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특효약은 해외에서 단속했던지라 우리 국내에서는 값비싼 돈을 팔아야만 그걸 구할 수 있었잖아요? 만약 우리한테 그 특효약이 있다면, 그런 상황은 다시는 없을 거예요!”고다정은 말을 하면 할수록 흥분되어 눈빛이 반짝였다.그 말을 듣고 있던 채성휘는 가슴속으로 뜨거운 피가 들끓는 느낌이 들었으며 단번에 결정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다정 씨가 남는 걸 선택했다면, 저도 포기할 수 없죠. 우리 같이 그 특효약을 개발해 해외 놈들한테 한번 본때를 보여주자고요!”“그래요. 그때 가서 특효약 가격도 낮추고 그거로 돈 벌려 하는 외국인들에게 한번 보여줘야겠어요!”고다정 또한 의기양양해 말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점차 농담도 서로 주고받았고, 무거웠던 분위기도 이제는 말끔히 사라졌다.중요한 이야기를 끝내고 나니 채성휘의 검사 결과 보고서도 나왔다.검사결과는 별문제 없었고, 퇴원해도 된다는 말에 그는 곧장 병원에서 나왔다.밖으로 나온 뒤, 고다정은 채성휘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가는 길, 채성휘는 갑자기 뭔 일이 생각난 듯 고다정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삼켰다.하지만 고다정 또한 그의 표정을 눈치챌 수 있었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채 선생님, 혹시 뭐 하실 말 있으세요?”“그 다름이 아니라 고다정 씨. 듣자 하니 다정 씨한테 임은미라는 친구분이 있다면서요?”채성휘는 몇 초를 뜸 들이더니 결국은 입을 열었다.그 말에 고다정은 다소 의외라는 듯 되물었다.“네, 맞아요. 제 친구 중에 임은미라고 있어요. 근데 채 선생님은 어떻게 아셨어요?”“아, 그게 전에 사교모임 때 임은미 씨와 몇 마디 나눴거든요... 혹시, 임은미 씨 연락처 좀 알려줄 수 있을까요?”채성휘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었다.그 사교모임 저녁때, 채성휘와 임은미는 몇 마디 말을 나눴을 뿐만 아니라 예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었다.하지만 고다정은 채성휘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고, 며칠 전 임은미의 그 어색했던 행동이 떠올랐다.‘보아하니 둘이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고다정은 자신이 했던 행동을 그녀에게 한번 말해주었다.그러자 임은미는 만족한 듯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다행히 내 연락처 안 알려줬네. 너 만약 알려줬으면 내가 너 가만 안 뒀을 거야.”그 말을 들은 고다정은 마음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왜? 채 선생님께 아무 감정 없는 거야?”“응, 감정 없어.”임은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인했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고다정이 친구 대신 채성휘를 거절해줄 수밖에.고다정에게서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채성휘는 표정이 다소 복잡해졌다.‘할 수 없지. 피해자로서 그런 일을 당하고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긴 하지. 임은미 씨가 안정되면 그때 다시 찾아뵐 수밖에.’고다정은 이 모든 걸 모르고 있다.임은미네 집에서 나온 뒤 그녀는 바로 별장으로 돌아갔다.원래는 서재로 가서 계속 자료들을 정리하려 했지만, 문 앞까지 간 순간 머릿속에 갑자기 병원에서의 그 CCTV 장면이 떠올라 소름이 돋아났다.“소담 씨, 서재로 가서 혹시 누가 CCTV 설치하지 않았는지 한번 검사해줘요.”그녀가 소담에게 지시를 내리자, 소담이 고다정을 안심시키며 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별장은 대표님이 계속 사람 시켜서 지키고 있으니 누가 잠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고다정도 당연히 여준재의 능력을 믿고는 있지만, 그 배후의 세력 또한 만만치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여 그녀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소담 더러 가서 한번 검사해보라고 했다.그 모습에 소담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결과로 사모님을 안심시켜주기로 했다.하지만 결과는 그녀를 충격에 빠뜨렸고 분노하게 했다.그 이유는 소담이 서재와 거실에서 각각 두 개의 최신형 CCTV를 발견했기 때문이다.그 물건을 발견하자마자 소담은 곧바로 여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30분 뒤, 여준재가 냉기를 내뿜으며 걸어들어왔다.그전까지 당황스러웠던 고다정의 마음은 여준재를 보니 한껏 편안해졌다.“준재 씨.”“무서워하지 말아요. 내가 있잖아요
고다정은 그 생각을 여준재에게 알려주었다. 그러고는 한마디 더 보충해서 말했다.“이렇게 하면 나도 그 배후자의 시선을 돌릴 수 있고, 할머니와 아이들도 조금 더 안전할 거예요.”여준재는 그 말에 원래는 부인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다시 말을 도로 삼켰다.“그러면 나도 여기로 옮길게요.”“준재 씨도 오면 아이들은요?”고다정은 눈썹을 찌푸리며 찬성하지 않는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준재는 전혀 그걸 신경 쓰지 않았다.“아이들도 이미 컸으니까 우리를 이해할 거예요. 그리고...”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고다정의 귀 가까이에 다가가서는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다정 씨가 다른 남자랑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걸 제가 보고만 있을 것 같아요?”“…”거기에 고다정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그러다 결국은 여준재와 고다정 모두 여기 별장에 남아있기로 했다.그날 오후, 그들은 짐 정리를 했고, 필요한 기계들도 전부 담았다.게다가 연구실에 대해서 많은 사람이 알면 좋지 않을 것 같아 고다정, 여준재, 채성휘만 거기를 정리하고 청소했다.청소를 다 끝내고 나니 이미 저녁 시간이었다.다행히 별장에는 모든 게 준비되어 있어, 고다정이 직접 저녁준비를 했다.식사하면서 그들 분위기는 서로 차가운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밝은 분위기는 아녔다.밥을 먹은 뒤 여준재는 회사일 때문에 서재로 들어갔고, 고다정과 채성휘는 실험실에서 특효약의 코드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그러다 보니, 시간도 어느덧 깊은 저녁이 되었다.회사 일을 마친 여준재가 방에 들어가 보니 고다정이 보이지 않자, 곧바로 지하에 실험실로 발걸음을 향했다.시간을 보니 시간은 거의 12시가 되어갔고, 눈빛에서는 불쾌함을 뿜어내며 지하로 걸어갔다.도착 후, 그는 유리창으로 고다정과 채성휘가 열띤 토론을 하는 걸 보았다.비록 토론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늦은 시간이기에 고다정이 힘들까 봐 얼른 손을 들어 유리 창문을 두드렸다.그 소리를 들은 고다정과 채성휘는
나머지 날은 고다정과 채성휘, 그리고 김창석까지 모두 별장에 남아서 특효약의 코드에 대해 분석했다.빠른 시일 내로 특효약을 연구해내야 그 위험의 경지를 벗어날 수 있기에 고다정은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도 포기했다. 단지 매일 여준재에게서 두 아이의 정황에 대해 듣기만 하였다.그들의 노력 끝에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인상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고다정에게 있는 자료도 거의 다 분석을 해냈고 말이다.그녀는 현재의 속도에 매우 만족하며 채성휘와 김창석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이틀만 지나면 특효약의 모든 성분에 대해 다 분석이 끝나고 정식으로 특효약을 제작할 수 있게 됐어요!”“진짜 좋은 소식이네요. 다정 씨네 스승님한테도 알려줘야겠어요.”채성휘가 그녀를 바라보며 제안하자, 고다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스승님께 연락했다.전화는 곧 연결되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성시원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정아, 뭔 일이야?”“선생님, 이틀만 더 있으면 특효약 모든 성분의 분석이 다 끝나요.”고다정이 그 좋은 소식을 그에게 알리자, 성시원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오, 그거 진짜 좋은 소식이구나.”그러더니 그는 대화 주제를 돌렸다.“아 맞다. 전에 내가 한 팀을 너에게 보내준다고 했지? 어제 이미 출발했어. 아마 오늘쯤 도착할 거야. 저녁쯤에 누가 너한테 연락이 갈 거야.”“오늘 도착해요? 모두 몇 명이에요? 이따가 묵을 수 있는 곳 마련해볼게요.”고다정이 놀라서 묻자 성시원이 해명했다.“별로 많지 않아. 10명 밖에 없어. 그리고 다들 엘리트야.”그 말을 들은 고다정 또한 그들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지만, 스승님이 괜히 자신을 위해 엘리트들만 뽑아서 보냈을까 봐 겁이 났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찬란한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당부했다.“선생님도 몸조심해요. 저 선생님 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요.”“그래, 걱정하지 마. 특효약이 세상에 나올 때만 모든 건 끝났어. 그때면 나도 귀국할 수 있고 말이야.”성시
숙소 배치하러 들어간 화영 등을 보며 김창석은 눈빛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재빠르게 스쳤다.뜻밖에도 어르신이 트리플 엑스 호위대를 보낼 줄이야. 이건 고다정을 진짜로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그 생각에 그는 고다정에 대해 은근히 질투가 나기 시작했다.‘고다정 이 여자가 뭔데 운이 저렇게 좋아.’그러나 이내 마음을 감추며 정상적인 안색으로 돌아왔다.운이 아무리 좋아도 일이 결판나기 전에는 자기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없으면 만들어라도 낼 판이었다.그가 십여 년 동안 도모해 온 일인데, 감히 누가 언감생심, 자신의 것을 넘보게 허락할 수는 없었다.하나 이런 복잡한 김창석의 생각을 고다정은 알 리 없었다.그녀는 휴대전화를 들고 스승님께 화영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하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고다정은 스승님이 바쁘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개의치 않았다.화영 등 사람들을 안착시키고 나니 여준재도 밖에서 돌아왔다.집안에 낯선 사람들이 몇몇 보이자 그도 고다정을 보호하기 위해 성시원이 보낸 사람들이겠거니 대충 짐작을 하였다.그는 곧바로 고다정의 곁에 가서 그녀의 끼니를 걱정했다. “밥은 먹었어요?”“네, 그나저나 당신은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여준재한테 관심을 보였다.그러자 여준재도 웃으며 대답했다.“나도 먹었어요.”입술을 오므리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다정은 자기 옆에 꼿꼿한 자세로 붙어 서 있는 화영을 곁눈질로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여준재한테 일단 소개부터 하기로 했다“참, 여기는 제가 미리 말했듯이, 스승님이 절 보호하라고 보낸 사람들이에요. 이분이 팀장 화영이구요.”“앞으로 많은 수고 부탁드립니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영한테 인사를 했다.화영은 흔적 없이 조직 후계자의 약혼자라는 사람을 한번 훑었다.“별말씀을요, 저희도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뿐입니다. 그 밖에 어르신이 서방님께 따로 선물을 준비하셨습니다.”“선물을요?”고다정이 약간 의아해서 물었다. 그에 대해 들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여준재는 일찍부터 잠에서 깨어났다.품에서 편안히 잠들지 못하고 있는 여자를 아련하게 쳐다보며 그녀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고는 살금살금 일어나 세수를 하러 갔다.정리를 마친 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거실에는 채성휘와 김창석이 앉아있었다.“여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서방님, 좋은 아침입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어 여준재한테 아침 인사를 건넸다.여준재도 그들을 향해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정 씨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요. 요즘 컨디션이 별로인 거 같아 오늘 하루 쉬라고 했는데, 두 분도 쉬시죠, 사적인 일도 좀 볼 겸.”“아가씨는 괜찮으십니까?”김창석은 걱정이 된다는 듯 여준재를 바라봤다.고다정 그 여자가 무슨 일이 난 게 아니면 그 성격에 이런 시기에 쉬려고 하지 않을 텐데 하며 의구심이 들었다.채성휘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역시 관심하는 눈빛이 훤하게 드러났다.이 두 사람한테 숨길 생각도 없었던 여준재는 사실대로 얘기했다.“괜찮아요, 아무 일 없어요. 그저 요즘 연구 진척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밤마다 잠도 잘 못 자고 악몽을 꿔서 제가 하루 쉬라고 그랬어요, 긴장 좀 풀라고.”“아, 그런 거군요. 아가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죠.”김창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감탄을 내보였다.여준재도 더는 말없이 다이닝룸으로 향했다.식사가 끝난 뒤에 그들은 각자 빌라를 떠나 볼일을 보러 갔다.김창석은 연구소로 갔고, 채성휘는 바깥 구경을 좀 하려고 했다.요즘 그는 맨날 빌라에만 있다 나니 생각이 얽매이는 느낌이 들었다.그리하여 고다정이 깨났을 무렵에는 집안에 그녀 혼자만 남아 있었다.아침 식사를 하며 그녀는 소담한테 물었다.“채 선생님과 창석 아저씨는요?”“창석 아저씨는 연구소로 가셨고, 채 선생님은 바깥에 머리를 좀 식힌다고 나가셨습니다.”소담이 솔직하게 대답했다.고다정은 알겠다는 표정을 하며 식사를 계속했다.식사를 마치니 임은미가 마침 집에 도착했다.일
그 시각, YS그룹 대표이사 사무실.여준재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창 서류를 보고 있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였는데 외국에서 걸려 온 낯선 번호였다.그의 미간이 조금 좁혀지더니 뭔가 알아차린 눈치로 휴대전화를 귓가에 갖다 댔다.“여준재입니다.”“듣기로는 저를 찾으신다면서요?”고다정이 곁에 있었다면 금방 알아차릴 목소리였다. 그녀의 스승 성시원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으니.그의 말로 여준재는 성시원의 신분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그저 알고 싶어서요, 대체 몇 개의 세력들이 특효약을 노리고 있는지.”“알면, 어쩌시려고요? 뭐라도 할 건가요?”성시원은 속 시원히 대답하지 않고 여준재의 생각을 짐작해서 물었다.그에 부정할 생각이 없는 여준재는 입가가 비스듬히 올라갔다.“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죠, 안 그래요?”성시원은 짧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역시 킹은 다르군요. 성깔 있으시네.”그러나 그는 한마디 칭찬 뒤에 목소리가 굳어지며 말을 이었다.“전 세계적으로 당신의 세력이 막강하다는 것을 나도 부인 안 하겠지만, 그 정도로 기성 가문들을 뒤흔들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경솔하게 움직여서 그 사람들한테 어설프게 비위만 건드렸다간 엄청난 보복이 따를 수 있어요.”그의 말을 듣고 여준재는 두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숨겨진 정체가 성시원한테 들통난 것을 그는 놀랍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정보도 캐내지 못한다면 그도 은둔 가문의 능력을 의심할 것이었다.그는 물론 성시원이 그가 날개가 더 단단해졌을 때 손을 쓰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지만, 화를 참는 건 본래로 그의 체질이 아니었다.코앞까지 찾아왔는데 되받아주지 않는다면 그가 하룻강아지처럼 만만한 줄로만 알 것이다.“내가 지금 확실히 그 기성 가문들을 한꺼번에 뿌리째 흔들지는 못해도, 살짝 씩 건드려서 트러블을 만들어주는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해요. 당신 제자 화풀이 좀 해주고 싶지 않아요?”마지막 한마디에 성시원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당신이
차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숨이 답답할 만큼 억압적으로 변했다.김창석은 등줄기에 땀이 나며 이마에도 이미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금 고집하였다.“집사님이 제가 임무를 거절한 것에 대해 불만이라는 걸 잘 알지만, 저도 사실대로 말한 겁니다. 여준재가 눈을 피해 뭘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가 고다정을 떠난다면 모를까...”그 의문의 남자는 이 말을 듣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더는 김창석을 압박하지 않았다.그도 김창석이 사실을 말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남자한테서 뻗치는 살기가 수그러들자 김창석은 저도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런데 그때 남자가 또 입을 열었다.“네 말이 맞아. 여준재라는 사람이 좀 많이 거슬리긴 해. 주인님께 보고드려서 이 사람을 치워버려야겠어.”“아, 그럼 전 집사님의 좋은 소식만 기다리겠습니다.”김창석은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자 눈가에 나쁜 심산이 굴러갔다.여준재만 없다면 고다정의 손에서 특효약을 가로채는 건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생각한 것이다.그는 이내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라 자발적으로 보고를 올렸다.“제가 최근에 또 소식 하나 얻은 게 있습니다. 여준재가 어떤 괴질을 앓고 있다는데, 꽤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시원이 특별히 설학난이라는 희귀 약재까지 구해와서 보조 약재로 여준재한테 선물했거든요.”“그래? 그것참 듣다 반가운 소식이군. 주인님께 알려드릴 거야.”그들의 대화가 오고 가는 사이에 차가 성북구에 있는 성시원의 자택 문 앞에 도착했다.”의문의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내려.”김창석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차 문을 열고 나왔다.그가 차에서 내려 바닥에 발을 붙이고 서자마자 차는 가버렸다. 차 뒤꽁무니까지 이제 완전 보이지 않자 김창석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다시금 들었다.어느새 그의 등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다른 한편에서, 고다정과 임은미는 같이 쇼핑몰에서 매장마다 휘젓고 다니며 신상이란 신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