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다정은 눈앞의 남자를 빤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비꼬듯이 웃었다.“당신 말이 맞아요. 법적으로 확실히 당신을 부양할 의무가 있지.”그녀는 말하면서 옆에 있는 소파로 가더니 위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들고 뭔가 검색하는 듯했다.그녀가 뭐 하는지 모르는 고경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캐물었다.“너 뭐 하는 거야?”“현재 국내에서 부모에게 주는 평균 부양비가 얼마인지 알아보고 있어요.”고다정은 머리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이 대답을 들은 고경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잠시 후 고다정은 휴대폰을 내려놓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국가에서 발표한 수치를 봤는데, 최근 몇 년 노인들이 받은 부양비는 매달 40만 내지 60만이에요. 저는 매달 60만씩 줄게요.”“60만? 날 거지 취급하는 거야?”고경영은 고다정의 말을 듣고 화를 내며 펄쩍 뛰었다.그는 고다정이 이렇게 부자인데 매달 부양비로 수천만은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다정이 싸늘하게 웃더니 비아냥거렸다.“가능하다면 정말 이 돈을 거지한테 주고 싶네요. 당신처럼 감사는커녕 적다고 나무라지는 않을 테니까.”이 말을 들은 고경영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그가 입을 열기 전에 고다정이 말을 이었다.“60만이 적어서 받기 싫다면 저는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할 거예요.”“누가 싫대? 이달 부양비를 줘.”고경영이 이 돈을 남에게 주게 할 사람인가.무일푼인 그에게 60만이 비록 적은 돈이지만 아껴 쓰면 입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것이다.고다정은 고경영을 아니꼽게 힐끗 보더니 바로 입금하지 않고 말했다.“이 돈을 줄 수는 있는데, 먼저 부양 협의서부터 작성해요. 앞으로 당신을 자주 보고 싶지 않으니까.”그녀는 고경영을 너무 잘 안다. 60만은 이 남자에게 한 끼 식사비로도 모자란 돈이다. 이 남자가 계속 물고 늘어지지 않게 하려면 협의서를 체결해야 한다.고경영은 그녀가 자기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 방법도 없기에 분노를 억누르고 협의서를 체결한 후 60만을 받고 떠났다.산 아래에 도
그날 한밤중에 여준재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그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끄덕끄덕 졸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불빛 아래서 고다정의 모습은 약간 초췌해 보였지만, 곳곳에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묻어났다.여준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다가갔다.그가 허리를 굽혀 안으려는데, 손이 몸에 닿는 순간 그녀가 놀라 깨어났다.“왔어요?”남자를 반기는 고다정, 그녀는 눈을 비비더니 허우적거리며 소파에서 일어섰다.그녀는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고 새벽 2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는 가슴 아픈 듯 말했다.“왜 이렇게 늦었어요?”여준재는 약간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어쩌다 보니 우리들의 아버지랑 일 얘기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우리들의 아버지라니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고다정은 화난 듯 그를 흘겨보았다. 그녀는 이 남자가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려고 말장난을 한다는 것을 안다.하지만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그녀는 차마 심한 말을 하지 못했다.“한 번만 용서할게요. 다음에는 이러면 안 돼요. 당신 몸이 견뎌낼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봤어요?”“알았어요. 다음에는 이러지 않을게요.”여준재는 잘 넘어가서 다행이라는 듯 고다정의 손을 잡고 거듭 맹세했다.고다정은 입을 오므리고 웃으며 손을 빼내고는 그의 등을 떠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으니 그만하고 올라가 씻어요. 야식 만들어 줄게요.”“그럼 수고해요, 여보.”정말로 배고팠던 여준재는 고개를 숙여 고다정의 얼굴에 살짝 뽀뽀한 후 서류 가방을 들고 위층에 올라갔다.잠시 후 그가 씻고 나오니 고다정의 야식이 이미 준비됐다. 색과 향, 맛이 모두 완벽한 칼국수였다.“맛있겠다. 해외에 있을 때 저녁이면 늘 당신이 만든 음식이 생각났어요.”여준재는 탁자 옆에 와 앉더니 꿀 발린 멘트를 날렸다.고다정도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지만 얼마 안 가서 표정이 싸늘해졌다.여준재가 방금 한 말에서 그녀는 여준재와 아직 못다 한 중요한
그 후 이틀 동안 유라는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반복적인 고열에 시달리며 깨어나지 못했다.하여 고다정과 진현준은 서로 교대해가며 그녀를 간호했고, 성시원 또한 가끔은 그들을 도와주었지만, 더 많은 시간은 병원에서 채성휘를 치료하는 데에 쓰곤 했다.한편, 기밀이 노출되어 많은 프로젝트 경영 방식이 수정된 탓에 여준재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이렇게 각각 한 주를 보낸 뒤에야 상황이 조금은 호전되었다.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다정은 유라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웬 힘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물…”미간을 찌푸린 채 힘없는 목소리로 유라가 중얼거렸다.만약 고다정이 그녀 가까이 붙어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소리를 들을 수조차도 없었을 것이다.“유라 씨 깨어났어요?!”고다정이 격동된 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유라는 별다른 반응 없이 ‘물’이라는 똑같은 단어만 되뇌었다.그 모습에 고다정은 엄청 기뻐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탁자 위의 물잔에 면봉을 적신 뒤, 유라의 입술을 조금씩 적셔주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다정의 귓가에 다시금 힘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게다가 이번에는 다소 놀라움까지 섞여 있는 말투였다.“고다정 씨, 왜 당신이 여기에?!”고다정을 제외하고 병실에 아무도 없는 걸 발견한 유라는 누가 봐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물론 고다정도 그걸 눈치채긴 했지만, 그녀가 여준재를 살려준 걸 고려해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기에는 그쪽 신분이 너무 특별하잖아요.”“그럼 여준재는요? 나를 이렇게 혼자 내버려 두어도 걱정 안 된대요?”유라는 직설적으로 그녀에게 물었고, 자신의 옆에 여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듯했다.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고다정 또한 모르는 건 아녔다. 고다정도 속으로는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참을성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준재 씨는 회사에 갔죠. 남자가 이런 곳에 계속 남아 있다는 거도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내가 여기
“됐어요. 나 그만 겁줘요. 내 몸에 대해서 내가 모를까 봐요?”유라는 고다정의 말을 가로채며 그녀를 흘겨보았다.그 말에 고다정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라가 이어서 캐물었다.“조금 전에 통화하는 거 들어보니 내 정황에 대해 어쩌고 하던데요? 그게 뭔 말이에요?”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침대 쪽까지 걸어갔다.유라는 고다정의 힘으로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시선은 고다정에게 고정된 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고다정은 비록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창백한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그게…”그녀는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 잔인한 진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너무 심하게 다쳐서 자궁 전체가 큰 상처를 입었대요. 의사 선생님도 별다른 방법 없이 그걸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고요.”마지막 한마디까지 전부 내뱉고 나서야 고다정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제자리에 선 채 차마 유라의 표정을 쳐다볼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유라가 화내기만 기다렸다.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지만, 유라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하여 너무도 궁금해 난 그녀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유라가 넋이 나간 채 침대에 앉아있었다. 유라는 조금 전 그 소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다 똑같은 반응일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마친 고다정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런 결과에 대해 저랑 준재 씨 모두 미안할 따름이에요. 유라 씨가 준재 씨를 구해준 거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감사하고요. 그래서 유라 씨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저랑 준재 씨의 능력 안에서 책임지고 들어주려고요.”“책임이요? 어떻게 책임질건데요?”유라는 정신을 차리고 음울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고다정 또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지만, 그녀의 말투에서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곧 그 좋지 않은 예감이 진짜가 되었다.유라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내뱉은 그 말은 듣는 사람으
여준재는 곧 올 거라고 했지만 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나갔다.여준재가 도착했을 때쯤, 유라는 병실 침대에 앉은 채 링거를 꽂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한편 고다정은 그 옆에서 조용히 앉아 의학책을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문 쪽의 인기척을 들은 그 둘은 바로 문 쪽을 쳐다보았다.“준재 씨, 왔어요?”“준재야, 왔어?”여준재를 보자마자 그 둘은 똑같은 말을 내뱉었지만, 그는 가장 먼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다정의 말에 답했다.“수고 많았어요.”“아니에요. 밥 먹었어요?”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끼니를 걱정했다.그녀는 여준재가 바쁜 업무처리로 2시가 다 되어서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을까 봐 물은 것이었고, 여준재 또한 2시가 다 되어서까지 확실히 점심을 먹지 못했다.이윽고 여준재가 살짝 멋쩍어하며 답했다.“회의 끝나고 바로 왔어요.”그 말에 고다정은 그를 흘겨보며 그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갑자기 유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다정 씨, 준재 약혼녀라면서 여기서 멍하니 뭐해요? 아무것도 안 먹었다잖아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다정이 어떤 표정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여준재를 향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예전에 우리가 했던 농담이 아마 사실로 받아질 것 같네? 앞으로 나 진짜 너에게 의지해야 할 것 같아.”유라는 불쌍한 표정으로 여준 재를 바라봤다.고다정은 갑자기 확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표정을 숨기며 표정 관리를 했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다정이 아무 말 없이 쿨하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던 것 또한 여준재가 자신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는걸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한편, 여준재는 유라에게 했었던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예전에 그 둘은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서 둘 중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기면 늙어서까지 보살펴주겠다고 말이다.게다가 지금의 유라는 여준
자기 약혼녀의 목소리를 들은 여준재는 자연스레 고다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유라 맞은 켠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그제야 조금 전에 그들이 했던 대화 내용에 대해 알려주었다.“보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둘이서 얘기 잘됐어요?”고다정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여준재는 유라를 힐끗 보더니 조금 전 언급했던 조건을 다시 한번 말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이 조건 어떤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 자리에서 처음 들은 척 웃어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좋은 것 같은데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유라 쪽을 한번 바라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준이와 하윤이는 모두 착한 아이들이고, 책임감도 있어요. 만약 유라 씨가 자기들 아빠 구한 거 알면 유라 씨를 엄청 존경할 거예요.”‘누가 그딴 아이들 존경 받고 싶대!’유라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그러고는 억지로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말했다.“나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네.”“그럼 푹 쉬어. 만약 어디 불편하면 도우미더러 진현준 의사 선생님 부르라고 할게.”여준재는 유라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보고 그녀에게 몇 마디 당부 후, 고다정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둘이 다정한 모습으로 병실 문을 나가는 모습을 본 유라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마음속으로 억눌렀던 질투심이 이성을 지배하는듯한 느낌이었다.그녀는 몸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에 놓인 베개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왜, 왜? 내가 이렇게나 많은 걸 했는데도, 왜 나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거야! ‘“여준재, 넌 내꺼야. 내꺼라고! 난 절대로 너 포기 못 해!”그녀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이미 그 자리를 떠난 고다정과 여준재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한편, 그 둘은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식당으로 가는 길, 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은 채 미안해하며 말했다.“두 아이 일에 대해 제가 혼자 결정해서 기분 안
‘똑똑’——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유라는 자신의 용모를 다시 한번 체크 후 이번에는 머리와 옷도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야 답했다.“들어오세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여준재와 고다정이 문을 밀며 들어왔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심해영과 여진성 부부, 그리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두 아이가 서 있었다.“유라야, 여기 우리 엄마와 아빠셔. 네가 날 구해준 거에 대해 엄청 고마워하면서 인사하러 왔어.”여준재는 자기의 부모님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소개해주었다.심해영과 여진성은 침대에 앉아있는 외국 여성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밖에서 여준재와 호형호제할 수 있다고 하여 당연히 우람하게 생긴 남성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교하게 생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유라 씨, 우리 준재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건 저희의 작은 마음이니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준재를 구한 그 은혜는 이런 물질적인 거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거 저희도 잘 알고 있고요.”심해영은 준비한 선물을 침대 옆에 올려놓으며 말했고, 두 아이도 고마운 듯 유라를 바라보며 귀엽게 입을 열었다.“아줌마, 저희 아빠 구해줘서 고마워요. 만약 아줌마가 없었다면 저와 제 동생 모두 아빠를 잃을뻔했어요.”“앞으로 아줌마는 우리의 엄마와 양엄마 외에도 하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줌마일 거예요.”하윤이도 그 옆에서 귀여운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하지만 두 아이의 말은 유라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미니 버전인 여준재와 고다정을 보며 유라의 입가 미소 또한 많이 옅어졌다.하지만 여준재와 그의 부모님 앞에서 두 아이를 싫어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너희들 마음 아줌마도 충분히 느꼈어. 그리고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준재를 구하는 건 아줌마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유라는 여준재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 일부러 그와 관련된 호칭을 피해가며 이야기했다.거기에 대해 다른 사람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고다정만 그 말에서 이상함을
고다정의 그 말에 심해영과 여진성도 둘 다 흐뭇해했다.“어쨌든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도 시간을 내 아이들 돌봐줄게.”심해영이 고다정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녀는 여준재의 어머니로서 모든 책임을 미래의 며느리한테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났고, 유라가 회복하는 동안 고다정은 그녀의 의사와 요양사를 도맡아 하였다.심해영도 매일같이 찾아와 고다정을 도와주었고, 유라와 이야기도 나눴지만, 더 많은 날은 두 아이를 돌봐주는 데 쓰곤 했다.한편 여준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바빴고, 회사의 잔업 업무와 해외에서 확보한 산업도 통합해야 했다.여기서 그래도 가장 한가한 사람은 강말숙이였다.심지어 성시원도 매일같이 병원에 가서 채성휘를 치료했고, 오후에는 연구소로 가서 일을 봐야 했다.어쨌든 고다정이 잠깐은 그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말이다.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보름이란 시간이 지났다.유라의 상처도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와 걸어 다닐 수도 있게 되었다.걸어 다닐 수 있게 된 후로 그녀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매일 아래로 내려가 모두와 함께 식사하곤 했다.그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방에 있는 날들도 지쳤을 뿐만 아니라, 아래층에서의 웃음소리에 낄 수 없다는 사실이 짜증 났기 때문이다.특히 저녁쯤, 가끔 화원에서 들려오는 여준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녀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소리였다.매번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행여나 자신이 늦게 행동할까 봐 두려웠다.하여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여기에 적응해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받아줄 수 있기를 바랬다.물론 고다정은 그녀의 그런 속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거기에 대해 비록 불쾌하긴 했지만, 고다정도 정신을 차리고 그와 맞서려 했다.어쨌든 현재 여준재를 굳게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유라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심해영은 집으로 돌아갔다.고다정 또한 여느 때와 다름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