허구한 날 남의 마누라를 생각하지 말고 네 마누라를 찾아. 아니면 네 할머니한테 맞선을 주선하라고 할까?”그렇다. 여준재가 생각해 낸 방법은 하준을 결혼시키는 것이다.‘이 자식이 자기 마누라가 생기면 더 이상 내 마누라를 생각하지 않겠지.’하준이 그의 생각을 모를
그날 저녁 여씨 삼남매는 결국 남아서 고다정을 축하해 주었다.식사가 끝난 후 임은미는 두 딸을 데리고 떠나갔다.가기 전에 그녀는 고다정과 내일 오후에 같이 쇼핑하기로 약속했다.임은미를 보낸 후 다섯 식구는 남녀가 분리된 온천 노천탕에 갔다.고다정은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낸 게 얼마 만인가.그녀가 눈을 감고 즐기고 있을 때 어깨 위에 갑자기 손이 올라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주물렀다.고개를 돌려 보니 둘째 딸이 그녀의 뒤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엄마...”“왜?”고다정이 나지막이 묻자 하윤이 바짝 붙으며 말했다.“엄마가 아빠한테 사정 좀 해 주시면 안 돼요?”그녀는 고다정의 환심을 사려고 방긋 웃었다.“오늘 엄마랑 단둘이 시간을 보내려는 아빠의 계획을 제가 망쳤으니 아빠가 틀림없이 내일 저한테 일을 시킬 거예요.”그녀가 이렇게 단언하는 원인은 그동안 이런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학교 다닐 때는 그녀가 엄마한테 너무 달라붙는다고 아빠가 그녀를 속여 공부를 많이 시켰다.후에 점차 크고 오빠가 폭로해서야 그녀는 아빠의 꾀에 넘어갔다는 것을 알았다.고다정은 고민 가득한 딸애 얼굴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이 계집애는 어릴 때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는데, 매번 아빠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결국 비참하게 혼쭐이 나고 불쌍한 모습으로 엄마를 찾아왔다.“이제야 두려워? 이모를 꼬드길 때는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 생각 안 했어?”“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요. 엄마가 원래 여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빠가 항상 엄마를 차지하니까.”계집애는 말하면서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또 응석을 부렸다.애교 공세에 당할 수 없는 고다정은 이내 동의했다.하윤은 기쁜 나머지 고다정을 안고 뽀뽀하더니 배시시 웃었다.“역시 엄마밖에 없어요.”“너도 참, 빨리 온천에 몸을 담가.”고다정이 말하면서 그녀를 잡아당겨 노천탕에 앉혔다.그러나 하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그녀는
한편, 서쪽 외곽에 위치한, YS그룹에서 개발한 온천 리조트에 세련된 곡선미를 자랑하는 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도착했다.차가 천천히 입구에 멈춰 서더니 검은색 수작업 맞춤 양복을 입은 여준재가 차에서 뛰어내렸다.똑바로 선 후 그는 돌아서서 허리를 살짝 굽히더니 차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준수한 얼굴에서는 꿀 뚝뚝 다정함이 넘쳐흘렀다.“부인, 도착했습니다.”검은색 여성 정장 차림의 고다정이 가늘고 예쁜 손을 우아하게 여준재의 손바닥 위에 얹더니 차에서 내렸다.지금의 그녀는 풋풋함을 벗은 대신 카리스마와 여유가 넘쳤다.옆에 있던 매니저가 알랑거리며 그녀를 맞이했다.“사모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건 저와 직원들의 작은 성의입니다. 인류 의학에 공헌한 사모님께 감사드립니다.”말하고 나서 그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건넸다.사방에서 박수와 축하가 쏟아졌다.“축하드립니다, 사모님.”“사모님, 진짜 대단하십니다!”“사모님은 제 롤모델입니다!”이 말을 듣고 고다정은 얼굴에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감사합니다.”옆에 서 있는 여준재도 눈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뒤이어 두 사람은 매니저의 안내로 룸에 들어섰다.룸에는 이미 고다정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이 오붓하게 식사하고 있을 때 가방 속에 있는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다.임은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은미야, 무슨 일이야?”고다정이 전화를 받았다.옆에 있던 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두 눈을 가늘게 떴다.고다정을 쳐다보던 그는 그녀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고다정의 표정을 보니, 그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제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은미가 축하 파티를 준비했다고 오래요.”“은미 씨는 인터넷을 안 본대요?”여준재가 답답한 듯 한마디 했다. 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고다정은 그의 아내인데, 지난 12년간 그는 아내와 단둘이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궐에서 전하를 만나는 것보다 어려웠다.안팎에 강적이 있는 데다 고다정이 그동안 암세포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느새 1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12년간 지도층이 바뀌고, 많은 연예인이 결혼했다가 이혼하고, 심지어 국제 정세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등 많은 일들이 발생했지만 여준재와 고다정의 애정 전선은 변함이 없었다.현재 두 사람은 주변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잉꼬부부가 됐다.사람들이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금실이 좋은 것도 있지만 잘생기고 철이 든 아들딸을 두었기 때문이다.지금 여씨 가문의 큰 도련님, 아가씨, 작은 도련님 얘기가 나오면 엄지척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특히 여하준은 19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도와 두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물론 여하윤도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어 젊은 나이에 세계 최고의 콘서트홀에서 연주했을 정도로 뛰어나다.그리고 여씨 가문의 작은 도련님은 형, 누나만큼 대단하지는 않지만 어려서부터 말솜씨가 좋아 많은 귀염을 받았고, 지금은 연예계 인기 아역 스타다....운산공항 로비의 스크린에 최신 국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12년 만에 암세포를 죽이는 약을 개발해 낸 고다정 교수님의 교베르 의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는 우리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연구 성과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암을 두려워할 필요도, 암 얘기에 놀랄 필요도 없게 됐습니다.”뉴스 진행자는 감격을 금치 못했다.최근 몇 년 고다정 연구팀의 약물 연구 덕분에 암세포 억제제가 꾸준히 개진되긴 했지만 암세포를 철저히 소멸할 수는 없어 암에 걸린 후 결국 치료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이 뉴스는 방송되자마자 많은 행인의 주의를 끌었다.인터넷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고다정에 대한 축복이 쏟아졌다.[고 원장님이 해낼 줄 알았어!][너무 기쁜데 어떡하지? 우리나라를 빛낸 고 원장님을 지지하기 위해 약방에 가서 그 회사 약들을 대량 구매할 거야.][나도. 우리 집에는 환자가 없지만 이 약들을 필요한 기관에 기증할 수 있어!][하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 그때 고 원장님이 안 된
열 몇 시간 후 비행기는 드디어 평온하게 착륙했다. 여준재가 낮은 소리로 옆에서 달게 자는 아내를 깨웠다.“여보, 일어나요.”그 소리에 고다정이 눈을 뜨더니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눈앞의 낯선 환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여기 어디예요?”“아직 비밀이에요. 비행기에서 내리면 알 거예요.”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린 후 공항을 나섰다.그들을 마중 나온 차량이 벌써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탄 후 고다정이 또 한 번 참지 못하고 물었다.“우리 지금 어디 가요?”“먼저 밥 먹으러 가요. 지금 너무 배고프죠?”여준재가 기사에게 근처의 가장 좋은 레스토랑으로 가자고 말했다.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 이렇게 장시간 비행한 까닭에 확실히 배가 고팠다.레스토랑에 도착한 두 사람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룸에 들어갔다.주문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레스토랑 직원이 예쁘게 플레이팅된 음식들을 들여왔다.훈훈하고 달콤한 분위기 속에서 여준재가 고다정의 식사를 챙겼다.이때 고다정의 휴대폰이 울렸는데, 국내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엄마, 아빠랑 같이 어디 갔어요?”쌍둥이의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목소리를 들은 고다정은 갑자기 뜨끔했다.“컥컥, 엄마랑 아빠가 일이 있어서 외출했어. 며칠 뒤에 돌아오니까 집에 얌전히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 말을 잘 듣고. 알았지?”“흥! 엄마랑 아빠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몰래 나간 거잖아요.”쌍둥이가 직접 고다정의 거짓말을 폭로했다.고다정은 무안해하며 도와달라는 듯 여준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내 편인 여준재는 휴대폰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빠와 엄마가 신혼여행 중이야. 돌아갈 때 너희 선물을 사 갈게.”말하고 나서 그는 직접 전화를 끊어버렸다.전화기 건너편에서 신호가 끊긴 스마트워치를 바라보는 쌍둥이의 앳된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아빠 나빠.”“너무 나빠!”쌍둥이는 아빠한테 잔뜩 화가 났다.이때 임은미가 오더니 그들의 안색이 안 좋은
이 말이 나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서로 마주 보며 웃더니 손을 잡고 무대 옆으로 나와 하객들을 등지고 섰다.“부케를 받은 사람은 내년에 솔로 탈출합니다.”두 사람이 부케를 던진 후 뒤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부케를 누가 받았는지 신부님들 뒤를 돌아보세요.”고다정과 임은미는 두 젊은 아가씨가 부케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축복의 말을 건넸다.“두 분도 내년에 행복을 찾길 바랍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두 아가씨가 감사 인사를 했다.사람들 뒤에 서 있던 구남준은 속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분명 자기도 동작이 빠른데 부케를 하나도 받지 못하다니. 설마 평생 혼자 살 운명인가?...결혼식이 끝난 후 신혼방으로 돌아온 두 사람.“피곤하죠? 좀 쉴래요?”여준재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안쓰러워했다.“아니요. 방금 결혼식장에서 잠깐 쉬었더니 지금 괜찮아요. 당신 먼저 옷부터 갈아입어요.”고다정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고생했어요, 여보.”순간 여준재가 고다정을 꽉 껴안더니 다정하게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여준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고다정은 황급히 그의 입술을 피하더니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주의를 주었다.“아직 밤도 아닌데, 이미지에 좀 신경 쓰세요.”“당신 앞에서 무슨 이미지에 신경 써요? 당신을 안고 자려는 것뿐인데.”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억울한 표정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알았어요. 놀리지 않을게요.”여준재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고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당신은 웃을 때 진짜 예뻐요.”여준재가 넋이 나간 듯 고다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당신도 참.”그의 칭찬에 고다정은 얼굴이 더 빨개졌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이더니 고다정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었다. 고다정은 피하려고 했지만 여준재가 그녀를 꽉 껴안고 반항하지 못하게 했다.키스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고다정이 호흡 곤란이 올 정도가 돼서야 여준재는 그녀
결혼식 현장은 환상적이었다.전 세계 명문가에서 대표를 파견해 참석했다.이렇게 많은 유명인들 앞이라 고다정과 임은미는 몹시 긴장했다.“준재 씨, 좀... 긴장돼요.”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여준재를 쳐다보는 고다정의 눈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 감돌았지만 수줍음과 기대감도 보였다.“괜찮아요. 제가 항상 곁에 있을게요.”여준재가 약간 차가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긴장 풀어요. 당신은 신부 노릇만 잘하면 돼요. 다른 건 다 저한테 맡겨요.”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 마음이 놓이는 대신 열정이 넘치고 약간 기대도 됐다.“신부가 진짜 예쁘네.”“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신부네 집안도 보통이 아니래. 여씨 가문이 더 번창하겠어.”하객들이 쑥덕거렸다. 그중 고다정을 부러워하는 상류층 부잣집 따님도 적지 않았다.오늘 여준재는 유난히 멋있었다. 매끈한 양복 차림에 준수한 외모가 불빛 아래에서 유달리 돋보였다.고다정은 여준재와 팔짱을 끼고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 속에서 천천히 버진로드의 종점을 향해 걸어갔다.두 사람이 무대에 선 후 채성휘와 임은미가 뒤늦게 입장했다.이들 둘도 버진로드를 따라 행진해 여준재와 고다정의 옆에 섰다.결혼식 사회자는 두 쌍의 신랑 신부가 모두 입장한 것을 보고 결혼식의 시작을 알렸다.“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결혼식을 시작합니다!”이 말이 끝나자 무대 아래의 하객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오늘 이 자리에 계신 모든 하객분이 증인이 되어 두 쌍의 신랑 신부가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도록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사회자의 말에 무대 아래에서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여준재 씨는 옆에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신부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고 돌보기를 원합니까?”사회자가 웃음 띤 얼굴로 무대 위에 서 있는 여준재를 보며 물었다.“물론입니다!”여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한 후 확고한 눈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