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가 애써 분노를 누르고 있음에도 여준재는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를 느낄 수 있었다.이 시각 여준재는 표정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그는 서늘한 눈빛으로 유라를 바라보며 쌀쌀맞게 말했다.“유라야, 너 비뚤어진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너한테 은혜를 입었어도 너를 가만두지 않아.”이 말을 들은 유라는 간신히 눌렀던 질투의 불길이 또다시 타올랐다.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여준재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안다.“내가 무슨 비뚤어진 생각을 했다고. 그저 일시적으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했을 뿐이야. 네 약혼녀는 참, 여자들 사이에 말다툼한 것을 그새 너한테 고자질했어? 이건 나에게 도와줄 남자친구가 없다고 업신여기는 거야 뭐야?”유라는 재빨리 머리를 굴려 완벽한 이유를 찾아냈다.여준재는 진실을 털어놓지 않으려는 유라를 바라보며 검은 눈동자에 실망한 기색이 살짝 감돌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는 남자, 여자 그런 구분이 없어. 내 약혼녀의 일이 바로 내 일이야. 나를 포함해서 어떤 사람도 다정 씨에게 상처를 주면 안 돼. 이걸 기억해 뒀으면 좋겠어.”“알았어. 앞으로 주의할게. 그러니까 나를 내보내지 않으면 안 돼?”유라가 한발 물러섰다.여기서 나가면 앞으로 여준재를 만날 기회가 줄어들기에 그녀는 나가고 싶지 않았다.아쉽게도 지금까지 고다정 외에 그 누구도 여준재의 결정을 바꾼 사람은 없었다.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유라는 홧김에 소리질렀다.“그렇다면 여기서 나가지 않는 것이 나의 첫 번째 소원이야!”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진짜로?”유라는 진짜가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외쳤다.여준재에게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세 번의 기회가 많아 보이지만 이렇게 한 번의 기회를 써버리기는 아깝다.특히 이렇게 하찮은 일에 쓴다면 말이다.하지만 아무리 아까워도 그녀는 결국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이걸 소원으로
식사 장소는 YS그룹 산하의 프라이빗 클럽에 있었다.여준재와 고다정이 도착했을 때 룸의 분위기는 괜찮았다.특히 박재경은 유라와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친구처럼 친숙하게 웃고 떠들었다.서현규와 오현서는 옆에서 술을 마시면서 입가에 담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 사람을 구경하고 있었다.여준재가 들어오는 것을 본 그들은 잇달아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준재 형, 왔어?”“형수님, 오랜만이에요.”여준재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고다정의 손을 잡고 빈 좌석으로 향했다.자리에 앉은 후, 그는 상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왜 음식을 안 시켰어?”“형과 형수님이 오면 같이 시키려고 그랬지. 형수님은 뭐 드시고 싶으세요? 준재 형이 사는 거니까 괜찮아요.”박재경이 익살을 부리며 친절하게 메뉴판을 고다정에게 건넸다.웃음을 터뜨린 고다정은 사양하지 않고 자기와 준재가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를 시켰다.요리가 빨리 나와 잠시 후 모든 요리가 올라왔다.그렇게 그들은 식사하면서 한담을 나누었다.박재경은 여준재가 부탁한 것이 있어서 식사하는 내내 유라를 극진하게 대했다.“준재 형한테 들었는데 유라 씨는 본국에 처음 왔기에 여기저기 돌아보려 한다면서요? 놀러 가고 싶으면 저를 찾으면 돼요. 우리 본국에 제가 안 가본 곳은 없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박재경은 잠시 멈추더니 반짝거리는 두 눈으로 유라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가고 싶은지 말해주면 제가 계획을 세울게요. 내일 당장 출발할 수 있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에는 꿍꿍이가 있었다.준재가 이 여자를 데리고 떠나기만 하면 그가 가고 싶은 곳 어디나 갈 수 있고 모든 비용은 준재가 내기로 약속했다.‘헤헤. 이럴 때 준재 형을 뜯어먹지 않으면 또 언제 기회가 있겠는가.’‘게다가 나는 지금 준재 형을 위해 남성적 매력을 팔고 있다.’이런 내막을 모르는 유라는 박재경의 과도한 친절에 깜짝 놀랐다.물론 그녀는 박재경이 이렇게 친절한 것이 여준재가 시켜서임을 잘 안다.여준재의 목
고다빈도 고다정을 보고 놀라는 눈치였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오만한 자태로 고다정을 향해 걸어오더니 증오와 혐오에 찬 표정을 지었다.“여기서 널 만나다니. 진짜 재수 없어.”“피차일반이야!”고다정은 차가운 얼굴로 맞받아치고는 고다빈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 했다.그런데 귓가에 고다빈의 오만방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가라고 했어?”이 말과 함께 그녀는 고다정 앞을 막아섰다.고다정은 곁눈질로 슬쩍 소담과 화영이 이쪽으로 오려는 것을 확인했다.그녀는 옆으로 드리워진 손을 가볍게 흔들어 오지 말라고 지시했다.소담과 화영은 이를 보고 먼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고다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고다정의 차분한 표정을 보고 망가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무슨 일이 발생해도 이년의 얼굴에서 당황하는 표정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고다정도 고다빈의 몸에서 악의를 느끼고 잔뜩 경계했다.“뭐 하려는 거야?”“걱정 마. 같은 실수를 세 번 반복하지는 않을 거니까. 너를 불러세운 건 단지 너에게 좋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주고 싶었던 거야. 나는 네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재수 없는 존재가 되어 모든 사람에게 버림을 받을지 지켜볼 거야.”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고다빈은 고다정의 엉망진창인 미래를 보기라도 한 듯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고다정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약간 미친 듯한 눈앞의 여인을 덤덤하게 바라보며 웃었다.“그럼 지켜봐.”말을 마친 그녀는 고다빈을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옆으로 에돌아 가버렸다.그녀는 침착하게 걸었지만 저도 모르게 걱정이 밀려왔다.소담, 화영과 합류한 후 그녀는 화영에게 분부했다.“고다빈한테 몇 명을 붙여서 24시간 지켜보고,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시 저한테 보고하세요.”“네.”화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받았다.이를 본 소담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투덜거렸다.‘내가 먼저 모셨는데, 작은 사모님은 왜 일이 있으면 내가 아니라 이 여자
유라는 자기가 찾은 핑계 때문에 곤란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급히 만회했다.“그냥 한 말이야. 내가 무슨 의견이 있겠어?”그녀는 여준재가 계속 이 문제를 얘기할까 봐 급히 말머리를 돌렸다.오히려 고다정이 여준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이 클럽을 어머님이 설계하셨다고? 어머님도 다른 귀부인들과 같은 줄 알았는데.’그렇게 식사 자리는 중간에 잡음이 있긴 했지만 성공적인 편이었다.유라도 성공적으로 박재경 등 친구들과 친해졌다.그 후 며칠간 박재경은 여준재의 뜻에 따라 매일 유라를 데리고 놀러 나갔다.유라도 여준재의 친구에게 접근함으로써 여준재의 국내 상황을 알아볼 심산으로 거절하지 않았다.덕분에 고다정은 비는 시간이 많이 생겼다.이때 마지막 단계의 재활 치료를 끝낸 채성휘도 의사의 검사를 받은 후 퇴원할 준비를 했다.소식을 들은 고다정은 채성휘가 퇴원하는 날 소담과 화영 두 사람을 데리고 도우러 갔다.그녀는 자기 친구와 채성휘 사이에 감도는 달콤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녀가 며칠 오지 않은 사이에 두 사람은 많이 발전한 것 같다...조금 뒤, 그들은 짐을 챙겨서 병원을 떠났다.돌아가는 길에 임은미와 한 차를 탄 고다정은 장난스럽게 친구를 바라보았다.“야, 너 나한테 할 말이 없어?”“무슨 말?”일시적으로 반응하지 못한 임은미는 어리둥절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고다정은 참지 못하고 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뭐겠어? 너는 지금 채 선생님과 어떤 상황이야? 사귀는 거야?”이 말을 들은 임은미는 얼굴이 빨개졌다.확실히 이 일을 까먹고 고다정에게 말하지 않은 듯하다.그녀는 고다정에게 웃음을 지어 보이며 인정했다.“사귀기로 한 거 맞아. 헤헤. 요즘 너무 바빠서 너한테 말하는 걸 까먹었어.”“이렇게 중요한 일을 까먹다니.”고다정은 코웃음을 쳤지만 친구의 연애사가 하도 궁금해서 물었다.“언제부터야? 누가 먼저 사귀자고 했어?”이 질문에 임은미는 뭐가 생각났
하지만 쌍둥이의 발언에 대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특히 고다정은 설교하기는커녕 오히려 쌍둥이를 지지했다.“채 선생님, 두 분이 사귄다니 저도 기쁩니다. 하지만 쓴소리를 먼저 할게요. 은미는 저에게 절친일 뿐만 아니라 가족이에요. 그러니까 은미에게 상처를 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임은미는 으쓱하며 채성휘를 쳐다보았다.“봤죠? 당신이 나에게 미안한 짓을 하면 저 사람들한테 혼나요.”채성휘는 우쭐대는 그녀의 모습을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미래의 일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은미 씨와 사귀는 동안 미안할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채성휘는 단호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고다정은 합격이라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뒤이어 그들은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임은미와 고다정은 쌍둥이를 챙기느라 바빴고, 채성휘는 여준재와 금융 문제를 토론했다.채성휘는 연구를 하는 사람이지만 금융 쪽도 섭렵했다.잠시 후, 임은미는 쌍둥이를 데리고 키즈존에 놀러 갔다.고다정은 채성휘와 연구소 일을 상의하고 싶어서 같이 가지 않았다.“채 선생님도 이제 다 나았으니 특효약 개발을 일정에 올릴 생각이에요. 이 약을 하루빨리 개발했으면 해서요. 저의 외할머니가 뇌암 판정을 받았는데, 이 약으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해야 해요.”“어떻게 그런 일이, 어르신 상태는 좀 어때요?”채성휘는 깜짝 놀라더니 걱정스레 물었다.고다정이 간단하게 설명했다.“초기여서 자극만 받지 않으면 거의 아무 증상도 없어요. 하지만 알다시피 저의 외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셔서 신체 기능이 젊은이보다 못하기 때문에 병세가 빨리 악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어요.”이 말을 들은 채성휘는 고다정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이 일을 은미 씨는 아직 모르죠?”“은미는 아직 몰라요. 그동안 은미가 채 선생님 일로 걱정이 많아서 말하지 않았어요. 이따가 채 선생님이 알려주셔도 돼요.”고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두 사람은 특
임은미는 당연히 고다정의 말뜻을 알지만 여전히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다.그래서 그 뒤로 며칠간 그녀는 매일 빌라에 외할머니를 뵈러 왔다.이에 대해 고다정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오히려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이미 채성휘와 함께 특효약 개발 준비 단계에 진입해서 할 일이 매우 많았다. 연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점점 더 바빠질 것이며 2,3일 연구실을 지켜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그때 임은미가 매일 외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산책한다면 그녀는 더 마음이 놓일 것이다.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보름이 지나갔다.이날 임은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퇴근 후 회사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강말숙을 보러 가려 했다.그런데 그녀가 길가에 나오자마자 오토바이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달려왔다.임은미가 신경을 쓰지 않고 택시가 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 순간 일이 발생했다.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팔을 뻗어오더니 그녀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낚아챘다.임은미는 몇 초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소리지르면서 쫓아갔다.“강도 잡아요. 저 앞에 오토바이를 막아주세요.”이 소리를 듣고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토바이를 쫓아갔다.하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는 뛰어난 기술로 차가 그칠 새 없이 많이 다니는 도로에서 요리조리 피하면서 이내 사람들을 따돌리고 시선에서 사라졌다.임은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중 마음씨 좋은 어떤 사람이 귀띔했다.“아가씨, 가방에 중요한 물건이 없어요? 혹시 있다면 빨리 경찰서에 신고하고 해지할 건 해지해요. 강도가 아가씨 물건을 가지고 나쁜 짓을 하게 두지 말고.”“제 가방에는 신분증, 휴대폰, 그리고 몇 장의 은행카드가 들어 있어요. 맞네요. 경찰서에 가서 신고하고 해지할 건 해지해야겠어요.”임은미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씨 좋은 행인에게 감사를 드리고 제일 가까운 경찰서로 향했다.그녀가 경찰서에 들어설 때쯤 가방을 훔친 강도는 그녀의 가방
소담과 화영은 눈빛을 교환한 후 각각 고다정의 한쪽 팔을 잡고 다시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이러세요?”그러나 고다정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없었고 심지어 그들이 가로막는데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소담과 화영은 혹여 고다정이 다칠까 봐 억지로 막지는 못했다.하지만 앞에 더 이상 길이 없는데도 고다정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두 사람은 바싹 긴장했다.게다가 오는 내내 고다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최면에 걸렸을 가능성이 있다.거의 동시에 이 생각이 떠오른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제가 작은 사모님을 기절시킬 테니 화영 씨는 대표님께 통지하세요.”소담이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가 손을 쓰려고 하는 중요한 시각에 화영이 그의 행동을 제지시켰다.화영은 소담의 손을 잡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기절시키면 안 돼요. 내가 알아본 바로는 최면에 걸린 사람에게 외력을 가해 중단시키면 신경이 손상되고 심각할 경우 정신 이상이 올 수 있대요.”이 말을 들은 소담은 안색이 급변했다.“그렇게 심각해요?”“그럼요.”화영이 말하면서 소담의 손을 놓았다. 그녀는 자기들이 꽉 잡고 있는데도 계속 발버둥치며 옥상에 올라가려는 고다정을 힐끗 보고는 과감한 추측을 내놓았다.“아가씨는 건물에서 뛰어내리라는 명령을 받은 것 같아요. 현재로서는 아가씨가 이 명령을 완수해야 최면이 풀릴 거예요.”이 말을 들은 소담은 놀라 멍해졌다.“뭐라고요?”“지금 당장 소방구조대에 연락하고 대표님께도 통지해요.”화영이 신속히 조치했다.소담도 현재 상황에서 망설일 틈이 없다는 것을 알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작은 사모님을 잘 지키고 있어요.”말하고 나서 그녀는 고다정을 놓고 즉시 옆에 가서 전화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먼저 119에 전화한 후 여준재에게 연락했다.“대표님, 작은 사모님이 최면에 걸려 지금 연구소 옥상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있습니다.”“뛰어내린다고?”전화기 저편에서 깜짝 놀란 여준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여준재는 고다정에게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을 위로하며 인파 속에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뒤늦게 반응한 구남준도 얼굴이 창백해진 여준재를 도와 인파 속을 가르며 길을 비켜 나섰다.“자, 다들 옆으로 좀 가주세요. 저희 가족이라 저희가 들어가서 봐야 해요.”구남준은 사모님인 고다정이 현재 어떠한 상황인지 얼른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났고, 그녀가 투신했다는 사실 또한 전혀 믿겨 지지 않았다.그 말에 여준재와 구남준을 알아본 일부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기도 하였다.한편, 화영은 자기 집 아가씨가 매트에 떨어진 걸 보고는 바로 긴장하며 앞으로 다가가 확인했다.그녀는 일단 고다정의 코에 손을 가져다 대보고, 고다정이 호흡을 하는 상태인걸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옆에 있는 구조대원들이 손을 쓰기도 전에 고다정을 안으며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얼른 차 준비하고 병원으로 가. 선생님께 알리는 것도 잊지 말고!”말을 마친 뒤 그녀가 고다정을 안은 채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때마침 인파 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준재와 구남준을 마주했다.“서방님.”여준재를 발견한 화영은 깜짝 놀라 그를 불렀다.화영에게 있어 그 순간의 여준재 모습은 여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런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여준재는 화영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녀 품속에 안긴 고다정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는 듯 빤히 응시했다.화영은 여준재의 긴장감 섞인 모습과 두려움에 떠는 모습을 보며 얼른 해명했다.“서방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현재 혼수상태일 뿐입니다. 하지만 아직 다친 곳이 있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태라, 병원에 가서 확인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그제야 조금은 차분해지더니, 힘겹게 고다정을 자신에게로 뺏어오며 입을 열었다.“알겠으니까 병원은 일단 제가 데려갈게요. 뒤따라 오시면서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인지나 말해줘요!”여준재가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