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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0화 지워버릴 수 없는 흔적

그날 한밤중에 여준재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그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끄덕끄덕 졸고 있는 여인을 발견했다.

불빛 아래서 고다정의 모습은 약간 초췌해 보였지만, 곳곳에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묻어났다.

여준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다가갔다.

그가 허리를 굽혀 안으려는데, 손이 몸에 닿는 순간 그녀가 놀라 깨어났다.

“왔어요?”

남자를 반기는 고다정, 그녀는 눈을 비비더니 허우적거리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옆에 놓인 휴대폰을 들고 새벽 2시가 된 것을 확인하고는 가슴 아픈 듯 말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여준재는 약간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어쩌다 보니 우리들의 아버지랑 일 얘기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우리들의 아버지라니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고다정은 화난 듯 그를 흘겨보았다. 그녀는 이 남자가 곤란한 상황에서 빠져나가려고 말장난을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그녀는 차마 심한 말을 하지 못했다.

“한 번만 용서할게요. 다음에는 이러면 안 돼요. 당신 몸이 견뎌낼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봤어요?”

“알았어요. 다음에는 이러지 않을게요.”

여준재는 잘 넘어가서 다행이라는 듯 고다정의 손을 잡고 거듭 맹세했다.

고다정은 입을 오므리고 웃으며 손을 빼내고는 그의 등을 떠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으니 그만하고 올라가 씻어요. 야식 만들어 줄게요.”

“그럼 수고해요, 여보.”

정말로 배고팠던 여준재는 고개를 숙여 고다정의 얼굴에 살짝 뽀뽀한 후 서류 가방을 들고 위층에 올라갔다.

잠시 후 그가 씻고 나오니 고다정의 야식이 이미 준비됐다. 색과 향, 맛이 모두 완벽한 칼국수였다.

“맛있겠다. 해외에 있을 때 저녁이면 늘 당신이 만든 음식이 생각났어요.”

여준재는 탁자 옆에 와 앉더니 꿀 발린 멘트를 날렸다.

고다정도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지만 얼마 안 가서 표정이 싸늘해졌다.

여준재가 방금 한 말에서 그녀는 여준재와 아직 못다 한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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