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이틀 동안 유라는 생명에 지장은 없었지만, 반복적인 고열에 시달리며 깨어나지 못했다.하여 고다정과 진현준은 서로 교대해가며 그녀를 간호했고, 성시원 또한 가끔은 그들을 도와주었지만, 더 많은 시간은 병원에서 채성휘를 치료하는 데에 쓰곤 했다.한편, 기밀이 노출되어 많은 프로젝트 경영 방식이 수정된 탓에 여준재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이렇게 각각 한 주를 보낸 뒤에야 상황이 조금은 호전되었다.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다정은 유라를 간호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웬 힘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물…”미간을 찌푸린 채 힘없는 목소리로 유라가 중얼거렸다.만약 고다정이 그녀 가까이 붙어있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소리를 들을 수조차도 없었을 것이다.“유라 씨 깨어났어요?!”고다정이 격동된 소리로 물었다.하지만 유라는 별다른 반응 없이 ‘물’이라는 똑같은 단어만 되뇌었다.그 모습에 고다정은 엄청 기뻐하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탁자 위의 물잔에 면봉을 적신 뒤, 유라의 입술을 조금씩 적셔주었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고다정의 귓가에 다시금 힘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게다가 이번에는 다소 놀라움까지 섞여 있는 말투였다.“고다정 씨, 왜 당신이 여기에?!”고다정을 제외하고 병실에 아무도 없는 걸 발견한 유라는 누가 봐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물론 고다정도 그걸 눈치채긴 했지만, 그녀가 여준재를 살려준 걸 고려해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기에는 그쪽 신분이 너무 특별하잖아요.”“그럼 여준재는요? 나를 이렇게 혼자 내버려 두어도 걱정 안 된대요?”유라는 직설적으로 그녀에게 물었고, 자신의 옆에 여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듯했다.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고다정 또한 모르는 건 아녔다. 고다정도 속으로는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참을성 있게 그녀에게 말했다.“준재 씨는 회사에 갔죠. 남자가 이런 곳에 계속 남아 있다는 거도 말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내가 여기
“됐어요. 나 그만 겁줘요. 내 몸에 대해서 내가 모를까 봐요?”유라는 고다정의 말을 가로채며 그녀를 흘겨보았다.그 말에 고다정이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유라가 이어서 캐물었다.“조금 전에 통화하는 거 들어보니 내 정황에 대해 어쩌고 하던데요? 그게 뭔 말이에요?”둘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침대 쪽까지 걸어갔다.유라는 고다정의 힘으로 다시 침대에 누웠지만, 시선은 고다정에게 고정된 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고다정은 비록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창백한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그게…”그녀는 몇 초간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그 잔인한 진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너무 심하게 다쳐서 자궁 전체가 큰 상처를 입었대요. 의사 선생님도 별다른 방법 없이 그걸 끄집어낼 수밖에 없었고요.”마지막 한마디까지 전부 내뱉고 나서야 고다정은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그녀는 제자리에 선 채 차마 유라의 표정을 쳐다볼 수 없었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유라가 화내기만 기다렸다.그렇게 몇 분을 기다렸지만, 유라는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하여 너무도 궁금해 난 그녀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유라가 넋이 나간 채 침대에 앉아있었다. 유라는 조금 전 그 소식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소식을 들으면 누구나 다 똑같은 반응일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마친 고다정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이런 결과에 대해 저랑 준재 씨 모두 미안할 따름이에요. 유라 씨가 준재 씨를 구해준 거에 대해서도 엄청나게 감사하고요. 그래서 유라 씨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든, 저랑 준재 씨의 능력 안에서 책임지고 들어주려고요.”“책임이요? 어떻게 책임질건데요?”유라는 정신을 차리고 음울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봤다.고다정 또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지만, 그녀의 말투에서 갑자기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곧 그 좋지 않은 예감이 진짜가 되었다.유라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내뱉은 그 말은 듣는 사람으
여준재는 곧 올 거라고 했지만 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나갔다.여준재가 도착했을 때쯤, 유라는 병실 침대에 앉은 채 링거를 꽂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한편 고다정은 그 옆에서 조용히 앉아 의학책을 보고 있었다.그러다가 문 쪽의 인기척을 들은 그 둘은 바로 문 쪽을 쳐다보았다.“준재 씨, 왔어요?”“준재야, 왔어?”여준재를 보자마자 그 둘은 똑같은 말을 내뱉었지만, 그는 가장 먼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다정의 말에 답했다.“수고 많았어요.”“아니에요. 밥 먹었어요?”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끼니를 걱정했다.그녀는 여준재가 바쁜 업무처리로 2시가 다 되어서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을까 봐 물은 것이었고, 여준재 또한 2시가 다 되어서까지 확실히 점심을 먹지 못했다.이윽고 여준재가 살짝 멋쩍어하며 답했다.“회의 끝나고 바로 왔어요.”그 말에 고다정은 그를 흘겨보며 그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하지만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갑자기 유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고다정 씨, 준재 약혼녀라면서 여기서 멍하니 뭐해요? 아무것도 안 먹었다잖아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다정이 어떤 표정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여준재를 향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예전에 우리가 했던 농담이 아마 사실로 받아질 것 같네? 앞으로 나 진짜 너에게 의지해야 할 것 같아.”유라는 불쌍한 표정으로 여준 재를 바라봤다.고다정은 갑자기 확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표정을 숨기며 표정 관리를 했다.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다정이 아무 말 없이 쿨하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던 것 또한 여준재가 자신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는걸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한편, 여준재는 유라에게 했었던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예전에 그 둘은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서 둘 중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기면 늙어서까지 보살펴주겠다고 말이다.게다가 지금의 유라는 여준
자기 약혼녀의 목소리를 들은 여준재는 자연스레 고다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유라 맞은 켠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그제야 조금 전에 그들이 했던 대화 내용에 대해 알려주었다.“보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둘이서 얘기 잘됐어요?”고다정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여준재는 유라를 힐끗 보더니 조금 전 언급했던 조건을 다시 한번 말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이 조건 어떤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 자리에서 처음 들은 척 웃어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좋은 것 같은데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유라 쪽을 한번 바라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준이와 하윤이는 모두 착한 아이들이고, 책임감도 있어요. 만약 유라 씨가 자기들 아빠 구한 거 알면 유라 씨를 엄청 존경할 거예요.”‘누가 그딴 아이들 존경 받고 싶대!’유라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그러고는 억지로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말했다.“나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네.”“그럼 푹 쉬어. 만약 어디 불편하면 도우미더러 진현준 의사 선생님 부르라고 할게.”여준재는 유라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보고 그녀에게 몇 마디 당부 후, 고다정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둘이 다정한 모습으로 병실 문을 나가는 모습을 본 유라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마음속으로 억눌렀던 질투심이 이성을 지배하는듯한 느낌이었다.그녀는 몸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에 놓인 베개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왜, 왜? 내가 이렇게나 많은 걸 했는데도, 왜 나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거야! ‘“여준재, 넌 내꺼야. 내꺼라고! 난 절대로 너 포기 못 해!”그녀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이미 그 자리를 떠난 고다정과 여준재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한편, 그 둘은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식당으로 가는 길, 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은 채 미안해하며 말했다.“두 아이 일에 대해 제가 혼자 결정해서 기분 안
‘똑똑’——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유라는 자신의 용모를 다시 한번 체크 후 이번에는 머리와 옷도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야 답했다.“들어오세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여준재와 고다정이 문을 밀며 들어왔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심해영과 여진성 부부, 그리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두 아이가 서 있었다.“유라야, 여기 우리 엄마와 아빠셔. 네가 날 구해준 거에 대해 엄청 고마워하면서 인사하러 왔어.”여준재는 자기의 부모님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소개해주었다.심해영과 여진성은 침대에 앉아있는 외국 여성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밖에서 여준재와 호형호제할 수 있다고 하여 당연히 우람하게 생긴 남성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교하게 생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유라 씨, 우리 준재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건 저희의 작은 마음이니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준재를 구한 그 은혜는 이런 물질적인 거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거 저희도 잘 알고 있고요.”심해영은 준비한 선물을 침대 옆에 올려놓으며 말했고, 두 아이도 고마운 듯 유라를 바라보며 귀엽게 입을 열었다.“아줌마, 저희 아빠 구해줘서 고마워요. 만약 아줌마가 없었다면 저와 제 동생 모두 아빠를 잃을뻔했어요.”“앞으로 아줌마는 우리의 엄마와 양엄마 외에도 하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줌마일 거예요.”하윤이도 그 옆에서 귀여운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하지만 두 아이의 말은 유라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미니 버전인 여준재와 고다정을 보며 유라의 입가 미소 또한 많이 옅어졌다.하지만 여준재와 그의 부모님 앞에서 두 아이를 싫어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너희들 마음 아줌마도 충분히 느꼈어. 그리고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준재를 구하는 건 아줌마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유라는 여준재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 일부러 그와 관련된 호칭을 피해가며 이야기했다.거기에 대해 다른 사람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고다정만 그 말에서 이상함을
고다정의 그 말에 심해영과 여진성도 둘 다 흐뭇해했다.“어쨌든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도 시간을 내 아이들 돌봐줄게.”심해영이 고다정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녀는 여준재의 어머니로서 모든 책임을 미래의 며느리한테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났고, 유라가 회복하는 동안 고다정은 그녀의 의사와 요양사를 도맡아 하였다.심해영도 매일같이 찾아와 고다정을 도와주었고, 유라와 이야기도 나눴지만, 더 많은 날은 두 아이를 돌봐주는 데 쓰곤 했다.한편 여준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바빴고, 회사의 잔업 업무와 해외에서 확보한 산업도 통합해야 했다.여기서 그래도 가장 한가한 사람은 강말숙이였다.심지어 성시원도 매일같이 병원에 가서 채성휘를 치료했고, 오후에는 연구소로 가서 일을 봐야 했다.어쨌든 고다정이 잠깐은 그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말이다.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보름이란 시간이 지났다.유라의 상처도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와 걸어 다닐 수도 있게 되었다.걸어 다닐 수 있게 된 후로 그녀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매일 아래로 내려가 모두와 함께 식사하곤 했다.그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방에 있는 날들도 지쳤을 뿐만 아니라, 아래층에서의 웃음소리에 낄 수 없다는 사실이 짜증 났기 때문이다.특히 저녁쯤, 가끔 화원에서 들려오는 여준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녀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소리였다.매번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행여나 자신이 늦게 행동할까 봐 두려웠다.하여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여기에 적응해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받아줄 수 있기를 바랬다.물론 고다정은 그녀의 그런 속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거기에 대해 비록 불쾌하긴 했지만, 고다정도 정신을 차리고 그와 맞서려 했다.어쨌든 현재 여준재를 굳게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유라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심해영은 집으로 돌아갔다.고다정 또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라의 그 고민에 대해서 고다정은 안다고 해도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이윽고 그녀는 여준재와 함께 화원을 산책하고 있었고,두 아이도 그들 옆에서 까르르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었다.이런 조용하고 아늑한 화면은 고다정에게 있어 엄청 소중한 것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에는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여준재 또한 그런 그녀의 눈빛을 즐기고 있었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웃어 보였다.“왜 그렇게 봐요?”“그냥 보고 싶어서요.”고다정은 달콤한 미소를 지은 채 눈썹을 치켜세우며 하윤이처럼 행동했다.“왜요? 보면 안 돼요?”여준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 채 크게 웃어 보였다.“그럴 리가요. 보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봐요.”“으윽——”두 아이는 닭살 돋은 엄마와 아빠의 대화에 이상한 소리를 내어 보였다.그 소리에 고다정과 여준재가 아이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니, 두 아이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왜 그래?”그 둘은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손을 들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자 두 아이는 각자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그 둘의 손에서 탈출한 채 그럴듯하게 말했다.“누가 엄마와 아빠더러 저희를 나쁘게 가르치래요? 사랑을 속삭이려면 우리 좀 피해서 하지. 휴, 이것 좀 봐요. 이렇게 어린 우리가 철까지 들었다는 건 쉽지 않은 건데.”고다정과 여준재는 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면서 어이가 없어 웃어 보였다.그렇게 그들 한 가족은 화원에서 서로 쫓고 쫓기며 즐겁게 장난을 쳤다.한편, 3층 창문 옆에서 유라가 음울한 눈빛으로 뛰어놀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손이 새하얗게 될 때까지 있는 힘껏 커튼을 꽉 잡았다.‘왜? 왜 고다정 저 여자는 여준재의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거야? 둘이서 몇 년이나 알고 지냈다고?!’유라는 분노가 점점 차올랐고, 그 눈꼴 사나운 장면을 눈앞에서 깨뜨리고 싶었다.그러다가 그녀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고다정은 얼마 남지 않은 이성으로 옆에 있는 사용인들에게 분부했다.사용인들은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복도에 서 있던 여준재는 나오는 사용인들을 보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다급히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야?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사모님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저희에게 나가라고만 하셨습니다.”사용인은 사실대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도 어리둥절했다.그러나 그는 고다정을 믿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화제를 돌려 사용인들에게 분부했다.“다 내려가 봐. 부엌에 몸보신하는 음식 준비하라고 전해. 그리고 진현준이 도착하면 즉시 위층으로 올려보내.”“네.”사용인들은 여준재의 명령을 받고 떠났다.그러나 방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다정은 사용인들이 나간 후, 더는 참지 못하고 유라의 뺨을 내리쳤다.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뺨을 내리칠 거라고 생각지 못한 유라는 아연실색했다.“고다정, 너 죽고 싶어?”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이 온 그녀는 얼굴을 막고 음흉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죽여버릴 것처럼 노려보았다.고다정은 그녀의 시선에 약간 움찔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고다정은 이내 분노에 휩싸였다.“왜요? 나한테 맞으니까 기분이 나빠요? 살인이 불법행위만 아니었더라면 난 이미 당신을 죽였을 거야.”고다정의 이쁜 입술과 다르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아주 악랄했다.그녀는 너무도 화가 났다.자신과 진현준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녀는 고작 남자 하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다니. 고다정이 보았을 때, 너무도 어리석은 행위였다.유라는 고다정의 말을 듣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볼 뿐 할 말을 잃었다.고다정은 그녀의 눈빛 변화를 발견하고 말을 이어갔다.“유라 마투린, 난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리석군요. 상처가 덧나게 하면 준재 씨가 당신을 관심해 줄 것 같아요?”“맞잖아요.”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