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도 너무 오글거려 이상한 소리를 꽥꽥 질렀다.여준재는 여전히 그들 셋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사르르 녹아들듯 한 부드러운 말투로 고다정한테 말했다.“괜찮아요. 뭐 남도 아닌데 어때요. 그리고 이제 다 갈 거예요.”“가요? 어딜?”고다정이 어리둥절해하자, 여준재는 고개를 살짝 까딱하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이제 아래층에서 연회가 곧 시작되는데 할아버지가 직접 하준이와 하윤이를 소개하기로 했거든요.”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도우미의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연회가 곧 시작됩니다. 어르신께서 도련님이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를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알겠어요.”여준재는 대답하고 나서 임은미한테 말했다.“아이들을 데려가서 집사한테 맡겨주시겠어요? 저랑 다정 씨는 좀 이따 내려갈게요.”눈치가 빠른 임은미는 그 두 사람을 야유하는 눈빛으로 한번 훑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내가 애들을 데리고 내려갈게요. 근데 조심 좀 해요, 오늘 중요한 날이잖아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다정은 임은미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절친의 뜻이 뭔지 깨닫고 얼굴이 빨개지며 여준재를 나무랐다.“아, 이것 봐요. 쟤가 오해했잖아요. 나중에 날 또 뭐라고 놀려먹겠어요.”그녀는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준재를 빤히 노려봤다.여준재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고개를 수그리며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한테 살포시 다가갔다.“사실, 친구가 오해한 건 아닌데...”점점 가까워지는 남자의 숨결이 느껴졌다. 비록 이미 여러 번 친밀한 관계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고다정은 여전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하지 마요.”그녀는 손바닥으로 여준재의 가슴을 밀었지만, 그 정도의 힘으론 눈앞의 남자를 막을 수 없었다.환하게 비치는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꼭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박수갈채가 끝난 후, 여씨 집안 큰 어르신은 손을 들어 모두에게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러자 장내가 금세 조용해졌다.어르신은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유쾌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우리 큰아들이 얘기했듯이, 오늘 연회는 이 두 아이가 우리 여씨 집안에 입적시키는 걸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준아, 하윤아, 모두한테 인사를 드리렴.”그는 말하면서 가볍게 아이를 앞으로 밀었다.두 아이도 겁먹지 않고 각자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제 이름은 여하준이라고 합니다. 오빠고요, 올해 다섯 살 반 됐어요”“제 이름은 여하윤이고요, 동생입니다. 저도 올해 다섯 살 반입니다.”가문에 입적했기 때문에 두 아이도 이젠 여준재를 따라 여씨 성을 가지게 되었다.두 아이의 앙증맞고 귀여운 자아 소개가 무대 아래 많은 여사님의 마음을 제대로 녹여버렸다. “아이고, 귀여워라...”“여 대표님이 운도 좋으시네. 저렇게 냉랭한 남자가 어찌 저런 얌전하고 귀여운 아이들을 낳았을까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아이가 저렇게 귀여운 건 다 애 엄마 덕분 아닐까요?”화제가 여기로 몰리자 적지 않은 사람들은 두 애의 엄마한테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누군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이 두 아이의 엄마가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요?”“글쎄 그건 잘 모르겠어요.”“그동안 인터넷에도 두 아이만 노출됐을 뿐, 아이 엄마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어요.”“오늘 이렇게 중요한 날인데 아이 엄마도 왔겠죠?”이 말과 함께 많은 사람이 좌우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그들이 찾는 사람은 지금 위층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한창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때 어르신과 잘 알고 지내는 옛 친구들은 호기심이 나 큰 소리로 물어봤다.“이보게, 여 영감. 애들만 보여주나? 손주며느리도 좀 만나봐야 하지 않겠나?”“에라, 이 사람아. 내 손주며느리 볼 선물은 톡톡히 챙겨오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큰 어르신은 웃으면서 그들을 욕했다.다만 그 시각
여준재가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연회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연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어깨를 끌어안고 무대에서 내려와 그의 친구들을 향해 걸어가려는데, 때마침 어머니가 그를 불렀다.심해영은 다가와 고다정의 손을 끌어 잡고 말했다.“넌 애들을 데리고 가서 여러 사람한테 인사를 시키거라. 난 다정이랑 내 친구를 좀 만나고 올 테니.”여준재는 어머니가 고다정을 여자들의 사교모임에 소개하려는 걸 알고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고다정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작게 말했다.“어머니 따라가서 인사하고 있어요. 좀 이따가 데리러 올게요.”“네, 알겠어요. 근데 술은 마시지 말고 조심해야 돼요.”고다정은 걱정이 되어 그한테 몇 마디 당부했다.심해영은 고다정이 여준재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걸 보고, 며느릿감에 대한 만족도가 조금 더 올라갔다.이어 그녀는 고다정을 데리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여사님들한테로 갔다.심해영이 직접 소개하는 만큼, 이들 최고 부유층의 귀부인들도 당연히 고다정을 매우 반겼다.게다가 고다정의 말투나 태도가 구김살이 없이 대범하였고, 싹싹하게 말도 잘해, 모두가 그녀에 대한 인상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그녀는 벌써 그 안의 일원처럼 그녀들과 담소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걸 지켜보는 주변의 많은 부잣집과 명문 집 아가씨들은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는 와중에 사람들은 고다정이 여씨 집안에서 이미 신분을 굳혔다는 걸 알아챘다.30분이 지나자, 여준재가 고다정을 찾으러 왔다.“어머니, 다정 씨랑 같이 가서 제 친구를 좀 만날까 해요.”“왜 벌써 왔어. 다정이와 아직 제대로 말도 못 했는데.”심해영은 약간 핀잔하는 투로 말했다.여준재는 못 알아들은 척하며 고다정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옆에 있던 귀부인들은 모처럼 여준재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흥미가 생겨 한마디씩 했다.“부부 사이가 이렇게 애틋한데 우리가 괜히 미움 사지 맙시다. 여 대표, 약혼녀
연회가 끝날 무렵, 고다정은 약간 취한 느낌이었다.비록 샴페인을, 그것도 매번 아주 적은 양을 마셨지만, 건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이래저래 꽤 많이 마셔버렸다.품에 안겨 약간 해롱해롱한 여자를 보며 여준재는 실소가 터져 나와 말했다.“말했잖아요. 못 마실 거 같으면 마시지 말라고요.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 없는데.”“안 돼요. 안 마시면 남들이 주는 축복을 못 받잖아요.”고다정은 혀 꼬인 말투로 말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여준재를 쳐다보더니 트림까지 했다.여준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그리고 그녀한테 뭐라 말하려고 하는 그 찰나, 목덜미가 그녀의 여리여리한 팔에 휘감겼다. 그녀는 갑자기 큰소리를 치며 말했다.“앞으로 당신은 내 거. 온 세상이 다 아는 내 거.”“네. 당신 혼자 거예요.”여준재는 유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 심해영이 여진성의 팔짱을 끼고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둘이 끌어안고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며 심해영은 입꼬리가 꿈틀거리며 여준재한테 물었다.“다정이가 취한 거니?”“네. 취해서 이젠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애들은 오늘 여기서 묵게 하고 제가 내일 데리러 올게요.”여준재가 이렇게 뒷일을 배치하자 두 부모님은 그의 속셈을 빤히 들여다보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가보거라. 하준이 하윤이는 나랑 네 아버지가 돌볼 테니.”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다정을 데리고 나와 차에 태워 빌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고다정은 갑자기 눈을 거슴츠레 뜨고 술주정을 부리기 시작했다.“어머, 여기 잘생긴 오빠가 있네? 너무 잘생겼다. 잘생긴 오빠, 내가 뽀뽀해도 돼?”말을 마치자, 그녀는 여준재의 입술에 키스하려는 흉내를 내며 얼굴을 들이밀었다.과감하게 자기한테 들이대는 그녀의 술에 취한 모습에 여준재는 화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몰랐다.뭐? 잘생긴 오빠? 잘 생겨서 뽀뽀하고 싶다고?다시는 이 여자를 밖에서 술을 마시게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두 아이가 본가에 있으므로 큰 어르신은 요양원에 돌아가지 않았다.그는 두 아이와 함께 정원에서 놀고 있었고 여진성이 곁에서 그를 살폈다.심해영은 강말숙을 모시고 정원 옆 정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그들을 지켜봤다.그 시각에 여준재가 고다정의 어깨를 껴안고 들어왔다.두 아이가 그들을 보고 기뻐하며 달려왔다.“아빠, 엄마.”“너희들 왔구나.”여씨 집안 부모님은 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큰 어르신도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고다정과 여준재는 차례로 인사를 드리고 앉아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던 중 심해영이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다정아, 앞으로 한 달이면 새해인데, 너랑 외할머니한테 무슨 계획이 있어?”“그건... 저흰 아직 아무 계획 없는데. 혹시 어머님께서 무슨 일 있으세요?”고다정이 의문스레 그녀를 바라봤다.그러니 이번엔 심해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큰 어르신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건 말이다, 너희들이 다른 계획 없으면 우리 두 집안이 설을 같이 보내면 좋겠구나. 그러면 집안이 벅적벅적하니 설 쇨 맛도 나고, 안 그러냐?”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별다른 의견은 없었지만 그래도 우선 할머니의 생각을 물었다.“할머니 생각은 어떠세요?”“나는 다 좋아, 같이 설 쇠도 좋겠구나. 사람이 많으면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좋을 것 같다.”외할머니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고다정도 심해영의 제안에 동의했다.“그럼 올해는 어머님께 폐 좀 끼치겠습니다.”“얘는, 한집안 식구인데, 폐 끼친다는 게 어딨어.”심해영은 서운하다는 듯이 고다정을 쳐다보았고 곁에 있던 큰 어르신은 고다정의 말에 마음이 동하여 말했다. “두 집안이 함께 명절을 보내기로 했으면 난 오늘 산에 돌아가지 않겠다. 너희들 별일 없으면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 와서 나랑 놀아줘라.”“네, 할아버지.”여준재와 고다정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그 훗날부터, 두 아이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여씨 집안에 입적된 일은 그들에게 큰 파란을 일으키진
곧장 보름의 시간이 지나가고 설날이 가까워졌다.지선우는 업무보고를 마친 뒤 고다정한테 물었다.“회장님, 인사팀에서 올해 송년회를 작년과 같이 진행할 건지 물어보라고 했습니다.”“작년에는 어떻게 진행했어요?”고다정은 듣자마자 물었다. 그녀는 한 번도 이런 회사 송년회에 참석해 본 적이 없어 전에 있었던 경험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지선우는 자기가 알고 있는 걸 말해주었다.“지난해엔 이동수가 직원들을 데리고 호텔에서 회식하고 클럽에서 온밤 놀면서 보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고다정은 이 방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잠시 생각 뒤에 말했다.“이 일은, 제가 생각 좀 해보고 결정합시다. 인사팀에 제가 내일 답장 주겠다고 알리세요.”지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그날 밤 빌라에 돌아간 고다정은 이 일에 관해 여준재한테 자문을 구했다.“준재 씨 회사에서는 왕년에 송년회를 어떤 식으로 진행했어요?”“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봐요?”여준재가 이상하게 고다정을 쳐다보자 고다정은 그한테 털어놨다.“사실은 오늘 인사팀에서 지선우를 통해 저한테 송년회를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봤거든요. 그전엔 어떻게 진행했는지 물어봤는데, 저는 그게 좀 이상해서요.”고다정은 신우하이테크에서 왕년에 송년회를 진행한 방식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여준재는 그녀의 얘기를 듣고 고다정이 무슨 뜻에서 한 말인지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다정 씨가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건 다정 씨가 경영관리에 대해 더 깊은 인식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해요.”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고다정이 더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 송년회의 역할에 관해 설명했다.“송년회는 한 가정에서 보면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거지만, 회사에서는 다른 의미가 있어요. 그 자리를 통해 직원이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더 강화하는 작용도 하거든요. 직원들이 그냥 놀고 먹으면서 송년회를 보내는 게 적합하지 않다는 다정 씨 생각이 맞아요. 그럼 이렇게 할까요? 올해 송년회는 신우하이테크와 우리 회
회사 연말 파티가 끝난 지 이틀 만에 설날이 찾아왔다.전에 두 가족이 함께 설날을 보내기로 한 약속 때문에, 고다정은 아침 일찍 예쁘게 꾸민 쌍둥이와 할머니를 모시고 여준재를 따라 여 씨 저택으로 향했다.같은 시각, 여 씨 저택에도 큰 변화들이 있었다.대문에는 붉은 바탕에 금색 글씨가 새겨진 새해 덕담이 붙어 있었고, 크고 작은 붉은 등이 곳곳에 걸려있었으며 투명한 창문에도 아름다운 눈꽃 문양이 붙어 있었다.고다정은 여준재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자 명절 분위기 가득한 옷차림을 한 여 씨네 부부와 어르신, 여아린이 이미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들은 고다정 일행이 도착하자 열정적으로 맞이하며 자리에 앉도록 했다.자리에 앉자 쌍둥이들은 리 가의 어른들에게 차례로 세배를 올렸다.“증조할아버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만사형통하시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좋아, 좋아. 이건 증조할아버지가 너희들에게 주는 세뱃돈이야.”여 씨 어르신은 쌍둥이들의 인사에 매우 기뻐하며 두 봉투의 두둑한 세뱃돈을 꺼냈다.쌍둥이들은 기뻐하면서도 참을성 있게 고다정의 눈치를 보며 받았다.“받아도 돼. 증조할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해.”고다정이 웃으며 말하자 쌍둥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할아버지에게 달콤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세뱃돈을 받았다.이렇게 아이들은 여 씨 어른들에게 차례로 세배를 하며 많은 세뱃돈을 챙겼고 한 바퀴 돌고 나자 꽤 부자가 되어 있었다.고다정과 다른 사람들 돈을 두둑이 챙긴 욕심쟁이 쌍둥이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심해영이 갑자기 고다정에게 손짓했다. “다정 씨, 잠깐 이리 와봐요.”“무슨 일이세요?”고다정은 의아해하며 다가가자 심해영은 옆에서 두툼해 보이는 봉투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다정 씨에게 주는 거예요. 새해에도 우리 준재와 잘 지내길 바라요.”“이건...”고다정은 어리둥절해졌다.그녀는 심해영이 자신에게 설날 세뱃돈을 준비할 줄은 몰랐고, 마음이 복잡해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대범하게 세뱃돈을 받으며
설을 쇠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의 개학 날짜가 다가왔다.아침 일찍부터 심해영과 여진성은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등록하러 가겠다고 빌라에 찾아왔다. 그들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여준재도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등록하러 가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아이들과 함께 등록하는 첫 번째 경험이기도 했으니 말이다.그래서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행사에 온 가족이 나서게 되었고 그들의 등장은 심지어 유치원 원장까지 놀라게 했다.여진성이 부랴부랴 달려온 원장을 보고 위엄 있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우리는 아이들을 등록하러 온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알겠습니다, 여 회장님. 그럼, 일 보시죠.”말은 그렇게 했지만, 원장은 여전히 하준이와 하윤이의 입학 절차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했다.주변에도 많은 아이들이 궁금한 듯 그들 가족을 쳐다봤고 그중 대담한 몇몇 아이들이 하준이에게 물었다. “하준아, 저 회장 할아버지가 정말 너희 할아버지야?”“응, 저분들은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야.”하윤이가 하준이보다 먼저 대답하며 자랑스럽게 여진성과 심해영의 손을 잡았고 두 부부는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그때 다른 아이들도 수군수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그러니까 그때 회장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너희랑 이야기했었구나, 이런 관계가 있었어.”“하준아, 회장님이 너희 할아버지라면, 선생님께 명령을 내려서 우리 숙제를 좀 줄여달라고 할 수 있어? 밤에 숙제하느라 놀 시간이 없어서.”“나도 그래, 특히 수학 문제 풀 때, 머리카락이 다 빠질 것 같아. 아빠처럼 대머리가 되고 싶지 않아.”아이들의 다양한 불만을 들으며 모두들 웃음을 터트렸다.다만 고다정은 이 아이들의 불만을 이해했다.특히 고급반의 아이들은 곧 초등학교에 올라가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의 학습 스타일에 익숙해지도록 일찍부터 학습 압력을 경험하게 했던 것이다.한바탕 웃고 떠들고 난 후, 등록을 마친 부모들은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