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많은 사람들이 여진성을 주시하며 즉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기를 바랬다. 여진성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우리는 두 가지 준비를 해야 해요. 한편으로는 돈을 모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블랙 시장 손에 있는 핵심 자료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또 유출된 프로젝트 문서는 모두 다시 해야 합니다. 이 기간 동안 모든 초과 근무 연봉은 3배로 계산하겠습니다. 직원들의 마음이 분산되면 안 됩니다. 둘째는 주식시장입니다. 주가가 폭락하지 않도록 반드시 안정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입니다."여진성이 하나씩 지령을 내렸다.참석자들은 여진성의 지령을 받으면서 당황했던 마음을 달랬다. 회의가 끝난 후 모두가 떠났다. 여진성이 마지막으로 회의실을 나서자 그와 친분이 있는 임원들이 문밖에 서 있었다."왜 가지 않았어요?"여진성이 주동적으로 입을 열어 물었다. 그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회장님,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여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솔직히 제 마음도 불안해요. 까놓고 보면 이건 YS그룹이 지금까지 직면했던 문제 중 가장 위중한 문제입니다."이 말을 들은 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그가 묻고 싶어 하는 말은 이런 말이 아니었다."회장님, 방금 회의에서 대표님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피했는데 대표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여진성은 침묵했다. 잠시 후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속일 수 없을 줄 알았어요. 어찌 된 일인지 연락이 안 돼요.""연락이 안 된다고요?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요?"그는 당황하여 긴장된 얼굴로 바라보았다."아직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조사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소식이 있으면 알려드릴게요."여진성이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그래요. 저도 사람을 보내서 알아보라고 할게요. 유럽으로 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쪽에 인맥이 좀 있으니 알아보겠습니다."여진성은 거절하지 않았
만약 이 자리에 고다빈이 있었더라면, 아마 이 화난 남자가 전에 그녀와 연락했던 의문의 남자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이때 방안에는 금발의 남자 말고도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 더 앉아 있었다.“자자, 지금은 화낼 때가 아니에요. 중요한 얘기부터 합시다.”이들 중 유일한 한 명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다른 사람들은 맞는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깟 조그마한 여씨 집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 없어요. 특효약만 손에 넣으면 그딴 집안은 망가뜨리면 그만이에요.”금발의 남자는 그들의 말에 화를 거뒀다. 그리고 몇 사람은 상의하기 시작했다.“지금 YS그룹도 난리가 났고, 여준재도 공해에서 변을 당했으니, 특효약을 손에 넣을 가장 좋은 시기에요. 시리우스한테 움직이라고 합시다.”“시리우스가 움직이는 건 별문제가 안 되는데, 저쪽에 성시원한테도 사람을 보내 잘 감시하고 있어야 해요. 그 영감탱이가 무슨 짓을 벌여 일을 망칠지 몰라요.”“특효약을 손에 넣으면 성시원은 우리한테 더 이상 쓸모도 없는데 그냥 죽여버립시다. 그 사람 재산은 우리가 똑같이 나눠 가져요.”모두가 그 제안에 찬성했다.물론 이런 일을 고다정은 알 리 없었고, 심지어 YS그룹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도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는 마음이 늘 불안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이 커져만 갔다.그녀가 이 불안함의 출처를 밝혀내기도 전에 여진성한테서 먼저 전화가 왔다.“다정아, 너 혹시 준재랑 연락이 되니?”“무슨 일 있으세요?”굳어있는 여진성의 심상치 않은 어조로 그녀는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나 가슴이 꿈틀거렸다.여진성도 숨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회사에 일이 생겼는데 준재가 연락이 안 되는구나. 너랑 연락이 혹시 닿게 되면 얼른 나한테 전화하라고 해. 내가 아주 중요하게 상의할 일이 있어.”“알겠어요. 제가 한번 연락해 보겠습니다.”고다정은 전화를 끊었다.한편, 여진성이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옆에 있던 심해영은 이내
전화를 끊자마자 등 뒤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어 고다정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남준 씨.”“아... 작은 사모님. 어쩐 일이세요?”갑자기 들이닥친 고다정때문에 구남준은 잔뜩 긴장했다.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고다정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의 손에 쥐어진 휴대전화에 쏠렸다. 평소 그가 한 번도 쓰는 걸 못 봤던 낯선 휴대전화였다. 그녀의 눈매가 가늘게 변했다.“남준 씨한테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요. 혹시 지금 바빠요?”왠지 모르게 고다정의 눈빛이 자신을 꿰뚫고 있다는 착각이 들어 구남준은 당혹감이 더 크게 번져 말까지 더듬거렸다.“아, 아. 아닙니다. 무, 무슨 일 물어보시려는 건지...”궁금한 게 있다더니 오히려 그녀는 말하지 않고 뜸을 들이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기만 하였다. 한참 후, 그녀는 입을 열었다.“남준 씨 손에 쥔 휴대전화 말이에요. 처음 보는 건데, 언제 그 전화로 바꿨어요?”“아... 이, 이거요? 예전부터 쓰던 건데 일할 때만 사용해서 아마 작은 사모님이 못 보셨을 겁니다.”그는 손에 쥔 휴대전화를 무의식적으로 감추려 했다. 그의 등 뒤에는 땀이 나기 시작했다. 고다정이 뭘 알고 묻는 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자 찔리는 마음에 더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의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빛과 불안한 손동작은 고다정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여준재가 진짜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고다정의 낯빛은 삽시에 어두워졌다.그녀는 급히 확인하고 싶었다. 머릿속의 추측이 맞는지 아닌지.그리하여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여준재의 새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고다정이 전화를 걸자 구남준은 심장이 요동을 쳤다. 불안한 마음에 손끝이 저렸다.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그가 호주머니에 넣은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일부터 특이하게 설정해 놓은 벨소리가 지금은 귀에 거슬리기만 했다.그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고다정은 전화를 끊지 않고 그 벨소리를 들으며 계
구남준의 설득이 전혀 귀에 와닿지 않는 고다정은 낮게 부르짖으며 구남준을 매섭게 쳐다봤다.그녀는 언제부턴가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조급했지만 가능한 한 진정하려고 애쓰는 얼굴이었다. 구남준은 그런 그녀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사실대로 말하게 되었다.“대표님이 사고 난 건... 닷새 전입니다.”“닷새 전?”믿을 수 없다는 듯 구남준을 쳐다보다 고다정은 몸이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엄청난 충격에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그걸 본 구남준은 재빨리 손을 내밀어 그녀의 가라앉는 몸을 부축하고는 그녀를 불렀다.“작은 사모님!”그가 부르는 외침에도 고다정은 깨어나지 못하고 눈을 꼭 감고 있었다.구남준은 황급히 그녀를 들어서 안고 문밖으로 향해 뛰쳐나가며 소리쳤다.“거기 누가 없어? 얼른 여기로 와 봐!”잠시 후, 안젤로는 고다정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받고 팀원들을 데리고 부랴부랴 달려왔다.또 영문 모를 혼수상태에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 줄 알았는데, 검사해 보니 그게 아니어서 그는 한시름 놓았다.“고다정 씨는 제가 예상했던 그런 혼수상태는 아니고 그저 일시적인 충격으로 실신한 겁니다. 좀 있으면 곧 깨어날 겁니다.”안젤로는 고다정이 대체 어떤 충격을 받아 쓰러지기까지 했는지 궁금했지만,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고 물어보지 않았다. 그들한테는 알지 말아야 할 일은 모르는 게 원칙이었다.검사를 마치자 안젤로는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그러자 방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구남준은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고다정을 살펴보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소파에 가서 앉아 메시지 한 통을 보냈다.‘작은 사모님이 대표님 실종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쪽 상황은 좀 어떻습니까? 대표님을 찾았나요?’‘들킨 거야?!’간결한 네 글자로 답장이 왔다.그리고 구남준이 다시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조급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저편에서는 불쾌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떻게 된 거예요? 보스가 분명 이 일을 함구하라 했잖아요.”“처음
구남준이 여준재의 말로 자신을 가로막자 고다정은 바로 호통쳤다.“하지만 남준 씨 또한 잊지 말아요. 준재 씨가 자리에 없으면 뭐든 내 말에 따라야 한다고 했어요!”구남준은 말문이 막혀 진퇴양난의 표정이었다.이어서 고다정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또 귓전에 울렸다.“당장 비켜서요! 이건 명령이에요! 지금 바로 준재 씨가 사고 난 곳에 데려다줘요!”“하지만 작은 사모님, 저 진짜 그럴 수 없어요. 곤란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구남준은 거의 빌다시피 하며 눈빛은 여전히 완고했다.끝까지 물러서지 않는 그를 보며 고다정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그한테 삿대질했다.“내가 다시 한번 물을게요. 진짜 날 안 데리고 갈 거예요?”입을 꾹 다물고 있는 구남준은 문어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태도는 명확했다.그걸 모를 리 없는 고다정은 오히려 짧게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 내 앞을 가로막으면 내가 아무 방법이 없을 줄 알았어요?”이윽고 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누구한테 전화를 걸었다.“화영 씨, 사람 데리고 여기 안방에 좀 와줘요.”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구남준은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여기까지가 최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등 뒤에서는 워커 신발이 바닥에 힘 있게 부딪히는 쿵쿵하는 소리가 소란스럽게 들려왔다. 그리고 이어서 화영은 팀원들을 데리고 방 앞을 둘러쌌다.그녀는 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구남준과 아직 방문을 나서지 못한 채 잔뜩 노여워하는 고다정을 번갈아 보고, 의혹에 찬 눈길로 고다정한테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화영 씨, 이 사람 잡아요, 당장.”고다정은 구남준을 가리키며 차갑게 지시를 내렸다.갑작스러운 명령에 화영은 약간 어리둥절하게 구남준을 쳐다봤지만 지체 없이 명령대로 움직였다.“네, 알겠습니다.”자신이 화영한테는 상대가 안 된다는 걸 똑똑히 아는 구남준은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낮게 얘기했다.“명령 거둬들이시죠,
그 젊은 남자를 보는 순간 고다정은 놀란 마음에 속이 꿈틀하며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였다.이때 구남준이 헬기에서 내리며 그 남자를 보더니 좀 뜻밖이라는 눈치로 말을 걸었다.“여명호 씨, 당신이 직접 왔어요?”그러고는 그 남자를 가리키며 고다정한테 정중하게 소개를 드렸다.“작은 사모님, 이분은 여명호 씨라고 대표님 최측근 심복입니다. 계속 은밀히 대표님의 안전을 책임지고 대표님이 나서기 어려운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여명호라는 젊은 남자는 바로 여태껏 구남준과 통화를 해왔던 그 의문의 남자였다. 그는 지금 구남준의 말을 듣고 못마땅한 얼굴로 눈썹을 찡그리며 고다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작은 사모님은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여기는 저희의 통제를 벗어난 구역입니다. 언제든지 위험이 생길 수 있어요. 만일의 사태에 저희가 작은 사모님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 못할 수도 있습니다.”그의 말은 고다정이 지금 찾아온 것은 폐 끼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었다.자신의 도래를 아니꼽게 생각한다는 것을 고다정도 충분히 눈치챘지만 그녀도 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지라 수려한 미간을 좁히며 냉랭하게 그의 말에 받아쳤다.“저도 제 안전을 책임질 사람을 데리고 왔어요. 무슨 일이 생겨도, 절 고려할 필요 없습니다.”“허, 작은 사모님께서 말 참 쉽게 하시네요. 사모님의 안위에 문제가 생겼는데 저희가 손 놓고 있으란 말씀인가요? 그랬다간 보스가 나중에 돌아와서 저희한테 어떤 큰 벌을 내릴지 생각은 해봤어요?”여명호는 콧방귀를 뀌며 고다정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는 듯 쏘아붙였다.고다정은 낯빛이 확 가라앉으며 그의 시선을 마주하였다.“내가 그러라고 했으니까 준재 씨가 돌아오면 그쪽 사람들 난처할 일 없게 제가 잘 설득할 거예요. 지금 그쪽 급선무는 준재 씨부터 찾는 겁니다. 저 포함해서, 다른 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두 사람의 눈빛은 한 치도 양보 없이 공중에서 찌르르 부딪히며 불꽃을 튕겼다.주변 공기가 점점 살벌해지자 구남준
고다정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비올라의 눈빛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전 준재 씨 약혼녀예요. 약혼자가 일이 생겼는데 옆에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제가 방해된다면 저를 상관 안 하면 그만이에요. 저도 사람 데리고 왔으니까.”“당신이 말한 사람이 저 뒤에 있는 저 사람들이에요?”비올라는 고다정의 뒤에 서있는 화영 등을 보며 조소적인 웃음을 내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시선을 고다정의 얼굴에 떨구며 빈정거렸다.“준재 씨를 추격한 테러범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법자들이에요. 저런 어정쩡한 사람을 몇 명 데리고 준재 씨를 찾기는커녕 당신 하나 보호하는 것도 힘들걸요? 그 사람들 손에 뭐가 있는지 알아요? 권총 하나 갖고 덤비는 인간들이 아니에요. 더 큰 열병기도 갖고 있다고요. 알겠어요?!”고다정은 그녀의 말에 잠시 혼란스러웠다.“더 큰 열병기...”“그래요. 그 사람들 손에는 포탄 같은 것도 있어요. 아니면 준재 씨가 타고 있던 배가 왜 침몰했겠어요?”비올라는 차가운 말투로 설명했다. 그녀는 한 걸음 나아가서 고다정한테 가까이 다가가며 더 날카롭게 고다정을 깎아내렸다.“당신이 데리고 온 이 사람들이 당신을 포탄 아래에서 안전히 도망치게 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의 위장술을 간파할 수는 있어요?”“......”쏟아지는 질문에 고다정은 말문이 막혔다.그러는 그녀를 보자 비올라는 마치 승리한 여왕처럼 목을 빳빳이 쳐들고 고다정을 내리깔아 보며 일갈하였다.“그것 봐.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잖아. 여준재 약혼녀라는 타이틀이 뭐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인 줄 알았나 봐요? 그걸로만 준재 씨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허, 순진하기는... 그 테러범들이 더 원하는 게 당신을 잡는 거예요. 그러면 준재 씨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으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팔을 뻗어 고다정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그녀의 말에 얼이 나가 방심하고 있었던 고다정은 그녀한테 밀려 한 발 크게 뒷걸음질을 쳤다.그러자 화영과 소담이 얼른 다가가
문을 나서니 마침 비올라가 사람을 한 무리 끌고 엘리베이터에서 급히 나오고 있었다.“비올라 씨, 여긴 어쩐 일이에요?”“큰일났어요. 고다정 씨가 여기 있다는 소식이 어떻게 새 나갔는지 다들 찾고 난리인데, 내가 안 와볼 수가 있어야죠.”비올라는 퉁명스럽게 말을 꺼내며 마지못해 관심하는 척하는 연기를 제대로 펼쳤다.여자의 천 길 속내를 알 리 없는 구남준은 그녀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저도 방금 소식을 듣고 작은 사모님한테 알리러 가던 참이었어요. 비올라 씨가 철수를 도와주면 저야말로 감사하죠.”“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빨리 고다정 씨한테로 가요. 지금 바로 떠나야 하니까.”비올라가 귀찮다는 듯 구남준을 재촉하자 그는 알겠다고 하며 그녀를 데리고 고다정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구남준이 여행 가방을 들고 찾아온 모습과 뒤에 비올라까지 따라온 걸 보고 고다정은 의아하여 물었다.“어떻게 된 거...”“작은 사모님, 우리 빨리 떠나야 합니다.”구남준은 조급하게 말을 꺼내며 고개를 돌려 한창 짐 정리 중인 소담을 저지했다.“그만 정리하고 꺼낸 옷을 다시 도로 넣어요. 우리 지금 떠나야 해요.”고다정은 그의 말을 따라잡지 못하고 물었다.“왜 그래야 하죠?”“흥, 왜라뇨? 빨리 가라는데 말 안 듣고 버틴 사람이 누군데요? 여기 이제 당신이 떴다는 소식이 다 퍼졌어요. 사방에서 지금 당신을 잡겠다고 들쑤시고 다닌단 말이에요. 당신을 잡아서 준재 씨를 끌어내려고!”비올라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고다정한테 눈을 부라리며 말투는 더더욱 거침없었다.“내가 전에 했던 얘기들이 그저 농담인 줄 알았어요? 여기 있다간 뒈지기 딱 좋다고요!”그녀의 비수 같은 질책들이 날아와 고다정한테 사정없이 꽂혔지만,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그녀는 사태가 급히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소담한테 짐을 다시 꾸리라고 말했다.대략 5분 뒤, 일행은 주변을 경계하며 호텔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오르자마자 비올라는 굳은 표정으로 고다정한테 철수 계획을 얘기했다.“나도 감시당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