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재는 일 처리 속도가 매우 빨랐다.이튿날 이른 아침, 구남준이 그의 지시에 따라 경호원을 데리고 빌라에 나타났다.여준재가 고다정을 껴안으며 소개했다.“앞으로 당신을 따라다닐 애들이에요. 자기소개를 해봐.”뒤의 한마디는 앞에 있는 두 여성 경호원에게 한 것이다.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기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다.“제 이름은 소담이고, 특기는 격투기와 사격입니다.”“제 이름은 소민이고, 특기는 역추적, 근접전과 해킹입니다.”두 사람의 소개를 들은 고다정이 궁금해하며 물었다.“둘 다 소씨면 자매인가요?”소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하게 대답했다.“제가 언니이고 얘가 동생입니다.”“그렇군요.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요.”고다정은 두 사람에게 따뜻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소담이 사교적이라 그런지 이번에도 그녀가 고다정과 대화를 나누고 소민은 옆에 멋있게 서 있었다.고다정은 개의치 않고 한참 인사를 나눈 후 여준재를 따라 차에 올랐다. 쌍둥이도 학교에 보내야 하니까.오히려 쌍둥이가 처음 본 소담 자매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특히 하윤이는 소민에게 무척 관심을 보였다.“엄마, 나 학교 끝나고 소민 이모한테 놀러 가도 돼요?”하윤이는 고개를 쳐들고 간절한 눈빛으로 고다정을 바라보았다.고다정과 여준재가 다소 의아해하며 하윤이를 건너다보았다.“넌 소민 이모가 좋아?”“좋아요. TV에 나오는 여자 협객처럼 멋있어요.”하윤이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딸에게 여자 협객이 되고픈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던 고다정과 여준재는 뜻밖이라 웃음이 터졌다.하지만 고다정은 딸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나중에 소민 이모한테 물어볼게. 이모가 널 데리고 놀겠다고 해야 놀러 갈 수 있어. 알았지?”“알아요. 그리고 내가 이렇게 귀여운데 소민 이모가 무조건 저랑 놀고 싶어 할 거예요.”하윤이가 고개를 쳐들며 자신 있게 말했다.하윤이의 도도한 모습에 고다정과 여준재, 그리고 하준이는 웃음을 터뜨렸다.이렇게 네 식구는 웃고 떠들며 유
잠시 후, 비서가 고다정의 지시대로 배달 음식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택배도 들려있었다.“아래층에 대표님 택배도 있길래 같이 가져왔습니다.”“알았어요. 고마워요.”고다정은 고마움을 표시한 후 곧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최근 물건을 산 적이 없는데 어떻게 택배가 있지?세심한 소담이 이내 고다정의 표정 변화를 감지하고 물었다.“작은 사모님, 왜 그래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최근 물건을 산 적이 없는데 왜 택배가 왔나 해서요. 친구가 보낸 물건일 거예요.”고다정은 바로 택배를 뜯지 않고 오히려 식사하자고 두 자매를 불렀다.소담과 소민이 서로 마주 보더니 경계하는 눈빛으로 택배 상자를 노려보았다.하지만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다정의 말대로 먼저 식사했다.식사가 끝난 후 고다정이 택배를 뜯으려 하자 소민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그러자 고다정이 의문스레 그녀를 쳐다보았다.“왜 그래요?”“움직이지 마세요.”소민이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소담이 동생의 이 말에 어이없어하며 급히 다가와 수습했다.“얼른 작은 사모님 손을 놔.”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고다정에게 사과했다.“작은 사모님, 동생이 무례하게 굴려는 것이 아닙니다. 조금 전 사모님의 말을 듣고 이 택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뜯으려 했던 겁니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두 자매가 자기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것을 알고 웃었다.“그렇군요. 그럼 부탁할게요.”좀 오버한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제저녁에 차가 긁힌 일도 있고 해서 신중히 대처하기로 했다.소민은 고다정이 자기들의 제안에 동의하자 손을 뗐다.소담은 조심조심 옆에 다가오더니 택배 상자를 들어 조심스럽게 사무실 중앙의 티 테이블에 올려놓았다.그녀는 상자를 바로 뜯지 않고 귀를 가까이 대더니 안에 소리가 나는지 들었다.그런데 가까이 가자마자 비린내가 나서 그녀는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고다정도 옆에서 그녀의 신중한 동작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소담 씨, 뭐가 있어요?”“
“내 휴대폰은요? 어서 내 휴대폰을 찾아줘요.”고다정은 이리저리 둘러봤지만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뒤이어 그녀는 아까 정신이 쏙 빠져서 소담에게 부축받으며 들어오느라 휴대폰은 챙기지도 못한 것이 생각났다.소담이도 그 생각을 하고 먼저 입을 뗐다.“휴대폰은 밖에 있을 거예요. 제가 가져올 테니 1분만 기다리세요.”“알았어요. 고마워요.”고다정은 거절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나가자마자 비참하게 죽은 그 고양이 모습이 보일까 봐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잠시 후, 소담이 고다정의 휴대폰을 들고 들어왔다.고다정은 다시 한번 감사를 표시한 후 휴대폰을 들고 집에 전화했다.곧바로 전화를 받은 이 집사가 물었다.“작은 사모님, 무슨 일이 있으세요?”“이 집사님, 앙꼬와 크림이 집에 있는지 확인해 주세요.”고다정은 휴대폰을 꽉 쥐고 말했다.이 집사는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군말 없이 사람을 보내 살펴보게 했다.잠시 후 아랫사람에게 보고받은 그는 고다정에게 전했다.“작은 사모님, 앙꼬와 크림은 모두 정원에 있습니다.”“다 있으면 됐어요.”고다정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소담이 그녀의 모습을 보고 캐물었다.“그 사람이 작은 도련님과 아가씨가 키우는 고양이에게 손댈까 봐 걱정하시는 거죠?”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부인하지 않았다.“비슷해요.”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컵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소담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가 아직 조금 전의 끔찍한 화면을 떨쳐버리지 못했음을 알았다. 심지어 앞으로 며칠 동안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도 있다.사실상 정말 그랬다.30분 후 소민이 노크하고 들어와 시원스럽게 말했다.“깨끗이 치웠으니 나오셔도 됩니다.”소담은 동생에게 먼저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고개를 돌려 고다정을 바라보았다.“작은 사모님, 지금...”“나는 당분간 일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소민한테 내 책상 위의 서류들을 차에 가져가라 하세요. 하루 정도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가져야겠어요.”고
여준재는 품속의 여인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또 한 번 위로했다.“크림이 정말 갔어요. 못 믿겠으면 봐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엉겁결에 보려 했지만 결국 중도에 동작을 멈췄다.“됐어요. 안 볼래요.”고다정은 보면 또 비참하게 죽은 그 고양이가 생각날 것 같았다.이를 본 여준재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걱정스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점심때 비서가 택배를 받아왔는데, 안에 크림과 비슷하게 생긴, 비참하게 죽은 고양이가 들어 있었어요.”고다정이 낮에 있었던 일을 천천히 얘기했다.여준재는 이 말을 듣고 안색이 매우 안 좋아졌다.이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강말숙의 관심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준재야, 다정이 괜찮아?”“아빠, 엄마, 우리 들어와도 돼요?”쌍둥이의 목소리도 들리자, 고다정은 급히 여준재에게 말했다.“외할머니와 두 아이한테는 걱정할까 봐 이 일을 말하지 않았어요. 그냥 내가 악몽을 꾸었다고 말해요.”“알았어요. 당분간 숨겨줄 수 있지만 좀 있다 나한테 다시 얘기해줘야 해요.”여준재는 협조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요구 사항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고다정은 물론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말을 맞춘 후 강말숙과 쌍둥이를 방에 들였다.방에 들어온 후 쌍둥이는 즉시 고다정 옆에 다가와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엄마, 왜 그래요?”“괜찮아. 악몽을 꾸었을 뿐이야.”고다정이 선의의 거짓말을 해서 쌍둥이와 외할머니의 걱정을 잠재웠다.그들은 고다정이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오래 머물지 않고 이내 나갔다.방에는 또 고다정과 여준재만 남았다.여준재가 낮에 있었던 일을 캐물으려 할 때 갑자기 고다정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고다정도 생각지 못했는지 부끄러워하며 몸이 굳어졌다.“저녁밥을 올려올게요.”여준재가 이렇게 말하고 일어나서 나갔다.조금 뒤, 그는 푸짐한 저녁밥을 들고 고다정 앞에 나타났다.하지만 고다정은 몇 술 뜨더니 먹지 못했다.여준재도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이
이튿날 아침 일찍 잠에서 깬 고다정은 안색이 여전히 안 좋았지만 정신은 말짱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여준재는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아니면 오늘 집에서 쉬어요.”“안 돼요. 회사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에요. 그리고 내가 회사에 가지 않으면 이 일을 꾸민 사람에게 무서워한다고 알려주는 꼴이 되잖아요. 꼭 회사에 나가서 그들을 끌어낼 거예요.”그러고는 매서운 표정을 지으며 반드시 배후를 잡아내겠다고 다짐했다.여준재는 여인이 굳건한 표정을 짓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그래도 그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당부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나한테 알려요. 알았죠?”“알았어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었다.뒤이어 두 사람은 일어나 씻고 식사하러 내려갔다.식사할 때 쌍둥이와 강말숙은 고다정의 몸을 걱정했다.“엄마, 오늘은 괜찮아요?”“아직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니면 오늘도 집에서 쉬렴.” 고다정은 그들의 애정 어린 말을 들으며 행복해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강말숙은 고다정이 안색은 안 좋지만 정신은 말짱한 것을 보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식사가 끝난 후, 고다정과 여준재는 쌍둥이를 학교에 데려갔다.조금 뒤, 그녀는 여준재의 차로 회사에 도착했다.간단한 작별 인사 후 고다정은 회사에 들어갔고 소담과 소민이 그 뒤를 따랐다.그들을 보자 고다정은 어제 일을 물었다.“소포는 누가 보낸 건지 알아냈어요?”“알아냈습니다. 이동철이라는 남자가 다른 사람에게서 돈을 받고 대신 보낸 겁니다.”소담이 어제저녁 알아낸 소식을 전했다.고다정은 이 말을 듣고 안색이 안 좋았다.그녀가 뭔가 얘기하려 할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서 비서가 밖에 서 있는 것이 보이자 의문스레 물었다.“여기서 뭐 해요?”“대표님, 어젯밤에 여 대표님이 사무실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제가 깜박하고 대표님한테 알리지 못해서 새 사무실로 안내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는 김에 바꿀 부분이 있는지도 보고요.”비서가 상황을 설
여준재는 한바탕 화를 낸 후 기절한 고다정이 생각나서 황급히 휴게실로 달려갔다.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담이 공손하게 일어서며 인사했다.“도련님.”“작은 사모님은 어때?”여준재는 소담에게 이렇게 묻고는 성큼성큼 침대 옆으로 걸어가 걱정스레 여인을 훑어보았다.“작은 사모님은 괜찮습니다. 너무 놀라서 기절했을 뿐입니다.”소담이 사실대로 보고했다. 그녀는 경호 기술 외에 응급 치료도 조금 알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여준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뒤이어 그는 가뿐하게 여인을 안더니 돌아서서 나갔다.어쨌든 이미 저녁이 됐기 때문에 고다정이 여기서 자게 놔둘 수 없다.이를 지켜보던 소담이 눈치 있게 앞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누르는 등 사소한 일들을 도왔다.약 30분 후 여준재는 혼미한 고다정을 안고 빌라에 돌아왔다.이때 강말숙과 쌍둥이는 거실에서 놀면서 고다정이 돌아오면 같이 저녁 식사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은 여준재가 고다정을 안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걱정하며 다가왔다.“아빠, 엄마가 왜 이래요?”“다정이 아파?”세 사람의 걱정스러운 질문에 여준재는 간단히 설명했다.“너무 놀라서 기절했어요. 먼저 위층에 올라갈게요.”그러고는 강말숙과 아이들이 대답도 하기 전에 고다정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강말숙과 쌍둥이는 걱정돼서 그 뒤를 바싹 따랐다.여준재는 고다정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강말숙은 그제야 참을 수 없는 듯 재차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그렇게 많이 놀랐는데?”외할머니가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이자, 여준재는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요즘 누가 다정 씨를 겨누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다정 씨 차를 긁고 협박 소포를 보내더니 오늘은 심지어 다정 씨 차에 나쁜 짓까지 했어요.”그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대충 설명했다. 어쨌든 두 아이도 있으니까.하지만 강말숙은 여준재가 말한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닐 것으로 짐작했다.쌍둥이도 듣고
그날 저녁 9시까지도 고다정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너무 놀란 탓인지 그녀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비켜. 내가 너를 해친 게 아니야!”“나를 물지 마. 준재 씨, 살려줘요. 살려주세요!”밝은 불빛 아래에서 고다정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얼굴에 비정상적인 홍조를 띠고 두 손을 휘저었다.옆에서 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여준재는 갑자기 이 불안한 소리를 듣고 즉시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던지고 빠르게 고다정 옆으로 다가갔다.그는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는 손을 붙잡고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위로했다.“다정 씨, 정신 차려봐요.”몽롱한 상태에서 고다정은 누군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다정 씨, 나 여기 있어요. 정신 좀 차려봐요.”“무서워하지 말아요. 꿈일 뿐이에요.”'준재씨...'고다정은 속으로 이렇게 한 번 부른 후 원래 무겁게 느껴졌던 눈꺼풀이 단숨에 떠졌다.여준재는 고다정이 끝내 깨어나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깼어요? 조금 전에는 악몽을 꾸었어요?”이 말과 동시에 그는 고다정을 부축해 침대 머리에 기대어 앉혔다.고다정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꿈 내용을 이야기했다.“꿈에 그 고양이 두 마리가 날 찾아와서 복수하겠다며 물었어요.”이 말을 하고 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저 똑똑히 봤어요. 오늘 그 고양이는 머리와 몸이 분리돼 어제 그 고양이보다 더 비참하게 죽었어요.”여준재는 점점 더 떠는 여인을 안쓰럽게 지켜보다가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녀를 품에 안았다.“말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아요.”“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머리가 말을 듣지 않고 계속 그 화면이 생각나요. 준재 씨, 우리 범인을 잡아요. 그 고양이들이 너무 불쌍하게 죽었어요.”고다정은 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이를 지켜보는 여준재는 가슴이 호되게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다.“구 비서와 소담 자매가 함께 조사하도록 조치했으니 반드시 찾아낼 거예요.”그는 손을 들어 고다정의 얼굴
한바탕 혼란을 겪은 후 여준재는 고다정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했다.의사는 검사가 끝난 후 진단기기를 거두더니 여준재에게 말했다.“환자분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 쇼크로 신경이 자극을 받은 데다 최근 과로까지 겹쳐서 몸이 일시적으로 견디지 못하고 고열이 난 것입니다. 이따가 간호사한테 수액을 놓아주라 하겠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깨어날 겁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여준재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에 있는 구남준에게 눈짓했다.구남준이 알아듣고 이내 의사와 함께 밖으로 나간 다음 입원수속을 하러 갔다.허둥지둥하다 보니 벌써 날이 밝아왔다.구남준은 병상을 지키고 있는 여준재의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한 것을 보고 걱정하며 말했다.“대표님, 옆 침대에서 잠깐 쉬세요. 여기는 제가 지킬게요.”“괜찮아. 너 들어가 쉬어. 내일 좀 늦게 나와도 돼.”여준재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구남준의 제안을 거절했다. 고다정의 잠든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그의 눈에는 가슴 아픔과 후회가 가득했다.구남준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갔다....이튿날 이른 아침 천천히 눈을 뜬 고다정은 머리가 흐리멍덩하고 아팠다.그녀는 일어나 앉으려고 버둥거렸지만 뭔가 저항이 느껴졌다.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집이 아니라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저항이 느껴졌던 건 여준재가 그녀의 침대 옆에 엎드려 이불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동작 때문에 여준재가 놀라 잠에서 깼다. 고다정이 병상에 앉아 방그레 웃으며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깼어요? 몸은 어때요?”여준재는 손으로 고다정의 이마를 만지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아직도 열이 좀 있네요.”고다정은 이를 보며 더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남자의 손을 내리고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지금 상태가 아주 좋으니까. 오히려 당신이 어젯밤에 저를 보살피느라 밤새 쉬지 못한 거 아니에요?”“난 잤어요. 조금 전에 봤잖아요.”여준재는 고다정이 자기 몸을 걱정한다는 걸 알고 급히 설명했다.이 말을 아예 믿지 않는 고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