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배치하러 들어간 화영 등을 보며 김창석은 눈빛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재빠르게 스쳤다.뜻밖에도 어르신이 트리플 엑스 호위대를 보낼 줄이야. 이건 고다정을 진짜로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그 생각에 그는 고다정에 대해 은근히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고다정 이 여자가 뭔데 운이 저렇게 좋아.’그러나 이내 마음을 감추며 정상적인 안색으로 돌아왔다.운이 아무리 좋아도 일이 결판나기 전에는 자기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없으면 만들어라도 낼 판이었다.그가 십여 년 동안 도모해 온 일인데, 감히 누가 언감생심, 자신의 것을 넘보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하나 이런 복잡한 김창석의 생각을 고다정은 알 리 없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스승님께 화영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고다정은 스승님이 바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개의치 않았다.화영 등 사람들을 안착시키고 나니 여준재도 밖에서 돌아왔다.집안에 낯선 사람들이 몇몇 보이자 그도 고다정을 보호하기 위해 성시원이 보낸 사람들이겠거니 대충 짐작을 하였다.그는 곧바로 고다정의 곁에 가서 그녀의 끼니를 걱정했다. “밥은 먹었어요?”“네, 그나저나 당신은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준재한테 관심을 보였다.그러자 여준재도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먹었어요.”입술을 오므리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다정은 자기 옆에 꼿꼿한 자세로 붙어 서 있는 화영을 곁눈질로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여준재한테 일단 소개부터 하기로 했다“참, 여기는 제가 미리 말했듯이, 스승님이 절 보호하라고 보낸 사람들이에요. 이분이 팀장 화영이구요.”“앞으로 많은 수고 부탁드립니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영한테 인사를 했다.화영은 흔적 없이 조직 후계자의 약혼자라는 사람을 한번 훑었다.“별말씀을요, 저희도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뿐입니다. 그 밖에 어르신이 서방님께 따로 선물을 준비하셨습니다.”“선물을요?”고다정이 약간 의아해서 물었다. 그에 대해 들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여준재는 일찍부터 잠에서 깨어났다.품에서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여자를 아련하게 쳐다보며 그녀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살금살금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갔다.정리를 마친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에는 채성휘와 김창석이 앉아있었다.“여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서방님, 좋은 아침입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어 여준재한테 아침 인사를 건넸다.여준재도 그들을 향해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정 씨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요. 요즘 컨디션이 별로인 거 같아 오늘 하루 쉬라고 했는데, 두 분도 쉬시죠, 사적인 일도 좀 볼 겸.”“아가씨는 괜찮으십니까?”김창석은 걱정이 된다는 듯 여준재를 바라봤다.고다정 그 여자가 무슨 일이 난 게 아니면 그 성격에 이런 시기에 쉬려고 하지 않을 텐데 하며 의구심이 들었다.채성휘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관심하는 눈빛이 훤하게 드러났다.이 두 사람한테 숨길 생각도 없었던 여준재는 사실대로 얘기했다.“괜찮아요, 아무 일 없어요. 그저 요즘 연구 진척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밤마다 잠도 잘 못 자고 악몽을 꿔서 제가 하루 쉬라고 그랬어요, 긴장 좀 풀라고.”“아, 그런 거군요. 아가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죠.”김창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감탄을 내보였다.여준재도 더는 말없이 다이닝룸으로 향했다.식사가 끝난 뒤에 그들은 각자 빌라를 떠나 볼일을 보러 갔다.김창석은 연구소로 갔고, 채성휘는 바깥 구경을 좀 하려고 했다.요즘 그는 맨날 빌라에만 있다 나니 생각이 얽매이는 느낌이 들었다.그리하여 고다정이 깨났을 무렵에는 집안에 그녀 혼자만 남아 있었다.아침 식사를 하며 그녀는 소담한테 물었다.“채 선생님과 창석 아저씨는요?”“창석 아저씨는 연구소로 가셨고, 채 선생님은 바깥에 머리를 좀 식힌다고 나가셨습니다.”소담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고다정은 알겠다는 표정을 하며 식사를 계속했다.식사를 마치니 임은미가 마침 집에 도착했다.일
그 시각, YS그룹 대표이사 사무실.여준재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창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는데 외국에서 걸려 온 낯선 번호였다.그의 미간이 조금 좁혀지더니 뭔가 알아차린 눈치로 휴대전화를 귓가에 갖다 댔다.“여준재입니다.”“듣기로는 저를 찾으신다면서요?”고다정이 곁에 있었다면 금방 알아차릴 목소리였다. 그녀의 스승 성시원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으니.그의 말로 여준재는 성시원의 신분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그저 알고 싶어서요, 대체 몇 개의 세력들이 특효약을 노리고 있는지.”“알면, 어쩌시려고요? 뭐라도 할 건가요?”성시원은 속 시원히 대답하지 않고 여준재의 생각을 짐작해서 물었다.그에 부정할 생각이 없는 여준재는 입가가 비스듬히 올라갔다.“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죠, 안 그래요?”성시원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역시 킹은 다르군요. 성깔 있으시네.”그러나 그는 한마디 칭찬 뒤에 목소리가 굳어지며 말을 이었다.“전 세계적으로 당신의 세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나도 부인 안 하겠지만, 그 정도로 기성 가문들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경솔하게 움직여서 그 사람들한테 어설프게 비위만 건드렸다간 엄청난 보복이 따를 수 있어요.”그의 말을 듣고 여준재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숨겨진 정체가 성시원한테 들통난 것을 그는 놀랍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정보도 캐내지 못한다면 그도 은둔 가문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었다.그는 물론 성시원이 그가 날개가 더 단단해졌을 때 손을 쓰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지만, 화를 참는 건 본래로 그의 체질이 아니었다.코앞까지 찾아왔는데 되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가 하룻강아지처럼 만만한 줄로만 알 것이다.“내가 지금 확실히 그 기성 가문들을 한꺼번에 뿌리째 흔들지는 못해도, 살짝 씩 건드려서 트러블을 만들어주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해요. 당신 제자 화풀이 좀 해주고 싶지 않아요?”마지막 한마디에 성시원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당신이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숨이 답답할 만큼 억압적으로 변했다.김창석은 등줄기에 땀이 나며 이마에도 이미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고집하였다.“집사님이 제가 임무를 거절한 것에 대해 불만이라는 걸 잘 알지만, 저도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여준재가 눈을 피해 뭘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가 고다정을 떠난다면 모를까...”그 의문의 남자는 이 말을 듣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더는 김창석을 압박하지 않았다.그도 김창석이 사실을 말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남자한테서 뻗치는 살기가 수그러들자 김창석은 저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그때 남자가 또 입을 열었다.“네 말이 맞아. 여준재라는 사람이 좀 많이 거슬리긴 해. 주인님께 보고드려서 이 사람을 치워버려야겠어.”“아, 그럼 전 집사님의 좋은 소식만 기다리겠습니다.”김창석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자 눈가에 나쁜 심산이 굴러갔다.여준재만 없다면 고다정의 손에서 특효약을 가로채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생각한 것이다.그는 이내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라 자발적으로 보고를 올렸다.“제가 최근에 또 소식 하나 얻은 게 있습니다. 여준재가 어떤 괴질을 앓고 있다는데, 꽤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시원이 특별히 설학난이라는 희귀 약재까지 구해와서 보조 약재로 여준재한테 선물했거든요.”“그래? 그것참 듣다 반가운 소식이군. 주인님께 알려드릴 거야.”그들의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에 차가 성북구에 있는 성시원의 자택 문 앞에 도착했다.”의문의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내려.”김창석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차 문을 열고 나왔다.그가 차에서 내려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서자마자 차는 가버렸다. 차 뒤꽁무니까지 이제 완전 보이지 않자 김창석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다시금 들었다.어느새 그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다른 한편에서, 고다정과 임은미는 같이 쇼핑몰에서 매장마다 휘젓고 다니며 신상이란 신상은
하교 시간이 다가오자 고다정과 임은미는 신나는 바깥나들이를 끝내고 아이들을 데리러 유치원으로 출발했다.두 아이는 엄마를 오랜만에 만났는지라 기뻐서 발을 동동 굴렀다.“엄마다, 진짜 엄마야!”“엄마! 이제 돌아온 거예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아이들이 고다정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그리움을 과하게 쏟아냈다.그런 애틋해하는 얼굴들을 보자 고다정도 마음속에 죄책감과 감동이 밀려왔다.한 번도 이렇게 오랫동안 아이들과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고, 외지에 출장을 가더래도 최소한 전화로 연락이 가능했었는데, 그동안은 그녀가 일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이미 자는 시간이라 안 되었고 낮에 일어났을 때는 애들이 등교 시간이라 안 되고, 이래저래 연락도 못 하게 되었다.“엄마도 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었어.”고다정은 두 아이를 꼭 껴안고 그들과 똑같이 그리움을 토해냈다.그런 훈훈한 장면을 보며 임은미는 곁에서 빙그레 웃고 있었다.잠시 후 넷은 빌라로 돌아갔다.빌라 안에서 강말숙은 이미 고다정이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침 일찍부터 주방으로 들어가 외손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준비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그리고 동시에 침실 청소도 잊지 않고 사람 시켜 깔끔히 해놓았다.해가 질 무렵, 강말숙은 고다정이 두 아이를 데리고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기분 좋은 주름을 한껏 접히며 종종 뛰어가 맞이하였다.“할머니.”강말숙을 보며 고다정이 생글생글 웃었다.두 아이와 임은미도 강말숙한테 인사했다.강말숙은 그들의 인사를 다 받으며 시선을 다시 고다정한테 떨궜다. 그리고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서렸다.“홀쭉해졌네. 몸을 잘 돌보지 않은 거 아니야?”“아니에요. 할머니. 준재 씨가 지켜보는데 그럴 리가요.”고다정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외할머니한테 걱정을 끼쳐드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강말숙도 고다정이 항상 기쁜 소식만 알린다는 것을 알고 어차피 사실대로 얘기도 하지 않을 것을 더 캐묻지 않았다. 어쨌든 돌아왔으니 됐다 하며 여기 있는 며칠 동안이라도 그녀한테 몸보신
유리 화병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임은미와 고다정도 조금 전의 당황한 기색에서 조금은 정신을 차렸다.둘은 서로 마주 보기만 하며 공기마저 어색해졌다.끝내, 고다정이 먼저 정적을 깨고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애 아빠는 누구야?”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임은미는 몸부림치는 눈빛이었다.그리고 한참 뒤에 큰 결심을 한 것인 양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다정아, 이건 그저 사고야. 애 아빠가 누구건 이 아이는 낳을 생각이 없어.”마음을 다잡고 결정을 내린 그녀를 보며 고다정은 마음이 복잡했다.그 이유는 이 아이의 아빠가 누군지 그녀는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은미야, 너 정말 그 사람한테 알리지 않을 거야? 난 그 사람이 알 권리가 있는 거 같아.” 고다정은 임은미를 설득해 보려 했다.이 말에 임은미는 고다정이 이미 눈치를 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원래 그녀도 고다정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전에 있었던 상황들이 그렇게 티가 났는데 고다정이 모르고 있을 리가 없었다.임은미는 입술을 오므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알려줘 봤자 어쩌겠어. 나랑 그 사람 원래부터 사고였었잖아. 지금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도 난 만족스럽게 생각해. 그 사람하고 몇 마디 해보지는 못했지만, 젠틀한 사람이라는 건 알겠어. 이 일을 그 사람이 알게 되면, 앞으로 복잡해지기만 할 거야.”이 말을 들으니 고다정은 뭐라고 더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그래, 네 선택을 존중할게, 이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면 병원에는 언제 갈 거니? 내가 같이 가 줄게.”고다정은 친구의 선택을 존중하고 함께 상황을 헤쳐 나가기로 했다.임은미는 이런 일은 빨리 해치우는 게 좋겠다 생각하며 말했다.“그럼 내일 가자.”“좋아. 그럼 내일 너랑 가줄게.”고다정은 거절은 안 된다는 눈빛으로 임은미를 보며 말했다.고다정이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임은미는 입만 삐죽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도 혼자 가면 좀 무섭기는 할 거 같았다.
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왜요?”“은미가 임신했어요. 애를 지우겠대요. 내일 수술하러 가겠다는데,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어서요. 가서 곁에 있어 주고 싶어요.”고다정은 솔직하게 여준재한테 털어놓았다.이 일을 사실 얘기하면 그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가 임은미를 소개팅 파티에 나가라고 부추기지만 않았어도 채성휘와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전에 그녀는 다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사에 자신이 끼어드는 게 적절하지 않다 생각하여 더는 둘의 일을 캐묻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그녀도 일말의 죄책감이 생겨난 것이다.고다정의 생각을 샅샅이 들여다볼 수 없어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가 자책하는 기색을 드러내자 여준재는 눈살이 찌푸려졌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저도 구체적인 건 잘 몰라요, 은미가 알려주지 않아서. 그런데 채 선생님 아이인 건 알고 있어요. 그날 소개팅 파티에서 둘이 관계가 발생한 거 같아요.”고다정은 자기가 아는 것을 털어놓고는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나도 둘이 좀 이상하다는 건 눈치챘어요. 그런데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채 선생님이 은미가 맘에 있어서 저한테 은미 연락처를 달라고 하는 줄만 알았어요.”친구한테 미안해하는 고다정을 보고 여준재는 안쓰럽게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여 기분을 좀 풀어주려 했다.“너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아요. 당신 책임이 아니에요. 은미 씨를 솔로 탈출시키려고 그랬던 거잖아요. 소개팅에서 뭐가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요. 그리고 또 다 큰 어른들끼리 자기가 한 일은 자기가 책임져야죠. 그 정도 능력도 없을까 봐요? 오늘 은미 씨랑 얘기 많이 못 해봐서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에 은미 씨는 그 일에 대해 너무 괴로워하는 거 같지 않아요. 오히려 당신이 너무 자책하고 그러면, 은미 씨한테 그날 일을 자꾸 떠올리게 해서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여준재는 임은미의 생각을 분석해 보며 고다정을 달래고 위로했다.그
둘은 병원에 금세 도착하였다.차에서 내린 후 임은미는 인도에서 걸음을 떼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고다정은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작게 말했다.“결심이 안 서면 더 생각해 봐도 돼. 아직 시간 많아.”“아니야. 이대로 돌아가면 다음에는 다시 못 올 거 같아.”말을 마치고 임은미는 짧게 한숨을 내리 쉬더니 비장한 얼굴로 병원으로 향해 걸어갔다. 고다정도 한숨을 내쉬며 얼른 뒤따랐다.그러나 임은미를 따라잡기도 전에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보게 되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멈춰 섰다.임은미도 너무 놀라 하며 속으로 어쩔 바를 몰라 했다.“당신이 왜 여기 있어요?”임은미는 경악에 가까운 표정으로 눈앞의 채성휘를 쳐다보며, 긴장하기도, 뭔가 찔리기도 하여 그한테 큰 소리로 질문하며 애써 마음을 감춰보려 하였다.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 난 듯 그녀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고다정을 보며 물었다.“네가 알려줬어?”고다정은 임은미의 표정을 보고 친구가 크게 오해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 빠른 걸음으로 임은미의 곁에 다가가 급히 해명했다. “아니야, 아니야, 난 아무 말도 안 했어.”그러고는 채성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채 선생님이 왜 여기 계세요?”“어젯밤에 실험하다가 실수로 몸에 좀 묻혔는데 피부에 알레르기가 생겨 여기 왔어요.”채성휘는 말하면서 손에 든 약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그도 좀 의아하여 두 여자를 번갈아 보며 물었다.“누가 아파요?”말하며 그는 시선을 임은미한테 고정시켰다.임은미는 그와 눈길을 마주치고는 자신이 방금 고다정을 오해했다는 걸 알고 후회와 당혹감에 얼굴이 굳어졌다. 사실은 찔리는 마음에 낯빛이 변한 것이 더 컸다.“누가 아프든 간에 뭔 상관이에요.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이 말만 급하게 내던지고 임은미는 고다정의 손을 끌어 빠르게 병원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고 채성휘는 뭔가 석연치 않아 미간을 찌푸렸다.왠지 임은미가 매우 당황한 기색을 하고 있어, 그녀가 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