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고다정이 약재를 재배하기 위해 외출한다는 소식을 들은 두 아이는 무슨 말을 해도 그녀를 따라가겠다고 어리광을 피웠다.마침 주말이어서 다정은 그들을 데리고 가기로 했다.“알겠어, 엄마랑 같이 가자. 하지만 함부로 뛰어다니거나 장난치면 안 돼.”두 아이는 동시에 말했다.“네!”다정은 웃으며 그들에게 옷을 입힌 후 출발했다.동시에 여준재도 집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그는 모처럼 일을 끝내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그동안 준재도 약재를 재배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차를 몰고 산으로 향했다.……다정은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뒷마당에 도착해 씨앗을 막 심으려고 할 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느껴졌다.고개를 돌려 확인하자 준재의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여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녀는 준재가 올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준재가 온 것을 본 두 아이는 더욱 신이 나 어쩔 줄 몰랐다.“멋쟁이 아저씨!”“멋쟁이 아저씨, 오랜만이에요!”준재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말했다.“너희들은 어쩐 일로 왔니?”큰아들인 고하준은 작은 양동이를 집어 들고 진지하게 말했다.“당연히 엄마를 도와주러 왔죠.”그의 모습은 정말 다 큰 어른 같았다. 준재는 더욱 궁금해져 물었다.“너희들도 할 수 있니?”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고 앙증맞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저희 둘 다 엄마를 많이 도와주니까 이것도 할 수 있을 거예요!”그들의 귀여운 모습에 준재는 쉴 새 없이 웃음이 새어 나왔고 마음이 따뜻해졌다.약재를 심기 시작한 다정은 씨앗을 뿌리고 두 아이는 그녀의 뒤를 따라 물을 줬다.엄마와 두 아이의 모습이 참 화목해 보였다.일부 묘목은 매우 까다로워서 심는 동안 더욱 조심해서 다뤄야 했다.준재는 그의 옆에 서서 모든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았다.다정은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 더러운 거엔 상관없이 땅에 떨어진 진흙을 손으로 움켜쥐었다.그 진지한 표정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고 돈이 많은 여자들보다 더 매력적이었
두 아이는 수영을 배운 적이 있어 수영장에 들어가자마자 신나게 물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누구는 헤엄쳐 오고 누구는 헤엄쳐 가니 그 장면이 매우 조화로워 보였다.집사가 주스를 가져오자 여준재와 고다정은 근처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았다.바로 그 순간, 큰아들 하준이 무슨 일인지 다리에 쥐가 난 것처럼 몸을 파닥거리고 얼굴색이 창백해졌다.하준은 물에 빠져 연거푸 물을 먹었다.옆에 앉아 있던 다정은 한순간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심장이 멎는 듯했다.“하준아!”그녀는 얼굴색이 급속도로 어두워졌고 그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으로 가득했다.다정은 신발을 벗어두고 아이를 구하러 내려갔다.“기다려, 엄마가 곧 갈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마!”그 순간, 옆에 있던 준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미 물속으로 뛰어내렸다.풍덩- 그는 반응속도가 빨라서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더욱 냉정해졌다.준재는 재빨리 하준의 곁으로 헤엄쳐서 큰 손으로 그를 건져 올렸다.“하준아, 숨 쉬어봐.”준재는 하준을 바닥에 눕혔고, 다정도 황급히 그들의 옆으로 달려갔다.“하준아, 괜찮아?”하준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그의 얼굴은 이 나이에 아이가 가져야 할 침착함이 아니었다.“엄마, 괜찮아요. 다리에 쥐가 좀 난 것 같아요.”다정은 믿지 못하고 몇 번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그녀는 아이가 괜찮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에 그녀는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래도 올라오는 감정을 꾹 참으며 하준의 다리를 잡고 마사지를 했다.의학을 오랫동안 공부했더니, 그녀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잠시 후 하준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비록 괜찮아졌지만 다정의 마음은 한동안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만약 지금 준재가 없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것을 생각할 용기도 없었고 생각하기도 싫었다.“엄마.”하준은 다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약속했다.“엄마, 앞으로는 더 조심하고
임초연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았다.“그렇구나…….”옆에 있던 심해영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초연이가 특별히 저녁까지 차려 놨는데, 이 녀석이, 정말!”이번 기회를 통해 두 사람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준재처럼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그의 표정은 여전히 쌀쌀맞았고 꿈쩍도 하지 않고 말했다.“다음부터 임초연 씨를 귀찮게 하는 일이 없을 겁니다. 저희 집에는 전담 요리사가 있어요.”그 의미는 초연의 신분과 직업을 요리사로 둔갑시킨 것이다.순간 초연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지고 침울해졌다.그녀는 손바닥을 움켜쥐고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심해영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초연이가 널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러 특별히 왔다는 것을 모르겠니? 그렇게 말하는 건 실례야. 정말 누굴 닮은 건지…….”그렇게 말하며 심해영은 손을 내밀어 초연의 어깨를 토닥이고 위로했다.“초연아, 괜찮아,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초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이모, 그럴 리가요. 준재 씨가 이미 밥을 먹고 왔으니 치우면 돼요.”심해영은 그녀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어 하며 웃었다.“역시 초연이 넌 참 현명하구나, 우리 준재가 너의 배려심의 절반만 닮았으면 좋았으련만!”초연은 웃으며 심해영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초연의 눈동자는 여전히 준재를 향했다.솔직히 말해서 서운함을 못느꼈다면 거짓말이다.초연은 이해하지 못했다.그녀는 스스로가 준재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외모, 집안, 능력을 막론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준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그녀 자신이었다.그러나 그녀가 무엇을 하든, 그녀가 어떻게 하든, 준재는 여전히 그녀를 무시했다.이를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은 더욱 씁쓸했다.“초연아, 지난번에 너희 엄마가 말한 가게는 어디니?”갑자기 심해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초연은 가볍
평소에는 잘 아프지 않던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는 바람에 다정은 너무 놀랐다. 비가 와서 기온이 내려간 까닭인 것 같았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이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오히려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안 되겠어!’‘집에 의료기기도 없으니 이대로 있을 수는 없어.’다정은 밤새 뜬 눈으로 보냈다.날이 밝자, 그녀는 얼른 외투를 입고 하준에게도 옷을 입힌 후, 곧장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선생님, 우리 아이 좀 봐주세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고열이 계속되고 있어요…….”의사는 하준을 받아 안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예, 알겠습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병실 안.하준은 침대 위에 누워 링거를 맞았고 한참 후에야 겨우 열이 내렸다. 다정은 침대 옆에 앉아 아들의 손을 꼭 쥐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여준재 집의 집사 이상철이었다. 다정은 그제야 오늘이 전에 뿌린 약재의 씨앗에 물을 주러 가는 날이라는 것이 기억났다. [선생님, 오늘 오세요?]다정은 누워있는 하준을 보며 대답했다.“오늘은 못 갈 것 같아요. 아들이 갑자기 열이 나서 지금 병원에 있거든요. 아이를 돌봐야 할 것 같아요.”“번거로우시겠지만 오늘 저 대신 물을 주실 수 있을까요? 비닐하우스 안의 것은 놔두시고 바깥에 있는 씨앗에만 주시면 돼요.”“네, 선생님.”그녀는 집사에게 당부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여준재는 오후가 되자 늘 그랬듯이 별장으로 향했다. 다정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집사 밖에 없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집사를 바라봤다.“오늘 고 선생님은 안 왔어요?”집사는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아침에 고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오늘은 못 오신다고 합니다. 아드님이 어젯밤부터 열이 나서 지금 병원에 계시대요.”“아프다고요? 괜찮은가요?”여준재는 불현듯 어제 물속에서 쥐가 났던 일이 생각났다
저녁.고다정은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오늘은 그녀가 직접 요리하기로 했다. 여준재도 돕고 싶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여 대표님, 그냥 앉아 계시는 게 절 도와주는 거예요. 쉬고 계세요.”다정이 정색하며 말했다.준재는 어이가 없어 반박하려 했지만, 사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그는 소파에 앉아 바쁘게 움직이는 다정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순간 마음속에 다른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약 한 시간 후, 주방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겨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크고 작은 요리가 하나씩 식탁에 올랐다. 준재는 잘 차려진 식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깐 사이에 다정은 대여섯 개의 요리에 국을 만들어 냈다.갈치조림, 탕수육, 새우튀김, 시금치 볶음, 곰탕…….풍성한 식탁이었다.감탄하는 준재를 보며 다정은 쑥스러워했다.“가정식으로 차렸어요.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준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사실, 그는 오랫동안 집 밥이 너무 그리웠다. 그들은 다 같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시작했다.가정식이라지만, 다정의 요리 솜씨는 음식점의 셰프에 뒤지지 않았다. 여준재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음식을 맛본 구남준도 감탄할 지경이었다. “고 선생님 음식 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오늘은 정말 먹을 복이 있나 봐요!”“진짜 맛있어요!”구남준이 먹는 모습을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며칠 굶었다고 생각할지도 몰랐다.다정은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구 비서님, 천천히 드세요.”반면, 여준재는 천천히 그리고 얌전하게 식사했다. 음식을 입에 넣은 순간, 그의 입 안에서 환상적인 맛의 향연이 일어났다. 다정이 만든 음식안 맛있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최고였다.“여 대표님, 대표님의 현재 건강 상태로 봐서 여기 있는 음식들을 골고루 다 드셔도 돼요. 너무 과하게만 드시지 않으면 괜찮아요.”다정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전에는 이런 음식들을 거의 먹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순간 다정은 자신의 아이큐도 모욕당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하윤과 함께 이 레고를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그녀는 설명서를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나서야 비로소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준재는 한 번 보고 만드는 법을 바로 알았다. 게다가 무척 빠르고, 정확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멋쟁이 아저씨, 진짜 잘 만드시네요!”“아저씨는 진짜 대단해요!”장난감 방에서 하윤이 이따금 감탄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준재와 하윤은 아주 행복해 보였다.시간이 지나 어느덧 8시가 되었다. 평소에 아이들은 9시 30분이면 잠을 잤다. 이제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다정은 장난감 방에 들어갔다.“자, 우리 딸! 오늘은 여기까지만 놀자. 시간이 많이 됐어. 이제 목욕을 해야 해!”“아저씨는 너와 너무 오래 놀았어. 이제 피곤하시겠다.”그 말을 들은 하윤은 아쉬운 듯 장난감을 정리했다.“멋쟁이 아저씨, 다음에도 같이 놀아줄 거죠?”하윤이 큰 눈을 깜박거리며 물었다.준재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 다음에 다시 같이 놀자.”하윤의 그제서야 환하게 웃었다.다정은 준재를 보며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 대표님, 오늘 수고 많았어요.”식사 대접을 한다고 오라고 해 놓고 아이들과 이렇게 오랫동안 놀게 했으니…….하지만 정작 준재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괜찮아요, 나는 아이들이 좋아요. 같이 노는 것도 재밌고요.”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마주 보고 웃었다. 여준재는 그제야 다정의 집을 나섰다.그는 아이들과 집중하며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임씨 저택.임초연은 막 목욕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 화면이 켜지면서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여준재가 일반 주택단지에서 나오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구남준은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임초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사진을 보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약재를 다 심고 난 다정은 너무 뿌듯했다. 그녀는 모처럼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직접 SNS에 올렸다.[기대!]여준재는 그녀의 SNS에 ‘좋아요’를 눌렀다. 다정은 휴대폰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준재의 사진을 멍하니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녀는 위풍당당한 여 대표가‘좋아요’를 누를 줄은 몰랐다. 한편 신기하기도 했다. 다정은 바로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여 대표님은 매일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바쁘실 텐데, SNS를 할 시간이 있으신가 봐요?]준재 역시 바로 답장을 보냈다.[마침 보게 되어 겸사겸사 ‘좋아요’를 눌렀어요. 이제 막 고객과 통화를 마쳤거든요. 고 선생 쪽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장을 보냈다.[네. 여 대표님께 정말 감사해요. 대표님께서 사람들을 보내주셔서 도와준 덕분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며칠은 더 걸렸을 거예요.]약재 재배는 번거롭지는 않지만 심혈을 기울여야 해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그가 보내준 정원사들이 아니었다면, 다정이 혼자 며칠을 고생했을 것이다.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와줄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염려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두 사람은 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지는 것을 본 다정은 그제야 그곳을 떠났다.……쌍둥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하준은 작은 책가방을 멘 채 말했다.“엄마, 우리 서점에 가요. 집에서 글씨 쓰는 공책을 다 썼어요. 새 공책을 사러 가야 해요.”공책을 사러 간다는 말에 하윤의 눈이 빛났다. 하윤은 깡충깡충 뛰며 신나서 말했다.“그래요! 엄마, 간 김에 동화책도 한 권 사주세요!”아이는 집에 있는 동화책들은 여러 번 읽어서 진작에 질렸다. 두 꼬마의 신난 모습에 다정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사러 가자.”말투에는 두 남매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서점에 도착하자 두 아이는 바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다정은 지체없이 대답했다.“그렇게 할게요!”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이 순간이 왔다. 그녀는 마음이 설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가방을 챙기고 외투를 입은 후 곧장 나갔다. YS그룹에 도착하니, 구남준이 아래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다정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고 선생님!”“가시죠. 제가 모시고 올라가겠습니다.”다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수고하셨습니다. 구 비서님.”두 사람은 곧장 사무실로 갔다.여준재는 변호사와 서류를 처리하는 중이었다.그는 다정을 보고 인사했다. “마침 잘 오셨어요.”변호사는 손에 든 서류를 다정에게 건네주었다.“고다정 씨의 명의로 된 집 두 채의 재산권은 이미 인수인계를 마쳤습니다. 이것은 관련 서류입니다. 지금 바로 확인하셔도 됩니다.”다정은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된 것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서류를 받고 그곳에 찍힌 직인을 보면서 손이 떨렸다. 드디어! 자신의 것을 마침내 되찾았다! 다정은 흥분한 얼굴로 감사 인사를 했다.변호사는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할 일인걸요.”“그럼, 나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시 연락 주세요.”말을 마친 변호사는 그곳을 떠났다.다정은 서류를 쥐고 있는 자신이 조금 진실하지 않다고 느꼈다.그녀는 눈을 들어 준재의 눈을 바라봤다.“여 대표님, 고맙습니다. 대표님께서 저에게 한 약속을 지키셨으니 저도 반드시 약속을 지킬게요.”다정은 정색하고 말했다.마치 그가 안심하지 못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그는 다정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며 눈썹을 찌푸렸다.“고 선생은 누구에게나 이렇게 사무적인 태도로 대하나요?”“네.”다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감정이 얽히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지잖아요.”그 말은 들은 준재는 괜히 서운했다.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하지만 그동안 여 대표님과 만나면서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요. 확실히 친구로 사귈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