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유라는 여준재의 친구를 보고 싶지 않았다.조금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마음을 바꾸었다가 나중에라도 자신이 여준재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아주머니께서 알게 된다면 자신을 가벼운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았다.그러나 고다정과 심해영은 그녀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두 사람은 모처럼 생각이 같았다. 그녀들은 물러서지 않았다."사진도 가져왔는데 한번 봐봐. 괜찮아.""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유라 씨, 한번 봐봐요. 준재 씨도 유라 씨가 마음에 드시는 분이 있다고 하면 직접 소개해준다고 했어요. 그리고 유라 씨의 어려움도 모두 해결해 줄 거라고 했어요."고다정이 환하게 웃으며 유라를 바라봤다.비록 도덕적인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요 며칠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기뻤다.유라가 여준재를 구해준 사실을 계속 떠벌이며 고다정 앞에서 자랑도 많이 하고 허튼소리도 많이 했었다.그녀는 부처가 아니었기에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유라는 그녀의 얼굴에 핀 웃음을 바라봤다.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반박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심해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유라를 보며 고다정에게 손짓했다."사진들을 유라에게 보여주면서 소개해줘. 아 참, 다정아. 준재 친구들을 다 알고 있지?"심해영이 건넨 마지막 말은 별 뜻이 없었다. 고다정이 평소에 여준재와 함께 접대하러 다니지 않기에 아마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한 질문이었다.고다정도 깊게 생각하지 않고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아마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예전에 준재 씨와 함께 연회에 참석하면 준재 씨가 나에게 친구들을 소개해주곤 했어요.""그래, 그럼 유라에게 소개해줘. 잘 모르는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말을 마친 심해영은 상 위에 놓인 물컵을 들고 우아하게 물을 마셨다.고다정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유라에게 소개해주기 시작했다.여준재의 친구들은 하나 같이 잘생겼지만, 유라는 그
고다정은 심해영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준재 씨는 이미 나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어요. 나의 모든 일을 준재에게 맡겨 그가 처리하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준재 씨도 매우 힘들 거예요. 힘들어하는 준재 씨를 보면 나도 마음 아플 거고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계속 이어 말했다."그리고 이 일은 내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심해영은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몇 초가 지나서야 심해영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뜻은 잘 알았다. 하지만 내가 네 일 처리 능력을 못 믿는 게 아니라 유라는 보통 여자가 아니야. 임초연 같은 사람들과는 달라. 준재와도 10여 년의 친분이 있고 이번에는 준재를 구하기 위해 어머니가 될 자격도 잃었어. 준재도 다른 사람들과 유라를 똑같이 대하진 않겠지. 이런 상황에서 유라는 준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어머님 말씀은..."고다정은 뒷말을 이어 하지 않았다.왜냐하면, 고다정은 심해영의 말뜻을 알지 못했다.심해영은 불안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깊게 생각하지 마. 내 말은 준재가 처리해야 할 일은 준재가 처리하게 내버려 두라는 거야. 너는, 네 외할머니와 준이, 그리고 윤이만 잘 돌보면 돼. 결국, 유라도 준재 매력에 넘어간 거니까 준재가 알아서 처리하게 해. 넌 우리 여씨 가문이 인정한 며느리야. 너와 준재가 함께 하도록 허락한 것은 너보고 기꺼이 억울함을 참고 살라고 허락한 게 아니야."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그녀는 심해영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고다정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다시 귓가에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준재가 우수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일이 끊이지 않을 거야. 그때마다 네가 나서서 처리한다면 넌 아주 피곤해 질 거야. 더 나아가서 너와 준재 사이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넌 준재가 이런
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을 듣고 답답하던 가슴이 조금이나마 뚫린 것 같았다.그때 그녀의 귓가에 또다시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러니까 유라가 마음을 접게 하려고 사진을 요구한 거였네요?”“사진은 제가 요구한 게 아니에요. 어머님이 어쩌다 이 일을 알게 되셔서 유라 씨가 포기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거예요.”고다정이 거실에서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전하자 여준재는 미간을 찌푸렸다.“어머니도 아신다고요?”“의도치 않게 마주쳤나 봐요. 당신한테 말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어요.”고다정은 유라가 자기를 곤란하게 했던 일은 빼고 간단히 전했다.그녀는 여준재를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유라와의 대결에서 진 적도 없었다.그녀의 속마음을 모르는 여준재는 눈을 내리뜨고 그녀가 방금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나는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며칠 후 유라의 상태가 좀 더 좋아지면 박재경이랑 몇몇 친구들을 집에 불러 유라랑 알고 지내게 할 거예요.”“그 방법이 통할까요?”고다정이 다소 미덥지 않다는 시선을 보내자 여준재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계속 앞으로 걸으면서 말했다.“되든 안 되든, 유라에게 우리의 태도를 보여주면 목적을 이룬 셈이에요.”...이틀 후 다친 부위가 많이 나은 유라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이날 저녁 그녀는 특별히 거실에서 고다정과 함께 여준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은 좌우로 소파 하나씩 차지하고 말없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돌아와서 이 광경을 본 여준재는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말했다.“늦었는데 쉬지 않고 뭐 해요?”“왔어? 준재야.”유라는 여준재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맞이했다.그녀는 고다정이 여준재를 맞이할 때 하는 동작을 모방해 서류 가방을 받으려 했지만 여준재가 피했다.허탕을 친 유라는 눈빛이 다소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왜 피해? 내가 너희 회사 기밀을 보고 유출이라도 할까 봐
잠시 후, 세 사람은 야식을 먹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들어선 후 고다정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유라 씨가 무슨 말을 하던가요?”“별일 아니에요. 나랑 같이 나가 놀고 싶다고.”여준재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물었다.“그래서 뭐라 했어요?”신경 쓰이는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 여준재는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당연히 거절했죠. 그리고 박재경과 몇몇 친구들을 유라에게 소개해 줄 생각이에요.”“언제요?”입꼬리가 올라간 고다정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물었다.“이따가 메시지를 보내서 언제 시간 되는지 물을 거예요.”30분 후, 두 사람은 세수와 양치질을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여준재는 휴대폰으로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겼고 고다정도 옆에 누워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재 쪽에 박재경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했다.[방금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정말 준재 형이야?][준재 형이 어쩐 일로 여성분을 우리한테 소개해 주지? 진짜 준재 형 맞아?]이것만 봐도 박재경이 여준재가 보낸 메시지에 얼마나 놀랐는지 알 수 있다.그와 달리 다른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냉정하게 물음표만 보냈다.그러자 여준재가 설명했다.“나랑 같이 일하는 외국 친구인데 내가 같이 다니기는 좀 그래서 너희들한테 부탁하는 거야.”“알았어. 알았어. 형수님이 질투할까 봐 그러는 거구나.”박재경의 깐족대는 음성이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이 소리를 엿들은 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렸다.“누가 질투했다고? 내가 질투쟁이인가.”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여준재를 째려보며 앙탈을 부렸다.“빨리 아니라고 말해요. 나를 옹졸한 여자로 만들지 말고.”“알았어요.”여준재는 사랑스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더니 답장했다.“네 형수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야.”그러고는 더 이상 단톡방 메시지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고다정의 몸 위에 올라탔다.이 갑작스러운 동작에 고다
회사에서 여준재가 회의를 막 끝내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구남준이 이상한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따라 들어왔다.“왜 그래?”여준재가 구남준의 표정이 이상해서 묻자 그는 사실대로 보고했다.“대표님이 회의에 들어갔을 때 소담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유라 씨가 빌라에서 작은 사모님에게 위협적인 말을 하면서 무례하게 굴었다고 합니다.”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표정이 즉시 차가워졌다.그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책상 위의 휴대폰이 울렸다. 성시원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예의 바르게 전화를 받았다.“어르신.”성시원의 언짢은 목소리가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여준재, 너 친구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겠으면 내가 대신 손볼 거야. 우리 성씨 가문의 후계자를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줄 알아? 네 친구라고 사정을 봐주는 일은 없어.”여준재는 아침에 유라가 고다정을 괴롭힌 것에 대해 얘기한다는 걸 알고 눈을 내리뜨고 사근사근하게 말했다.“저도 그 일을 방금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다정 씨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니까.”“그렇다면 다행이고. 내가 지켜보고 있을 거야.”성시원은 한마디 경고한 후 전화를 끊었다.여준재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화난 얼굴로 구남준에게 분부했다.“차를 대기시켜. 빌라에 다녀와야겠어.”구남준이 지시를 받고 돌아서서 나갔다.10여 분 후 두 사람은 빌라에 도착했다.거실에 들어선 여준재는 고다정이 보이지 않자 이상철을 불러다 물었다.“다정 씨는 어디 갔어요?”“작은 사모님은 연구소에 나가셨습니다.”이상철이 사실대로 보고하자 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유라는요?”“유라 씨는 위층에서 쉬고 있습니다.”말하려다 멈추고 여준재를 쳐다보는 이상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선 넘는 말을 했다.“도련님, 제가 은혜를 모르고 남의 험담을 하는 건 아닙니다. 유라 씨가 도련님을 구해주긴 했지만 도련님도 대가를 치렀고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도 했잖아요. 그러면 된 거 아닌가요? 그분은 도련님 친구라고 우쭐하면서 작은 사모님에
유라가 애써 분노를 누르고 있음에도 여준재는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를 느낄 수 있었다.이 시각 여준재는 표정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유라를 바라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유라야, 너 비뚤어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너한테 은혜를 입었어도 너를 가만두지 않아.”이 말을 들은 유라는 간신히 눌렀던 질투의 불길이 또다시 타올랐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여준재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내가 무슨 비뚤어진 생각을 했다고. 그저 일시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했을 뿐이야. 네 약혼녀는 참, 여자들 사이에 말다툼한 것을 그새 너한테 고자질했어? 이건 나에게 도와줄 남자친구가 없다고 업신여기는 거야 뭐야?”유라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완벽한 이유를 찾아냈다.여준재는 진실을 털어놓지 않으려는 유라를 바라보며 검은 눈동자에 실망한 기색이 살짝 감돌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는 남자, 여자 그런 구분이 없어. 내 약혼녀의 일이 바로 내 일이야. 나를 포함해서 어떤 사람도 다정 씨에게 상처를 주면 안 돼. 이걸 기억해 뒀으면 좋겠어.”“알았어. 앞으로 주의할게. 그러니까 나를 내보내지 않으면 안 돼?”유라가 한발 물러섰다.여기서 나가면 앞으로 여준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기에 그녀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아쉽게도 지금까지 고다정 외에 그 누구도 여준재의 결정을 바꾼 사람은 없었다.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유라는 홧김에 소리질렀다.“그렇다면 여기서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소원이야!”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진짜로?”유라는 진짜가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여준재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세 번의 기회가 많아 보이지만 이렇게 한 번의 기회를 써버리기는 아깝다.특히 이렇게 하찮은 일에 쓴다면 말이다.하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그녀는 결국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이걸 소원으로
식사 장소는 YS그룹 산하의 프라이빗 클럽에 있었다.여준재와 고다정이 도착했을 때 룸의 분위기는 괜찮았다.특히 박재경은 유라와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친구처럼 친숙하게 웃고 떠들었다.서현규와 오현서는 옆에서 술을 마시면서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여준재가 들어오는 것을 본 그들은 잇달아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준재 형, 왔어?”“형수님, 오랜만이에요.”여준재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고다정의 손을 잡고 빈 좌석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은 후, 그는 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음식을 안 시켰어?”“형과 형수님이 오면 같이 시키려고 그랬지. 형수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준재 형이 사는 거니까 괜찮아요.”박재경이 익살을 부리며 친절하게 메뉴판을 고다정에게 건넸다.웃음을 터뜨린 고다정은 사양하지 않고 자기와 준재가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시켰다.요리가 빨리 나와 잠시 후 모든 요리가 올라왔다.그렇게 그들은 식사하면서 한담을 나누었다.박재경은 여준재가 부탁한 것이 있어서 식사하는 내내 유라를 극진하게 대했다.“준재 형한테 들었는데 유라 씨는 본국에 처음 왔기에 여기저기 돌아보려 한다면서요? 놀러 가고 싶으면 저를 찾으면 돼요. 우리 본국에 제가 안 가본 곳은 없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박재경은 잠시 멈추더니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유라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가고 싶은지 말해주면 제가 계획을 세울게요. 내일 당장 출발할 수 있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에는 꿍꿍이가 있었다.준재가 이 여자를 데리고 떠나기만 하면 그가 가고 싶은 곳 어디나 갈 수 있고 모든 비용은 준재가 내기로 약속했다.‘헤헤. 이럴 때 준재 형을 뜯어먹지 않으면 또 언제 기회가 있겠는가.’‘게다가 나는 지금 준재 형을 위해 남성적 매력을 팔고 있다.’이런 내막을 모르는 유라는 박재경의 과도한 친절에 깜짝 놀랐다.물론 그녀는 박재경이 이렇게 친절한 것이 여준재가 시켜서임을 잘 안다.여준재의 목
고다빈도 고다정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오만한 자태로 고다정을 향해 걸어오더니 증오와 혐오에 찬 표정을 지었다.“여기서 널 만나다니. 진짜 재수 없어.”“피차일반이야!”고다정은 차가운 얼굴로 맞받아치고는 고다빈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귓가에 고다빈의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가라고 했어?”이 말과 함께 그녀는 고다정 앞을 막아섰다.고다정은 곁눈질로 슬쩍 소담과 화영이 이쪽으로 오려는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옆으로 드리워진 손을 가볍게 흔들어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소담과 화영은 이를 보고 먼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고다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다정의 차분한 표정을 보고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무슨 일이 발생해도 이년의 얼굴에서 당황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고다정도 고다빈의 몸에서 악의를 느끼고 잔뜩 경계했다.“뭐 하려는 거야?”“걱정 마.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하지는 않을 거니까. 너를 불러세운 건 단지 너에게 좋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나는 네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재수 없는 존재가 되어 모든 사람에게 버림을 받을지 지켜볼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고다빈은 고다정의 엉망진창인 미래를 보기라도 한 듯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고다정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약간 미친 듯한 눈앞의 여인을 덤덤하게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지켜봐.”말을 마친 그녀는 고다빈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옆으로 에돌아 가버렸다.그녀는 침착하게 걸었지만 저도 모르게 걱정이 밀려왔다.소담, 화영과 합류한 후 그녀는 화영에게 분부했다.“고다빈한테 몇 명을 붙여서 24시간 지켜보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저한테 보고하세요.”“네.”화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받았다.이를 본 소담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투덜거렸다.‘내가 먼저 모셨는데, 작은 사모님은 왜 일이 있으면 내가 아니라 이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