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재는 고경영의 아부를 그닥 좋게 보지는 않았다.그는 냉담한 눈빛으로 고경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말한 제안에 별 의견이 없다면 내일 하루 준비시간을 줄게요. 내일 이 시간대쯤, 제가 다시 찾아와서 계약서 체결할게요.”“네, 알겠습니다.”고경영은 당연히 반대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조금 전 구두로 한 협의가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고 씨 집안이 여 씨 집안에 의지할 수 있도록, 몇 가지는 분명하게 말하려고 했다.“여 대표님, 다름이 아니라 제가 생각해봤는데요. 저희가 조금 전에는 그냥 간단하게 협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 같더라고요. 많은 디테일은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은데 혹시 점심 식사 같이하시면서 그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밥은 됐어요. 더 이야기할 디테일이 있으시면 지금 바로 말씀 주세요.”여준재는 그와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경영도 당연히 그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조금 전 생각했던 그 몇 가지 중요 디테일에 대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혹시 조금 전 여 대표님이 말씀하신 프로젝트가 YS그룹에서 담당하고 있는 건가요?”“그렇죠.”여준재는 그의 말에 답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그 프로젝트는 확실히 YS그룹에서 담당하고 있는 프로젝트지만 YS그룹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아니다.게다가 그가 말했듯이 제대로 운영을 해야 수억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그가 고경영에 대한 조사로 봤을 때, 고경영은 자신이 덫에 걸린 줄도 모르고 지금쯤 좋아하고 있을 것이다.그는 여준재의 답을 듣고 신나서 손을 비비며 재차 그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더 한걸음 앞서 나갔다.“여 대표님, 저희 두 가문 회사 협력이 순리롭길 바랍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 대표님.”“그때 가서 다시 보죠.”여준재는 그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고경영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고경영 또한 그 대답에 만족스럽지 못했다. 하지만 여준
그 말을 들은 심여진은 고경영이 왜 신우 하이테크를 고다정에게 넘겨줬는지 알게 되었다.심여진은 매년 빚지고 있는 회사를 수억 원의 수익으로 바꾸는 것은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했다.신우 하이테크의 이윤이 억대의 수익을 담보할 수 있으니 그건 황금알을 낳는 보배인 것이다.하지만 심여진은 그에게 이 말을 할 수 없었고, 얼굴을 찡그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수억 원의 수익이라고 해도 신우 하이테크의 가치가 그것뿐만은 아니지 않나요? 제 기억에 신우 하이테크에는 유료 특허도 많은 거로 기억하는데요.”“당신이 말한 거 나도 이해할 수 있어. 근데 그 특허만으로는 부족해. 그동안 그 회사가 우리의 자금을 얼마나 잡아먹었는지 모르지? 언제 한번 성공적으로 뭘 연구해낸 적이 없어. 이 쓰레기 같은 회사로 수억 원의 프로젝트를 바꾸는 게 더 낫지 않겠어? 때마침 강수지가 다정이에게 남겨준 주식도 담보할 수 있고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우린 손해 보는 게 아니라 그냥 버는 거라고!”고경영은 아주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그 말을 듣고 있던 심여진은 오히려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조금 전 고다정의 그 주식도 담보할 수 있다는 건 뭔 말이에요?”“한마디로 고다정이 그 주식을 포기하고, 손해 보는 회사를 가지게 된 거지.”고경영은 여기까지 말한 뒤 참을 수 없다는 듯 거만하게 웃어 보였다.“다들 여준재의 실력이 탁월하고 보는 안목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봤을 땐 그냥 그런 것 같아. 어떻게 내 말 한마디에 수십억의 주식을 포기하고, 그런 회사를 가질 수 있어?”심여진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한마디 욕하고 싶었다.‘어이구, 당신이 여준재를 갖고 논게 아니라, 당신이 여준재에게 놀아난 거라고.’GS 그룹의 지분은 오래전만 해도 신우 하이테크에 비해 조금 떨어졌다.결국, 하나는 지속적으로 수익을 줄 수 있고 잘 운영하면 수익이 증가하는데, 다른 하나는 아무리 좋은 가치가 있어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어리석은 의사결정자만 있을 뿐이었다.그렇게 생각하
그 말을 들은 여준재는 확실히 요즘 회사일 때문에 아이들에게 소홀했다고 생각했고, 다소 죄책감을 느꼈다.그는 머리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그냥 나가서 밥 먹죠. 때마침 밖에서 좀 돌아볼 겸요. 저도 한동안은 어디 놀러 나가지 않은 것 같아요.”“좋아요.”고다정은 그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두 아이도 오늘 저녁 밖에 나가서 밥도 먹고 놀 수도 있다는 말에 다들 들떠있는 상태였다.곧 그들 한 가족은 간단히 준비를 마친 뒤 외출했다.출발 전, 여준재는 미리 구남준더러 레스토랑에 예약을 하라고 했다.도착해서 자리에 착석 후, 두 아이는 여준재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빠 요즘 많이 바빠요? 우리 가끔은 아빠랑 놀러 나가고 싶었는데, 결국은 아빠를 찾지 못했어요.”“아빠 요즘 많이 바빴어. 근데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야. 최대한 저녁에 시간 비우고 많이 놀아줄게.”여준재가 진지하게 답했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아이들 성장 관련에 전혀 참여한 적 없기에, 그에게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인 것이다.그것 때문에라도 그는 다시는 그렇게 아쉬움으로 지나치고 싶지 않았다.두 아이는 그 말을 듣더니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눈치는 빠른 듯 이어서 답했다.“특별히 시간 내서 우리와 놀아줄 필요 없어요. 돈 버는 게 중요하니까요.”‘아빠가 돈 벌지 않으면 엄마가 돈 벌어야 하니까요.’그들은 엄마가 고생하는 게 싫은듯했다.하지만 여준재는 이런 아이들의 생각은 모른 채, 단지 두 아이가 귀엽게 느껴졌다.저녁 늦게 즈음, 그들은 식사를 마치고 주변의 상가 쪽에서 시간을 보냈다.그렇게 놀다 보니 어느덧 2시간이 훌쩍 지났고 해는 이미 저물어 완전히 어두워졌다.고다정은 거의 9시가 되어가는 걸 보고는 얼른 다른 집에 가자고 그들을 불렀다.집에 돌아간 뒤 두 아이도 지쳤는지 계속 하품만 하였다.하윤이는 더욱더 고다정에게 애교를 부렸다.“엄마, 나 졸려. 안아줘.”“그래, 엄마가 안아줄게.”고다정은 허리를 숙여 하윤이를 품에
자신을 위해 걱정하는 여자를 보고 있자니 그는 마음이 몽골 몽골 해졌다.그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턱을 목덜미 쪽에 가져다 대면서 가볍게 웃어 보였다.“걱정하지 마요. 고경영이 나에게 들러붙기 또한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과연 나한테 엉겨 붙을지 말지도 지켜봐야겠고요.”“아무튼, 저는 고경영이 제 덕을 볼 수 없었으면 좋겠어요.”고다정은 자신의 태도를 명백히 표현했다.이윽고 그녀는 이어서 답했다.“비록 아직 별 증거는 없다 해도 제 마음속에는 명확히 남아 있어요. 우리 엄마의 죽음이 그 사람과 연관이 있다는 걸요.”그 말을 들은 여준재도 문득 전에 고다정을 도와 어머니의 사인을 조사해보겠다고 한 게 떠올랐다.“그러고 보니 그 일에 대해 사람 시켜 한번 조사해보라고 해야겠어요. 하지만 아직 정확하진 않아 다정 씨한테 알려주지 않은 거예요. 조금 더 있다 보면 아마 결과가 있을 거예요.”“괜찮아요. 저 대신 조사를 해준다는 게 저한테는 아주 큰 선물이에요. 더 오래 기다리라고 해도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고다정은 진심으로 그를 향해 말했다.하지만 그녀의 말또한 전혀 거짓이 아니었다.결국, 그 사건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고, 애초에 어머니가 자살한 후, 뒷일은 매우 빠르게 준비되었다.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많은 단서가 오리무중으로 변한 것이다.여준재는 품에 안긴 여인을 꼭 껴안고, 진지하게 약속했다.“제가 꼭 장모님 사인에 대해 밝혀낼게요. 그리고 벌도 꼭 받게 할거에요.”“네 믿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 대신에 고맙다는 말도 할래요.”고다정은 여준재를 향해 달콤하게 웃어 보였고, 눈에서는 꿀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여준재는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그 연분홍 입술을 가볍게 포갰다.한참 뒤, 방안에 공기는 금방 무르익었고, 창밖의 달마저도 부끄러운 듯 구름 뒤로 숨었다.…이튿날 여준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침실에서 나왔다.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두 아이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아빠, 왜 혼자 내
“누구세요?”잠에서 깬 직원들은 고다정을 향해 물었다.심지어 말투는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고, 자신들의 잠을 깨운 고다정이 별로 반갑게 느껴지지 않았다.고다정은 미간을 더욱 찌푸리며 그 답에 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지금은 출근 시간인 것 같은데요? 출근 시간에 업무도 제대로 안 하고, 심지어 손님대응도 이따위로 해요? 지금 회사 제도가 이렇게 산만해졌나요?”그들은 고다정이 되물을 줄 몰랐는지 다들 잠시 멍해 있었다.“그쪽이 상관할 바 아니잖아요.”데스크 직원은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며 고다정을 바라봤고, 그 태도는 엄청 건방졌다.고다정은 그 모습에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튀어 나왔다.그러고는 다시 정색하고 눈앞에 있는 그 직원들에게 명령했다.“지금 회사 책임자 누구예요? 당장 나오라고 해요!”고다정의 갑작스러운 표정 변화에 데스크 직원들은 어딘지 모르게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꼈다.‘설마 본사 사람은 아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삼촌을 찾을 수 있지?’그렇다, 눈앞의 그 직원은 신우 하이테크 책임자 조카 이아영이였다.고다정은 이아영이 한동안 움직이지 않자 급 불쾌해졌다.“왜요? 여기 담당자 없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이아영의 표정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가방을 든 채 성큼성큼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이아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다정을 불러세웠다.“그렇게 맘대로 회사에 들어가면 안 돼요!”고다정의 그림자가 회사 큰문에서 사라지자 이아영은 다급히 막아 나서기 시작했다.게다가 그녀의 목소리는 회사의 다른 사람들의 이목도 끌었다.그 순간 회사 내부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바라봤고, 그와 동시에 굳은 얼굴인 고다정도 발견했다.“저 사람은 누구야? 이쁘게 생겼다.”“전에 말했던 그 애인 아니야?”“그럴 수도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아영이 저렇게까지 막아 나서지는 않겠지.”“맞다, 생각났어. 오늘 이동수네 집 와이프도 회사로 온다고 했는데, 곧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기겠네.”많은 사람은 서로 낮은 소리로 수군거
실제로 이동수의 예감은 틀린 적 없었다.고다정은 그 말을 마친 뒤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동수를 바라봤다.“기왕 이렇게 된 거, 저는 이 사장님이 관리자 자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얼른 자리에서 물러서서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님 스스로 퇴사하시죠.”고다정은 직설적으로 그에게 말했고, 체면 따위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이동수의 얼굴색은 더욱 형용할 수 없이 나빠졌다.그는 고다정이 이렇게 직설적으로 자기를 가라고 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는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 신우 하이테크에서 위에 회장님 빼고는 그가 가장 높은 직위였으니 말이다.게다가 그는 이미 이런 생활에 익숙되어 있었다. 만약 다른 회사로 간다면 아마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이며, 버티기 또한 어려울 것이다.“저 아가씨, 제 행동이 틀렸다는 거 저도 압니다. 고칠 의향도 충분히 있고요. 그러니 저 기회 한 번만 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여기서 수년간 노력했다는걸 감안해 다시 고칠 기회 좀 주세요.”이동수는 그녀에게 애절하게 빌었다.안타깝게도 고다정은 더는 그 사람을 회사에 남기고 싶지 않았다.누가 고경영 아래의 사람 아니랄까 봐, 그 이유가 아니라도 회사에 계속 남겨둘 이유는 없었다.이런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것은 규칙을 준수하고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다.이를 생각한 고다정은 단호하고 차갑게 거절했다.“내가 당신에게 사직을 요청한 것은 당신의 공로 때문입니다. 당신이 했던 행동대로라면, 당신이 지난 몇 년 동안 회사에서 내린 모든 결정을 조사하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겠다고 고집한다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제가 조사해서 깨끗하게 문제가 없다면, 계속 남아도 됩니다.”그 말을 들은 이동수는 등골이 서늘해졌다.깨끗?그는 전혀 깨끗할 리가 없다.요 몇 년 동안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기 직무를 많이 이용했다.하여 그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침묵을 지켰다.그가 무슨 뜻을 가졌
몇 분 뒤, 고다정은 황 팀장의 안내하에 회사 기술 부서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문 앞에 서자마자 안에서 들려오는 말소리가 들렸다.“이 거지 같은 회사에서 왜 우릴 못 가게 하는 거예요? 심지어 지금 우릴 가둔 거 맞죠? 어이가 없네.”“이대로는 안 되겠어요. 저 신고해야겠어요. 이 회사에서 제 자유를 박탈했다고요.”“다들 그만해요. 왜 우릴 가둬놨는지 아직도 몰라서 그래요?”이때 웬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시끌벅적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그 말을 듣고 있던 고다정은 그 사람이야말로 그중에 가장 리더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고다정은 그 사람만 잘 설득하면 나머지 기술직 직원들도 남길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결심을 내린 뒤 문을 열고 들어갔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전까지 서로 수군거리던 직원들은 모두 그녀 쪽을 바라봤고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누가 뭐라든 고다정의 미모는 어디가 뒤처지지 않거니와 최근 사랑 중이라 더욱 생기가 있어 보였다.고다정도 그들의 시선을 당연히 느끼고는 수려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황 팀장은 그런 것까지는지는 신경 쓰지 못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술 직원들에게 소개했다.“여기는 저희 회사의 새 회장님이며, 앞으로 저희 회사를 책임질 겁니다. 조금 전에 다들 못 가게 했다고 의견이 많으신 것 같던데, 양해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은 회사에서 아주 중요한 직책입니다. 떠난다고 해도 반드시 업무인수인계한 뒤 떠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렇게 떠나면 회사 관련된 복지도 없어질 건데, 손해 보는 건 여러분들 아니겠습니까?”전까지 불만으로 가득 찼던 직원들은 그 말을 들은 뒤 그제야 얼굴색이 조금 풀린 듯 했다.하지만 그중 한 사람만 눈을 가늘게 뜨며 눈을 반짝였다.그건 다름이 아닌 조금 전 그들을 뭐라 했던 기술 부서 책임자 장경환이었다.황 팀장의 말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시간을 끄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그들이 결심을 내리고 떠나더라
고다정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이때 황팀장이 고다정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회장님, 이분들 이동수 따라 들어와서 입사 계약서도 없어요.”그 말을 들은 고다정의 미간은 다시 한번 찡그려졌다.그녀는 이동수가 신분을 이용해 이 사람들을 입사 계약서도 서명하지 않게 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쩐지 전에 내가 나가라고 했을 때 화를 낸 것 외에는 아무런 의견도 없더라니. 이 이유였네.’이때 장경환의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회장님도 저희가 회사 제도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걸 아셨으니, 이젠 가봐도 되죠?”“…”고다정은 반박할 수 없어 몇초간 침묵하다 결국은 포기했다.“그래요, 가도 돼요. 하지만 회사 관련된 자료정보는 가지고 갈 수 없어요. 확인 후 별문제 없으면 다들 떠나도 됩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도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하였다.하지만 두 걸음 내디뎠을 때쯤, 갑자기 뒤에서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사람 시켜서 저희 물건을 수색이라도 하겠다는 건가요? 이건 사생활 침해입니다.”“맞아요. 저도 수색하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저희를 보낼 수 없다면 저희는 그냥 경찰서에 신고하겠습니다. 때마침 이 회사가 얼마나 양아치 같은지 홍보하고 좋네요.”“지금 바로 신고할게요.”그러면서 누군가는 핸드폰을 꺼내 들며 신고하려 하였다.그 모습을 본 고다정도 얼굴이 굳어졌다.그녀 또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이 회사를 손에 넣었으니 운영은 해나가야 하는거니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그들을 그냥 보내준다면, 회사 기밀정보라도 숨겼을지 그 누가 알랴?그녀도 그들의 협박은 받아들일 수 없는지라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요. 신고하려면 빨리 해요. 굳이 나까지 전화할 필요 없게요.”그전까지 서로 난동을 부리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진 채 어리둥절해하며 고다정을 바라봤다.그들은 고다정의 의도가 대