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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3화 일부러 그녀에게 보여주다

여준재는 곧 올 거라고 했지만 시간은 이미 한 시간이나 지나갔다.

여준재가 도착했을 때쯤, 유라는 병실 침대에 앉은 채 링거를 꽂고 있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한편 고다정은 그 옆에서 조용히 앉아 의학책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 쪽의 인기척을 들은 그 둘은 바로 문 쪽을 쳐다보았다.

“준재 씨, 왔어요?”

“준재야, 왔어?”

여준재를 보자마자 그 둘은 똑같은 말을 내뱉었지만, 그는 가장 먼저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다정의 말에 답했다.

“수고 많았어요.”

“아니에요. 밥 먹었어요?”

고다정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그의 끼니를 걱정했다.

그녀는 여준재가 바쁜 업무처리로 2시가 다 되어서까지 점심을 먹지 못했을까 봐 물은 것이었고, 여준재 또한 2시가 다 되어서까지 확실히 점심을 먹지 못했다.

이윽고 여준재가 살짝 멋쩍어하며 답했다.

“회의 끝나고 바로 왔어요.”

그 말에 고다정은 그를 흘겨보며 그에게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에 갑자기 유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다정 씨, 준재 약혼녀라면서 여기서 멍하니 뭐해요? 아무것도 안 먹었다잖아요!”

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다정이 어떤 표정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여준재를 향해 풀이 죽은 모습으로 말했다.

“예전에 우리가 했던 농담이 아마 사실로 받아질 것 같네? 앞으로 나 진짜 너에게 의지해야 할 것 같아.”

유라는 불쌍한 표정으로 여준 재를 바라봤다.

고다정은 갑자기 확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며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표정을 숨기며 표정 관리를 했다.

그리고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다정이 아무 말 없이 쿨하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었던 것 또한 여준재가 자신에 대한 마음이 진심이라는걸 믿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여준재는 유라에게 했었던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 그 둘은 약속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 위험한 상황에서 둘 중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기면 늙어서까지 보살펴주겠다고 말이다.

게다가 지금의 유라는 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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