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약혼녀의 목소리를 들은 여준재는 자연스레 고다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유라 맞은 켠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그제야 조금 전에 그들이 했던 대화 내용에 대해 알려주었다.“보상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둘이서 얘기 잘됐어요?”고다정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여준재는 유라를 힐끗 보더니 조금 전 언급했던 조건을 다시 한번 말하며 그녀에게 물었다.“이 조건 어떤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그 자리에서 처음 들은 척 웃어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좋은 것 같은데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유라 쪽을 한번 바라보며 진심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준이와 하윤이는 모두 착한 아이들이고, 책임감도 있어요. 만약 유라 씨가 자기들 아빠 구한 거 알면 유라 씨를 엄청 존경할 거예요.”‘누가 그딴 아이들 존경 받고 싶대!’유라는 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다.그러고는 억지로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말했다.“나 힘들어서 좀 쉬어야겠네.”“그럼 푹 쉬어. 만약 어디 불편하면 도우미더러 진현준 의사 선생님 부르라고 할게.”여준재는 유라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걸 보고 그녀에게 몇 마디 당부 후, 고다정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둘이 다정한 모습으로 병실 문을 나가는 모습을 본 유라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고, 마음속으로 억눌렀던 질투심이 이성을 지배하는듯한 느낌이었다.그녀는 몸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에 놓인 베개를 있는 힘껏 내리쳤다.‘왜, 왜? 내가 이렇게나 많은 걸 했는데도, 왜 나한테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거야! ‘“여준재, 넌 내꺼야. 내꺼라고! 난 절대로 너 포기 못 해!”그녀의 광기 어린 목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하지만 이미 그 자리를 떠난 고다정과 여준재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한편, 그 둘은 아래층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식당으로 가는 길, 여준재는 고다정의 손을 잡은 채 미안해하며 말했다.“두 아이 일에 대해 제가 혼자 결정해서 기분 안
‘똑똑’——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유라는 자신의 용모를 다시 한번 체크 후 이번에는 머리와 옷도 한 번 더 확인하고 나서야 답했다.“들어오세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여준재와 고다정이 문을 밀며 들어왔다.그리고 그들 뒤에는 심해영과 여진성 부부, 그리고 호기심으로 가득 찬 두 아이가 서 있었다.“유라야, 여기 우리 엄마와 아빠셔. 네가 날 구해준 거에 대해 엄청 고마워하면서 인사하러 왔어.”여준재는 자기의 부모님을 가리키며 그녀에게 소개해주었다.심해영과 여진성은 침대에 앉아있는 외국 여성을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밖에서 여준재와 호형호제할 수 있다고 하여 당연히 우람하게 생긴 남성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정교하게 생긴 여자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유라 씨, 우리 준재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건 저희의 작은 마음이니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준재를 구한 그 은혜는 이런 물질적인 거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거 저희도 잘 알고 있고요.”심해영은 준비한 선물을 침대 옆에 올려놓으며 말했고, 두 아이도 고마운 듯 유라를 바라보며 귀엽게 입을 열었다.“아줌마, 저희 아빠 구해줘서 고마워요. 만약 아줌마가 없었다면 저와 제 동생 모두 아빠를 잃을뻔했어요.”“앞으로 아줌마는 우리의 엄마와 양엄마 외에도 하윤이가 가장 좋아하는 아줌마일 거예요.”하윤이도 그 옆에서 귀여운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하지만 두 아이의 말은 유라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미니 버전인 여준재와 고다정을 보며 유라의 입가 미소 또한 많이 옅어졌다.하지만 여준재와 그의 부모님 앞에서 두 아이를 싫어하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너희들 마음 아줌마도 충분히 느꼈어. 그리고 고마워하지 않아도 돼. 준재를 구하는 건 아줌마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유라는 여준재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걸 받아들이기 싫어 일부러 그와 관련된 호칭을 피해가며 이야기했다.거기에 대해 다른 사람은 전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고다정만 그 말에서 이상함을
고다정의 그 말에 심해영과 여진성도 둘 다 흐뭇해했다.“어쨌든 네가 고생이 많다. 우리도 시간을 내 아이들 돌봐줄게.”심해영이 고다정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그녀는 여준재의 어머니로서 모든 책임을 미래의 며느리한테 떠넘기고 싶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은 흘러 지났고, 유라가 회복하는 동안 고다정은 그녀의 의사와 요양사를 도맡아 하였다.심해영도 매일같이 찾아와 고다정을 도와주었고, 유라와 이야기도 나눴지만, 더 많은 날은 두 아이를 돌봐주는 데 쓰곤 했다.한편 여준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바빴고, 회사의 잔업 업무와 해외에서 확보한 산업도 통합해야 했다.여기서 그래도 가장 한가한 사람은 강말숙이였다.심지어 성시원도 매일같이 병원에 가서 채성휘를 치료했고, 오후에는 연구소로 가서 일을 봐야 했다.어쨌든 고다정이 잠깐은 그 자리를 비울 수 없으니 말이다.그렇게 눈 깜짝할 새에 보름이란 시간이 지났다.유라의 상처도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침대에서 내려와 걸어 다닐 수도 있게 되었다.걸어 다닐 수 있게 된 후로 그녀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매일 아래로 내려가 모두와 함께 식사하곤 했다.그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방에 있는 날들도 지쳤을 뿐만 아니라, 아래층에서의 웃음소리에 낄 수 없다는 사실이 짜증 났기 때문이다.특히 저녁쯤, 가끔 화원에서 들려오는 여준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녀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그런 소리였다.매번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녀는 행여나 자신이 늦게 행동할까 봐 두려웠다.하여 그녀는 빠른 시일 내에 여기에 적응해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받아줄 수 있기를 바랬다.물론 고다정은 그녀의 그런 속마음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거기에 대해 비록 불쾌하긴 했지만, 고다정도 정신을 차리고 그와 맞서려 했다.어쨌든 현재 여준재를 굳게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가만히 앉아서 유라가 움직이는 걸 보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심해영은 집으로 돌아갔다.고다정 또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라의 그 고민에 대해서 고다정은 안다고 해도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이윽고 그녀는 여준재와 함께 화원을 산책하고 있었고,두 아이도 그들 옆에서 까르르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었다.이런 조용하고 아늑한 화면은 고다정에게 있어 엄청 소중한 것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여준재를 바라보았고, 그 눈빛에는 온통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여준재 또한 그런 그녀의 눈빛을 즐기고 있었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웃어 보였다.“왜 그렇게 봐요?”“그냥 보고 싶어서요.”고다정은 달콤한 미소를 지은 채 눈썹을 치켜세우며 하윤이처럼 행동했다.“왜요? 보면 안 돼요?”여준재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 채 크게 웃어 보였다.“그럴 리가요. 보고 싶은 만큼 얼마든지 봐요.”“으윽——”두 아이는 닭살 돋은 엄마와 아빠의 대화에 이상한 소리를 내어 보였다.그 소리에 고다정과 여준재가 아이들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니, 두 아이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그들을 보고 있었다.“왜 그래?”그 둘은 텔레파시라도 통한 듯 손을 들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자 두 아이는 각자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그 둘의 손에서 탈출한 채 그럴듯하게 말했다.“누가 엄마와 아빠더러 저희를 나쁘게 가르치래요? 사랑을 속삭이려면 우리 좀 피해서 하지. 휴, 이것 좀 봐요. 이렇게 어린 우리가 철까지 들었다는 건 쉽지 않은 건데.”고다정과 여준재는 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하면서 어이가 없어 웃어 보였다.그렇게 그들 한 가족은 화원에서 서로 쫓고 쫓기며 즐겁게 장난을 쳤다.한편, 3층 창문 옆에서 유라가 음울한 눈빛으로 뛰어놀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손이 새하얗게 될 때까지 있는 힘껏 커튼을 꽉 잡았다.‘왜? 왜 고다정 저 여자는 여준재의 모든 걸 얻을 수 있는 거야? 둘이서 몇 년이나 알고 지냈다고?!’유라는 분노가 점점 차올랐고, 그 눈꼴 사나운 장면을 눈앞에서 깨뜨리고 싶었다.그러다가 그녀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눈을
고다정은 얼마 남지 않은 이성으로 옆에 있는 사용인들에게 분부했다.사용인들은 이상하다고 여겼으나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복도에 서 있던 여준재는 나오는 사용인들을 보고 무슨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다급히 다가가 물었다.“무슨 일이야?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사모님께서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저 저희에게 나가라고만 하셨습니다.”사용인은 사실대로 말했다.그 말을 들은 여준재도 어리둥절했다.그러나 그는 고다정을 믿고 있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화제를 돌려 사용인들에게 분부했다.“다 내려가 봐. 부엌에 몸보신하는 음식 준비하라고 전해. 그리고 진현준이 도착하면 즉시 위층으로 올려보내.”“네.”사용인들은 여준재의 명령을 받고 떠났다.그러나 방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다정은 사용인들이 나간 후, 더는 참지 못하고 유라의 뺨을 내리쳤다.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뺨을 내리칠 거라고 생각지 못한 유라는 아연실색했다.“고다정, 너 죽고 싶어?”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반응이 온 그녀는 얼굴을 막고 음흉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죽여버릴 것처럼 노려보았다.고다정은 그녀의 시선에 약간 움찔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고다정은 이내 분노에 휩싸였다.“왜요? 나한테 맞으니까 기분이 나빠요? 살인이 불법행위만 아니었더라면 난 이미 당신을 죽였을 거야.”고다정의 이쁜 입술과 다르게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아주 악랄했다.그녀는 너무도 화가 났다.자신과 진현준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녀는 고작 남자 하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지 않다니. 고다정이 보았을 때, 너무도 어리석은 행위였다.유라는 고다정의 말을 듣고 그녀를 멍하니 쳐다볼 뿐 할 말을 잃었다.고다정은 그녀의 눈빛 변화를 발견하고 말을 이어갔다.“유라 마투린, 난 당신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리석군요. 상처가 덧나게 하면 준재 씨가 당신을 관심해 줄 것 같아요?”“맞잖아요.”정
아이를 보러 간 고다정은 감정을 잘 숨기느라 했지만 예민한 두 아이는 이상함을 눈치챘다.“엄마, 무슨 일이 있어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엄마, 혹시 아빠가 기분 나쁘게 했어요?”두 아이는 근심 걱정 가득한 눈으로 고다정을 지긋이 쳐다보았다.고다정은 이내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나빴던 기분도 많이 좋아진 듯했다.그녀는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웃으며 말했다.“엄마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두 아이는 무슨 일인지 말하려 하지 않는 엄마를 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그들은 이 일을 마음속에 기억해두고 저녁에 아빠에게 엄마와 잘 얘기해 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이어 방에서 고다정의 부드러운 책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노란 불빛 아래 이 목소리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잠들게 하는 마법이라도 깃들어있는 듯했다.두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다정의 책 읽는 소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고다정은 침대에 걸터앉아 잠자고 있는 두 아이의 순진한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모성애가 흘러넘쳤다.세 사람을 찾아온 여준재는 이 훈훈한 광경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졌는데 차마 들어가서 방해하기 싫었다.그렇게 그는 문밖에 서서 부드럽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고다정은 여준재가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자고 있는 두 아이를 보면서 유라에 관한 일을 고민했다.‘쉽지 않은 여자야.’사용하는 수단이 비겁하다고 하기에는 또 임초연보다 훨씬 나았다.적어도 뒤에서 음모를 계획하며 해코지하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고다정은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표정도 따라 쉼 없이 변했다.밖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여준재는 호기심이 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다.얼마나 지났을까, 고다정은 시간을 확인하고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밖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고 이내 입을 막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재운 애들이 또 깨어날 것
여준재는 있었던 일을 간단히 구남준에게 말해줬다.구남준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는 도무지 기뻐해야 할지 우울해야 할지 몰랐다.대표가 자신의 감정 문제를 분석해달라고 그에게 맡긴다는 건 비서인 그에 대한 인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그러나 그는 여준재에게 자신이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모솔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하지만 구남준이 속으로 아무리 불만이 있다고 해도 전문가같은 태도로 여준재를 위해 분석하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화를 내시는 게 유라 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모님도 유라 씨 주치의잖습니까. 환자가 자신이 힘들게 구해준 목숨을 아끼지 않는 걸 허용하는 의사는 없을 것입니다. 대표님이 유라 씨 친구라서 불똥이 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표님께서 유라 씨를 치료해 달라고 사모님께 부탁하셨잖습니까.”“...”여준재는 현재 자신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그는 고다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였다면 그도 화냈을 것이다.여준재는 속으로 이미 해결방법을 생각해두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잘했어. 이번 달 보너스를 더블로 해줄게.”그는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은 후 여분의 열쇠를 가지고 침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물론 그의 행동은 고다정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그러나 고다정은 그를 개의치 않고 누워 자는 척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누군가가 침대 옆에 앉는 걸 느꼈다. 이어 그녀는 따뜻한 품에 안겼다. 머리 위에서는 남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화내지 마요. 유라한테 이미 경고했어요. 몸을 아끼지 않으면 다시 돌려보낸다고.”“그럼... 상처를 찢은 이유는 알려줬어요?”여준재는 그녀를 보며 아까 했던 대화 내용을 말해주고 자신의 평가를 보태었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데 나도 탄복할 정도예요.”그러나 그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마음이 더 불편해졌다.그녀는 유라가 이런 핑계를 댈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여준재는 그 핑계를 믿은 모양이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고다정과 성시원은 다 반대하지 않았다.채성휘도 의학지식을 꽤 많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 자신에게 좋은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간단히 한담한 후 채성휘의 표정이 엄숙해졌다.그는 고다정과 성시원을 보며 물었다.“이렇게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연구소 사고에 관한 조사는 당연히 다 끝났겠죠?”“조사는 확실히 끝났어. 4대 가문의 짓이야. 시리우스도 4대 가문에게 매수된 것이고. 하지만 아직 시리우스에 관한 소식은 없어. 그런데 걱정하지 않아도 돼. 우리 성씨 가문에서 꼭 끝까지 조사할 테니까. 동시에 보상으로 성씨 가문 본가 장서각에 가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허락해줄게.”성시원이 말했다.그 말을 들은 채성휘는 흥분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 정말인가요?”“당연하지. 하지만 그 전에 먼저 몸부터 잘 회복하도록 해.”성시원은 고개를 끄덕였다.옆에 있던 고다정도 장서각이라는 말을 듣고 설렜다.그녀는 전에 성시원이 성씨 가문 본가에 3층짜리 장서각이 있는데 그곳에 고대부터 지금까지 500년 된 옛 의서와 절필서들이 보관되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다정의 눈빛을 감지한 성시원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날 쳐다볼 필요 없어. 너도 당연히 따라가야 하니까. 장서각의 책들을 다 익히는 건 성씨 가문 미래 가주로서의 기본이야.”“알겠습니다. 절대 스승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고다정은 웃으며 대답한 후 채성휘를 보았는데 그가 계속 임은미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임은미에게 할 말이 있는 게 분명했다.고다정은 눈동자를 굴리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스승님, 채 선생님은 괜찮으신 것 같은데 우리도 채 선생님이 푹 쉴 수 있도록 이만 돌아가는 게 어때요?”“그래, 편히 쉬는 게 중요하지. 은미가 성휘를 잘 보살펴줘.”성시원도 고다정의 뜻을 알아차리고 일부러 허허 웃으며 임은미에게 부탁했다.볼이 빨개진 임은미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고다정과 성시원은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뒤돌아 병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