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빈도 고다정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오만한 자태로 고다정을 향해 걸어오더니 증오와 혐오에 찬 표정을 지었다.“여기서 널 만나다니. 진짜 재수 없어.”“피차일반이야!”고다정은 차가운 얼굴로 맞받아치고는 고다빈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귓가에 고다빈의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가라고 했어?”이 말과 함께 그녀는 고다정 앞을 막아섰다.고다정은 곁눈질로 슬쩍 소담과 화영이 이쪽으로 오려는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옆으로 드리워진 손을 가볍게 흔들어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소담과 화영은 이를 보고 먼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고다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다정의 차분한 표정을 보고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무슨 일이 발생해도 이년의 얼굴에서 당황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고다정도 고다빈의 몸에서 악의를 느끼고 잔뜩 경계했다.“뭐 하려는 거야?”“걱정 마.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하지는 않을 거니까. 너를 불러세운 건 단지 너에게 좋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나는 네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재수 없는 존재가 되어 모든 사람에게 버림을 받을지 지켜볼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고다빈은 고다정의 엉망진창인 미래를 보기라도 한 듯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고다정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약간 미친 듯한 눈앞의 여인을 덤덤하게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지켜봐.”말을 마친 그녀는 고다빈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옆으로 에돌아 가버렸다.그녀는 침착하게 걸었지만 저도 모르게 걱정이 밀려왔다.소담, 화영과 합류한 후 그녀는 화영에게 분부했다.“고다빈한테 몇 명을 붙여서 24시간 지켜보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저한테 보고하세요.”“네.”화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받았다.이를 본 소담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투덜거렸다.‘내가 먼저 모셨는데, 작은 사모님은 왜 일이 있으면 내가 아니라 이 여자
유라는 자기가 찾은 핑계 때문에 곤란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급히 만회했다.“그냥 한 말이야. 내가 무슨 의견이 있겠어?”그녀는 여준재가 계속 이 문제를 얘기할까 봐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오히려 고다정이 여준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이 클럽을 어머님이 설계하셨다고? 어머님도 다른 귀부인들과 같은 줄 알았는데.’그렇게 식사 자리는 중간에 잡음이 있긴 했지만 성공적인 편이었다.유라도 성공적으로 박재경 등 친구들과 친해졌다.그 후 며칠간 박재경은 여준재의 뜻에 따라 매일 유라를 데리고 놀러 나갔다.유라도 여준재의 친구에게 접근함으로써 여준재의 국내 상황을 알아볼 심산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덕분에 고다정은 비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이때 마지막 단계의 재활 치료를 끝낸 채성휘도 의사의 검사를 받은 후 퇴원할 준비를 했다.소식을 들은 고다정은 채성휘가 퇴원하는 날 소담과 화영 두 사람을 데리고 도우러 갔다.그녀는 자기 친구와 채성휘 사이에 감도는 달콤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녀가 며칠 오지 않은 사이에 두 사람은 많이 발전한 것 같다...조금 뒤, 그들은 짐을 챙겨서 병원을 떠났다.돌아가는 길에 임은미와 한 차를 탄 고다정은 장난스럽게 친구를 바라보았다.“야, 너 나한테 할 말이 없어?”“무슨 말?”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임은미는 어리둥절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고다정은 참지 못하고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뭐겠어? 너는 지금 채 선생님과 어떤 상황이야? 사귀는 거야?”이 말을 들은 임은미는 얼굴이 빨개졌다.확실히 이 일을 까먹고 고다정에게 말하지 않은 듯하다.그녀는 고다정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정했다.“사귀기로 한 거 맞아. 헤헤. 요즘 너무 바빠서 너한테 말하는 걸 까먹었어.”“이렇게 중요한 일을 까먹다니.”고다정은 코웃음을 쳤지만 친구의 연애사가 하도 궁금해서 물었다.“언제부터야?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이 질문에 임은미는 뭐가 생각났
하지만 쌍둥이의 발언에 대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특히 고다정은 설교하기는커녕 오히려 쌍둥이를 지지했다.“채 선생님, 두 분이 사귄다니 저도 기쁩니다. 하지만 쓴소리를 먼저 할게요. 은미는 저에게 절친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에요. 그러니까 은미에게 상처를 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임은미는 으쓱하며 채성휘를 쳐다보았다.“봤죠? 당신이 나에게 미안한 짓을 하면 저 사람들한테 혼나요.”채성휘는 우쭐대는 그녀의 모습을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미래의 일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은미 씨와 사귀는 동안 미안할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채성휘는 단호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고다정은 합격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그들은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임은미와 고다정은 쌍둥이를 챙기느라 바빴고, 채성휘는 여준재와 금융 문제를 토론했다.채성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지만 금융 쪽도 섭렵했다.잠시 후, 임은미는 쌍둥이를 데리고 키즈존에 놀러 갔다.고다정은 채성휘와 연구소 일을 상의하고 싶어서 같이 가지 않았다.“채 선생님도 이제 다 나았으니 특효약 개발을 일정에 올릴 생각이에요. 이 약을 하루빨리 개발했으면 해서요. 저의 외할머니가 뇌암 판정을 받았는데, 이 약으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해야 해요.”“어떻게 그런 일이, 어르신 상태는 좀 어때요?”채성휘는 깜짝 놀라더니 걱정스레 물었다.고다정이 간단하게 설명했다.“초기여서 자극만 받지 않으면 거의 아무 증상도 없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저의 외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신체 기능이 젊은이보다 못하기 때문에 병세가 빨리 악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이 말을 들은 채성휘는 고다정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이 일을 은미 씨는 아직 모르죠?”“은미는 아직 몰라요. 그동안 은미가 채 선생님 일로 걱정이 많아서 말하지 않았어요. 이따가 채 선생님이 알려주셔도 돼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두 사람은 특
임은미는 당연히 고다정의 말뜻을 알지만 여전히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그래서 그 뒤로 며칠간 그녀는 매일 빌라에 외할머니를 뵈러 왔다.이에 대해 고다정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오히려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미 채성휘와 함께 특효약 개발 준비 단계에 진입해서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연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점점 더 바빠질 것이며 2,3일 연구실을 지켜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그때 임은미가 매일 외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한다면 그녀는 더 마음이 놓일 것이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나갔다.이날 임은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퇴근 후 회사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강말숙을 보러 가려 했다.그런데 그녀가 길가에 나오자마자 오토바이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임은미가 신경을 쓰지 않고 택시가 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순간 일이 발생했다.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팔을 뻗어오더니 그녀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낚아챘다.임은미는 몇 초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소리지르면서 쫓아갔다.“강도 잡아요. 저 앞에 오토바이를 막아주세요.”이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토바이를 쫓아갔다.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뛰어난 기술로 차가 그칠 새 없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요리조리 피하면서 이내 사람들을 따돌리고 시선에서 사라졌다.임은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중 마음씨 좋은 어떤 사람이 귀띔했다.“아가씨, 가방에 중요한 물건이 없어요? 혹시 있다면 빨리 경찰서에 신고하고 해지할 건 해지해요. 강도가 아가씨 물건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게 두지 말고.”“제 가방에는 신분증, 휴대폰, 그리고 몇 장의 은행카드가 들어 있어요. 맞네요.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해지할 건 해지해야겠어요.”임은미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씨 좋은 행인에게 감사를 드리고 제일 가까운 경찰서로 향했다.그녀가 경찰서에 들어설 때쯤 가방을 훔친 강도는 그녀의 가방
소담과 화영은 눈빛을 교환한 후 각각 고다정의 한쪽 팔을 잡고 다시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이러세요?”그러나 고다정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고 심지어 그들이 가로막는데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소담과 화영은 혹여 고다정이 다칠까 봐 억지로 막지는 못했다.하지만 앞에 더 이상 길이 없는데도 고다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두 사람은 바싹 긴장했다.게다가 오는 내내 고다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최면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거의 동시에 이 생각이 떠오른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제가 작은 사모님을 기절시킬 테니 화영 씨는 대표님께 통지하세요.”소담이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손을 쓰려고 하는 중요한 시각에 화영이 그의 행동을 제지시켰다.화영은 소담의 손을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절시키면 안 돼요. 내가 알아본 바로는 최면에 걸린 사람에게 외력을 가해 중단시키면 신경이 손상되고 심각할 경우 정신 이상이 올 수 있대요.”이 말을 들은 소담은 안색이 급변했다.“그렇게 심각해요?”“그럼요.”화영이 말하면서 소담의 손을 놓았다. 그녀는 자기들이 꽉 잡고 있는데도 계속 발버둥치며 옥상에 올라가려는 고다정을 힐끗 보고는 과감한 추측을 내놓았다.“아가씨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아가씨가 이 명령을 완수해야 최면이 풀릴 거예요.”이 말을 들은 소담은 놀라 멍해졌다.“뭐라고요?”“지금 당장 소방구조대에 연락하고 대표님께도 통지해요.”화영이 신속히 조치했다.소담도 현재 상황에서 망설일 틈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작은 사모님을 잘 지키고 있어요.”말하고 나서 그녀는 고다정을 놓고 즉시 옆에 가서 전화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먼저 119에 전화한 후 여준재에게 연락했다.“대표님, 작은 사모님이 최면에 걸려 지금 연구소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뛰어내린다고?”전화기 저편에서 깜짝 놀란 여준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여준재는 고다정에게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위로하며 인파 속에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뒤늦게 반응한 구남준도 얼굴이 창백해진 여준재를 도와 인파 속을 가르며 길을 비켜 나섰다.“자, 다들 옆으로 좀 가주세요. 저희 가족이라 저희가 들어가서 봐야 해요.”구남준은 사모님인 고다정이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얼른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났고, 그녀가 투신했다는 사실 또한 전혀 믿겨 지지 않았다.그 말에 여준재와 구남준을 알아본 일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기도 하였다.한편, 화영은 자기 집 아가씨가 매트에 떨어진 걸 보고는 바로 긴장하며 앞으로 다가가 확인했다.그녀는 일단 고다정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보고, 고다정이 호흡을 하는 상태인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옆에 있는 구조대원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고다정을 안으며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얼른 차 준비하고 병원으로 가. 선생님께 알리는 것도 잊지 말고!”말을 마친 뒤 그녀가 고다정을 안은 채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때마침 인파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준재와 구남준을 마주했다.“서방님.”여준재를 발견한 화영은 깜짝 놀라 그를 불렀다.화영에게 있어 그 순간의 여준재 모습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준재는 화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녀 품속에 안긴 고다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는 듯 빤히 응시했다.화영은 여준재의 긴장감 섞인 모습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며 얼른 해명했다.“서방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현재 혼수상태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 다친 곳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라, 병원에 가서 확인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그제야 조금은 차분해지더니, 힘겹게 고다정을 자신에게로 뺏어오며 입을 열었다.“알겠으니까 병원은 일단 제가 데려갈게요. 뒤따라 오시면서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나 말해줘요!”여준재가 말을
“그럴 필요 없어. 넌 그냥 재경이랑 밖에서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면 돼.”여준재는 유라까지 와서 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게 싫었다.그렇게 말을 마친 뒤, 여준재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한편, 핸드폰을 내려놓은 유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표정이 굳어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재경은 일부러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척 걱정스레 물었다.“준재 형이 뭐래요? 우리더러 오래요?”“아니요. 오지 말래요. 우리보고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라네요.”유라는 불만으로 가득 찬 눈으로 그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러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며 그에게 말했다.“저는 계속 불안해서 그러는데 혹시 저랑 같이 가보지 않을래요?”그녀는 박재경도 함께 간다면, 그때 가서 여준재가 싫다고 한들 별말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박재경은 유라가 자신을 끌고 가는 목적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준재 형이 올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냥 가지 말죠. 게다가 준재 형 능력도 대단하니까, 굳이 저희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유라는 박재경의 거절에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그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고다정이 대체 왜 건물에서 떨어졌는지 너무나도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안 갈 거면 됐어요. 그냥 저 혼자서라도 갈게요. 우리 약속은 다음으로 미뤄요.”그녀는 그 한마디만 남긴 뒤 박재경을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숨어있는 부하에게 사인을 건넸다.그러자 몇 초 안 되어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그녀 앞에 세워졌다.유라는 박재경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건넨 뒤 바로 차에 탄 채 그 자리를 떠났다.한편, 박재경은 별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핸드폰으로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준재 형, 유라 씨가 형 찾으러 갔어. 내가 아무리 말려도 별 소용이 없었어. 그러니 이건 내 탓 아니야. 알겠지?”“그래, 알았어. 며칠 동안 수고 많았다.”
유라의 말을 들은 여준재는 별다른 기색 없이 여전히 차갑게 답했다.“이론적으로는 네 말이 맞지만, 나도 대답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그 말에 유라는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준재야, 너 혹시 나한테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여준재를 바라봤지만, 사실 속으로는 엄청 떨고 있었다.그 이유는 여준재가 최근 며칠 동안 본인을 대하는 태도가 차가웠다는 걸 유라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설마 전에 폭로한 것 때문에 그러는 건가?’이윽고 여준재가 차갑게 답했다.“아니, 그냥 오늘 일어난 일 때문에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그래. 그리고 너한테 대꾸할 힘도 없고. 사람 불러서 널 데려다주라고 할게.”말은 마친 뒤 그는 유라가 동의를 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바로 구남준을 불러 그녀를 데려가라고 했다.돌아가는 길, 유라의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굳어있었다.그녀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듯이, 여준재가 말하려 하지 않는 일에는 반드시 그 내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거 몰래 조사 좀 해줘. 고다정이 건물에서 뛰어내린 진상이 무엇인지, 일단 병원 쪽부터 착수 진행하고.”병원은 사람이 많은지라 여준재가 특별히 숨기려 해도 꼭 한두 명은 그걸 누설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물론 실제로도 그렇고 말이다.그날 저녁 8시쯤, 유라 쪽 부하가 그 진실을 알아냈다. “주인님, 병원 쪽 간호사들 말에 따르면 고다정 씨가 최면에 걸렸다고 합니다. 약효가 더해져서 일반 정신과 의사는 그걸 풀 수 없었고요.”“최면에 걸렸다라…”유라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에 잠겼다.‘어쩐지 여준재가 말해주지 않는다고 했어. 결국은 날 경계하고 있었던 거잖아?’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유라는 자신의 부하를 향해 명령했다.“계속해서 몰래 조사 해봐.”…이튿날 아침, 병실.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고다정은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한동안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다.‘나 지금 살아있는 건가?’어제 의식을 잃기 전 봤던 화면이 문득 떠오른 그녀는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