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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중요한 날

두 아이도 너무 오글거려 이상한 소리를 꽥꽥 질렀다.

여준재는 여전히 그들 셋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사르르 녹아들듯 한 부드러운 말투로 고다정한테 말했다.

“괜찮아요. 뭐 남도 아닌데 어때요. 그리고 이제 다 갈 거예요.”

“가요? 어딜?”

고다정이 어리둥절해하자, 여준재는 고개를 살짝 까딱하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이제 아래층에서 연회가 곧 시작되는데 할아버지가 직접 하준이와 하윤이를 소개하기로 했거든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도우미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작은 사모님. 연회가 곧 시작됩니다. 어르신께서 도련님이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여준재는 대답하고 나서 임은미한테 말했다.

“아이들을 데려가서 집사한테 맡겨주시겠어요? 저랑 다정 씨는 좀 이따 내려갈게요.”

눈치가 빠른 임은미는 그 두 사람을 야유하는 눈빛으로 한번 훑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가 애들을 데리고 내려갈게요. 근데 조심 좀 해요, 오늘 중요한 날이잖아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고다정은 임은미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절친의 뜻이 뭔지 깨닫고 얼굴이 빨개지며 여준재를 나무랐다.

“아, 이것 봐요. 쟤가 오해했잖아요. 나중에 날 또 뭐라고 놀려먹겠어요.”

그녀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준재를 빤히 노려봤다.

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고개를 수그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한테 살포시 다가갔다.

“사실, 친구가 오해한 건 아닌데...”

점점 가까워지는 남자의 숨결이 느껴졌다. 비록 이미 여러 번 친밀한 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다정은 여전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하지 마요.”

그녀는 손바닥으로 여준재의 가슴을 밀었지만, 그 정도의 힘으론 눈앞의 남자를 막을 수 없었다.

환하게 비치는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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