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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내게 약속한 일은 까먹었어요?

서은진은 연구실에 고다정과 채성휘만 남은 것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펴고 웃으며 물었다.

“일이 끝났나요? 아까 고 선생님에게 밥을 사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

“아직 조금...”

“저는 아직 못다 본 자료가 있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아니면 채 선생님과 서 선생님이 먼저 식사하러 가셔서 제 밥을 포장해 오실래요?”

고다정은 채성휘의 말을 중간에서 가로채고는 서은진을 향해 눈을 깜박거렸다.

고다정이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서은진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성휘야, 우리 먼저 식사하러 가자. 그래야 고 선생님 밥도 빨리 포장해오지.”

채성휘는 두 여자의 잔동작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서은진과 같이 식사하기 싫었다.

그는 서은진이 자신에게 딴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같은 자기는 마음이 아니므로 서은진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남은 자료는 내일 오전에 보셔도 돼요. 그러고 보니, 고 선생님이 오늘 오자마자 저를 따라 연구소에 오셔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네요. 제가 이렇게 부려먹은 걸 스승님이 아시면 아마 저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채 선생님, 웃기지 마세요. 스승님은 저를 그렇게 아끼지 않아요. 그리고 오늘 일은 오늘 끝내야죠. 하루빨리 채 선생님을 도와 이 난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그러면 채 선생님이 연구 개발하는 약품이 좀 더 빨리 세상에 나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겠죠.”

고다정이 또다시 완곡하게 거절했다.

채성휘는 그녀의 말을 반박할 수 없어 결국 서은진을 따라나섰다.

그들이 나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여준재에게서 영상통화가 왔다.

“엄마, 뭐 하세요?”

통화가 연결되자 쌍둥이가 카메라 앞에 가까이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자료를 보고 있어. 학교 다녀왔어?”

“네. 아빠가 데리러 왔었어요.”

쌍둥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다정 쪽의 상황을 물었다.

“엄마, 거기서 잘 지내세요? 동료들은 잘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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